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을 시청하기 시작한 건 순전히 아이유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아이유는 볼수록 참한 처자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친척 집을 전전할 때였다. 한 친척이 ‘쟤 아직도 안 갔어?’ 하며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냈다. 초등학생 때니 충격을 받고 절망에 빠질 만도 하건만, 어린 아이유는 앞으로 반드시 돈을 벌어서 가족을 내가 돌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단다. 어느 대학에서 아이유에게 특례입학을 제안했을 때도, 열심히 공부한 친구들 가운데도 대학에 못 가는 사람이 많은데 공부도 제대로 못한 내가 무슨 염치로 대학을 가겠냐며 거절했다. 속에 어른이 열 명쯤은 들어앉아 있는 아이다. 대학 진학은 포기했지만 영어‧중국어‧왜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등 월드스타로서 필요한 공부는 스스로 챙겨서 하고 있다.
나는 요즘 아이돌 가수 가운데 아이유를 가장 좋아한다. 됨됨이가 반듯하고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해서다. 열너덧 살에 스무 번 이상 오디션에서 탈락하면서도, ‘나는 어차피 가수가 될텐데 뭐. 이번에 떨어지면 다음에 붙으면 되지.’ 했다는 대목에서는 선천적으로 정신력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느끼게 된다. 아이유는 선배 가수들의 노래도 곧잘 부르는데, 유희열이 진행하는 《스케치북》에 출연하여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구성지게 불러 대선배 최백호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곡을 소화하는 정도가 아니라 가사에 밴 인생의 恨까지 이해하는 듯 불렀기 때문이었다. 최백호에게 가장 좋아하는 후배가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아이유라고 대답한다. 음유시인 최백호의 평가라면 믿을 만하지 않겠는가.
아이유가 민박집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는 겸손하면서도 담담했다. 나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이유의 출연을 결정한 제작진의 탁월한 선택을 돋보이게 했다. 방송 도중 연세대학교 축제에 다녀왔을 때나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남동생의 졸업식에 다녀왔을 때도 금세 본인의 임무를 찾아 해내는 일관성이 훌륭했다. 일이 없는 틈틈이 양지바른 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읽던 「안나 카레니나의 일기」가 아이유 덕에 불티나게 팔렸다는 신문기사도 흐뭇했다. 아이유가 쉴 새 없이 초콜릿을 먹어대는 모습은 《효리네 민박》의 하이라이트였다. 마음은 어른스러워도 기호는 상굿도 소녀라는 얘기 아닌가.
민박집 손님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었고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제공했지만, 그 가운데 특히 두 팀이 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서울서 온 정경화‧예원‧하민 삼남매다. 막내 하민이 어릴 때 엄마를 잃었는데도 티 없이 밝은 모습으로 잘 자라 처음부터 끝까지 뿌듯하면서도 애틋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위도에 갔을 때 하민이가 모래밭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동안, 떨어져 앉아 있던 경화‧예원 자매는 하민이가 밝게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면서 그예 눈물을 보였다. 그러다가 동생이 다가오자 얼른 눈물을 감췄다. 누나들이라고 해봐야 이제 겨우 20댄데, 너무나 어른스러운 마음으로 동생을 돌보는 모습에 보는 내내 가슴이 짠했다. 둘째 예원은 몇 달 뒤 아이유의 팬 사인회에 깜짝 참석하여 반갑게 재회하기도 했다.
아이유의 팬 사랑은 아이돌계의 전설이다. 그녀가 처음 무대에 섰을 때였다. 과체중에 무대매너도 서툴다 보니 주로 소녀들인 청중이 ‘돼지 같은 년’이란 욕설까지 섞어서 심한 야유를 보냈다. 그러나 다음 무대에서는 한 소녀 팬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외로이 아이유를 응원했다. ‘그래, 단 한 명의 팬이라도 좋다. 이제부터 저 팬을 위해 남보다 더 노력하자.’ 아이유는 열심히 다이어트도 하고 노래 연습도 하여 몇 달 뒤 드디어 첫 1위에 올랐다. 그날 수상소감을 발표하면서 아이유는 그 흔한 기획사 사장도 아니고 작곡가도 아니고 부모도 아니고, 두 번째 무대에 섰을 때 홀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자신을 응원했던 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물론 그 팬은 이미 아이유와 친해진 사이였고, 이후로도 한 번 아이유의 팬이 된 사람은 모두 절친한 사이가 된다. 아이유는 팬들의 생일이나 입대를 챙기고 팬 미팅에는 반드시 참석하고 매일 팬 카페에 들려 일일이 댓글을 단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인간적인 진정성과 빼어난 가창력, 그 위에 훌륭한 자작곡들이 뒷받침이 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한쪽 귀가 잘 안 들리다가 2년 전부터 완전히 청력을 잃었다는 정담이는 더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손님이었다. 들리다가 안 들리기 시작했으니 오죽이나 답답하랴만, 담이는 달관한 사람처럼 운명을 선선히 받아들였다.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었던지 조금도 어두운 표정이 없었다. 그나마 상대방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대부분의 말귀는 알아들을 수 있다니 다행스러웠다.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균형이 잘 잡혀 있어서 쇼핑몰 모델 일을 하고 있다는데, 저 정도 자신감이면 제 몫은 하면서 살아갈 것 같다. 동갑이라는 이유로 금세 친구가 되어 함께 어울려준 아이유, 두 사람이 자주 소통했으면 좋겠다.
가장 큰 감동을 안겨준 장면은 아이유와 팬의 예기치 못한 만남이었다. 아이유와 함께 바닷가에 다녀오던 효리가 길에서 서성대는 개를 발견했다. 효리는 차를 세우고 개를 태웠다. 좁은 찻길을 따라가니 금세 한 민가가 나왔고, 마침 그 집의 개라는 사실이 밝혀져 개를 돌려주고 나왔다. 그때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던 그 집 중학생 딸이 아이유를 발견하고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가족의 반대로 카메라에 모습을 비추지는 않았지만, 자기 집 앞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를 만났으니 얼마나 놀랍고 반가웠겠는가. 나는 그 학생처럼 누구를 열렬히 좋아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좋아하여 소리 내어 울 수 있다는 건 감성의 축복이다.
첫댓글 흠!~형이 이만큼 음악자체를 신경 쓰는거를 에전에 미쳐 몰랐네!^^
대단혀! 존경시러버여!^^
IU는 나도 좋아하는데....갸~곡을 연주할수 있는게 별로 엄써...세곡정도??
왜냐면...쉽지가 않네 감정 구사가...악보를 읽는것도...쉽지가 않치만
개네들의 정서를 빨리 흡수가 어려버....오히려 계네들이 우리 연배의 감성을 유치해 하면서도
잘 이해해 주지러...이걸 쓰면서도 종대가 아롱 거리....
효리는 잘 모르고 아이유는 어린나이에 의젓하고 때묻지 않은 순박함이 보이고 노인들에게 성심 성의껏 대하고 편하게 보이네
나는 솔직히 아이유를 몰라.
효리는 잘 알뿐만 아니라,
참 좋아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