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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임(소리) 세상에 요즘 것들은 반도 안 채워서 버린이니
보면 순임이 남의 집 쓰레기봉투를 풀어 그 안에 자기 쓰레기를 꾹꾹 눌러 담고 있
6 순임의 방 안 [아침]
들키지 않으려고 등지고 뭔가를 정리하는 순임 그걸 관찰하며 국을 푸는 류환
류환 (NA) 쓰레기 수거비용을 절약해 통장 일곱 개를 만들이
소금장수도 울려 보낼 녀자
(몰래 자신의 국그릇에 고기 하나를 더 담으며) 그러나 내 국에 고기를 늘 한 점 더 담는 걸 평생 모를 거후후 멍청한 할마이!
순임 (돌아보며) 뭐하고 있는 겨? 얼른 형아 깨워라
류환 네~~ 헤헤
류환이 두석의 방문을 열면 누워있는 두석이 말없이 주먹을 치켜든
그냥 가라는 손짓을 보내며 발로 방문을 닫는 두석
류환 (NA) 조두석 33세 지 애미를 닮아서 성질 고약한 새끼
7 석이 슈퍼 [낮]
AM라디오의 늘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슈퍼 안 매대에선 졸고 있는 류환이 보인
이때 세웅이가 망을 보고 치웅이가 슬그머니 들어와서 ‘천하장사’ 소시지 2개를 가져간
아이들이 도망치고 난 뒤
자연스럽게 외상 장부를 꺼내 ‘웅이네 소시지 2개 1000원’이라고 적고 시 조는 류환
류환 (NA) 절대 졸고 있는 건 아니연기일 뿐
란(소리) 똥구!!
진짜 졸기라도 한 듯 깜짝 놀라 눈을 뜨는 류환 시야에 들어오는 여자의 가슴에
류환 흐억!
란 (허스키한 목소리) 할매 없지? 담배 한 보루 줘
류환 앞에는 탱크탑과 핫팬츠 차림의 란(여 20대 후반)이 가게를 한 바퀴 둘러본
류환 (NA) 란 98일 전 한밤중에 흘러들어온 계집
패턴을 파악할 수 없는 생활구도를 보인
시 류환 쪽으로 가오는 란 출렁이는 란의 가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류환
류환 (NA) 침착하자! 침착해! 시선을 떼야 한!
저건 단지 갓난애 영양공급수단일 뿐이야!
허겁지겁 담배 한 보루를 상납하듯 두 손으로 들어 올리는 류환을 귀엽게 보는 란
란 (손가락에 침을 찍어 그으며) 땡스 동구! 수고행!
노래를 흥얼거리며 멀어져 가는 란을 보는 류환 외상 장부를 꺼내 적으며
류환 (NA) 이 년아! 공화국에서 기케 입고 니문 총살감이!
상구 어이! 동구! 아줌니는 계신가?
체부 상구(0대)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 외친
류환(소리) 아니요~ 은행 가셨어요~ 헤헤~
8 석이 슈퍼 앞 [낮]
나란히 평상에 앉은 상구와 류환 하드를 쭉쭉 빨아먹는
상구 별 일은 읖고?
류환 인원변동 없고 특이사항 없고 하는 일도 늘 똑같습니
골목 쓸고 아침 먹고 배달하고 점심 먹고 가게 보 저녁 먹고
(허리춤에 찬 삐삐 보며) 당에선 나를 잊어버린 건 아니겠죠?
상구 자네 여기 온지 얼마나 됐지?
류환 736일쨉니
상구 아직 날짜로 세는 군난 서른두 살에 넘어와서 16년 됐어
이쯤 되니 모든 게 가물 해져서 오히려 편해
씁쓸하게 미소 짓 피식 웃는 상구
류환 아저씨 뭐 좋은 일 있어요? 얼굴에 화색이 도네
상구 그래 보여? (씨익) 사실은 말야 얼마 전에 간부로 뽑혔어
류환 당 간부요?!!
상구 아니나 씨스타 팬클럽 총무로 추대됐어
‘가식걸’ 들을 때마 내 얘기 같아서 팬클럽 가입했이 어느새
(수줍게 율동하며) 뚜뜨르두드 가식놈~ 자네도 남조선에 재미 좀 붙여봐
류환 재미? (마치 한 번도 재미라는 말을 생각해보지 않은 듯한 표정)
상구 (안은 채 율동하며) 하긴달동네 바보가 뭘 할 수 있겠어? 참당도 그래
어떻게 자네 같은 최고 엘리트 요원한테
류환 (주변을 살피며) 동무! 당의 뜻엔 이유가 있는 게지 어케 기레 사고가 불온함미까? 조국 위한 임무에 크고 작음이 어뎄습미까?
날은 덥지만 냉랭한 기운이 감돈 류환의 불안을 눈치 챈 상구
상구 소좌동지 긴장하는 거 보니까 설마 오늘이 기날임네까?
류환 !!(급히 입을 막으며 주위를 살피는) 쉿!
상구 대단합네 저로선 상상도 못할(하늘 보며) 부디 몸조심 하시라요
류환 하늘을 보니 파랗던 하늘을 야금야금 좀먹듯 점령하는 먹구름 떼
9 달동네 어느 골목길 [밤]
세차게 비가 쏟아진 인적 없는 골목길 빗물 웅덩이에 비친 류환의 실루엣
류환 후드 모자를 덮어 쓴 채 골목 어귀를 노려보고 있
세웅 진짜루 삼겹살 사왔어
격에 빠진 유란 때마침 바람이 불어 유란의 산이 훅 날아간
더 큰 충격에 빠진 류환 뒤로 번개가 꽝 친
사색이 된 얼굴에서 모든 걸 포기한 듯 눈물까지 맺힌 류환
류환 뒤에 있던 전봇대가 ‘청춘 1호’이라고 써진 로켓으로 변해 날아간
류환 (NA) 잘가요 청춘
날아가는 로켓 위로 자막-
‘잠행 중 행동강령 : 2인 이상이 보는 앞에서 월1회 노상에 소변을 볼 것
6개월에 1회 노상에 대변을 볼 것’
10 음날 / 석이 슈퍼 앞 [아침]
어제의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시무룩한 표정으로 골목길을 쓸고 있는 류환
이때 류환 쪽으로 걸어오는 유란
류환 태연한 척 웃으려 해보지만 잘 안 된
류환 (손을 흔들며) 아 헤헤 아 안녕
곤혹스러운 표정의 유란 류환을 외면한 채 빠른 걸음으로 지나친
멀어져가는 유란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는데어김없이 날아오는 유준의 손
유준 똥꾸 이 새끼! 누나 쳐보지 말랬지!
오늘부턴 그림자도 쳐보지 마! 알았어?!!
예전과 달리 바닥에 엎어진 채 미동도 없는 류환 실의에 빠진 표정이
유준 어라? 야! 똥꾸! 왜 안 일어나냐? 너무 셌나?
류환 (NA) 할 거 했음 그냥 가! 새꺄! 혼자만의 시간 좀 갖자
이때 주인 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가와 류환의 콧물을 핥아먹는
이때 또 류환의 뒤통수를 텅-소리가 날 정도로 때리는 누군가
류환 못 참겠은 표정으로 돌아보면 ‘경찰’이라고 써진 모자를 쓰고 있는 두석이
두석 자알 한 고삐리한테도 쥐어 터지고
너도 때리란 말야 짜샤!
주먹을 쥐고 휙-휙-입으로 소리를 내며 스파링 자세를 취하는 두석
류환 맞은 머리를 손으로 비비며 두석을 보며 헤- 웃는
류환 아프
두석 아프라고 때리지 느끼라고 때리겠냐?
(스파링 자세로 류환의 코앞까지 주먹을 휙휙 날리며)
이렇게 해보라고 이렇게! 맞지만 말고 형을 상대로 한번 해봐
(자세를 대충 취하자) 그게 아니지! 이렇게 원 투 날리고 췻췻!
정신없는 틈을 타서 어퍼컷 빵!! 날리는 거야! 해봐!
류환 진짜로 원투 쨉을 날린
두 대 맞고 어리둥절한 두석 어이없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두석 고렇지 계속 해!
어이없어하며 웃자 그대로 어퍼컷을 날리는 류환
비명 지르며 만화처럼 몇 Km 날아가는 두석 (류환의 상상)
두석 뭔 생각해? 치라고! 빨리!!
순임 (가게에서 나오며) 아이구 그만 혀 쫌~
배달가고 청소해야 되는 놈을 언제까지 붙들어 둘 거여!
류환 ! (류환을 생각해서 만류하는 게 아닌)
두석 엄마 이 놈은 쌈 좀 배워야 돼
굼벵이도 밟히면 꿈틀하는데 이 놈은 맞아도 맨날 헤헤거리니
두석 순임 티격태격하는 사이 지나가는 상구의 오토바이 류환을 보며 뭔가 눈짓을 하는 상구
류환 으헤헤~ 체부 아저씨~~
마치 소독차 쫓아가는 시골 아이처럼 상구의 오토바이 매연을 마셔가며 쫓아가는 류환
두석(소리) 저봐 저! 또 헤헤 거리잖아
순임(소리) 아이구 저 바보한테 누가 편지 보낸이 맨날 저래 쫓아가누 쯧쯧
11 폐창고 앞 [낮]
편지를 꺼내 류환에게 주는 상구의 표정이 어둡
상구 엘리트라 르군 당에서 자네의 지속적 요청을 들어주는 걸 보면
류환 (상구의 표정에 긴장) 임무가 내려온 겁니까?
상구 동무 동무는 나처럼 되지 말고 꼭 큰일해서 돌아 가라
생수 한 모금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울한 표정의 상구 신경 쓰이는 류환
12 류환의 옥탑방 옥상 -> 방 안 [낮 -> 황혼]
화단에 놓인 화분을 들어 올리자 깨져있는 시멘트 바닥
사위를 살피며 시멘트 조각을 집어 들고 그 아래에서 비닐에 싸인 뭔가를 끄집어내는 류환
- cut to
급히 방안에 들어와 커튼 닫고 겹겹이 비닐에 싸인 난수표를 펼쳐놓고 떨리는 손으로 상구에게 받은 편지를 뜯어보는 순간잠시 멍해진 류환
봉투 안에는 낡은 사진 한 장이 들어있 꼭 문 입술의 단아한 여인의 사진이
멍한 류환 눈물이 나지도 그렇이 미소가 지어지지도 않는
서먹한 느낌에 얼굴과 몸 전체가 조금씩 떨리고 있을 뿐이
어느새 창밖에 하늘빛은 노랗게 물들고 있
이럴 때가 아니란 듯 엄마 사진을 난수표 앞에 놓고 큰 절을 올리는 류환
류환 오마니아들 류환이11년 만에 인사 올립니
엎드린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이때
두석(소리) 동구야! 뭐하냐아! 형이 도와줄게 빨리 배달 가자! 헤이 브라더! 렛츠고!
13 계단 길 [저녁]
가파른 계단 길을 쌀 두 포대를 들고도 아무렇지 않게 올라가는 의욕에 찬 눈빛의 류환
계란 한 판 들고 뒤쫓아 가면서도 헉헉거리는 두석
1 고영감네 하숙집 대문 앞 -> 마당 [저녁]
대문 앞에 도착해서 헉헉대는 두석 계란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두석 너 오늘 약 먹었냐? (헉헉) 이제 교대해
류환 (인상 살짝 찡그리자)
두석 형의 말이 곧 법이 몰라?! 형은 민중의 뭐?
류환 (이를 악물고) 곰팡이!
두석 (꿀밤 먹이며) 지팡이! 지팡이! 자꾸 까먹을래?
조순경은 민중 중에서도 특히 란이씨의 지팡이가 되고 싶도~!
“배달 왔습니”라고 말하며 대문 열고 들어가는 두석과 뒤따르는 류환
닥닥 붙은 방들을 순식간에 쓱 훑어 동향을 파악하는 류환
두석 역시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데
탱크탑과 핫팬츠 차림으로 목욕 바구니를 들고 욕실 문을 열고 나오는 란
란 어머? 동구 왔네~? 안녕~
두석 저도 왔습니 (거수경례하며) 봉사!
쌀이 하나도 안 무거워요
고영감 (옥상에서 내려오며) 그럼 계속 들고 있어!
류환 (NA) 통칭 고영감 65세 15만 원짜리 월세방 개를 소유한 동네 최고 갑부
란 아저씨가 또 보일러 또 끈 거죠? 중간에 찬물 나왔잖아요~
고영감 찬물이 건강에 좋아! 10월인데도 이렇게 찌니 원
란 (두석 쪽으로 가가며) 어휴! 짠돌이 영감!
자신에게 가오자 놀라는 두석의 표정 란의 움직임을 따라 눈이 돌아가는 남자들
두석 쪽으로 오 류환에게 가와 날계란 하나를 꺼내더니 네일아트한 손톱으로 톡톡 구멍을 내서 후루룩 마시는 란 남자들 그 모습에 들 숨넘어갈 듯한 표정이
만화 그리던 훈(20대 후)도 급히 방문을 열고 내본
그러 마지막 한 방울이 란의 턱을 타고 가슴 쪽으로 떨어지려하자
잽싸게 혀를 내밀어 떨어지는 한 방울을 낚아채가는 류환
류환 떨어지면 아깝!! 헤헤
고영감을 비롯한 남자들 입이 전부 딱 벌어졌이 안도의 한숨을 쉰
란 껍데기를 두석에게 주며 무슨 일이냐는 듯 이사람 저사람 쳐본
란 (여전히 입벌리고 있는 고영감을 보며) 아저씨 침!
고영감 어허! (급히 닦으며 헛기침하는) 에헴에헴어이! 노랑머리 총각!
안에 있으면 잠깐 인사나 하지
류환 (순간 3호실 쪽을 날카롭게 보는)
고영감 (대답 없자) 새로 방 쓰는 김 뭐시기인디 딴따라랴!
하숙집 하나에 딴따라가 둘씩이나 있네
란 제가 왜 딴따라예요? 전 쮀즈 뮤쥐쉬언이라구요
훈 (연필로 머리를 긁으며) 저는 딴따라로도 안쳐주는 건가요?
고영감 넌 그냥 백수고! 맨날 방구석에 틀어박혀 아무도 안보는 만화를 그렸 지웠이 혼자 울었 웃었쯧쯧나 같으면 차라리 벽에 낙서를 하것 지기
들 안타깝게 쳐보자 절망스런 표정으로 시 방문을 닫는 훈
들 훈을 신경 쓸 때 3호실 문 앞의 낯선 신발을 신경 쓰는 류환
15 류환의 옥탑방 [밤]
한발로 거꾸로 매달린 채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는 류환 잔 근육이 매끈한 상반신이 보인
류환 (NA) 왜일까? 내 임무수행에 문제라도 있던 걸까?
(간유리 쪽 그림자를 보며) 아니문 내래 버려진 건가? 흑룡조장 리해랑
해랑(소리) 짐승 어디 안 가는구만! 오랜만이 원류환 동무 문 좀 열어 보라!
류환 아흔아홉 백!
윗몸일으키기 백 개를 채고 조심스레 문을 여는 류환 하숙집에서 본 신발이 보인
이때 문틈 사이로 쑥 들어오는 해랑의 가오리 반사적으로 피하자 재차 이어지는 해랑의 공격
류환의 눈빛이 드디어 짐승의 눈빛으로 돌아오고
문지방 한 발을 넘어서고 막으려는 초고수들의 전광석화와 같은 경합이 처절히 이어진
태원(소리) 멈추라! 인사들 하고!
- 회상 / 56부대 훈련장
얼굴과 몸이 전부 그을려서 흰자위만 번뜩이는 소년 류환이 외나무리 위에 서있
외나무리 아래에는 사나운 사냥개들이 컹컹대고 있
소년해랑 아 새끼 거 뭐이가 그리 심각한 표정이네?
른 시커먼 아이들과 달리 도시 소년 같은 피부의 해랑 리위에 올라와 킥을 날린
여유롭게 막아내는 류환 이제야 적수를 만났은 듯 씨익 웃으며 시 공격하는 해랑
류환 또시 막아서며 반격하면 어느새 조금 더 커진 두 사람
류환 (NA) 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칠 때 넌 놀러 나온 아이 그 자체였써
- 시 재
용호상박의 혈투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해랑의 목 앞에 멈춰있는 자신의 가오리
해랑 (피식 웃으며) 역시 넘버원- 실력 녹슬디 않았구만 기래
몸에 힘 디간 거 좀 빼믄
16 류환의 옥탑방 옥상 [밤]
옥탑방 앞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해랑과 류환
류환 왜 왔냐? 리무혁 대장 동지 아들이믄 평양서 기냥 자리 하나 맡을 것이지
해랑 (담배를 꺼내 피며) !! 쪽팔리네너도 내가 락하산인거 알고 있었구나
심심해서 임무 좀 달랬더니 주더라
류환 임무? 무슨 임무?
해랑 협조지시 없는데 서로 간 개별임무 묻게 돼 이써?
합동임무가 내려오기 전엔 린 동지역 잠입 수칙대로
서로를 감시하며 대기하면 되는 기야 잊었나? 내래 당에 보고할까?!
류환 (팔을 잡으며) 진짜야?!!! 진짜 임무를 갖고 왔냐고?
해랑 와 이래?
류환 와 널 시켜? 내가 있는데
해랑 못 믿는 거 아니가써? 2년 동안 남조선 쌀밥 처먹은 놈을 어케 믿간?
류환 (멱살을 잡고 한 대 칠 기세로) 주둥아리 함부로 놀리지 말라!!
2년이 20년 같아써!
해랑 (멱살을 쳐내며) 내 어랬을 때 아버지로부터 56 맨든은 소리 듣고 들어오고 싶어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를 거
인생 어차피 한번 사는 거! 싸고 이기고 올라서고 력사가 되야지!
(담배연기를 류환 얼굴에 후욱 불며) 나는 곧 력사를 이룩하고 갈 테니까 동무는 바보 임무나 잘 수행하라 오래오래!
사뿐히 1층으로 뛰어 내려가는 해랑을 어이없게 바라보는 류환
17 류환의 방 안 [밤]
삐삐가 고장 난 건 아닌지 흔들어 보고 건전지도 새 걸로 갈아 끼워보는 류환
삐삐를 확인하는데 파리 한 마리가 주변을 윙윙 날아니자 손으로 쳐내버린
그대로 맞은 파리는 물 컵에 빠져 파드득 거린
18 음날 / 해랑을 미행하는 류환 [낮]
배달을 하며 해랑을 감시하고 있는 류환
해랑이 기타를 메고 마을을 내려가고 있는 게 보인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동네를 빠져 나가는 해랑을 바라보는 류환 표정이 굳는
- 박씨네 이발소 앞
자전거 타고 급히 내리막길 달리 마침 오토바이 타고 올라오는 상구와 마주치는 류환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타이어에 펑크가 날 정도
이발소 길가에서 화분의 꽃을 자르이 펑-소리에 놀라는 박씨
19 강남의 대형 빌딩 앞 [낮]
택시에서 내리는 해랑 빌딩 안으로 들어간
류환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편지 몇 개를 집어든 음 헬멧을 쓴 채로 쫓아간
사방의 지형을 파악하고 탈출구들을 살피며 건물로 들어가는 류환
로비벽에 붙어 있는 입주한 업체들의 목록을 스캔하듯 한눈에 훑는 류환
그 중에서 13층에 입주한 ‘대북방송협회’가 눈에 띈
해랑 따라 엘리베이터 타는 류환 사람도 많고 헬멧 쓰고 있어 눈치 못 채는 해랑
6층에서 문이 열리더니 체부 한 명이 탄 눈이 휘둥그레지는 류환
른 지역의 체부 복장을 입은 류환을 이상하게 보는 체부1
체부1 저기왜 여기
당황한 류환 힐끔 보니 해랑은 이어폰을 꽂고 있어 못 듣는 것 같
류환 ‘쉿!’하라는 포즈를 취하며 엘리베이터 문에 붙어있는
‘MC 엔터테인먼트 <인조 락밴드 모집 오디션> 13층’ 이라 쓰인 포스터를 가리킨
체부1 (아주 작게) 아하 화이팅!
안도하는 류환 드디어 13층에 도착하고 해랑이 내린 음에 따라 내린
그런데 해랑은 대북방송협회가 아니라 오디션장으로 향한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류환
20 달동네 놀이터 [낮]
웅이 형제 입이 딱 벌어진
그네에 류환의 녹색 추리닝을 입은 상구의 뒷모습을 봤기 때문이
살금살금 가가 “똥구야 왜 돼지가 됐냐?”면서 돌멩이를 던진
돌아보는 상구의 눈빛은 평소와 달리 진짜 무섭 식겁하고 도망치는 웅이형제
21 오디션장 [낮]
엄청난 속주기타를 치는 긴 머리 남자 점프하고 란한 제스처를 보여주는 여자
피어싱 투성이 스킨헤드는 기타를 물어뜯으며 괴기스럽게 친
각각의 지원자들을 멀뚱히 보던 해랑이 무대에 오른
무게를 잡더니 한 음씩 치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라솔파미레도’ 이
해랑 이것만 알면 모든 음을 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는 까딱 인사하고 내려가는 해랑
심사위원들과 후보들 잠깐 얼어붙었이 “뭐야?” “미친놈 아냐!” “또라이 새끼”라며 수군댄
객석 구석에서 류환도 몰래 보고 있이 어이없는 듯 피식 웃는
22 달동네 놀이터 [황혼]
미끄럼틀 계단에 앉아 고개 숙이고 있는 해랑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류환
해랑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붙어서 롹커로 위장하라는 거이 당의 지시야
류환 나보단 낫구나야
해랑 오디션쯤이야 껌이라 생각해써 긴데 남조선 앗새끼덜 아거
류환 붙으면 되지! 이 누구야? 무슨 일이든 해내는 공화국 전사 아닌가!
해랑 기래 손꾸락에 피나도록 연습하면 되갔지?
내래 남조선 앗새끼덜에게 진정한 인민의 롹을 보여주갔어!!
일어서서 기타를 연주하는 해랑 엉터리 연주가 흘러나온
앰프서 나오는 심한 잡음을 도저히 못 들어주겠는지 류환이 슬그머니 잭을 뺀
해랑이 인상구기며 쳐보자 헤헤- 바보 같은 웃음을 보이며 미끄럼틀을 내려간
얼른 일어나 도망가려 멈칫하는 류환 고무줄이 터져 바지가 내려가 있
23 류환의 옥탑방 [밤]
추리닝 바지의 고무줄을 갈아 끼고 뜯어진 곳을 꿰맨 류환 편지를 쓴
‘어머니께 어머니 건강히 잘 계시나요 저는 이곳에서 임무수행 잘하고 있습니’
이때 누군가 급히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 급히 편지를 숨기는 류환
세웅(소리) (문을 두드리며) 똥구야! 똥구야! 똥구~야아~ 나야 나!
류환 (혼잣말로) 밤엔 좀 쉬자 나도 새살이 돋아야 버틸 수 있단 말이
세웅(소리) 안 일어나면 죽는 너!
류환 마지못해 방문을 연 공포에 질린 세웅의 얼굴이 보인
세웅 이 바보야 내가 부르면 빨랑 나와야지 너 빨랑 형아 좀 찾아봐
류환 형아?
세웅 형아가 새벽에 오줌 누러 나가서 아직도 안 들어왔단 말이야
류환 (머리 긁으며) 잘 됐네 헤헤
세웅 (주먹을 날리며 는) 바보야 그건 잘 된 게 아니지 왜 이렇게 머리가 나뻐?
류환 (NA) 너까지 없어져야 진짜 잘 된 거지
세웅 아빠 돌아가고 한 번도 떨어져 본 적 없는데아빠처럼 이제 형아 못 보면 어떡해
류환
세웅 동구야 형아 좀 찾아줘 너는 머리는 돌이지만 나보 키가 커서 더 멀리 볼 수 있고 리가 길어서 달리기도 빠르잖아
류환이 갸뚱하며 문을 닫으려하자 세웅 호주머니에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세웅 (천하장사 소시지 내밀며) 이거 반주께
(류환이 물끄러미 보자) 아니 전부 줄게
2 치웅이네 집 담벼락 앞 [밤]
랜턴으로 녹색 쪽문 옆 벽을 비춰보는 류환
세웅 바보야! 집에 왜? 형아 없니까!
치웅이 남겨놓은 오줌자국을 살피는 류환 오줌자국에 손을 대보는 류환
류환 (작은 소리로) 30분 안 넘었군
(손끝에 살짝 찍어 맛도 보더니) 소아당뇨? 군것질 좀 줄여야 겠
딱딱한 흙바닥을 손으로 훑으며 살피던 류환 급히 랜턴을 비춰본
류환 (중얼중얼) 실랑이한 발자국이 없는 걸로 봐서 완전 프로 솜데
지붕 위로 뛰어올라 사위를 살피는 류환
세웅 거기 언제 올라갔어??
류환 여기가 잘 보인~ 헤헤~
세웅 잘 찾아봐!!
지붕 위에서 달동네를 내려보는 류환
치웅모(소리) 웅아! 치웅아~ 치웅아 웅아어딨니? 얼른 돌아와
류환 소리 나는 쪽으로 내려보면 달동네의 골목길
25 달동네 골목길 [밤]
치웅모 치웅아 어딨니? 웅아!(주저앉으며) 치웅이 좀 돌려보내주세요! 제발요
순임(소리) 어디 엄마란 사람이 자식 찾 쓰러지나 어여 썩 못 일어나
그때 치웅 엄마 얼굴로 밝은 불빛 하나가 들어온 웅성웅성 마을 사람들도 모여 든
란 (귀찮은 듯) 피부미인은 잠을 잘 자야 되는데
빨리 경찰에 신고하는 게 안 나아요?
두석 경찰 앞에 두고 경찰에 신고한니요? 듣는 경찰 섭섭합니
제가 이 작은 마을 하나 책임 못질 거 같습니까? 이시간부로 걱정은 수갑 채십시오
맨 앞줄에서 진두지휘하는 두석 마을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더 나서는 두석
두석 자자! 제가 판단했을 때는요 범인이 멀리 가지 못했은 겁니
지금부터 2인 1조가 돼서 토끼몰이 식으로 찾는 겁니 란이씨는저!
란 (말 끊으며) 홀수니까 저는 혼자 찾아볼게요
두석 위험그럼 유란씨가
유란 전 제 동생하고 찾아볼게요
유준 (유란이 끌고 가자) 아씨 귀찮어
이 자식! 나오면 디졌어!
유란 하지 마! 그러 겁먹고 안 나오면 어떡해?
유준 (싸가지 없게) 너는 니 얼굴 걱정이나 해
두석 치웅 엄마를 일으켜 가고 있는 순임을 보며 남은 사람은 고영감 뿐임을 확인한
의욕 없이 몇 걸음 앞서 가던 두석 멈칫! 한
두석 방금 무슨 소리 안 들렸어요?
고영감 (수줍은) 들렸어?
두석 (신나서) 네!
고영감 저녁에 보리밥을 먹고 잤더니 (배를 만지며) 속이 안 좋네
두석 (코를 쥐어 막으며) 치웅아! 이놈아!!
- cut to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이 있는 란
란 (귀찮아하며) 이 꼬맹이 어딜 간 거야!
스마트폰을 켜서 바탕화면을 물끄러미 보 핸드폰 후레쉬를 켜고 시 찾기 시작한
26 치웅이네 집 지붕 [밤]
마을 골목 곳곳에 후레쉬 불빛들을 비추며 치웅이를 찾는 사람들을 보는 류환
바닥에 떨어진 꽃잎 하나를 발견한 이때 “팡!” 소리 난
- 플래시 백
자전거 타고 해랑이 쫒 이발소 앞에서 펑크가 날 때
이발사 박씨가 화분의 꽃들을 꽃꽂이 가위로 자르 놀라는 모습 떠오른
류환 (NA) 연변에서 와서 그렇게 안 봤는데! 감히 내 공작구역에서
털 끝 하나 상했간 당신은 죽어!! 그 꼬맹인 내가 조진
세웅이가 신경 쓰이는 류환 돌멩이 하나를 들어 담 안쪽에 던진
집 안쪽에서 쿠당탕-소리가 나자 깜짝 놀라는 세웅
류환 어치웅이 안에 있나봐!
세웅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혀형아!!
지붕 위를 뛰어넘으며 달리는 류환 마을 사람들 눈에 띨 뻔하자 멈칫하며
류환 이크! 정체를 들키면 안 되지
옥상에 널려져 있던 빨래들을 쉭! 쉭! 낚아채며 시 질주하는 류환
류환이 달리는 뒤로 내려보이는 한밤중의 수색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장관이
27 이발소 [밤]
류환이 달려와 이발소 안으로 들어가려 멈칫하고 보면
치웅의 손을 잡은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이발소 박씨가 보인
박씨 여기까지 따라오면 오쩌냐? 엄마 걱정하이까 얼릉 드가라
치웅 그럼 그 과자 주세요 저번에도 왔이 그냥 갔잖아요
박씨 어? 아! 미안이거 줄테이까니 빨리 드가라 대신 아저씨 만난 건 비밀이
치웅 왜 비밀로 해야 되요?
박씨 이 아자씨 처지로는 지금 모 말하기가 그래
치웅 처지가 뭐에요?
박씨 처지?
류환 (창문 밖에서 보며 NA) 정말 말 못할 처지에 있는 사람도 있는데
박씨 아자씨가 여기 사장되믄그때아무튼 약속! (새끼손가락을 걸며) 남성끼린 거저 기밀이 있어야 돼
이때 멀리서 들리는 “변태!!”소리
류환이 보면 저 멀리서 두석이가 달려오고 있
류환 반대쪽으로 달아나려고 하는데 그쪽에선 유준이와 유란이가 가오고 있
유준 꼼짝 마라!
유란 엄마야!! 저거 내 속옷인데!
류환 어?
그제 서야 제대로 보이는 류환의 모습
터질 듯 꽉 끼는 호피 무늬 스판 에어로빅 반바지에 앙증맞은 브래지어를 차고 있고
머리엔 급히 눈 코 입만 겨 뚫은 검은 봉리를 쓰고 있
유준 유란과 두석 고영감이 포위망을 점점 좁혀오자 점프하여 지붕 타고 사라지는 류환
소란이 일자 박씨가 치웅이를 데리고 밖으로 온
유준 어!! 치웅이 치웅아?!!
두석 (박씨와 치웅이 손잡은 모습 보며) 아저씨가 저 변태새끼로부터 치웅일 구한 거죠?
박씨 어?
유란 (가가 볼을 만지며) 치웅아 괜찮아?
(눈을 가리며) 오늘 본 건 잊어버려!
치웅 어알았어기밀로 할게
유란 기밀? (어리둥절)
두석 웅이 어머니!! 박씨 아저씨가 치웅이를 구했대요!!
치웅모 (맨발로 달려와 안아주며) 치웅아!! 괜찮아
(박씨에게) 감사합니 정말 감사합니 빨리 아저씨한테 감사합니 해
박씨 (난처해하며) 그그기 아인데
치웅 (박씨에게 새끼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감사합니
세웅(소리) 형아!!!!
세웅이가 울며 달려온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려는 찰나
란 갑자기 나타나 치웅이를 끌어안으며
란 일루와 이놈! 너 한번만 더 없어지면 이모가 혼낼 줄 알어! 알았어?
그치만 오늘은 돌아왔으니 뽀뽀해줄게! (쪽!쪽!쪽!)
두석 (부러운) 나도 유괴당하고 싶도 (사람들이 보자) 하하하 제가 서장님한테 박씨 아저씨를 용감한 시민 상 후보로 추천해드릴게요 같이 박수!!
혼자 박수치는 두석 같이 서로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한밤중의 소동은 끝이 난
류환이 도망치는 모습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해랑이도 멀리서 지켜보고 있
28 안가 마당 -> 거실 [낮]
검은 양복의 요원들이 마당과 옥상에서 경계를 펼치고 있는 안가로 차 한 대가 급히 들어간
수혁 (차문을 열어주며) 여기가 제일 안전한 곳입니
김희관 (얼굴을 툭 치며) 조선반도에 안전한 데가 어딨네? 하찮은 새끼들!
- 거실
국정원 국장이 아이패드로 어떤 남자의 사진을 심기가 불편한 김희관(남 50대)에게 보여준
국장 어제 새벽 선생님의 심복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습니
김희관 (찰칵 소리와 함께 사망사고 장 사진 보인)
국장 리무혁 대장이 움직이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혹시 짚이는 거 없으십니까?
김희관 (떨리는 손으로 물 컵을 들어올리며) 리무혁이 15년도 더 전에 만든 인민무력부 직속 비밀부대가 있이 들었네
국장 비밀 부대요?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십시오
김희관 당신들 굶어봤어?
국장 네에?
김희관 (유리창 쪽으로 가며) 내가 알려준들 당신들이 감당할 수 있갔어? 부족한 거 없이 자란 당신들이 옥수수 반 토막만 주면 뭐든지 하는 걔네들을 이길 수 있이 생각해?
29 석이 슈퍼 앞 [낮]
음료수 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류환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면 불안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상구가 보인
류환 (주위를 살피며) 정기 접선일은 내일 아닌가요?
상구 내일은내래 못 올 거 같아서
류환 ?
상구 당에서 명령이 왔어 그만 임무 정지하고 올라오래
류환 (화색) 정말 잘 됐네요 귀향하니 식구들도 볼 수 있구
올라가실 때 저희 어머니한테 쓴 편지 좀 전해 주세요
상구 어? 그럴게(미적미적 하가) 저기 말이지 나도 부탁이 있는데
류환 뭐든지요
상구 자네총 있지? 기거 한정만 좀 주라
류환 !!!
30 류환의 옥탑방 안 / 옥상 / 안가 교차 [낮]
- 옥상
저격용 총을 조립하는 손 (옥탑방을 노리고 있는 건지 안가를 노리는 건지 알 수 없)
- 류환의 옥탑방 안
상구 류환 동무 제발 한 번만
류환 무슨 일인지 알기 전엔 안 됩니
상구 (고개 숙이며) 사실은 식구들이
공화국을 빠져나오 잡혔어 중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류환 동무 지금 공화국을 배신하려고 했단 말입니까?
상구 (사무치는 듯 가슴을 치며) 내래 여기 이리 오래 있을 줄은 몰랐디
오마니 돌아가신 것도 1년 지나 겨 알게 되고
제일 힘든 게 뭔지 아네? 몇 년 전부턴 아무리 해도 식구들 얼굴이 생각나질 않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사진이라도 닳지 않게 아껴 볼 것을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내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보는 상구 사진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
상구 (머리 조아리며) 좀 도와 달라 남조선 높은 아새끼 몇 명은 죽이고 같이 죽어야 식구들이 살 가능성이 있디 않갔네?
- 옥상
4 거 케이스를 뜯자 탄알 3발이 나온 나침반이 붙어있는 시계를 보는 해진
- 류환의 옥탑방
류환 말없이 일어나 벽의 비밀공간을 열자 권총 3개가 가지런히 있
상구 고맙네 류환 동무
상구 가와 권총 한 자루를 꺼내 드는데
류환 서상구 소위! 깨끗하게 자결하라
상구 (류환 보며) 동무?!
류환 어설프게 사고치는 것 보 그 편이 식구들이 살 가능성이 높지 않캇소?
권총을 쥔 상구의 손이 덜덜 떨린 천천히 입을 벌려 총부리를 겨누는 상구
식은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 얼굴로 권총을 입에 넣은 채 잠시 망설인
결심한 듯 방아쇠를 당기는데
“탕!”
- 안가
“퍽!”
소리와 함께 창문에 총알이 박힌 놀라 움찔하는 김희관
곧바로 또 한 발이 날아와 금이 간 창문을 통과해 피하던 김희관의 심장을 뚫는
수혁(30대)과 요원들이 거실로 뛰어 들어간
수혁 김희관을 몸으로 막으며 창가로 가가 “10시 방향 건물 옥상”을 외친
- 옥상
창가에 이 선 수혁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해진
- 류환의 옥탑방
계속 방아쇠를 당기는 상구 그러나 안에는 총알이 없
류환 작전 중도 아닌데 탄이 들어 있을 것 같소?
동무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그냥 남조선의 나약한 아저씨일 뿐이오!
상구 (발끈하여 달려들며) 처자식도 없는 동무가 뭘 안이 그카네!!
몇 번의 동작만으로 상구를 벽으로 몰아 목을 조르는 류환 괴로워하는 상구
류환 자알 들으라 서소위 동무!! 죽는 순간까지 공화국에 충성하라!
위험한 일은 피하고 악착 같이 살아서 돌아가라!
만약 식구들이 살아 있면언젠가 시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오!
심지어 그곳이 수용소라 하더라도
상구 (눈물을 흘리며) 류환 동무
류환 (시 순한 얼굴로 돌아와서) 험한 꼴 그만 보이고
용맹한 공화국의 전사로 돌아오시죠 아저씨!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상구 그제야 천천히 상구를 놓아주는 류환
- 옥상 / 계단 교차
- 총을 분해해 케이스 안에 넣는 검은 옷의 해진
- 계단을 올라오는 국정원 요원들
- 가방의 지퍼를 잠그는 해진
- 요원들 옥상 문을 박차고 나가면 해진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돌리고 있는데 손가락에는 안전핀 두 개가 돌고 있
- 놀란 요원들 급히 계단 쪽으로 피한 속았음을 느끼고 시 옥상으로 나가보면 안전핀 빠진 소화기 두 대만 덩그러니 남아있 발로 손잡이를 밟아서 소화기를 쏴버리는 화난 요원
31 안가 거실 [낮]
김희관의 시체를 보고 있는 국장 방탄유리를 확인하고 가오는 수혁에게
국장 도대체 어떻게 뚫은 거야!
수혁도 팔에 총알이 스쳤는지 옷이 찢어져 있 유난히 굵고 긴 탄알을 내보이며
수혁 대물저격용 바렛 총을 썼습니
국장 방탄을 어떻게 뚫었냐가 아니라 이 집을 어떻게 뚫었냐고 임마!
김희관이 이쪽으로 옮긴지 10분도 안됐어 을 손바닥 보듯 보고 있은 거 아냐! 오늘 작전에 대해 누구까지 알고 있어?
수혁 저희 팀 단독 임무입니
국장 뭐! 싸그리 조사해봐!
수혁 (즉시 대답 않고) 국장님!! 김희관이 당했이 성옥주도 위험한 것 아닙니까!?
국장 (아차하며 신경질적으로) 당장성옥주 경호팀에 연락해!
32 석이 슈퍼 앞 [저녁]
가게 보는 무거운 표정의 류환 기타매고 류환 앞을 지나가는 해랑
류환 또?
해랑 (오디션 접수증을 보이며) 앙근!
두석(소리) 늦었니까! 오늘 야근이라고 했잖아!
순임 (따라 나오며) 그래도 한 술 뜨고 가! 니 좋아하는 북어국 끓였는데
두석 아 됐니까!
허둥지둥 뛰어나오는 두석 물티슈가 건조대에 가지런히 널린 것을 보며
두석 물티슈 좀 빨아 쓰지 마
순임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야 이놈아
쓸 수 있는데도 버려지는 게 아까운거지
두석 또 저 소리!
(류환에게 불똥) 아씨새꺄! 깨웠어야지!
류환 헤헤 미안
순임 콜록-콜록- 에혀- 썩을 놈 나랏일도 중하지만 끼닐 걸러?
두석 (달려가며 건성으로) 또 또 기침한! 내가 병원 가보랬지?
순임 월급 한 번 안 갖 주는 놈이 입만 살아갖구선
동구야 그만하고 들어와서 밥 묵어라
류환 네 헤헤~
33 순임의 방 안 [저녁]
손으로는 북어국을 퍼 담고 있지만 시선은 밥 푸는 순임에게 가 있는 류환
순임 밥도 고슬고슬 잘 됐고만 쯧 썩을 놈 근디 동구야!
류환 네~?
순임 (밥을 건네며) 니 북어를 그리 좋아했나? 넘치겄
북어 건더기로 가득한 넘치기 일보직전인 국 그릇 그리고 엄청난 양의 밥그릇
3 류환의 옥탑방 [밤]
바닥에 쭈그려 앉아 편지를 쓰고 있는 류환
“오마니 건강하시지요?
만약 나도 오마니와 같이 살믄 아주머니와 두석이처럼 지내구 있을까요?
매일 티격태격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이 전 부럽습니
저도 돌아가믄 오마니께 어리광 좀 부리고 그래도 이해해주시라요”
자기가 쓰고도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류환 어느새 두 장을 채워 편지봉투에 잘 접어 넣고
옆에 있는 어머니 사진을 집어 든 사진 귀퉁이가 어느새 해져있
투명 지퍼백을 꺼내 사진을 담아 봉하는 섬세한 손길
장판을 들쳐 그간 차곡차곡 쌓인 편지들 위에 사진을 올려놓는
그때-
순간 불이 꺼지며 사방이 어둠에 휩싸인
어둠 속에서 표정이 싸늘해지는 류환
류환 지금 누구 머리에 총구녕 대고 있는지 알간?
스윽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그림자 해진(남 10대 후반)이
류환의 관자놀이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해진
류환 고개를 돌려 총부리를 미간에 갖 대며 어둠 속 해진을 노려본
류환의 시선으로 보이는 손목시계 나침반이 붙어 있는 시계
류환 위에서 온 거가? 소속 대라
해진 동무는 남파임무에 아무런 실수가 없이 생각하시오?
류환 한 번 더 기회를 주갔어 소속을 대라
그 말에 살짝 긴장하는 해진 둘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류환 당기면 동무는 죽어
순임(소리) 동구야~ 동구 자나?
순간 멈칫하는 류환 그런 류환의 반응을 살피는 해진
순임(소리) 낼 아침에 물건 일찍 온니께 퍼뜩 일나야한~ 자나~?
자는 갑네썩을 놈 콜록~ 에고고
해진 오성조 제3조장 원류환 저 남조선 애미네 걱정이라도 하는 거요?
류환 내가 왜 저따위 늙은 애미네를 걱정하나?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류환 순임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시 해진에게 집중한
시선을 류환에게 두고 총을 겨눈 채 천천히 뒷걸음질하며 움직이는 해진
해진 공화국의 명예가 걸려 있소 동무의 존재를 잊지 마시오 조장 동무
해진 문을 열고 재빨리 사라진 뒤쫓는 류환
35 달동네 집들의 옥상 위 [밤]
평평한 곳을 골라 디디며 능숙하게 옥상과 지붕을 타고 넘는 해진
그런 해진을 필사적으로 뒤쫓던 류환 기뚱 뒤쪽으로 몸이 기울며 균형을 잃고 만
비틀거리며 휘청거리이 간신히 중심을 잡는 류환
류환 간나새끼 뭐가 저리 날래네?
류환 저만치 멀어진 해진을 바라보고 있는데
란 야~ 동구!! 너 뭐야~!
지붕 아래서 류환을 올려보고 있는 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린
란 방금 뭐가 휙 지나간 거 같은데! 뭐지? (하며 해진이 쪽을 보려하자)
류환 (내려와 시선을 막으며) 아아닌 거 같은데
란 너 잘 만났 나 따라와~!!
36 상구의 아파트 안 / 엘리베이터 안 [밤]
- 상구의 아파트 안
TV화면-예술을 통해 북한의 인권실을 알리겠며 자선공연을 진행하던 성옥주가 연주회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켰이 말하는 아나운서
“연주하 갑자기 쓰러졌어요”라고 말하는 모자이크 처리된 관람객의 인터뷰가 나온
정확한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지만 독살에 무게를 두고 있이 하는 기자
눈물을 흘리며 뉴스를 보고 있는 상구 주변엔 소주병도 보인
- 엘리베이터 안
올라가기 시작하는 엘리베이터 불빛 1층 2층 3층
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해진 보인 엘리베이터 양 벽면 거울에 반복되어 비치는 해진
37 달동네 놀이터 [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캔 맥주를 들고 있는 란과 류환
류환은 방금 전 찾아온 의문의 공작원 때문에 이따금 주변을 살피고 있고
란은 많이 취해서 혀가 꼬부라져 있
란 마시라니깐~!!
류환 난술 못 마시는데 많이 마셨어?
란 완전 꽐라 됐어 오늘 기획사에서 드디어 내 음반을 내주기로 했거든
류환 정말?!
란 근데5천 만 원을 가지고 오랜
동구야!내 노래 한번 들어볼래? 나한테 꼭 그런 돈이 있어야 하는지 봐줘
노래를 부르는 란술이 취해서 그런지 혀가 꼬부라져 진짜 들어주기 힘들
란 노래를 부르고는 기대된은 눈빛으로 류환을 본
류환 5천만 원 꼭 구해
란 그렇지? (시무룩해지는) 돈 걱정 좀 안 하고 살아봤으면 좋겠
나는 세상에서 돈이 제일 무서워 동구 넌?
류환 나? 웅이 형제
란 아니그런 거 말고 진짜 걱정이나 두려운 거 없어?동구는 바보라서 걱정도 고민도 하나도 없나 부 애써 괜찮은 척 할 필요도 없고
에이 좋! 술도 취했겠 지금부터 비밀 교환타임
류환 ??
란 내 이름은란! 사실 본명은 허점란! 방년 25세!
나름 뼈대 있는 집안 출신이야 딩동뎅~ 부모님 두 분 모두 교육자!
류환 ?
란 그리고 나는 (한손을 번쩍 들며) 나 허점란은!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
류환 !! (란을 시 보는)
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그런데 7년 동안 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이 못 만나게 하거든요~ 헤헤
류환
란 어지럽! 자 이제 동구 니 차례!
중얼중얼 대 류환의 어깨에 기대어 바로 잠드는 란 손에 쥐고 있던 전화기를 떨어뜨린
란의 전화기를 주워 바탕화면을 보는 류환 (어떤 화면인지는 보이지 않음)
류환 전화기를 넣어주고 달을 쳐보며
류환 나방동구
아니 원류환2세나는간첩입니
38 상구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밤]
시 3층2층1층 멈춰서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밖으로 나오는 해진 피가 튄 얼굴
39 고영감네 하숙집 대문 앞 [밤]
낑낑대며 란을 업고 오는 류환 하숙집 대문 앞에서 기타연습 하고 있는 해랑을 본
해랑 어이쿠~야~ 떡실신 됐구만! 바본척 하면서 할 건 하나봐?
류환 (란을 내리며) 하긴 뭘 해? 왜 시끄럽게 밤에 기타 연습이네?
해랑 야! (억지로 란을 받으며) 내가 지금 딴 사람 생각하게 됐네?
이때 갑자기 좀비처럼 스윽~ 몸을 일으켜 세은 란 당황하는 둘
순간 ‘복어 입’이 되는 란 불길한 예감이 든 해랑 그러나 이미 늦었
왜엑하고 해랑의 몸에 들이붓는 란의 토사물 피하며 웃는 류환
- cut to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해랑 대문 앞 청소를 마무리하는 류환
류환 근데 너한텐 누구 안 왔냐?
해랑 감시하러 보냈구만 윗대가리들은 원래 릴 안 믿어
고향 떠난 연어가 불안한 거지
류환 연어?
해랑 모르네? 윗대가리들은 말이야 을 ‘연어’라고 불러 고향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연어처럼 큰일을 하고 돌아오라는 뜻이라나 뭐라나
류환 재밌구만
해랑 기케 생각해? 하긴 목숨을 걸고 물길 거슬러 가는 거이 비슷하긴 하디
류환 비도 오는데 들어가 자라 난 간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진
해랑 원소좌 동무!
류환 ?
해랑 기거 알아? 연어는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서 산란을 마치믄
류환 ?
해랑 죽어
류환
해랑 이제 알가서? 왜 릴 기케 부르는지
말없이 마주 보는 두 사람 빗방울이 굵어진
류환 동무 들 그 정도 각오는 돼있는 거 아닌가?
난 당에서 오마니만 잘 살펴 준이 목숨 따윈 얼마든지 내놓갔어
멀어지는 류환을 바라보는 해랑
해랑 (혼잣말로) 동무는 바로 그게 문제야
0 마을 길 -> 류환의 옥탑방 옥상 [밤]
생각에 잠긴 채 비를 맞으며 마을길을 걷는 류환
옥상에 올라와 평상에 누워 두 팔 벌려 비를 맞는
류환 어머니어마니오마니오마니
류환(6세소리) (6세 정도의 소리로) 오마니! 뭘 기케 봐!
류환모(소리) 아들은 어트케 똥까지 이케 곱네?
류환(6세소리) 웩!
류환모(소리) (웃으며) 정말이야 야 긴데 류환아
너 탁아소서 자꾸 1등하문 안 돼
류환(6세소리) 왜요 오마니?
류환모(소리) 너무 잘하면 너 혁명전사로 뽑혀 가엄마랑 떨어지게 된
빗물에 섞여 나오려는 눈물을 이를 악물고 참으며
류환 죄송해요 오마니
1 음날 / 류환의 옥탑방 [아침]
아픈 류환에게 죽을 떠먹이는 순임
순임 아 그래 뭐한이 아침까정 비를 처 맞고 누워있어?
아무 걱정 말고 푹 쉬어 일 빠진 건 월급에서 까면 되니께
죽을 먹이 사래 걸리는 류환
2 국정원 원장실 안->문앞->안 [낮]
태블릿 피시가 연결된 프로젝터 화면 위에 띄워져 있는 김정은의 사진
정파별로 묶인 북한 권력부의 중요 인물들 사진과 관계도가 나타난
김희관 성옥주 등 죽은 사람들은 X표시가 되어있 전부 리무혁 라인이
수혁 이상 결론적으로 김정은에 대한 당과 군의 충성 경쟁 속에서 입지가 좁아진 리무혁이 56을 통해 직접 암살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됩니
원장 56?
수혁 김정일과 리무혁이 만든 특수 공작 비밀부대입니
국장 김정일 사후 리무혁은 아직 그 존재를 김정은에게 보고하지 않아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 재 서수혁 팀장 주도하에 56 전담팀을 구성했습니
원장 알겠네 국장은 잠깐 남고
수혁 네 알겠습니
원장 (수혁 나가자) 김정은은 남북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어
원장실 문 앞
원장실 문을 닫이 서류를 떨어뜨리는 수혁 줍이 문틈으로 대화를 엿듣게 된
원장(소리) 나쁘지 않게 흘러가고 있으니 일단 쪽만 안 치게 해 손안대고 코풀 수도 있잖아
국장(소리) 알겠습니 원장님 더 유리한 카드로 쓰실 수 있게 만들어 놓겠습니
대화내용에 살짝 인상이 구겨지는 수혁 비서가 쳐보자 더 머무르지 못하고 간
3 달동네 골목길 -> 석이 슈퍼 앞 [낮]
달동네의 곳곳을 자전거로 배달 니는 류환 모든 사람들에 꼬박꼬박 인사를 한
그러나 사람들이 쳐보지 않을 땐 날카롭게 주변을 살핀 석이 슈퍼로 돌아오는데
유준(소리) 똥꾸야! 너 이 시끼! 아프며!
류환 돌아보자 유준 옆에는 교복을 입은 누군가 서 있 해진이
놀라는 류환 해진도 물끄러미 바라보 시선을 떨어뜨린
유준 아프면 안 되지 임마! 니가 아프면 내가 누굴 때리냐? 그치?
참 첨 만났으니까 둘이 인사해
(해진을 가리키며) 이놈은 새로 생긴 학교 꼬붕~
이놈은 똥구라고 동네 똘마니야!
꼬붕과 똘마니 인사! 실시!
해진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아 안녕하세요
류환 (얼떨결에) 아안녕?
유준 하하!! 먹고 싶은 거 골라 꼬붕된 기념으로 내가 쏜~!!
류환의 시선으로 보이는 해진의 손목시계 나침반이 붙어 있는 시계
이때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 그러나 지나가는 체부는 상구가 아니라 딴 사람이!
류환 아저씨
가게 안에서 과자를 고르며 체부에게 가가 대화하는 류환을 몰래 바라보는 해진
체부와 대화를 끝내고 해진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류환
달동네 골목길 [밤]
헤드폰을 귀에 꽂은 채 걷고 있던 해진 멈춰 선
해진 (헤드폰을 빼며)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골목 끄트머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자 류환이
류환 니가 죽였냐?
해진 그 동무가 그리 중요합니까?
류환 질문에 답하라
해진 칼로 자결을 시도했습니 살려서 보내라는 명령이 있어서 무력으로 제압 했습니 지금쯤 위로 향하고 있을 테니 죽어도 위에서 죽겠죠
류환 대체 니 임무가 뭐냐?
해진 서상구 동무가 하던 역할은 이제 제가 합니
류환 뭐? 조원 주제에 니가?
해진 전 예전의 꼬마가 아닙니
부장(소리) 어허~ 데려 준이니 그러네~!!
류환 해진을 데리고 얼른 몸을 숨기며 돌아보면
유란이 웬 중년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며 걸어오고 있
부장 (유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미스 윤~사는 게 참 힘들지~ 응? 그치~?
유란 (차마 뿌리치진 못하고) 왜 이러세요 부장님
벽 뒤에 숨은 류환과 해진 앞을 지나쳐 가는 유란과 부장
류환이 들키지 않으려고 해진의 몸을 뒤에서 잡아당긴
류환과 몸이 밀착되자 해진은 내색은 못하지만 약간 당혹스러워한
부장 내가 동생 대학까지 책임져 줄 수 있니까!
유란 자꾸 이러시면 소리 지를 거예요!
껴안으려는 부장을 밀어내며 빠져나오는 유란 도망치려는데
부장 미스 윤! 회사 짤리고 싶어? 회사 짤리면 어디서 받아줄 거 같아!
도망치지 못하고 망설이는 유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류환
류환 가서 좀 도와줘라! 내 얼굴은 노출되면 안 돼
해진 제가 왜 알지도 못하는 남조선 앰나일 도와줘야 합니까?
혹시 저 앰나이 걱정하는 겁니까?
류환 그건저 애미나이를 위해서가 아니 저 애미나이가 유준이 놈 친누이
니가 그놈 제대로 이용하려면 먼저 가족과 신뢰를 쌓아둘 필요가 있는 기야
해진 (덤덤히) 저 놈 모가지 잘라서 갖 주면 됩니까?
류환 (놀라며) 아니! 오늘은 그냥 겁만 줘! 첨부터 그러면 부담스러워한
유준(소리) 누나 너 거기서 뭐하냐?
해진이 나서려는데 갑자기 나타난 유준 험악한 표정으로 유란과 부장 앞으로 나선
유준 추녀라서 이런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허 이런 씨발
부장 어허! 잘 모르나 본데 내 말 한마디면 네 누나 회사도 짤려! 알아?!
유준 (멱살을 잡으며) 잘라! 내가 벌어서 먹여 살리면 돼! 씨발!
부장 이이런 호로자식 이래서 부모 없는 것들은 안 돼
유준 잘 아네! 너는 니 부모가 얼마나 잘 가르쳐서 이렇게 훌륭한 치한이 됐냐?
주먹을 휘두르려는 유준을 말리며 끌고 가는 유란 그 틈을 타서 도망치는 부장
해진 저 앰나이 회사 잘리면 유준이 놈 이용하는데 문제 생기는 거 아닙니까?
부장이란 놈 조용히 산에 묻갔습니
류환 너 핸드폰 있지?
5 달동네 놀이터 [밤]
류환(소리) 자~ 찍습니! 정면 보시고~ 정면 안 보면 죽습니~!
밤하늘을 비추던 카메라 천천히 내려오면
코피를 줄줄 흘리며 정신 줄 놓은 표정으로 정면을 보고 있는 부장
브래지어와 호피 반바지 차림으로 미끄럼틀에 묶여 있
류환 (찰칵) 유란씨 자르면 이 사진들 전국에서 보게 될 겁니 아시겠죠?
부장 (멘붕 상태가 되어 고개를 끄덕인)
류환 (부장의 코피를 손가락에 묻혀서 각서에 지장을 찍으며)
자 각서에 지장도 찍었고 이제 동영상입니!
흔들어! 더! 격하게! 좋아~! 최대로!! 춤 춰!!
해진 조장 동무 예전부터 느꼈지만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요
류환 (물끄러미 쳐보는)
해진 왜요?
류환 넌 아직도 치약 먹고 니냐?
해진
- 회상
해진의 얼굴 어린 시절로 바뀌어 있 며칠 굶은 꼬질꼬질하고 꺼칠꺼칠한 부랑자
육중한 배낭을 메고 행군중인 류환에게
해진(어린시절) 군대 동무 제발먹을 것 좀 주시라요
류환 뒤를 돌아보고 주머니를 뒤져 치약을 던져준
해진(어린시절) (놀라며) ??
류환(어린시절) 상한 음식 먹을 때 찍어 먹어라 그래야 배탈 안 난
가던 길을 가는 류환 한참동안 류환을 보는 해진
행군하는 군인들이 르르 몰려오고 이리 저리 치이 넘어지는 해진
혼자 남게 된 해진이 일어나 류환을 쫓아간
해진(소리) 남조선 치약은 독해서 조금밖에 안 먹습니
- 재
해진 많이 먹으면 코에서 바람 나오고
류환 너 여기 와서 목욕탕 안 가봤지?
해진 (얼굴 빨개지며) 네?
류환 얼른 녀와라 들짐승 냄새난
해진 (서운한)
류환 거기 치약 맛이 젤 비슷하더라
해진이 귀여운 듯 엷게 웃는 류환의 모습에 사무쳤던 감정을 억누르는 해진
둘이 대화에 빠져 있는 동안 춤추이 거품 물고 쓰러지는 부장 놀라는 두 사람
6 류환의 옥탑방 옥상 [낮]
땀에 젖은 얼굴로 헉헉대며 뭔가를 밟고 있는 해진의 얼굴
류환 야 됐니까 내가 한구!
해진 안 됩니 조장께서 이런 일 하는 거 볼 수 없습니
고무 라에 담긴 빨래를 밟고 있는 해진
해진 아무리 임무라지만 이건 좀 아닌 거 같습니
늙은 애미네 아무래도 제가 조용히 처리하갔습니
류환 아 새끼! 니 임무나 잘하라 수명 얼마 남지도 않은 할마이 놔두고
해랑(소리) 이래서 어린놈은 임무를 주면 안 되는 긴데! 기어이 억지 부려 내려왔구만
화면 넓어지면 난간에 걸터앉은 해랑 기타연습을 하고 있
해진 억지 안 부렸습니 오성조장으로 내려온 겁니
류환 뭐? 저놈 뭐라는 거야? 열여덟 살짜리가 조장?
해진 (갑자기 고무호스로 자신의 몸에 물을 뿌리며) 날로 먹은 거 아닙니
해진 흰 셔츠가 몸에 달라붙어 가슴 등 팔에 온통 칼자국과 흉터가 드러난
류환 고개를 휙 돌려 해랑을 쳐보면
해랑 왜! 날 봐? 난 제대로 했어! 저 몸으로 버텨서 1등한 놈이 미친 거지!
류환 (이상한 낌새에) 그럼 이 지역에 조장급만 세 명? 드디어 곧 시작인가?
하긴 지난 2년간 아무 임무도 없던 게 이상한거지
해진 (이불 꺼내며) 기 수행 작전 포함 남조선에서의 모든 작전은 중지입니
류환 무슨 소리야?!
해진 지금 위에선 반동분자 색출이 한창이라 들었습니
류환
해랑 모든 일이 정리될 때까지 서로 감시하며 알아서 살아남아 있으면 때가 온 이거디 긴데 어케 보면 한텐 휴가야 휴가! 나쁘디 않은 기야 이거
해진 (해랑에게 이불을 내밀며) 놀 생각 그만하고 잡으시죠 조장동지
해랑 니네 조장은 쉬게 하고 이 조장은 일하란 거네?
이런 띠팔! 완이 내려 왔쑤야 됐는데!
해랑이 거부하자 류환이 이불 한쪽을 받아서 해진과 꽈배기처럼 돌려 짠
이때 “당탕!” “와장창!” 밑에서 무언가 넘어지고 깨지는 소리 들린
7 석이 슈퍼 앞 [낮]
내려보면 술병들이 깨져 있고 깍두기 머리의 덩치와 실랑이를 벌이는 순임이 보인
덩치 소주 맥주 쪽에서 대주겠는디 뭐가 그리 문제요~
순임 나가 개뿔도 없을 때 공짜로 물건 대줘서 30년간 먹고 살게 해준 사람이 있이 몇 번을 얘기허냐! 이 썩을 놈아!
덩치 아래 큰길 슈퍼는 3대째 그 집 물건 받 집으로 바꿨니까~!! 노인네가 귀구멍에 전봇대를 박았나?
순임 남산타워를 박았 이놈아! 세상천지 변해도 난 못 한 이놈아
류환 저 네모반듯한 새끼! 내가 고생해서 쌓아 둔 걸!
류환이 내려가려하자 해진이 류환의 뒤를 따른
해진이 내려오려는 걸 손짓으로 막고 계단을 굴러 내려가는 류환
그 모습에 놀란 표정으로 해랑을 보는 해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해랑
류환이 굴러 내려오자 황당한 표정을 짓는 덩치
류환 (비틀거리며 가가 허리를 껴안으며) 이씨~ 형한테 일른!
두석이 형아 경찰이야~진짜야~ 그리고 깨진 거~밟으면 피나~! 아파~!
덩치 이 덜떨어진 얼란 누구여~~니 형이 짭새면 형은 껌새 이 씨방새야!
주먹으로 류환의 머리를 내리 찍는 덩치 바닥에 쓰러지는 류환
순임 아이구~ 동구야! 아니 사람은 왜 때려!
덩치 하여간 조선 놈들은 패야 말을 들어요
옥상 위에서 내려보던 해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욕을 하며 뛰어 내려가려는데
해랑 (잡으며) 보단 2년 더 이곳에 있었어 어케 대처하든 보단 정답이야
순임도 밀치는 덩치
류환 옆으로 넘어지는 순임이 유리에 닿지 않게 그 쪽으로 넘어져서 막아주는 류환
손을 살짝 베이는 류환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일어서려는데
순임 (주먹을 덥석 잡으며) 안 돼
류환 ?!!
순임 (눈을 보며) 가만있어
덩치 아줌씨! 음 주부터 물건 갖고 올 테니께 그리 아소!
염병~ 개코딱지만 한 구멍가게가 음청 빡빡시럽구만
8 석이 슈퍼 방 안 [밤]
방금 퇴근한 듯한 두석 구두를 벗 말고 순임을 돌아본
두석 아씨~진짜야? 날 바로 부르던가! 그러고 가 버리면 답도 없어!
순임 아 됐어넌 신경 쓸 거 없어콜록~ 콜록~!
두석 (걱정스레 순임 보며) 아! 아프면 병원 가라니까!
순임 아프긴 이눔아! 내 대신 맞은 동구 그놈이 아프지! 난 암시롱 안 혀!
두석 에이씨!
순임의 굽은 등을 바라보던 두석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
9 주유소 [밤]
평소와 달리 빨간색 추리닝에 비니 모자를 쓰고 있는 류환 주유하는 해진에 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