아파 봐야
(요12;7) “예수께서 이르시되 그를 가만 두어 나의 장례할 날을 위하여 그것을 간직하게 하라.”
언제가 요로 결석으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병원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저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생명의 끝자락에 서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치료를 끝내고 택시를 타고 집 앞에 내리는 순간, 내게로 하늘이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저 하늘을 다시 볼 수 있다니......,” 비록 도회지의 우중충한 하늘이었지만 그리 반가울 수 없었습니다. 아파 봐야 병든 사람의 고통을 알고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생을 해 봐야 어려운 이들의 심정을 읽게 되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고생은 인생의 커다란 스승이라는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님을 비로소 알게 됩니다. 마리아라는 여인이 예수께 향유를 부은 것은 거룩한 낭비의 사건입니다. 상처받은 치유자이신 예수님과 온갖 아픔과 고생을 겪었을 마리아의 만남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사건입니다. 그녀가 예수를 존귀하게 여길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삶이 깊은 아픔과 고통을 지나온 까닭입니다. 이것은 책상물림으로는 잘 모르는 세계입니다. 삶으로 체험을 해 봐야 알 수 있는 가치 있는 세계, 그게 바로 믿음의 세계입니다. 아픔이나 고생은 도리어 영원한 보배이신 예수를 더 깊이 알 수 있는 또 다른 선물입니다.
생명과 진리이신 주님. 아픔과 고생을 통해 주님을 더 잘 알게 하소서. 상처받은 치유자 되신 예수의 사랑을 더 깊이 느끼게 하소서. 삶의 고생이 하늘비밀을 알게 하는 선물임을 일깨워 주소서. 아멘.
[출처] 사순절묵상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