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 그 맛을 몰았다, 전에는... 손녀 한진이를 만나면 주기 위해 몇 알의 사탕을 가지고 다녔다.손녀 때문에 가방에 사탕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길에서 또는 지하철에서 한진이만한 아이들 만나면 사탕 하나꺼내 준다. 이 아이들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며 꾸벅 인사를 한다. 같이 가던 부모도 감사하다는 가벼운 인사를 하고서로 기분이 좋아진다. 전에는 그 맛을 몰았다. 그 기분을. 몇 푼 안 드리고...한 번은 우체국을 갔는데 아이 할머니는 포장하느라 열중이다. 이 녀석 나를 보더니, 책상 밑으로 피하고 숨어버린다.‘할아버지가 늙어 보기 싫으냐?’ 하며 예(例)의 사탕 하나 꺼내 주었다. 그다음부터는 이 녀석 우편물 일 끝날 때까지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 사탕 하나 때문에 적대감(敵對感)(?)이 금방 친근감(親近感)으로 바뀌어 나를 따라다니는것이다. 전에는 그 맛을 몰랐다. 그 쾌감을... 어른들도 이 아이 모양 천진난만(天眞爛漫)했으면 좋겠다. -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먼저... 또는 해주세요’ 지인 B씨는 이것을 TSP라 표현했다.즉 Thank you, Sorry, Please의 약자이다. 감사할 일에 감사하고 미안할 때 미안해하고 정중히 할 때 올바른 행동을 하면 각박하고 메마른 이 사회가 얼마나 순화(純化)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세상에서 이 말보다 더 중요한 말이 또 있을까?살면서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 어느 시인은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도 모기에 물리다니’라고 시를 썼다. 보통 모기에 물리면 ‘요놈의 모기’하고 죽이려는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인데 이 시인은 이렇게 움직이고 걸어 다니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행복한 일이 아니냐 했다. 모기가 죽은 자는 안 물고 살아 숨 쉬는 자만 무는 까닭이다. 살면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만, 신이 아닌 이상 실수를 하게 되고 잘못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면 대개 용서가 되고 관용(寬容)이 된다. 내가 미안해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일이 서이행지(恕而行之)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얼마 전 마트에서 생긴 일이다. 물건값을 계산하려고 계산대에 가서 줄을 썼다. 내 뒤에 어느 외국 여성이 손에 물건을 쥐고 계산을 기다리고 있다. 보니 나는 손수레에 물건이 많고 그녀는 몇 개 아니 된다. 그걸 보고는 영어 한마디 했다. ‘You first, please'하니 이 여자 탱큐, 탱큐 하면서 여간 좋아하지 않는다. 극히 간단한 한 마디이고 단어 셋 쓴 것뿐인데, 그녀를 기분 좋게 만들었고 탱규를 연발하게 한 것이다. 단지 Please 한마디 사용에서 생긴 일이다. 요즘 사회가 더욱 거칠어지는 듯하다. 우리 전래의 미풍양속은 어디에 모두 숨어버렸는가? 지금의 사회를 보면 조금도 양보 없는 싸움을한다. 우리의 이런 현실에 TSP 즉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먼저... 또는 해주세요’ 하는 말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TSP- 이 세 마디는 입에 달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정중히 부탁하고 감사하며 미안해하는 마음을 항상 가자고 살아야 한다.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좋은 사회,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 가득하다. - 오랜만에 윙크를 해봤다.윙크 해본것이 쾌 오래되어 언제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런 귀한 윙크를 받은 아가씨는 생후 1년 4개월 된여아(女兒)이다. 어제 병원 진료를 받고 오다 인천 서구구청 지하철 구내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생긴 일이다.유모차에 앉은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마 저렇게 흉측하고 기미가 잔뜩 낀 사람이 왜 나를 보며 껌뻑이나 했겠지.윙크를 알 턱이 없는 나를 보고 왜 눈을 깜빡이며 미친 짓을 하고 있나 했겠지. 잠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내재(內在)되어 있는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다.윙크를 해주었다. 이 일은 그녀의 엄마는 전혀 모른다. 그녀와 나만이 아는 일이다. 금방 전동차가 와서 함께 승차했다.나는 비로소 ‘아기 이름이 무엇이며, 생후 몇 개월 됐느냐’고 물어봤다. 생후 1년 4개월 됐다고 한다. 이름은 알아듣지를못했다. 지하철 소음도 있고 청각장애가 있어 생후 몇 개월 된 여아라는 것만 알아들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따님에게 윙크를해주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얘기를 하면서 내가 이리 뵈도 윙크를 헤프게 쓰는 사나이가 아니라고 했다.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오랜만에 윙크를 써먹었다고 했다. 유머어스럽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어눌한 내 말투에 그만우스웠던지 엄마 웃음이 빵 터졌다. 그리고 다음 정거장에서 하차하여 헤어졌다.귀가해서 할멈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하니 ‘이 양반, 다니면서 엉뚱한 짓만 하고 다닌다. 누가 당신 윙크를 받아줄 사람이세상에 어디 있느냐. 그때 나니까 콩깍지 씌어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는 거지 등등 핀잔을 들었다.나는 할멈의 핀잔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그래도 나는 윙크를 해준 그 어린 아가씨가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원한다. - 2017년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82세였다. 평균 수명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2019년에는 83세, 2021년에는 84세... 잘하면 100세라더니 이제는 특별히 잘하는 것 없이도 무난히 100세까지 사는 나라가되었다. 이렇게 되면 말을 바꿔야 한다. ‘잘하면 120세’라고. 우리는 노인 비중이 14%를 이루어지면 ‘고령사회’라 한다.나 젊었을 때 일이다. 산아 제한을 하고 나라에서 정관수술을 권장하고 무료로 시술을 해주었다. 그 시절이 바로 엊그제같은데 하마 40~50년이 지났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저출산현상과 맞물려 사회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초고령화(65세 이상 21%) 시대 진입을 2026년으로 보고 있다.우리는 26년,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70년, 일본 36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일본에 비해서도 10년이 빠르다. 100세 시대를넘어 120세 시대도 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노인으로 살아야 하는 처지가 오히려 부담스럽다. 또 저주스럽고 한심스럽다.장수한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장수하되 남에게 폐 끼치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 ‘세계평화의 숲’ 공원을 천천히 걷는다. 파란 하늘이 마냥 드높다. 가을을 재촉하는가 보다. 공원을 돌면서 인생은 무엇인가?노년을 어찌 살아야 지혜로운가? 가장 자연스러움은 어떤 것인가? 잠시 상념에 저져 본다. 사람 사는 것 별거 아니다.내남직없이 거기서 거기다. 특별히 차이 날 것이 없다. 이만큼 살아보니 그렇더라는 것을 알았다.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의 ‘어우렁 더우렁’을 본다.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輪回)의 소풍 길에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 듯 접고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그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 했겠지...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리 어이 인연 맺어졌으랴, 한 세상 살다 갈 소풍 길 원 없이 울고 웃다가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단 말 빈말 안되게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