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면 착해지는 건 쉬운 법이야. 세상이 밝게만 보이니까.
하지만 몸이 아프면 어떤지 알아? 긴 방학이 계속되는 거야. 끝없는 답답함에 미쳐버리게 된다고.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던 날, 건수는 학교에 가지 않고 아빠가 살고 있는 병원에 간다. 아빠가 보고 싶어서가 아닌, 그와 같은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듣는 약이 하나도 없는 병, 슈퍼 결핵. 낙심한 건수는 마치 방학 숙제를 하듯 하루하루 자신과 같은 병으로 죽어간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아빠와 함께 지낸 지 보름쯤 되던 날, 새엄마가 찾아와 죽은 아빠를 데려가면서 건수는 다시 혼자가 되었고. 그런 그의 앞에 하루는 상복을 차려 입은 여자, 강희가 나타난다. 알고 보니 그녀도 자신처럼 이곳에서 부모 중 한 사람을 잃었고, 또 자신처럼 듣는 약이 하나도 없다는 듣는 약히 하나도 없다는 말에 건수는 강희가 자꾸만 궁금해진다.
삶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가지지 않던 소년과, 그의 앞에 나타난 소녀, 그들의 끝을 알 수 없는 긴 방학의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 둘 다 살아남는 방법은 없을까? 건수는 병원 측으로 부터 개발 중에 있는 시약을 먹게 되고 그 시약의 반 알을 강희에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