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활동지원 24시간 신청했지만, 거주기간 짧다고 ‘탈락’
매일 밤 10시간 기저귀 차고 홀로 버텨… “24시간 긴급 보장하라”
포항시가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한 최중증장애인에 대해 포항 거주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탈락 시켜 장애계가 규탄에 나섰다.
14일 오전 10시 30분,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시에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을 촉구했다.
14일 오전 10시 30분, 포항IL센터는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을 촉구하며 포항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사자 송정현 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 포항IL센터
포항시 북구 창포동에 거주하는 최중증 뇌병변장애인 송정현 씨는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지 못한다. 작년 4월에 경산에서 포항으로 이주해, 포항 거주기간이 짧다는 이유다.
송 씨는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밤 10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매일 10시간 동안 기저귀를 차고 있다. 야간 배변활동이 잦은 그는 매일 밤 호흡곤란, 발열 증상을 겪고 있으며, 엉덩이 부위에 생긴 종기와 통증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송 씨는 집에서 활동지원을 받는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기저귀를 차고 있다. 습도가 높은 여름이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뜨거운 땡볕 아래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 씨는 “지금도 기저귀가 뜨거워 죽겠다. 온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난다”라며 울부짖었다. 이어 “이 자리에 나올지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당연히 받아야 하는 활동지원을 장애인끼리 경쟁붙이는 썩어빠진 구조를 알리기 위해 나왔다. 나 한 명만 살고자 하는 게 아닌, 나를 시작으로 모든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라고 밝혔다.
송 씨의 활동지원사 황 씨가 기저귀를 차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포항IL센터
송 씨의 활동지원사 황우성 씨는 직접 기저귀를 차 보이며 송 씨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증언했다. 황 씨는 “송 씨는 배변이 기저귀에서 새지 않도록 몸 균형을 유지해야 해서 편히 잠을 잘 수도 없다. 활동지원을 위해 집에 들어가면 배변 냄새만으로도 얼마나 잠을 못 잤는지 예상할 정도다”라며 “아침 8시에 도착하면 송 씨는 그제야 참아왔던 구역질을 하고 몸을 뒤튼다. 똥독이 올라서 아래에서 피가 날 정도다. 일상이 재난인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송 씨는 포항시 거주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평가 점수 20점 중 4점인 최하점을 받고 24시간 활동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포항시는 작년부터 독거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실시하는데, 올해에는 총 3명의 대상자를 선정했다. 이처럼 적은 대상자를 가리기 위해 포항시는 심사기준에 ‘거주기간(연속)’을 심사 기준을 뒀다.
송 씨의 24시간 활동지원 배점 기준 및 신청인 점수 결과지. 최중증장애인 적합여부에서 적합을 받았지만, 세부평가 총점은 59.8점을 받아 최종 탈락했다. 세부평가 점수로는 와상, 호흡기 착용 여부 30점 중 20점, 가구 형태 20점 중 20점, 저소득층보장 20점 중 20점, 포항시 거주 기간(연속) 20점 중 4점, 심의위원 종합평가 10점 중 5.8점을 받았다. 자료제공 포항IL센터. 재구성 이가연
송 씨와 포항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위원회 등은 긴급 권리구제 및 지원을 요청했지만, 포항시는 ‘내년까지 추가 3명에 대해 24시간 활동지원을 시행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포항시청 장애인복지팀장은 14일 비마이너와의 전화 통화에서 “송 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누가 봐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24시간 활동지원 사업은 전액 시비 부담이다. 예산이 많이 들다 보니 형평성의 문제가 있어, 우리 지역에 거주기간이 긴 사람을 먼저 고르자는 기준점을 두었다. 기준이 없다면 인근 지역에 있는 장애인들이 포항시로 오게 되어 예산이 많이 들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포항시는 예산을 이유로 대상자 수를 줄이기 위해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덧붙인 셈이다. 임소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총장은 “활동지원 대상자 심사에 대해 거주기간을 따지는 경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다른 지자체는 종합조사나 인정조사 점수 등 활동지원이 얼마나 필요한지만 기준으로 보고 있다. 당사자가 현재 해당 지역의 시민인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10시 30분, 포항IL센터가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을 촉구하며 포항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 포항IL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