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에 편자

[진이]

동생이 여름부터 뭔 공연을 예매해 놨으니
겨울에 올라와 둘째 언니랑 함께 가자고 졸라대기에
어차피 겨울 한 번은 올라가 함께 하고 오는 거
날짜를 맞춰서 올라갔다.
 
이름하여
송년음악회 베토벤 합창
 
사실 나는 뭔 공연인 줄도 모르고
오라니 갔고 가서 보니 이런 거~
 
연말이면 어디서 어떻게 듣던
한 번씩은 들려오던 웅장한 연주와 합창을
눈앞에서 직접 보고 듣는다는 설렘도 잠깐 있었지만
역시 나는 이런 건 아니다.
 
뭐가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소프라노, 바리톤 여러분의 성악가분들도
누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고
매미날개 같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앞에서 연주하던 어여쁜 피아니스트 분도 누군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우아하게 차려들 입으시고 입장해
숨도 크게 안 쉬고 그림처럼 앉아 있다가
때가 되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끊임없이 치고 있으니
눈치껏 덩달아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는 쳐 주었지만
뭘 알아야 면장이라도 하지~
 
두 시간여를 부동자세로 앉아 있으려니 허리는 아프고
반 졸며 말며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갑자기 200여 명 합창단의 커다란 합창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많이 듣던 부분이지
이 부분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썰물처럼 빠져나오는 사람들 뒤를 따르며 동생이 물었다.
 
"언니~어땠어~?"
"응~솔직히 좀 지루했어~"
"그래 바신닥쟁이 언니는 그럴 수 있었겠다.~"
"그래도 동생 덕분에 좋은 구경하고 뜻깊은 연말을 보내게 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솔직히
어차피 박수를 원 없이 치며 신나게 구경하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일반 가수 콘서트를 갈 것이다.
 
우아 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천리는 먼 사람을
저런 곳에 불러다 앉혀 놓고
뭔 좋은 대답을 들어 보려고~
 
나한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개발에 편자지 뭐~~^^

[유인.]

ㅋㅋㅋ 뭔공연인지는 기본으로 알고 가야지..
그래야 가든 안가든 결정을 하자나..
나두 저런공연은 안갈꺼 같아.
음악에 대한 조예가 좀 있어야지 이해도 할꺼고 지루하지 않을테니..
그래도 박수는 원없이 치고왔을테니 혈액순환에 도움은 됐겠네 ㅋ
이젠 어떤 공연이든 여행이든 끌리질 않는다.
시끄럽고 사람들 치이는곳엔 더더욱 가기싫으니..
세월이 가니 저절로 이렇게 되는구만..
조용한곳에서 스스럼없이 말섞을수있는 사람들과 정담이나 나누며 맛난거 먹고 차한잔마시며 시간보내는게 최고야..
이젠 그런 시간이나 맹글꺼야 ㅎ
올한해도 수고했고.. 여전히 보여줘서 감사했고..
내년에도 건강지키며 잘살자..

[진이]

그냥 합창이라고 하니
보통 합창인줄 알았지
베토벤합창 인줄 알았나.
모르면서 아는체 하는 성격도 아니고
지루해서 정말 혼났네 ㅎ
그래도 늘 듣던 그 끝부분은 웅장하고 좋더라고
그걸로 나름 만족해야지뭐

여독이 풀리지도 않았을텐데 푹 쉬고
낼 통화 하자.

[이장]

ㅎㅎㅎ 전국 노래자랑이 제일 편하지요?
언제인가 독수리님 따님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보러 가기도 했지요?

[진이]

노래자랑요?
편하지요~^^

[파도]

베토벤 구번 합창..키힝~
나도 공연 한번 가고싶다..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