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강위덕
집에는 10개의 창문이 있다 이 창문들은 안에서 밖을 보는 창문이 아니라 밖에서 안을 보는 것이라 했다 만원경 같다 만원경은 성능이 좋을수록 밤하늘의 별들도 좋아 진다
뭐 100년 전 사람에게는 유리가 많은 창문은 현대적이고 신비스러운 물체여서 골목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유리창을 깨트리면 혼쭐나는 세상이 100년이나 계속되였다 유리창은 있으나 없으나 똑 같은 것 같은데, 똑 같다고 말할 때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사람이야 이 바보야 이렇게 환한 유리창에서 유리창이 밤을 밀어 낼 때 어둠은 거울 속의 너를 훔쳐가는 것이야
창문으로 집안을 샅샅이 들여다보노라면 창문도 신이 나서 집속의 별을 더 잘 보이게 하려고 점점 자라난다 참 신기하다 집의 하수구가 고장이 나면 창문은 비가 잘 내려가도록 골이 패이고 부엌 시설이 좋지 않으면 속을 잘 볼 수 있도록 항상 떠 있던 하얀 반달이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우리 집 창문은 매끈하고 둥근 천문대처럼 아름다워야 해 이 창문에는 365개*의 안테나가 있어 우주에 떠 있는 365개의 사이버와 교신하고 있어 이쯤 되면 눈치를 챘을지 몰라 이 창문은 손톱을 두고 한 말이야 손톱은 우리의 건강을 들여다보는 창문과 같아 이것은 사실이야 눈은 마음의 창문이고 손톱은 건강의 척도라는 말도 있잖아 그러나 요사이 눈과 손톱은 가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졌어 눈과 손톱이 가짜라면 마음과 몸도 가짜야 인조손톱이 생겨난 이 후부터의 이야기야 콘택트렌즈로 동자의 색깔을 바꾸어 놓듯 인조 손톱이 판을 치는 세상이 오자 네일 싸롱을 해서 돈을 벌어 집산 사람도 있어 핸디캡이 있는 여자가 화장을 두껍게 하듯 가짜 손톱이 있는 사람은 내장도 가짜야 아 그래서 고문 기술자들은 가짜 속, 가짜의 진실을 파내기 위해 손톱을 고문하지 손톱고문은 최악이야 천천히 천천히 송곳 끝을 손톱 속에 집어넣어 파 해치지 파르르 떨며 흘러나오는 파장, 고문기술자는 판독기술자라야 해 그들은 파장 속에 흘러나오는 거짓들을 판독하지 시인들은 이 파장을 슬픔이라 부르지 슬픔은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애절한 것이야 다섯 개의 가시가 달린 별에 게 찔려 슬퍼하는 보름달의 헛배 같지 시인은 고문기술자들처럼 손톱 속을 파해치며애절한 시를 쓰지 댄스에 젖은 멘스 중인 소녀가 슬픈 얼굴로 걸어가는 것 같아 직선과 곡선으로 이행하는 목, 목의 곡선은 고독한 내부의 응집을 감지하지 눈을 감으면 눈물이 주르르 흐르듯 죽은 자의 옆구리에 철썩 달라붙는 안개 속에서라야 아름다운 시가 나오는 것 같아
* 사람의 몸에는 365개의 경혈이 있다. 이 급소는 오장육부와 통하는 구근으로서 침술가가 침을 놓는 경혈로 쓰이지만 레슬러나 씨름꾼들이 상대를 쓸어트리는 급소로 쓰기도 한다.
첫댓글 우리가 다 태만한^^ 중에 외로운 정진하시는 백파 님께 감사합니다.
일일히 답글 못 드리지만 틈틈이 읽고
님의 시정을 헤아려 보고 있습니다.
범상치 않은 시제로 깊은 해학을 풀어내시는
노익장의 '솜씨' 에 깊이 감동합니다.
화잇팅!!!
시가 아니면 살맛나지않는 생활이 되였습니다. 로칼 신문 칼럼때문에 이제는 사명이되어 하지않으면 않되는 신세가 되어서요. 일주일을 쉬어도 빵구가 날 지경입니다. 그래도 시가 좋습니다.
답글과 격려 감사드립니다.
백파 시이님, 고달프고 힘든 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시는 모습에 감동이 됩니다
'시인은 고문기술자들 처럼 솜톱속을 파헤치며 애절한 시를 쓰지;
'시는 피를 말리게 하는 작업이다'라는 시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아름다운 칼러 사진이 암실을 통과하듯 ,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식 시쓰기의 진정성을 회복하고픈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물을 꽤뚫어 볼수있는 잠만경같은 원형창으로 세상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투시 할 수 있다면 시 생활이 훨신 쉬워 질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암실을 통해야 시가 된다니 그것이 문제입니다.
적혀 있는시와 마음속에 있는 시, 와 어렵구 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