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스포주의
리포터 : 이 영화 후반부를 보면, 그래서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였나, 작위적인 신파였나?
이동진 :
우리가 재난 영화에서 보고 싶어하는 것은 두가지예요. 하나는 그 재난이 얼마나 사실적이어서 관객 입장에선 조마조마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안전하게 극장안에서 즐길 수 있느냐.
이동진 :
또 하나는 뭐나면 인간이 만든 재난이건, 자연이 만든 재난이건 그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결국은 그것을 물리치고 살아남는 사람들의 휴먼 드라마. 두가지잖아요.
이동진 :
이 영화에서 악은 갑자기 끼어든 악, 피할 수 없는 악, 우연적인 악 이런거예요.
이동진 :
왜냐면 범행과 관련된 범행동기라는 게 있을 텐데 그게 영화에서 완벽하게 이거다, 라고 측정되지 않거든요.
이동진 :
그런 상황에서, 만약에 삶에서 혹은 이 세계에 어떤 거대한 비극으로서의 악이 들어왔다고 쳐봐요. 우리가 막을 수 없는 악.
이동진 :
그럴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거기에 맞서야 하는가? 이런 걸 다루지 않겠습니까?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거예요.
이동진 :
저는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위험할 수도 있고 가장 개인적으로 갸우뚱하기도 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바로 그부분 입니다.
~ 스포주의 멘트 ~
이동진 :
영화의 종반부에서 인물들이 어떤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동진 :
(그 결정이) 이 영화에선 굉장히 피학적인 집단주의를 덕목이나 고귀한 희생으로 포장하고 있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거예요.
리포터 :
집단주의를 포장했다고요?
이동진 :
이 영화를 논리를 약간 구조화해서 말한다면, 집단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본인이 잘못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퇴장해야 한다.
이동진 :
혹은 스스로 퇴장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굉장히 아름다운 희생이나 감동으로 포장하는 게 이 영화의 이야기다, 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동진 :
저는 이 영화의 후반부 특히 20-30분을 보다 보면 '이걸 관객들이 받아들이면서 감동으로 받아들일까?' 일단 저는 전혀 감동스럽지 않고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했고요,
이동진 :
지나치게 피학적이고, 지나치게 개인의 자유나 권리나 인권이나 이런 것보다는 개인이 속한 집단의 안위를 위해서 소수의 상대적인 약자들은 스스로 희생을 감내해도 된다, 혹은 그것이야 말로 숭고한 휴먼드라마의 한 지점이다, 라고 말하는 영화 같단 말이에요.
이동진 :
이건 제 느낌이고요.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굉장히 감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죠.
이동진 :
다만 평론가 혹은 한 명의 관객으로서 저는 굉장히 이상한 사회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포터 :
그리고 마지막 상황까지 끌고가는 전개도 자연스럽지 않고 작위적이었죠?
이동진 :
(전반부에서 이야기가 다 끝난 것 같은데) 후반부에 이미 50분이나 많이 남겨져 있는 상황이고, 거기에 핵심을 두기 위해서 후반부에 너무 많은 반전을 넣어요.
이동진 :
반전을 넣는 과정에서 감동의 포인트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이동진 :
굉장히 극적인 재미를 생각한 부분이 있을 텐데..
이동진 :
이게 사실은 클라이맥스를 위한 클라이맥스이기도 하고, 그것이 갖고 있는 개연성이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의 문제, 과연 이것이 감동인가? 등등 까지..이 후반부는 사실 사람에 따라서 굉장히 논란적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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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X27l_Hgw9m0
풀영상은 여기에서!
첫댓글 하나같이 맞말.. 내가 느낀점을 그대로 말해주셨군
여고생끼리 교복입고 하와이 간 것 부터 비현실적이지만 어린이나 여자들이 주축이 되어 희생하는게 참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
나도 저부분에서 이 영화 진짜 열받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ㅋㅋ 감독이 각본도 썼던데 피드백 안 됐다는 게 놀랍네
이동진 진짜 겁나게 말 잘해 내가 느낀 부분 100%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말해줌
남이 한 말 중에 제일 내 말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