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천 사
<목은고> (牧隱藁 : 詩藁, 文藁)는 발간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그 양적 질적인 면에서 이에 비교될 간행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심오하다. 한국의 철학은 목은 선생의 철학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목은 선생의 철학은 그전에 있었던 한국 고유철학의 바탕에 중국에서 들어온 주자학을 접목하여 융합해낸 거대한 철학의 호수이다.
목은 이후의 한국 철학은 목은 철학의 거대한 호수에서 다시 흘러내린 줄기들에 해당한다.
목은 철학의 바탕에는 하늘과 사람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연결하는 한국 고유철학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므로,
철학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종교적이다. 목은의 후손 중에는 목은을 존숭하는 정신이 종교적이라고 해야 할 만큼
숭고한 분들이 많은데, 그중에 이일구(복일) 님이 계신다. 이일구 님은 공무원 생활을 모범적으로 마친 뒤부터 목은의 철학에 심취하셨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번민이 생길 때는 늘 <목은고>를 읽음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위로를 받았다.
<목은고>는 많은 분량임에도 목은 사후 8년 만에 간행되었고, 도중에 중간을 거쳐 현재까지 잘 보전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만, 일구 님은 사람들이 방대한 분량을 보고 읽어 볼 엄두를 내지 못할까 우려하여,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우선 간략한 책자로 요약할 생각을 하셨다.
먼저 <목은고> 전체를, 목은 선생의 생애, 목은 선생의 사상, 목은 선생의 군자에 관한 기록 등의 세 분야로 분류하고, 그중에서 핵심적인 요소를 발췌하여 정리하셨다. 일구 님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기념관을 둘러보시다가 이러한 발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목은 선생의 사상 부분에서는 2005년에 간행한 저의 졸저를 많이 인용해 주셨다. 많이 부족한 저서임에도 이처럼 높이 평가해주시니,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게 생각되기도 한다. 이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표한다.
<목은고>는 방대하지만, 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진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 <목은 선생의 연보와 사상>이 나온 뒤, 나머지 부분들이 다시 다른 단행본들로 정리되어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서구의 물질주의가 팽배해져 사람들의 정신적 삶이 몹시 피폐해져 있다. 사람들은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물질적 가치를 좇아 부평초처럼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다. 이런 때에 목은 선생의 철학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이번에 출간되는 <목은 선생의 연보와 사상>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많은 분이 읽고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귀한 작업을 해 주신 이일구 님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2023년(癸卯) 가을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이기동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