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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려타곤(懶驢 坤) 33-3
한달 뒤.
"안가요! 절대로 못 가요!"
금강동이라 불리는 한 소림사 경내에 있는 동굴 안에서 심술 끼가 다분히 보이는 얼굴을 한 꼬마는 동굴 안에 있는 용 모양의 조각이 새겨진 기둥을 껴안고 그렇게 소리쳤다.
여기서 밖으로 나가기가 싫은 꼬마였다. 여기만큼 소년에게 편한 장소가 없었다. 언제라도 자고 싶을 때는 마음껏 잘 수 있는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 소구였다.
금강동에서 소구라는 이름의 꼬마가 머문 지 꼭 두 달이 지난 후였다.
"그만 집으로 가야지!"
소구를 데리러 금강동에 들어온 양평의 마른 얼굴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못 가요!"
소구라는 이름의 고집쟁이 꼬마는 그렇게 소리치면서 나중에 사형이 될 양평과 실랑이를 벌이다 수혈이 집혀서 결국 금강동을 떠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흘러가고 있었고, 소구는 완전히 일곱 살 꼬마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 벌어질 어떤 일도 기억하지 못한 채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구가 바꾸고 싶어하던 일 중의 하나였던, 등봉현에서 수십 수백명이, 자신으로 인해 죽어 가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정도를 대표하는 구환맹의 차기맹주감으로 거론되며 연인 구파일방의 고수들의 방문을 받고 지도를 받는 동안, 마도에서는 장래의 천하제일인으로 커 가는 정도의 새싹을 암살하기 위해 등봉현으로 연일 사람들이 파견하고---.
등봉현에서는 정도와 마도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연일 벌어지면서 날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을 때, 마교(魔敎)의 염혼이 살막의 살수 칠호를 찾아가고, 살막 최후의 살수인 칠호는 장삼이라는 평범한 이름의 군졸이 되어 등봉현으로 들어와 방소구를 만날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큰 인연의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소구가 혼천문의 구정문과 만날 시간이 가까워진 것이다.
양평은 오늘도 차가운 밤이슬을 맞으며 방소구라는 심술쟁이 꼬마가 머무는 건물의 지붕 위에서 사방을 감시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지붕 위에 앉아서 달을 쳐다보고 있던 양평은 달 속에 나타난 까만 점이 날아가는 새라고 생각했지만 바로 다음 순간 그 생각을 고쳐야했다. 그 검은 그림자는 무서운 속도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순간 갑자기 몸이 뜨끔 하는 감각과 함께 눈이 감겨왔다.
'누구----?'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양평은 고개를 떨구며 지붕 위에 잠들고 다음 순간 노인의 몸은 창문을 통해 연기처럼 소구의 침실로 들어갔다. 이불은 발 밑으로 걷어차고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며 네 활개를 뻗고 자는 일곱 살쯤 되 보이는 꼬마를 내려다보는 구정문의 얼굴 위에는 반가운 빛이 어렸다. 그가 처음 소구를 보았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소구야, 깨어나거라."
"으음, 누구세요?"
눈을 비비며 일어선 소구는 침상 옆에 서 있는 구정문을 보았지만, 전혀 기억에 없는 노인이었다.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기억해라, 내가 누구인지 너는 이미 알고 있다."
"몰라요."
"아니 너는 알고 있다, 다만 네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네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운명의 흐름을 바꾸고자 이곳에 돌아온 너의 영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구정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는 영혼을 울리는 힘이 있었고, 그의 몸에서는 장엄한 기운이 풍겨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구정문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던 일곱 살 소년의 몸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그런 노인과 비슷한 기운이 풍겨 나오고 소년은 깨달은 소년의 입에서는 한마디의 외침이 터졌다.
"사부님!"
외침을 터트리며 무릎을 꿇고 절하는 제자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래, 안다 알아. 나도 너와 같은 좌절을 이미 겪어 보았기에---. 운명을 바꾸고자 과거로 돌아왔지만 운명은 바뀌지 않고---."
엎드려 울고 있는 제자의 등을 토닥이며 말하는 구정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들으면서 소구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그러나 너는 이미 성공했다.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지 않았느냐?"
"그 화산파의 풍진자 말씀입니까?"
"세상은 각자의 인연이 얽혀 있는 상태에서, 또 각자의 꿈이 교차하는 장소이다. 미래는 현재의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너는 미래에 변화를 주는 일에 성공한 상태이다."
"그러나 저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아직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울음을 멈춘 소구는 사부의 늙은 얼굴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모든 일은 시간이 흘러가면 예정된 대로 흘러가려고 하지. 그것이 운명이고, 그 운명에 변화를 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바꾸려 해도 바뀌지 않는 미래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넌 아주 큰 변화를 일으켰다. 삶과 죽음의 운명을 변화시키는 일은 가장 어려운 일인데 넌 그것을 성공했다. 지금은 변화가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은 미래를 크게 바꾸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후의 미래는?"
"조금씩 조금씩 미래의 모습은 변하고 각자의 운명도 바뀌어 갈 것이다."
"사부님, 그렇다면 이후의 미래는 제 기억과 다르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운명과 시간 공간의 벽을 허물고 태초의 혼돈의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너와 나의 삶도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제가 사부님의 제자가 되어 그곳으로 가기 위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 그대로의 인연을 만들어야겠지요?"
"그래, 너는 내 이름을 가지고 놀리고 난 밤새 너를 두들겨 패고 돌아가야지."
혼천경에 이른 사부와 제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 순간 노인과 소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을 초월한 자의 기품과 위엄은 사라지고 소년의 입에서는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구정물."
"뭐? 이런 버르장머리없는 놈!"
노인은 소리치면서 소년을 밤새 두들겨 팬 다음에 떠나고, 소년은 맞아서 기절한 채 새벽을 맞이했다.
지붕 위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쓰러졌던 양평은 제 정신을 차리자마자, 소구의 방으로 들어가서 온 몸이 파랗고 빨간 멍 자국이 가득한 채 기절해 있는 소년의 모습을 발견했다. 양평이 생각할 수 있는 일은 한가지였다. 한눈에 보아도 위중해 보이는 소구를 사부에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구를 안아들고 양평은 전속력으로 경공을 발휘해 사부가 있는 소림사로 달려가기 시작하고, 소림사가 있는 숭산의 소실 봉 아래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 악종진을 만나게 되었다.
"멈추시오!"
이십여명의 붉은 옷을 입은 무사들과 함께 앞을 가로막은 청년을 보며 양평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이의 생명이 위중하오!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단 말이오!"
금룡(金龍)이라 불리는 양평의 입에서는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있었지만, 길을 막고 있는 자들의 몸에서는 더욱 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암천혈혼대의 대장인 악종진의 눈에도 아이의 몸에 난 상처가 보이고 있었지만, 그와 그의 부하들에게 내려진 명령은 방소구라는 이름의 꼬마가 등봉현 밖으로 못 나가게 막으라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소림의 힘이 더 강해지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암천혈혼대에게 주어진 명령은 또 하나가 더 있었다. 어쩌면 암천혈혼대가 등봉현에 파견된 것은 이 일을 위해서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기회를 보아서 아이를 죽일 수 있으면 죽이라는 명령이 따로 그들에게 전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악종진은 결코 저 아이가 죽게 해서는 안되었다. 존경하는 사숙 풍진자로부터 받은 명령은 소구라는 아이를 모든 것으로부터 보호하라는 것이었고, 그는 실제로 그럴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와 함께 서 있는 암천혈혼대의 인물들 중에 완전히 그의 사람이 된 것은 절반뿐이었다. 거기다 숭산으로 마교에서 보낸 암흑전사단이 오고 있다는 전갈을 받은 상태였다.
양평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이 자신과 같이 무림오룡이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 안면이 있는 혈룡 악종진이라는 것을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알아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악종진이라면 협이 무엇인지 아는 인물이었다.
"무슨 일이오?"
"마교에서 그 아이를 납치하기 위해 이 숭산으로 암흑전사단을 보냈다고 하오."
붉은 해가 산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양평은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악종진을 바라보았다.
"보시다시피 이 아이는 당장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될 중한 환자요. 어떻게 안되겠소?"
이번에는 악종진이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자신의 등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암천혈혼대와 양평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양형, 일이 심각하게 되었소.'
갑자기 악종진이 양평을 향해 전음을 날리고, 양평은 표정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안고 있는 소구를 바라보는 척하고 악종진의 전음을 가만히 듣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그 아이를 납치하기 위해 마교에서는 마도 사상 최강의 척살조직이라는 암천혈혼대를 보내고, 비록 내가 지휘를 맡고 있기는 하지만 암천혈혼대 소속의 인물들에게도 양형과 그 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태요. 지금 내 뒤에 서 있는 인물들을 아군이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이오.'
혈룡 악종진의 전음을 들으면서 양평의 숙인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악종진의 뒤에 서 있는 암천혈혼대 한명과 싸워서 이길 수는 있어도 둘 이상이라면 자신의 필패였다. 그 암천혈혼대 이십 명의 벽을 통과해서 소림사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지 자신할 수 없었다.
고개를 들어올린 양평의 눈은 깊은 바다처럼 가라앉았다. 이곳은 숭산이었다. 자신이 시간만 끈다면 충분히 산에서 지원군을 보내 줄 것이다.
'악형, 도와주시오. 악형이 도와준다면 산에서 지원할 사람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오.'
악종진의 귀속을 파고드는 양평의 전음이 있었고, 갑자기 검을 뽑아든 악종진이 자신의 좌우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베어버리면서 전투는 시작되었다.
"대장이 배신했다! 둘 다 처라!"
이제 열 여덟 만이 남은 암천혈혼대 소속의 인물 들 중 하나가 그렇게 소리치고, 두 마리 무림의 용은 의식을 잃은 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피투성이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양형은 어서 아이를 데리고 소림사로 가시오! 여기는 내가 막아보겠소!"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악종진은 소리치고, 양평은 아이를 안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두 마리 무림의 젊은 용이 악전고투하고 있는 그날 아침, 마침내 살수 칠호는 방소구와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시장에서 고독에 중독 당한 상태로 마교의 사탕이 들어 있는 봉지를 들고 현령의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꼬마의 침실이 있는 건물 바로 앞에 있는 계단에 주저앉은 채 살수 칠호는 사탕 봉지에 가득 들어 있는 사탕을 내려다보았다. 어느 것이 마교의 사탕인지 알 길이 없었다.
"마교든 정파든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을 실력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
"네 녀석은 뭐 하는 놈이냐?"
갑자기 들려온 노인의 목소리에 칠호는 황급히 계단에서 일어났다. 지붕 위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는 늙은 노인의 얼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노인의 입가에는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눈은 장삼의 손에 들린 사탕봉지에 머무르고 있었다.
"노인장은 누구요?"
"나? 그냥 지나가는 노인이야."
"여긴 현령 대인의 집이란 말이오. 어서 경치기 전에 지붕에서 내려와 길로 가시오."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뭐라고요?"
"내가 동으로 가고 싶으면 동으로 가는 거고, 서로 가고 싶으면 서로 가는 거야. 길로 가든 지붕 위로 가든 천하에 날 막을 수 있는 놈이 있을 것 같으냐?"
"노인장이 무슨 천하무적의 고수라도 된단 말이오?"
"천하무적? 네 녀석은 내가 그 정도로 밖에 안보이냐? 난 고금제일의 고수란 말이다!"
칠호는 지붕 위의 노인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바로 미치광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난 어차피 죽게 될 몸이니 말하는 것이지만 지금 이곳엔 마교의 고수들과 정파의 구환맹의 살인기계들이 설치고 있단 말이오. 어서 다른 곳으로 가서 몸을 피하시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 합니다
즐감합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감사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