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남산 산책로 1, 2, 3 §
◎ 난 서울 토박이다.
사십 년이 넘게 서울생활에 적응하면서 살다보니, 젊은 날엔 이 서울을 벗어나고 싶을 때도 참 많았다.
이 옥죄인 어두운 회색 빛 터널 같은 갑갑한 서울 거리를 벗어나고 싶을 때가...
그러나 불혹의 나이를 넘기면서부터는 내가 처한 환경에 불만을 갖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잘 적응해 나가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생각을 바꾼다는 게 처음엔 힘겹게 느껴졌지만,
마음먹기 달렸다는 내 나름의 진리가 맞아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 난, 요즈음 내가 살고 있는 이 서울이 정말 좋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강서구가 나는 좋다.
신혼을 화곡동 13평 주공아파트에서 시작했고 두 아이를 다 그 곳에서 출산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조금 넓은 집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린 강서구를 떠나 넓은 집을 찾아 다른 구에서 칠 년을 보내다가
다시 그리운 강서구 우장산 자락 근처에서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다.
내가 특별히 강서구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침마다 오를 수 있는 우장산이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 곳에 올라 가까이 이웃해 있는 봉제산을 바라보는 것도,
우장산 산자락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는 축구장과 양궁연습장을 내려다보는 것도
나의 시선을 아주 즐겁게 해주는 조건 중의 하나다.
또한 늦가을 우장산 조각공원을 산책하는 일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주고 있는가?
그 길을 11월 한 차례의 늦가을 찬비가 스치고 지난 뒤에 거닐면 또 얼마나 운치가 있는지?...
내가 사는 동네의 또 다른 장점은,
우리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도서관 관장님의 자상함과 친절함에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을 이용한다.
필요한 서적이나 권장할 만한 도서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하시던 관장님!
가끔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편사항은 없는지 구민들에게 여쭈어 보는 그분의 성품은,
그게 강서구 구민의 인심 같고, 아름다운 인간의 향기 같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또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헤드폰을 끼고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정보 도서관도 바로 윗 층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가끔 조용하게 혼자서 영화를 보고 올 때가 있다.
그렇게 유익한 공간이 내가 살고 있는 집과 아주 가깝게 위치해 있음이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한다.
내가 우리 동네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가 맴돌며 살고있는 이 지역은 매우 서민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주 편하다.
나와 비슷한 처지와 수준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할까?
내가 살아가는 동네 근처는 대부분 아파트 단지다.
사계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여기 저기 조성된, 자그마한 공원들을 산책하면서,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즐거움 중 하나이리라.
난 언제나 길 위에서 행해지는 모든 시간들을 사랑한다.
걷는 다는 것, 바로 걷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의 실체가 아니던가?
그렇게 내게 사색의 뜨락을 거닐 수 있도록 여기 저기 조성 된, 공원들은 언제나 내게 기쁨을 선사한다.
그래서 난 내가 살고 숨쉬며 맴도는 이 동네를 정말 사랑한다.
◎ 단지 내가 사는 동네뿐이랴?
난 내가 누리고 있는 문화적인 혜택을 즐길 수 있는 서울시내의 모든 공간들을 사랑한다.
멀리 떠나고 싶으나 그럴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난 항상 서초동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의 뜨락을 거닌다.
그 곳에선 우유 빛 감 꽃을 이 맘 때쯤 어김없이 만나게 된다.
한국정원을 거닐다가 대성사 약수터 입구까지 가서
시원한 약수물을 한 사발 들이키고 나면 또 가슴속은 얼마나 시원한지......
그러다가 서울음악당 근처를 배회하다가, 때론 우연히 리허설을 통해 신선한 음악과의 만남도 가질 수 있었지.
음악회나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인 세종문화회관이 가까이 있음도 내가 서울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세종문화회관 건물의 야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조명으로 더 빛이 나는 건물.
회관의 명소, 그 높고 긴 하얀 계단에 서서 맞은 편 교보빌딩을 바라보는 것은 내 오래 된 습관중의 하나다.
가끔 그 브라운빛 빌딩 앞에 걸려있는 현수막의 내용이 내 마음을 잡아 끌 때가 종종 있으니까.......
§ 교보빌딩 앞의 현수막 §
◎ 공연이 끝나고 나서 짝꿍과 함께 천천히 인사동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지금의 인사동보다 예전의 자연스러운 인사동이 내 생각으로 훨씬 좋았지만,
그래도 변화 된, 인사동을 또 그 나름대로 즐기면서 여기 저기 화랑가를 들락거린다.
인사동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것은 언제나 내게 아기자기한 멋과 즐거움을 안겨준다.
숨겨진 맛 집, 멋 집을 찾아내어 새로운 음식의 맛과 멋을 즐길 때의 유쾌함이라니.......
◎ 내가 좋아하는 거리가 또 한군데 있다. 그곳은 대학로이다.
때로 난장판이 되는 그 거리의 쓰레기 행렬을 보는 것이 언제나 곤욕이었지만,
그래도 이른 오전이나, 비라도 내리고 난 뒤 공연관람을 마치고 만나게 되는 대학로는
언제나 내게 안정과 여유를 선사한다.
그 곳에서는 항상 무대 위에서만 만나던 배우들이나 가수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그냥 스치면 대중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나는 건 신선하기까지 했지.
§ 대학로 골목길을 거닐다가..... § § 세종문화회관 근처 예쁜 찻집 §
◎ 젊은 시절엔 서울의 표정이 늘 어둡게 느껴졌다.
어떤 작가의 글에서 읽었던 것처럼, 남산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야경은 창녀의 일기장 같았던 시절을 살았던 적 있었지.
그래. 그 땐 정말 그랬어. 그 불빛 어딘가에 스며있는 슬픔, 고통, 서글픔, 쓰라림..........
그 때부터 이십 년이 흘러흘러,
나이 마흔이 넘어 남산타워에 다시 올라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비록 현란하고 유치해 보인 인공불빛에서 왠지 따뜻함이 쏟아져 나오는 듯 느껴졌지.
내 마음의 부드러운 변화 때문이었을까?
그래. 모든 우주는 내 마음 안의 변화에 의해 움직이는 거야.
나는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서울이 정말 사랑스럽다.
◎ 얼마 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친구와 함께 남산을 산책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남산의 풍경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그렇게 가까운 곳에 그토록 아름다운 산책로와 등산로가 있음을 아는 서울시민이 몇이나 될까?
그 아름다운 남산을 아직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서울 시민도 있을 것이다.
난 그들이 진심으로 안타깝다.
비록, 바쁜 시간을 살고 있다하더라도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남산을 거닐어 보라.
그 길은 지금 당신이 있는 그 장소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그 남산의 산책로는 특히 사 월과 십 일월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렇게 걷다가 잠시 뜨거운 한 잔의 차를 마시고 싶어서 들어 간 찻집!
그 찻집 이름은 <난난다실> 각 테이블마다 고매한 난초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뜨거운 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한 모금씩 마신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따뜻한 액체.
아............ 삶은, 이래서 아름다운거야.
그 때 맛보는 차의 향기는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 하이얏트 호텔 입구 <난난다실>이 있는 독특한 건물 §
§ 남산산책을 하다가 만난 녹색 쇼 윈도우 §
◎ 서울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한강!
이른 새벽에 우장산에 올라 새마을 탑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물결은 어떤지?..........
또 야밤에 만나는 한강의 물빛은 어떤지?..........
여러분은 만나 보았는가?..........
똑 같은 장소에서 똑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빛을 잃지 않는 소중한 우리의 자연은,
우리 모두의 마음 상태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숨쉬며 얼마나 다른 빛깔로 말하는지 아는가?
이 곳 서울엔 아름다운 산들이........ 사색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고궁들이.........
얼마나 많이 우리 주위에서 우리의 발걸음을 기대하고 있는지 아는가?
북한산은 언제 올라도 그 바위산의 절경이 나를 항상 압도시킨다.
가족과 함께 여유 있게 오를 수 있는 관악산은 또 어떠한가?
하산 길에 만나게 되는 소나무 숲에서의 짧은 휴식을 취하노라면,
푸르른 솔 향기 가득한 바람이 등줄기와 이마에 솟은 땀들을 식혀준다.
§ 하산 길 소나무 향기에 미소 짓는 짝꿍 §
◎ 며칠 전, 안산에서 가까운 위치에 사는 친구와 함께 풋풋한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안산을 올랐다.
눈이 부시게 화려한 황매화의 자태에 넋을 빼앗기고,
서서히 새순이 돋는 메타세콰이어의 그 멋진 위용이 병풍처럼 쳐진 녹음의 길을 천천히 걸었다.
늦가을 무렵에 그 길을 걸으면 폭신한 양탄자 위를 거니는 듯한 느낌을 맛 볼 수 있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 안산을 오르다가 한 컷... §
◎ 서울은 이처럼 내게 많은 공간을 휴식처로 제공해 주고 있다.
난 내가 살고 있는 이 서울에서 그 서울이 주는 문화의 혜택을 가능하면 많이 누리면서 살고 있다.
그렇게 살기 위해 늘 노력하고 깨어 있다.
흐르는 시간을 가능하면 알뜰하고 소중하게 장식(?)해 나가고 싶다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내가 숨쉬고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는 것,
때로는 그 지역에 가득한 불만이 생길 때도 있겠지.
그렇다면 용기 있게 그런 불만을 건의하고 토로해보자.
의식 있는 자의 확실하고 합리적인 건의는 반드시 반영이 된다고 본다.
◎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독자라면, <시티투어버스>부터 한 번 이용해 보세요.
내가 살고 있는 5월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만나 보실 수 있게 될 겁니다.
아래 사이트로 이동하시면 <시티투어버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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