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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 누구나 쓸 수 있다>
오봉옥 (시인)
제10강 한국근현대문학사에서의 이야기시 흐름
▲ 이야기시의 정의
ㆍ이야기를 가지고 풀어가는 시로, 시인에 의해 주정화된 이야기.
ㆍ시인이 그 어떤 정서를 펼치기 위해 동원한 이야기. 따라서, 이야기시에는 흔히 객관적인 인물이 그려진다.
예) 대길이 아저씨는~
▲ 이야기시의 의의
ㆍ한국근현대문학사를 끌고 온 시의 형태.
ㆍ우리 민족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ㆍ우리 민족은 어두운 시대를 관통해왔다.
예)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습성 : 벗을 만나면 밤새 이야기를 나눔. 단편집보다는 장편 소설을 좋아함.(길면 길수록) 만화도 보통 20권을 상회.
∴ 우리 민족은 그만큼 호흡이 긴 민족
▲ 이야기적 요소는 한국 시가의 전통에 있어 핵심 사안
ㆍ원시사회에서 지어져 구비전승 되어 온 이야기 : '설화' = 한국 시가의 전통
ㆍ고대 삽입 가요인 「공무도하가」,「처용가」,「헌화가」,「서동요」등의 신라향가,
「쌍화점」,「만전춘」,「정읍가」등의 고려속요, 조선시대의 많은 사설시조 및 우리의 대표적 민요인「아리랑」도 이야기적 요소를 지니고 있음.
ㆍ시에 있어 ‘이야기’란? - 독자로 하여금 시적 상상력에 구체성을 부여해주는 요인
ㆍ'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는 것은? - 이야기속에 사람들의 마음이 스며 있기 때문
예문)
처용가
처용
동경 밝은 달에
밤드리 노닐다가
들어와 자리 보니
다리가 넷이어라
둘은 내 것이런만
둘은 뉘 것인고
본디 내 것이다만
빼앗긴 걸 어찌하릿고.
해설) ㆍ신라 헌강왕 때 처용(處容:?)이 지은 8구체 향가.
ㆍ〈삼국유사〉권2 처용랑 망해사(處容郞望海寺)조에 전함.
《 관련 설화 》
헌강왕이 개운포(開雲浦) 바닷가로 놀이를 나갔다 돌아가는 길에 물가에서 쉬고 있는데 동해 용왕이 조화를 부린다. 왕이 용을 위해 절을 지으라고 명하자 조화를 멈춘 용은 왕 앞에 나와 인사한다. 동해 용의 일곱 아들 중 1명이 왕을 따라 서울에 와 정사를 보좌했는데 그의 이름이 처용이었다.
왕은 그의 마음을 잡아두기 위해 미녀를 아내로 맺어주고 급간(級干) 벼슬을 내린다. 처용의 아내는 매우 아름다워 역신(疫神)이 사모했다. 역신은 사람으로 변해 처용이 없는 밤에 그의 아내를 찾아와 동침한다. 처용이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와보니 자기 아내의 잠자리에 다리가 네 개다. 이에 처용은 "이미 빼앗긴 걸 어찌하겠느냐"며 체념하고 만다. 그래서 그저〈처용가〉를 지어 부르며 춤을 추면서 그 자리를 물러나온다.
처용이 물러나자 역신은 모습을 드러내 무릎을 꿇고 "제가 공의 아내를 사모해 오늘 밤 범했습니다. 그런데도 공은 성난 기색을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감복했습니다. 맹세하건대 이후로는 공의 모습을 그린 화상만 보아도 그 문 안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결국 처용의 이러한 체념이 역신과의 대결에서 패배로 끝나게 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신의 마음을 감동시켜 승리하게 만든 것이다. 처용의 행동은 현실의 갈등 상황 속에서 일단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미덕(美德)과, 폭력 앞에 춤과 노래로 대처하는 여유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한국인의 심성과 지향가치를 알게 해주는 구절로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문간에 처용의 얼굴을 그려 붙여 사귀(邪鬼)를 물리치고 경복(慶福)을 맞아들였다고 한다.
▲ 이야기시의 전통은 세계 어느 곳이나 있다.
※ 독일의 현대 발라드(이야기시-자유로운 형식의 소서사시) : 오랜 전통을 지님.
ㆍ시사적 형식(당시 여러 세상일을 풍자한 것)의 재수용에서 비롯.
시사가요(길거리 시인들이 새로 일어난 불행한 사건, 범죄 등을 풍자적 노래형식으로 낭독), 벵켈장(장터 교자 위에 올라가 범죄나 사랑, 크나큰 자연재앙 등을 특이한 방식으로 낭독), 샹송(프랑스에서 전래, 범죄자의 불운한 환경, 연애, 또는 매우 소름끼치는 시사적 사건들), 송(일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대중적 유행가지만, 내용은 대개 시사적, 저항적)등
예문)
영아살해녀 마리 파라르에 대하여
브레히트
미성년자이며, 남 다른 특징도 없고, 곱사등이이자 고아인
마리 파라는 4월에 태어나서
스스로 말하듯이 지금까지 별 책잡힐 데 없이 살았는데,
이런 식으로 애를 살해하려 했다고 한다.
임신 2개월 째 되던 때에 이미
어떤 부인의 집 지하실에서
두 대의 주사로 애를 지우려고 했으며
그것은 자칭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뜻대로 되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대들, 그대들에게 간청하건 대, 노여워하지 마시라
모든 피조물들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니까.(1절)
....................................... 중략 ...........................................
마리 파라르는 4월에 태어났으며
미혼모로서, 선고를 받고
마이센의 감옥에서 죽었다. 그녀는
그대들에게 모든 피조물들의 나약함을 증거 하려 한다.
깨끗한 분만실에서 유복하게 태어나서,
그대들을 잉태한 그 품에 대해 축복을 보내는 그대들,
그대들은 버림받은 약자들을 저주해서는 안 될지라
왜냐하면 그녀의 죄가 무거웠지만, 그녀의 고통은 컸으니까.
그러므로, 그대들에게 간청하건대, 노여워하지 마시라
모든 피조물들은 모든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니까.(9절)
해설) 브레히트 : 독일 현대 발라드의 거장
《 작품 내용 》
ㆍ사건의 전개 - <살인의 배경- 살인- 재판과 처형>
ㆍ1절 - ‘마리 파라르’의 불행한 태생조건, 임신한 애를 지우려는 그녀의 첫 번째 시도
ㆍ2절~4절 - 고통을 감수하고 임신사실을 숨기면서 애를 지우려는 ‘마리’의 각고의 노력과 실패, 신(‘Marie’)에의 간구,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애를 낳아야겠다는 결심이 서기까지의 과정. 여기서 날로 악화되는 건강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마리’의 지친 일과는 더욱 사태의 심각성을 부추긴다.
ㆍ5절~7절 - 지친 일과가 끝난 어느 날 밤에 산고가 와서 ‘마리’가 애를 낳기까지의 고통스런 과정과 그 후의 심리적 변화를 상세하게 기술. 그녀는 처음에 자신의 방에서 출산을 하려다가 추위를 이기지 못해, 좀더 따뜻한 곳이라 생각되는 장소인 뒷간 Abort에 가서 애를 낳는다. 그러나 출산 직후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게 되며, 뒷간 역시도 눈(雪)이 새는 추운 곳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몸도 태어난 애를 보듬지 못할 정도로 거의 얼어붙은 상태에 놓인다.
ㆍ8절 - 간신히 자신을 수습해 낳은 애를 다시 자신의 방으로 옮긴다. 그러나 방으로 가는 도중에 갑자가 애가 울음을 터뜨리고, 그 울음소리에 당혹한 그녀는 그것이 멎을 때까지 주먹으로 애를 때린다. 방에서 아침이 밝자, 그녀는 애가 죽은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시체를 세탁실에 감춘다.
ㆍ9절 - ‘마리’의 태생조건을 한 번 더 환기시키면서, 그녀가 감옥에서 처형되었음을 알림.
ㆍ화자가 노리는 것 : 서사적 거리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것.
ㆍ이야기시에서 감정에의 호소 : 간접적인 기능일 뿐(이 시의 경우, 매 연 끝에서 화자가 자비를 간청하는 경우 - 독자에게 그의 정서적인 기분을 극복하는 계기를 부여)
ㆍ독자는 성급한 윤리적 분노를 삼가고 사회적인 배경을 분석해야 함.
ㆍ발라드는 청자의 감정을 활성화하고, 이야기시는 그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성의 통제하에, 즉 비판적 성찰에 맡기도록 요구.
▲ 이야기시의 흐름을 시대별로 분석하기
가. 백석
ㆍ고향에 대한 이야기, 유년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 고향을 떠난 유랑민의 의식을 보여주는 이야기 등을 주로 노래함.
ㆍ전기의 시가 이야기에 기대고 있다면, 후기의 시는 이야기와 정서적 토로가 곁들여짐.
ㆍ월북시인나, 정작 일제시대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시는 전무함.(어두운 현실 앞에서 절망감을 느껴 고향으로, 어린 시절로 도피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예문)
여우난골族-‘여우난골에 사는 일가친척들’
백석
명절날(설날) 나는 엄매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큰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곰보)/ 말수(말과 같이)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로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新里 고무
고무의 딸 季女 작은季女(고모의 딸은 이씨이다)
열여섯에 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빛깔이 깨끗하지 않고 칙칙하게 파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거무튀튀한)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土山 고무/ 고무의 딸 承女(성이 승씨?)/ 아들 承동이
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山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洪女 아들 洪동이 작은 洪동이
배나무접(접목)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갈고리모양의 오리잡는 도구)를 잘 놓는 먼섬에 반디젓(밴댕이젓) 담그려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안방)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송기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끼니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갑자기 몸이 차서 서늘해지는 모양)하니 찬 것들이다.(상에 오래 차려놓으니까 음식이 식은 상태)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숨바꼭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아랫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공기놀이)하고 쌈방이(싸움하는 시늉으로 장난치는 것) 굴리고 바리깨돌림(주발 뚜껑을 돌리며 노는 것)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한 다리 두 다리 열 두다리)하고 이렇게 화디(등잔을 얹어놓은 도구)의 사기방등(흙으로 빚어서 켜는 등)에 심지를 멫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멫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처마 안쪽 지붕이 도리에 얹힌 부분)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동서)들이 욱적하니 홍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정지문)으로 무이징게국(민물새우 넣고 끓인 무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해설) ㆍ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는 시.
ㆍ주목할만한 것 : 문장의 종결형 어미의 현재시제 ‘논다’, ‘잔다’ 등
→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독자에게 직접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나. 서정주
ㆍ이야기의 절묘한 맛을 살려낼 줄 아는 시인
ㆍ이야기 구조(짜임)가 가장 탄탄한 시인
ㆍ밑바닥 생활을 그리는 시인(친일작가, 독재정부에 편승한 이력도 있음)
ㆍ시 안에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모호한 장치를 해 둠.
ㆍ시의 지향점이 간접적으로 드러남(=백석)
※ <질마재 신화> : 미당을 우리 시단의 큰 시인으로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된 시집으로, 우리 시문학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산문시, 이야기시라는 평을 받음.
예문)
간통사건과 우물
서정주
간통사건이 질마재 마을에 생기는 일은 물론 꿈에 떡 얻어먹기같이 드물었지만 이것이 어쩌다가 주마담(몸살) 터지듯이 터지는 날은 먼저 하늘은 아파야만 하였읍니다. 한정없는 땡삐떼에쏘이는 것처럼 하늘은 웨- 하니 쏘여 몸써리가 나야만 했던 건 사실입니다.(간통사건을 얼마나 큰 사건으로 생각했는지를 보여줌)
「누구네 마누라허고 누구네 남정네허고 붙었다네!」소문만 나는 날은 맨먼저 동네 나팔이란 나팔은 있는 대로다 나와서 <뚜왈랄랄 뚜왈랄랄>(기묘한 의성어임-얼라리 꼴라리 누구하고 누가 붙었다네)막 불어자치고, 꽹과리도, 징도, 小鼓도, 북도 모조리 그대로 가만 있진 못하고, 퉁기쳐 나와 법석을 떨고, 남녀노소, 심지어는 강아지 닭들까지 풍겨져 나와 외치고, 달리고, 하늘도 아플 밖에는 별 수가 없었습니다.(소문처럼 무서운 게 없다. 더구나 간통같은 사건은 무섭게 확산된다-시의 재미를 위해 비극을 희화화시키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아픈 하늘을 데불고 가축 오양깐으로 가서 가축용의 여물을 날라 마을의 우물들에 모조리 뿌려 메꾸었습니다. 그러고는 이 한 해 동안 우물물을 어느 것도 길어 마시지 못하고, 山골에 들판에 따로 따로 생수 구먹을 찾아서 갈증을 달래어 마실 물을 대어 갔습니다.
해설)
여기서 잠깐!
왜 우물을 메워버릴까?
ㆍ‘우물’은 여성의 성기를 상징. 부정탄 것을 씻어내는 의식.
ㆍ소문의 진원지를 폐쇄해버리려는 어른들의 깊은 뜻
ㆍ우물을 메워버림으로써 그 죄과에 대한 고통을 함께 지는 의미.
ㆍ어른들의 지혜, 세속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호기심, 그러면서도 공동체가 함께 흉사를 극복해나가는 심층적 의식을 보여주는 시.
ㆍ흉사를 당한 마을의 분위기를 마치 축제의 한마당처럼 그려놓음으로써 비극을 희화화시키면서 이야기의 맛을 높이고자 함.
다. 고은
ㆍ고은의 정점은 <만인보>
ㆍ그의 시는 거침없고 자연스러우며, 무당끼, 광기 같은 것이 엿보임.
ㆍ민중성(민중의 애환)이 잘 드러남.
ㆍ한국 시인 중 시체(시의 몸)가 가장 큰 시인
ㆍ많이 쓰다보니 태작이 많음.
예문)
대바구니 장수
고은
또 대길이 머슴방에는 등짐장수도 오지
아랫녘 대바구니 대소쿠리 겹겹이 매어 지고
멀리멀리 두만강 상상봉까지 서수라까지
하도 추워서 가다가 얼어붙고 가다가 얼어붙고 해서
봄이 와야 발바닥이 떨어진다는 그곳까지
내 나라 실컷 떠도는 등짐장수도 오지
그가 그만 장삿길에 대바구니 값 없애고
딱한 처지가 되자
선뜻 대길이는 새경 밑천 뚝 떼어서
돈을 꾸어주었지
내년 이맘 때 갚으러 오시오
등짐장수 신바람 날리며 떠난 이래
한 해 두 해 되어도 감감 무소식이라
거 봐
거 봐
사람마다 대길이 돈 떼었다고 떠들어도
정작 대길이야 아무 내색도 없이
높이높이 가는새끼 꼬아올리지
그런 뒤 한 해포 지난 어느 초겨울
돈 꾸어간 대바구니 장수 드디어 나타났지
허어 술 한 병하고 마른 가오리 한 죽도 사왔지
3년 전의 빚과 거기에 더 얹은 얼마 내 놓으며
돌고 돌다가 이제야 왔네 미안스럽네
대길이도 대꾸 한마디
그동안 고생 많았지요?
한잔 먹세
그럽시다
복길이 얼씨구 좋아 한잔 얻어먹고 또 군침 돌지
암 그래야지 그래야지
해설)
ㆍ화자는 자신이 대길이인양, 또 등짐장수인양 신명나게 이야기함.
ㆍ시작 - ‘또’로 시작.
ㆍ마지막 - 구경꾼 ‘복길이’까지 신명의 복판으로 끌어들이고, 화자까지 동함.
ㆍ고은의 시세계 - 거침 없음. 고은은 광기의 시인.
라. 이시영
ㆍ현대적인 시인(이용악, 백석, 서정주, 김수영, 고은, 신경림 등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ㆍ기승전결 같은 고정된 작법이 없고 어느 한 순간의 다양한 모습의 한 부분을 그저 보여줄 뿐.
ㆍ새로운 화법 추구 - 뻔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전달방식이 달라 세련된 재미가 유발됨.
예문)
물맞이
이시영
반내골로 물 맞으러 갔다가 보았다. 우리 어머니들의 육덕이 얼마나 좋은지를. 까마득한 벼랑에서 곧추선 성난 물줄기들이 쏟아져내리는데 그 아래 새하얀 젖가슴과 그리메 같은 엉덩이를 환히 드러낸 어머니들이 “어 씨언타! 어 씨언타!”를 연발하며 등줄기로 거대한 물좆 같은 벼락을 맞는데 하늘벼랑의 어딘가에선 정말로 “우히히! 우히히!” 하는 말 울음소리 같기도 한 사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머니들은 국솥 걸고 밥 끓이며 자연 속에서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 하루를 잘 놀다가 왔는데 이튿날 아침 일어나보니 아프던 내 다리도 멀쩡해졌을 뿐만 아니라 밭일을 나가는 어머니들의 다리는 더욱 가뿐하여 대지를 핑핑 날아다녔다.
해설)
ㆍ새로울 것 없는 내용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
ㆍ기발한 생각 : 늙은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며 사내들이 말 울음소리 같은 웃음소리를 낸다거나, 아프던 다리가 멀쩡해져서 다음날 대지를 핑핑 날아다녔다는 식의 생각
ㆍ독특한 표현 : 폭포 - ‘거대한 물좆 같은 벼락’ / 사내들이 엿보는 대목 - ‘하늘벼랑의 어딘가에서 정말로 우히히 우히히 하는 말 울음소리 같기도 한 사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 폭포를 맞고 온 다음날 우리 어머니들이 ‘다리는 더욱 가뿐하여 대지를 핑핑 날아다녔다’는 표현 등.
∴ 이야기시는 시인이 직접적으로 정서를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의 감흥도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 자체가 주는 객관의 정서에 독자가 반응할 때 간접적 효과를 얻는다.
★ 지난 주 과제 체크
로렌스의 작품 <뱀>을 동양미학에 맞게 고쳐보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선생님께서 고치신 것입니다. 비교하여 읽어보세요.
뱀
뱀 한 마리가 내 물통에 와 있었다
그 놈이 컴컴한 흙담 벽 틈새로부터 내려와
황갈색 느릿한 물렁물렁한 배때기를 끌고 돌 물통 가장자리를 넘어
돌 바닥에 모가지를 쉬고 있었다
그 놈은 물을 마시다 소처럼 머리를 쳐들었다.
그리고 물마시는 소가 하듯이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저것을 죽여야 한다
허나 그놈은 천천히 머리를 돌린다
세 겹 꿈 속에나 잠긴 듯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느릿한 긴 몸뚱이를 끌고 커브를 그려가며
벽면의 갈라진 틈을 기어 올라간다
나는 볼품없는 막대기를 집어 들어
물통에 탁하고 집어 던졌다
그러나 그놈은 번개같이 꿈틀거리고는 시커먼 구멍으로
입술처럼 벌어진 담벼락 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南海王鳥를 생각하고
그놈이 다시 돌아왔으면 했다, 내 뱀 그놈이.
★ 이번 주 과제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였던 어느 한 토막의 경험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시로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