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박정희를 영웅으로 만들었나?
엄상익(변호사) 2025-02-21, 09:35
‘‘사령관님,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셨습니까?’
(이학봉)"없어…전두환이를 불러줘"(김재규)
한 언론에서
사형당한 김재규의 재심이 개시되는 걸 보도했다.
재심의 목적은 역사적 논의의 수준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것이라고 했다.
역사에서 김재규는 어떤 의미였을까.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던 안동일 변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는 박정희의 향수가
강해 김재규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다만 그가 어떤 동기와 명분으로 했는지는 제대로
알려졌으면 합니다.
나는 김재규가
박정희를 영웅으로 만들어줬다고 봅니다.
만약 10·26이 없었다면 박정희의 말년은 정말 추하게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김재규의 내면을 들여다 본 사람은 아마도
그의 변호인과 수사담당자일 것이다.
이천육년 칠월 이십팔일 나는 서초동의 음식점
‘다미옥’에서 이학봉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김재규를 직접 수사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칠십 가까운 노인이 되어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개인적인 민사사건을 맡은 인연으로 밥을 먹으면서
덕담을 하는 자리였다.
“요즈음은 옛날 친구들을
만나 바둑을 두면서 소일하고 있어요.
새벽 세시면 오줌이 마려워서 일어나는데
한번 잠이 깨면 다시 오질 않아요.
이제 늙은 할아버지지.”
이런저런 얘기중에 자연스럽게 김재규를
조사할 당시의 상황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천구백칠십구년
시월이십칠일 새벽 두시에 제가 조사를 시작했죠.
김재규는 전에 보안사령관을 역임했기 때문에
제가 예우를 했어요.
‘사령관님 어쩌다 그러셨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럴 밖에 없었어. 그게 나라를 위한 거야’라고 하더라구요.
내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셨습니까?’라고 했더니
‘없어’라고 해서 ‘그럼 계획도 없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라고 되물었죠.
그날 밤 저는 어느 부대가
서울로 쳐들어오는지를 알아내는 게 급했어요.
수도권 근처의 부대가 이동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김재규가 저보고 자꾸 ‘전두환이를 불러줘’라고 해서
‘몇 사단이 서울로 들어오는지부터 말씀을 해주셔야
할 거 아닙니까?’라고 했죠.
수사하는 저는 불안했습니다.
김재규가 아무런 준비 없이 대통령을 죽였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었죠.
양평에 있던 사단 병력이
서울에 이미 진입했을 것 같았습니다.
대통령을 죽일 때 김재규의 근처에 있던
정승화 사령관이 청와대 포위 명령을 내린 걸
알고 있었죠.
저를 보는 김재규의 표정을 보면
‘이미 세상이 바뀌었는데 너 처신을 잘해’라고
하는 것 같았죠.
전두환 사령관을 불러 오면 김재규한테
오히려 설득당할 것 같기도 했어요.
그때만 해도 제가 사십대 초라 피가 끓었어요.
저는 속으로 분노가 있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전두환 사령관이나 그 밑의 저 같은
일부 육사출신 장교들을 총애하고 특별히
키워줬습니다.
우리들에게는 박 대통령이 아버지 같은 존재였죠.
그런 아버지를 김재규가 죽인 거죠.
저는 옆에 있던
수사관에게 강하게 하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물리력이 가해지자 김재규가 바로 꺾이더라구요.”
이학봉씨는 김재규에 대해 이런 평가를 했다.
“김재규는 잔재주가 있고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조금 우둔한 편이죠.
제가 보기에 실행계획이 빈약했어요.
제가 판단하기에는 김재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박정희 대통령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박정희 대통령은 강압적이었지만 자기는 야당 탄압을
멈추고 민주주의를 세계에 보여주고 경제는
박정희 대통령같이 인센티브를 주어 발전하게 하면
될 것 같다는 꿈을 꾼 것 같았어요.
카터가 박정희 대통령을 욕하는 걸 보고는 자기가
거사를 하면 미국이 도와 주리라고 기대한 거죠.
하이야트호텔 아래에 있는 풍수쟁이가 김재규가
조상묘를 이장한 걸 보고 대운이 들 거라고 했다는데
거기에 고무된 것도 있는 것 같구요.”
당시 김재규를 변호했던 안동일 변호사의 평가와 말은
다르지만 내용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안동일 변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신의 심장인 박정희를 제거하면 국민이 자신을
혁명가로 추앙하고 미국도 지지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리석다고 해야 하나? 그는 착각했던 겁니다.”
김재규는 박정희를 죽이기 직전 그 자리에 있었던
수행비서와 의전과장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위하여”
라고 했었다.
박정희 대통령을 연구하고 그 일대기를
펴낸 원로 언로인 조갑제씨의 시각은 이런 것 같다.
‘김재규는 박정희의 시의적절한 죽음에 기여했다.
만약 김재규의 결행이 없었다면 박정희는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저승에서 박정희가 김재규를 만났다면 고맙다는
말을 했을 것이다’
수사책임자였던 이학봉씨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다.
담당변호사나 그 사건을 취재한 기자도
팔십대 노인이다.
나 역시 칠십대를 넘겼다.
내가 보기에 이학봉씨는 거짓말을 할 인격은 아니었다.
우리 모두 역사의 페이지 속에 들어가기 전에
김재규에 대해 들은 일부를 기록으로 남겨둔다.

받은글(등대님) 편집입니다!
2025.3.14.아띠할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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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자료글 옮겨드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