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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음날.
이천운일행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악승호는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한 듯 약간 야윈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눈빛은 그전보다 많이 깊어져 무공이 늘었음을 암시해주고 있었다.
송영수는 오른팔에 한뺨정도 되 보이는 검은 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손목보호대라고 하기엔 너무 크고, 팔 보호대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어중간한 크기였다.
"오랜만에 모이니 반갑네. 눈빛을 보아하니 그 동안 자네는 심득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것 같군."
손비웅이 악승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하죠. 제가 누굽니까? 한때 신동으로 불리던 놈 아닙니까? 우하하하~! 나름대로 발전을 이뤘죠. 천운이는 어떠냐?"
"저도 당연히 발전했죠. 이젠 구멍이 아닙니다. 우하하하~!"
둘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의기양양해 했다.
'무공은 발전해도 성격은 그대로인 것 같군. 무공보다 성격이 좋아져야 할텐데......'
송영수를 둘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겉으로는 웃음을 띠고 둘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의 겉과 속이 다른 것도 나름대로 발전을 한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건 뭐냐?"
이천운이 송영수의 팔에 있는 검은 보호대를 보고 물었다. 어중간한 크기 때문에 용도를 짐작할 수 없었다.
"칼 좀 빌려줘봐요."
송영수는 이천운에게 검을 빌린 뒤, 갑자기 자신의 오른 팔을 내려쳤다.
"왜 그래?"
"뭐야?"
"미쳤냐?"
셋은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챙!"하는 소리와 불꽃만 번쩍였을 뿐, 그의 손목은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제야 셋은 자리에 앉으며 신기한 눈으로 보호대를 바라봤다.
"이건 조화흑거사의 껍질로 만들었거든요. 어중간한 검으로는 이걸 부술 수 없습니다."
"신기하구나."
이천운이 약간 탐욕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이것의 진짜 기능은 이게 아니에요."
송영수는 이천운의 눈빛을 모른 채 하며, 왼손으로 보호대의 뒷부분을 장식하고 있던 둥근 구슬을 눌렀다. 그런 뒤 보호대를 뒤로 살짝 밀었다. 그러자 "철컥!" 소리와 함께 무언가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
"잘 보세요."
송영수는 오른손으로 벽을 가리킨 후, 엄지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 엄지손가락에는 검은 실이 묶여 팔의 보호대와 연결돼 있었다. 그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보호대에서 뭔가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퍽!
세치정도 되는 작은 화살이 날아가 벽에 박혔다. 화살은 위력이 강해 벽에 완전히 묻혀 있었다. 셋은 잠시 놀라 입을 벌리고 멍하게 있었다.
"흠...... 흠...... 뭐 이정도에 놀라시나. 촉은 흑거사의 이빨을 갈아 만들었기 때문에 흑거사의 독이 묻어 있습니다. 너무 독성이 강해 독성을 중화시키느라 힘들었습니다."
"와~! 암기구나. 신기하네. 독성은 어느 정도지?"
송영수의 설명에 악승호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많이 중화시켰기 때문에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맞으면 하루, 이틀정도는 몸이 마비되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송영수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원리냐? 별걸 다 만들었네."
이천운의 물음에 송영수는 보호대를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 구슬은 안전판이죠. 이걸 누르고 뒤로 젖혀야 장전이 됩니다. 한번 장전으로 다섯 발을 연속해서 쏠 수 있어요. 안쪽에 흑거사의 힘줄과 강철로 만든 용수철이 있어서 탄력을 높였습니다."
송영수가 보호대를 비틀자 "철컥"소리와 함께 보호대가 분리됐다. 보호대안에는 작은 화살이 여러 개 들어있었다.
"여기에 화살을 넣는 거죠. 108개까지 들어갑니다."
"그 빨간 화살은 뭐지?"
손비웅이 물었다. 보호대안에는 대부분 파란 화살이 있고, 빨간 화살 16개가 구석에 있었다.
"이건 흑거사의 독을 중화시키지 않은 화살이에요. 이걸 쏘면 흑거사에 물린 것과 마찬가지죠. 이건 조심해서 쏴야되요."
송영수는 설명을 마치고 보호대를 다시 덮었다. 보호다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신기하구나. 그거 이름이 뭐냐?"
"고금전무(古今全無). 천하무적(天下無敵). 영수신궁(永壽神弓)이에요."
"무슨 이름이 그렇게 길으냐?"
"내가 만들었으니까요. 그냥 짧게 영수궁(永壽弓)이라고 불러요. 이름 지을 때 고민 많이 했어요."
이천운의 물음에 송영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작명(作名)시 고민한 흔적은 영수궁의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여튼 고맙구나. 유용하게 쓰마."
"싫어요. 이거 만드는 게 쉬운 일인 줄 아세요? 재료도 구하기 힘들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힘들어요."
"그래도 나 준다고 했잖아."
"그때는 형이 협박해서 그런 거 잖아요. 법에 의하면 협박에 의한 약속은 무효라구요."
"그래서......? 싫다는 거냐?"
이천운은 살기를 띠우며 송영수를 노려봤다.
"휴~!"
송영수는 길게 한숨을 쉬더니 말없이 구슬을 눌러 안전판을 해지했다. 그리고 보호대를 뒤로 당겨 화살을 장전한 뒤, 이천운의 미간을 가리켰다.
"허......"
이천운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문이 막혔다.
"다시 한번 말해봐요. 뭐라고요?"
송영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그의 몸에서는 은은한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너한테 잘 어울리는 무기라고...... 너 이외에는 다룰 사람이 없지."
이천운이 약간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누가 그 거 뺏으려고 하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검으로 난도질을 해주마!"
"그러죠. 고마워요."
그제서야 송영수는 영수궁을 내리고 안전판을 눌렀다.
'휴~! 큰일 날 뻔했군. 이제 영수도 만만히 볼 수 없는 건가?'
이천운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둘의 대화를 지켜본 손비웅과 악승호는 킥킥대며 애써 웃음을 참았다.
"장난 그만하고 나가자."
손비웅이 애써 웃음을 멈춘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런데 분타가 어딘지 알아요?"
이천운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당연하지. 어제 고지라가 조사해줬다. 어서 가서 몸 좀 풀어보자. 너희 실력이 얼마나 발전했나도 구경하고....."
셋은 자리에서 일어나 패력무관을 벗어났다.
요즘 매일 올리느라 힘드네요... 휴~!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주변 친구들한테 추천 부탁드립니다.
성 중앙을 가로질러 10리쯤 걸어가자 큰 장원이 나타났다. 남경분타와 비슷한 규모에 이천운은 놀라며 생각했다.
‘하오문은 돈이 많은 가보지? 분타가 이렇게 크다니...... 이번에도 용돈 좀 얻어야겠구나.’
이천운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퍼~억~!
“이~쒸~! 왜 때려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가자.”
이천운이 손비웅의 말에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니 악승호와 송영수는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후였다. 그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네.”
둘은 좁은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가 하오문의 우측으로 갔다. 악승호와 송영수는 먼저 와서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씩 받아라!”
손비웅은 품속에서 복면을 꺼내 하나씩 건냈다.
“이걸 왜 쓰는거죠?”
이천운이 복면을 뒤집어쓰며 물었다.
“고지라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잖아. 그래서 이런 한적한 곳으로 돌아온 거다.”
손비웅이 복면을 쓰며 말했다.
“그런가요?”
“그래. 준비됐나?”
“네. 그런데 분타주가 어디 있는지는 알아요?”
“걱정마라. 그것도 고지라가 조사해 줬으니까. 가자!”
손비웅의 말에 각자 무기를 꺼냈다. 송영수도 영수궁을 장전해 준비를 마쳤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담을 넘었다. 저번보다 경공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천운도 쉽게 담을 넘을 수 있었다.
그들이 담을 넘자 삼 장쯤 떨어진 곳에 무사 둘이 경비를 서고 있는 게 보였다. 무사들도 그들을 발견하고 급히 주머니에서 호각을 꺼냈다.
“젠장!”
손비웅이 내력을 운용해 지풍을 날리기엔 늦었으므로 짧게 외쳤다. 순간 영수궁에서 화살이 발사돼 둘의 몸을 맞췄다. 둘은 몸이 마비돼 호각을 든 상태로 정지해 있었다.
“잘했다.”
손비웅이 송영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넷은 하오문인들을 원래 위치로 세워놓고, 천천히 전진했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소동을 일으킬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은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도중에 몇 명의 경비들을 만났지만 영수궁의 화살에 모두 마비됐다.
분타는 모두 같은 사람이 설계한 듯 남경분타와 비슷한 지형이었다. 그들은 이각이 지나자 분타주가 기거하는 붉은 전각의 뒷편에 도달할 수 있었다.
땡땡땡땡!
그들이 전각의 뒷문을 열려는 순간 요란한 종소리가 들렸다.
“젠장! 들킨 건가?”
넷은 당황해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이 어리둥절해 있을 무렵 앞쪽에서 요란한 외침소리가 들렸다.
“침입자다!”
“경호태세로 돌입하라!”
요란한 외침에 넷은 긴장하고 주위를 살폈다.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것 같군요.”
송영수가 말했다. 그들의 주변엔 아무도 없었으므로, 그들이 들킨 것은 아니었다.
“그럼 누가 들어온 거지?”
“설마......?”
이천운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손비웅이 짧게 외쳤다.
“누구죠? 아는 사람이에요?”
송영수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강 짐작이 간다. 따라와라.”
손비웅을 중심으로 그들은 조심스럽게 붉은 전각을 돌아 앞마당으로 갔다. 앞마당의 배치도 남경분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곳에는 한 명의 검은 복면인이 서 있었다. 8척의 장신이었는데,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하지 않고 당당한 자세로 서 있었다.
“누구지? 실력에 자신이 있는 건가? 거만한 건가?”
송영수가 너무도 당당한 그의 태도에 놀라 중얼거렸다.
“저놈...... 오지 말라고 했더니만......”
손비웅이 작게 중얼거렸다.
“설마......? 진짜 따라온 거에요?”
송영수도 누군지 짐작이 가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 것 같구나.”
“대체 누구길래 그래요?”
송영수와 손비웅의 대화에 이천운이 영문을 몰라 물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 저놈도 참 무모한 놈이군.”
“누군데요?”
“잘 생각해봐라. 아마 금방 알 수 있을 꺼다.”
“누구지......?”
“양양에서 내공이 강하고, 8척 장신의 고수가 누구겠냐? 그것도 우리를 잘 알고있는 사람이......”
“아~!”
손비웅의 말을 듣고서야 이천운은 복면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는 고지라였다.
둘이 한참 대화를 하고있을 무렵, 하오문인들은 고지라를 둘러싸고 포위망을 구축했다.
“호호호호!”
어디선에 귀에 익은 웃음소리가 들리자 넷은 놀라 마당을 바라봤다.
“혼자 이곳에 오시다니...... 요즘 하오문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군요.”
하오문인들을 헤치고 여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당미진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분타주인 듯한 사람도 천천히 걸어왔다. 복면을 하고 있어 누군지 알 수 없었으나, 뚱뚱한 몸집에 짐작 가는 사람이 있었다.
둘의 모습은 본 손비웅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오려 했다. 그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상황을 관찰했다.
“네놈들은 누구냐?”
“전 이곳 양양분타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고지라의 물음에 복면을 쓴 뚱뚱한 사람이 공손히 대답했다.
“흥! 이걸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고지라는 거만한 음성으로 분타주를 향해 다시 물었다.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모종의 사건이후 경비가 강화됐거든요.”
분타주의 대답을 듣고 이천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친숙해서 이천운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했기 때문이었다.
“감히 내게 그런 말을 하다니...... 덤벼봐라. 잠시 후에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보자.”
고지라는 두 손을 가슴에 모은 뒤, 내력을 모으며 말했다. 그리고 두발을 벌리고 자세를 취했다.
“그러지요.”
분타주는 손을 들어 하오문인들에게 신호했다. 그의 신호를 시작으로 하오문인들은 두 겹의 포위망을 구축하며 고지라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뭐지? 저번에 우리가 왔을 때는 저런 진은 없었는데......”
이천운이 놀라 말했다.
“저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경비를 강화했겠죠. 오히려 저게 당연한 거에요.”
송영수는 눈을 찌푸리고 진세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규모가 크고 변화가 빨라 쉽게 알아챌 수 없었다.
“음...... 왠지 저놈이 불리한 것 같구나.”
손비웅이 걱정스런 어조로 말했다.
그 때 고지라가 두팔을 뻗어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하오문인들을 향해 연거푸 십여개의 장력을 발출했으나, 진법의 변화에 막혀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꽤 특이한 진법이로구나!”
고지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유롭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여유와는 달리 포위망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뭐 좋은 방법 있냐?”
손비웅이 답답한 음성으로 송영수에게 물었다.
“음...... 저 진법은 개방의 타구진(打狗陣)에 팔괘의 변형을 추가한 것 같아요. 그러니 좌.우를 바꿔서 계산하고, 팔괘를 역으로 변형시킨 다음에 오행의 반대로 발을 밟고...... 웁!”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진법을 깨뜨릴 방법이나 말해라.”
송영수의 설명이 길어지려 하자 손비웅이 손가락으로 그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간단하게 여기서 기습공격을 해서 포위망을 깨뜨리면 되요.”
“뭐? 그렇게 간단한 걸 왜 지금 알려주는 거냐?”
“안쪽에서 진법을 깨뜨릴 방법을 연구하느라......”
송영수는 자신이 말하고도 미안했기 때문인지 말끝을 흐렸다.
“이런...... 다들 내가 신호하면 최대한 내력을 끌어올려 일제히 기습공격이다.”
손비웅은 셋을 돌아보며 말했다. 셋은 각자 무기를 꺼내들고 내력을 끌
어올렸다.
“하나! 둘! 셋! 가자!”
손비웅의 말에 넷은 일제히 몸을 드러냈다.
“진식 쇄혼지(眞式 碎魂指)!”
“화력폭천(雷力爆天)!”
“청영참마(靑影斬魔)!”
“영수궁(永壽弓) 천하만시(天下滿矢)!”
손비웅은 손가락 끝에 열 개의 쇄혼지를 운용해 포위망을 향해 발출했다. 악승호도 사력대천공(四力大天功) 중의 화력을 검에 운용해 검기를 날렸다. 이천운도 청영참마를 수평으로 날려 오륙명의 허리를 베었다.
‘어라? 승호형의 초식은 뭐지? 저런 공격은 화산파에는 없는 걸로 알고있는데......’
송영수는 힐끔 악승호의 공격을 보고 의아함을 느끼며, 32개의 영수전(永壽箭)을 사방으로 날렸다.
넷의 기습공격으로 오십여명의 하오문인들이 자리에서 쓰러졌다. 뒤에서 공격하자 하오문인들은 당황하며 포위망이 흐트러졌다.
“이놈들! 거령신장(巨靈神掌)을 받아봐라!”
고지라가 노한 목소리로 연거푸 십여개의 장력을 발출했다. 그의 내공이 강했기 때문에 장력에서 엄청난 바람소리가 들렸다. 이천운일행의 공격으로 진법의 외곽이 무너졌기 때문에, 그의 공격은 효과를 거둬 삼십여명의 하오문인들이 쓰러졌다.
“저놈들은 또 뭐야?!”
당미진은 갑작스럽게 출연한 네 명을 보고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넷은 이미 하오문인들의 틈을 헤집고 다니며 일방적인 공격을 해대고 있었다. 고지라도 흥이 난 듯 연속해서 장력을 발출했다.
“전 문인들은 추망진(?莽陳)으로 대열을 옮겨 방비하라!”
뚱뚱한 복면인이 큰 소리로 외치자 하오문인들은 대열을 정비하고 반격을 시작했다. 이천운일행의 공격은 계속 명중했으나, 하오문인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그들은 점차 포위되어 갔다.
“젠장! 이걸 어쩌지?”
이천운이 하오문인의 견정혈을 찌르며 소리쳤다.
“우왁!”
그의 공격에 하오문인은 비명을 지르며 검을 놓쳤다. 그는 발로 하오문인을 차서 멀리 날려버렸다.
“아무래도 우리가 불리해요. 어쩌죠?”
송영수도 당황해 말했다. 그는 처음에 영수궁의 위력으로 많은 하오문인을 마비시켰으나, 화살이 얼마 남지 않아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역시 안되겠군. 지라 할아버지와 비웅 할아버지는 내력을 모아 분타주 바로 앞바닥을 향해 장력을 발출해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둘은 날 따라 분타주를 사로잡죠. 먼저 영수가 화살을 날리고, 승호형은 제가 화영만천(花影滿天)을 외치면 공격을 해요.”
이천운이 주위를 살핀 후 전음을 날렸다.
“좋다.”
“그래. 네가 신호하면 공격하마.”
고지라와 손비웅은 대답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하오문인들을 공격해갔다.
“하나! 둘! 셋! 지금이에요!”
“광호비천(狂號飛天)!”
“노해폭룡(怒海暴龍)!”
손비웅은 광호비천의 초식으로 분타주의 앞쪽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고지라도 노해폭룡의 초식을 장력을 날렸다. 둘의 공격은 바닥에 닿으며 많은 먼지와 모래를 흩날리게 했다. 위력이 컸기 때문에 잠시 분타주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이에요!”
이천운은 복면인을 향해 무영풍을 전개하며 외쳤다. 악승호와 송영수도 경공을 전개해 이천운의 뒤를 따랐다.
“영수궁을 쏴!”
이천운은 먼지가 걷히려하자 송영수에게 외쳤다. 송영수가 남은 여덟 발의 영수전을 발사하자 여러 개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흥! 내가 비슷한 수법에 당할 것 같으냐?!”
분타주는 코웃음을 치며 이천운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그리고 당미진도 수십 개의 은침을 발사했다. 먼지는 이미 대부분 가라앉아 시야에 지장이 없었다.
“화영만천(花影滿天)!”
이천운은 검막을 형성해 몸을 보호했다. 몇 개의 은침이 몸에 박혔지만
주요 혈도는 보호했기 때문에 큰 부상은 면할 수 있었다. 이천운은 초식을 펼침과 동시에 몸을 숙였다. 그러자 그의 뒤쪽에 있던 악승호가 재주를 부려 이천운의 몸을 뛰어넘었다.
“앗!”
마침 분타주는 이천운에게 검기를 날린 후 검을 회수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악승호를 보고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당미진이 옆에서 도와주려 했으나 어느새 송영수가 현란한 신법을 펼치며 시야를 교란시키고 있었다. 분타주는 급히 신법을 전개해 뒤로 물러나려 했다.
“흥! 그게 맘대로 될 것 같으냐?”
악승호도 두 발에 내력을 싣고 분타주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분타주의 목을 향해 검을 찔러갔다. 분타주의 경공도 훌륭했지만 악승호는 뒤에서부터 달려와 가속이 붙어있었기 때문에, 분타주를 쉽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헉!”
분타주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악승호의 검은 분타주의 목젖 한치 앞에서 멈춰있었다.
“모두 멈춰라!”
분타주가 제압되자 이천운이 큰 소리로 외쳤다. 하오문인들은 대장이 제압당한 걸 보곤, 무기를 내리고 이천운일행을 주시했다.
“네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이천운이 의기양양한 음성으로 말했다.
“휴~! 모두 무기를 버리고 뒤로 물러서라!”
분타주의 말에 하오문인들은 무기를 버리고 3장정도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이천운일행을 포위하고 있는 형상이었다.
“이제 됐습니까? 광! 마! 선배님!”
분타주는 손비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음성은 떨리고있었고, 약간의 두려움이 베어있었다.
“그래...... 그런데 우리를 어떻게 알아봤지?”
손비웅은 복면을 벗으며 물었다. 나머지 셋도 복면을 천천히 벗었다. 오직 고지라만이 복면을 벗지 않고 있었다.
이천운이 복면을 벗자 하오문인들은 여기저기서 긴 탄식음을 냈다. 개중에는 절망 섞인 눈빛으로 눈물을 흘리는 이까지 있었다. 분타주도 이천운의 얼굴을 보자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쳇! 내가 무슨 마귀인가? 왜 날 보고 저런 표정을 짓지?’
이천운은 기분이 상해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분타주를 포함한 하오문인들은 더욱 공포에 떨었다.
“제가 어떻게 여러분의 목소리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 아마 평생가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잠시 후, 분타주가 이성을 차리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런가...... 자네도 그런 거추장스런 복면은 벗어버리지. 기! 동!
차!”
손비웅의 말에 분타주도 천천히 복면을 벗었다.
“휴......”
분타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땅을 쳐다봤다. 그는 기동차였다.
이천운일행이 한바탕 남경분타를 휩쓸고 지나간 후, 기동차는 아버지께 부탁해 양양분타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 이천운에게 당한 대부분의 남경분타소속 하오문인들과 당미진도 기동차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 그들은 남경에서 머리 떨어진 양양으로 오면 다시는 이천운일행과 만나지 않을 꺼라 생각했다. 때문에 다시 이천운의 얼굴을 보자 그들의 대부분은 황당하면서도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자세한 얘기 좀 나누세.”
손비웅이 기동차의 혈도를 짚으며 말했다.
“그러시죠.”
기동차는 이천운의 얼굴을 보자 이미 포기한 듯,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손비웅의 말을 따랐다. 이천운에게 심하게 당한 뒤, 그는 이천운의 얼굴만 생각하면 내공이 제대로 모아지지 않았다.
그들은 기동차를 앞세우고, 분타주가 기거하는 붉은 전각으로 들어갔다. 하오문인들은 적대감도 드러내지 못하고, 오직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기동차를 바라볼 뿐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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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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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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