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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려타곤(懶驢 坤) 33-6
그리고 소년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검을 만들기 위해 극악봉을 돌에 대고 갈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극악봉을 검으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보냈는지 소년은 청년의 모습을 하게 되었고, 청년이 된 방소구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검이 되어버린 극악봉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기쁨에 겨운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사부님!"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방소구가 소리치자, 지겹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사부의 모습이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또 뭐냐?"
"지금 여기 있는 것이 나 맞죠?"
"네가 너를 의심한다면 너는 너로서 존재할 수가 없다. 지금 너는 몇 살이고 어디에 있는 지 잘 생각해 보지 않을래? 이제 정말로 꿈에서 깨어날 때도 되지 않았니?"
거의 사정하는 어조로 말하는 사부의 모습이 소구에게 너무나 이상했다. 그 말을 끝으로 사부의 모습은 사라지고, 소구는 자신이 극악봉을 갈아서 만든 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리고---.
잠들어 있던 소구가 눈을 떴을 때에 맨 처음 보게 된 것은 잔뜩 화가 난 사부의 못 생긴 얼굴이었다.
"소구야, 이제 제 정신이 든 게냐?"
구정문은 조마조마 하는 심정으로 제자를 향해 질문했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물어보는 제자를 바라보는 구정문의 가슴속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물어보는 제자의 모습에서 이제 정말로 제 정신을 차렸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안도감 다음에 구정문의 가슴속에 찾아온 것은 참을 수 없는 노기였다.
"이놈아! 나 몰래 여기를 탈출하려다 네가 만상금쇄진의 환상에 걸려 미쳐 있던 시간이 몇 년이나 되는지 알기는 하는 것이냐?!"
"예?! 제가 미쳐 있었다니요?!"
사부의 외침에 소구 역시 놀라서 소리치고, 이해 할 수 없다는 얼굴로 사부를 바라보았다.
"무려 오년이다! 오년! 네 녀석의 미친 짓 때문에 내가 가슴 졸이던 일을 생각하면----."
이를 갈면서 제자를 향해 말하는 구정문의 머리 속에는 오년 동안 제자가 벌이던 미친 짓거리가 하나씩 떠오르고 있었다. 소구는 사부의 말에 황당하다는 얼굴이 되어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극악봉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검으로 만들었다고 믿었던 극악봉은 검고 뭉툭한 모양의 처음 봤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사부님---, 그럼 지금까지 제가 보고 겪고 느꼈다고 믿었던 모든 일들이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소구의 입에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한마디가 흘러나올 때, 사부인 구정문의 공력이 듬뿍 담겨 있는 쇠몽둥이 같은 주먹이 소구의 머리로 떨어져 내렸다.
딱 하는 소리가 나오면서 소구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악!"
"이놈아 정신차려! 네가 신이냐?! 산을 허물고 과거와 미래를 마음 데로 오가게? 그런 일이 인간에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
소구의 비명과 거의 동시에 구정문의 입에서 날카로운 호통이 터져 나왔다.
주먹만한 혹이 튀어나온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소구의 입에서는 볼멘 소리가 흘러나왔다.
"씨--, 말로 하지 왜 때려요?"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현실인지 소구는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앞에 서 있는 사부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알 수가 없는 소구였다. 그런 소구의 모습을 보면서 구정문은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
"네가 미쳐 있는 동안 날 가장 열 받게 한 게 뭔지 아느냐?"
"뭔데요?"
"멀쩡히 살아 있는 이 사부를 눈앞에 두고도 없다고 하고, 죽은 사람 취급하는 일이었다!"
말을 하면서 더욱 흥분한 구정문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자를 향해 마구 주먹과 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참 뒤에야 흥분을 가라앉히게 된 구정문은 자신의 늘 앉아 있던 바위에 앉아, 붉고 푸른 멍이 온 몸에 새겨진 상태로 기절해서 쓰러진 제자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자 깨어난 제자 방소구는 비틀거리며 바위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끓고 앉아서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사부 구정문을 바라보았다.
그런 제자를 바라보며 구정문의 입에서는 소구가 오년 동안 벌인 미친 짓에 대해 하나씩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이놈아, 동정호가 얼마나 넓은데 저 손바닥만한 연못을 동정호라고 하는 거냐? 그뿐이냐? 마교가 흑목애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저기 연못가의 검은 돌로 탑을 쌓더니 그걸 허물면서 마교를 멸망시켰다고 떠들어대질 않나---, 네가 벌인 일 중에 그게 압권이었지. 돌 무더기를 쌓아놓고 그것을 허물면서 일수에 산을 사라지게 했다고 좋아했으니---. 그것뿐이면 말도 안 해. 이놈아, 네가 벌인 가장 미친 짓이 뭔지 아냐?"
사부의 말을 들어가면서 방소구는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점점 고개가 땅바닥을 향해 추락해 갔다. 대답도 못하고 있는 제자를 바라보며 구정문은 계속 입을 열었다. 이제 제 정신을 차린 제자를 향해 그 동안 쌓인 말을 모두 할 수 있게 되어서 속이 점점 후련해지고 있었다.
"아무도 갈지 못해서 포기한 극악봉을 가지고 검을 만든다고, 그 무거운 것을 들고 하루 종일 이 바위에 대고 갈아대던 일이다!"
구정문은 이를 갈면서 자신이 앉아 있는 바위를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사부의 말에 소구는 고개를 땅으로 쳐 박았다. 자신이 현실이라고 믿었던 모든 일들이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 소구도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저---저기, 사부님. 그럼 지금 제 나이가 몇이에요?"
소구는 자신이 지금 몇 살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제자의 모습을 보면서 구정문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놈이 미쳐 있더니 제 나이도 모르는군."
여전히 퉁명스러운 사부의 말투였지만 어느 정도 사부의 화가 풀렸다는 것을 깨달은 소구는, 아부가 가득한 미소를 흘리며 사부에게 다시 한번 질문했다.
"미친놈이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겠어요?"
"네 나이 열살 때 이곳에 왔고, 십오세때 이곳을 탈출하려다가 미친 게 오년 전이니 꼭 약관 이십이로구나."
소구는 궁금한 것을 하나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이 남아 있었다. 자신의 현재의 무공 실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 것인지 정말 궁금했다. 이제 환상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환상 속에서 자신의 무공 실력은 절대무적이라 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 자신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정말 궁금했다.
"사부님 그럼 제 무공실력은 지금 어느 정도나 되는 건지 말해 주실 수 있어요?"
제자의 질문에 구정문은 다시 한번 한숨이 흘러나오는 것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제자가 왜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인지 뻔했던 것이다. 겨우 돌무더기를 쌓아 놓고 그걸 허물면서 산을 없앴다고 떠들어대던 제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구정문은 입을 열었다.
"일수에 산을 허물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서?"
사부의 말에 소구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에."
구정문은 한숨을 푹 푹 흘리면서 한심한 제자를 바라보았다.
"이놈아, 이 사부의 능력으로도 산을 허물어 버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작은 언덕이라면 한 이틀이며 허물어 버릴 수도 있겠지만--. 무공을 배워야 할 시간에 네가 미쳐 있었다는 것은 알겠지?"
"예--에."
소구는 다시 한번 잔뜩 주눅이 들어서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쳐 있긴 했지만 네 녀석은 저기 동굴의 서고 있는 삼백권에 달하는 무경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읽고 외우더구나. 여길 탈출하려면 무공을 높여야 한다고 소리치면서---. 겨우 천권도 안 되는 서책을 잃고 수만권의 책을 읽었다고 떠들어대서 날 웃게 만드는 일도 있긴 했지만--, 게다가 네 몸에 쌓인 내공 또한 완전히 네 것으로 만들었지. 갑자기 검강(劍綱)을 만들어 내어 날 죽일 뻔한 일도 있었으니--, 확실히 네 녀석의 무공은 높아졌다. 절정고수라 불러도 이상할 것은 없지."
"그럼 제가 지금 밖에 나가면 절 이길 만한 사람은 많지 않겠네요?"
모처럼 기분 좋은 말을 듣게 된 소구의 입에서 밝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그 말을 듣고 구정문은 떨떠름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지. 그렇지만 아직 많이 모자라. 네 녀석이 혼천문의 후계자라는 것을 잊은 거냐? 절대쌍천 중의 하나인 혼천문의 후계자가 가져야 할 실력은 결코 아니야. 그 정도의 실력으로 절대라는 말을 붙일 수는 없지. 너 정도의 실력을 가진 자라면 적어도 열 명 이상 무림에 존재한다."
사부인 구정문은 제자의 좋았던 기분에 다시 찬물을 끼얹었고, 제자인 소구는 쳐든 고개를 다시 푹 수그렸다. 그러나 아직도 궁금한 것이 남아 있는 소구였다.
"사부님, 환혼경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입니까?"
"마교의 제일 가는 보물이지. 저 동굴 속의 서책에서 그것에 대한 것을 읽고 네가 벌이던 미친 짓거리가 떠오르는 구나."
사부의 말에 방소구는 얼굴을 불게 물들였다. 그런 제자의 모습을 보면서 구정문은 흐릿한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확실히 나도 이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깰 수 없다는 그 거울을 구해서 깨는 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만---."
"사부님의 능력이라면 그 거울을 깰 수 있나요?"
"모르겠다. 해보지 않고는 몰라."
"제 환상 속에서 그것은 너무나 끔찍한 마물이었어요."
"확실히 그것은 세상에서 사라져야 마땅할 마물이지. 수천 수만의 영혼을 그 안에 가둔 끔찍한 물건이니--."
"어? 진짜 그것이 영혼을 가두는 거울이에요?"
"그래. 네 환상 속에서 환혼경에 대한 것은 저 안에 있는 기록을 보고 만들어 낸 것이 아니더냐? "
구정문은 서책을 모아둔 오두막 뒤의 동굴을 가리키며 제자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환상이라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제 온 가족이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았습니다."
"환상일 뿐이다."
"너무 사실 같았어요. 전 그 놈의 거울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지 못하면---."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이놈아 정신차려! 너는 지금 몇 살이고 어디에 있는 것이냐?!"
사부 구정문의 날카로운 호통이 다시 한번 입에서 터져 나왔다. 잔뜩 화가 나고 갑갑하고 조마조마한 구정문의 마음속에는 제자가 다시 미쳐서, 환상 속에 자신을 가두는 일이 또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사부의 호통을 들어가면서 소구는 고민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미쳐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주 긴 세월을 명상 속에 잠겨서 혼천경을 터득하던 일은---? 그렇게 긴 시간의 느낌을--, 5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느낄 수가 있을까?'
고개를 수그리고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방소구의 머리 위로 다시 한번 사부 구정문의 주먹이 떨어졌다.
"미친 놈!"
"또 왜 때려요?!"
소구의 머리 위로 불룩 솟아 있는 혹 위에 다시 또 하나의 혹이 불쑥 솟아났다. 맞은 자리를 또 맞은 소구는 정말로 아프고 화가 나서 소리쳤지만 바로 후회했다.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사부의 눈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혼천문의 후예들이 왜 이 닫혀진 공간 안에서 살게 되었는지 이유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다른 사람의 마음속이 들여다보여서 그 무엇도 침범할 수 없는 장소를 만들었고, 지금 소구의 마음을 사부가 읽게 된 것이다.
'죽었다!'
소구의 가슴속에서 한 마디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 순간, 닫혀진 공간 안의 허공 중에 요란하게 콩 볶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말도 없었다. 오직 소구를 향해 아픔을 선사하기 위한 구정문 사부의 주먹질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매 타작을 끝내고 사부는 바위 위에 않고, 해롱해롱한 상태가 되어서 소구는 한 마디를 내뱉고 그대로 기절했다.
"사부님, 저 지금 기절할 거니까 이야기는 좀 있다 하자고요."
그대로 푹 쓰러져서 기절해버린 제자를 바라보며 구정문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놈이 도대체 얼마나 맞아야 제 정신을 차리지? 남들은 제자가 장성하면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시중을 다 들어준다는데---, 스물 살이 넘는 제자의 시중을 들어줘야 하는 나는 뭐지?"
바위 위에 힘없이 주저앉아서 구정문은 그렇게 푸념하면서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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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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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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