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레아가 집무실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크란의 본격적인 일이 시
작된다. 크란은 우선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실프, 샐러맨더, 운디네, 위습."
부름과 동시에 허공에 나타나는 네마리의 정령. 각각 바람, 불, 물, 빛
의 정령들이다.
"실프, 환기를 부탁합니다. 샐러맨더, 실내 온도를 부탁합니다. 운디
네, 습기조절을 부탁합니다. 위습, 방을 밝혀주세요."
정령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
다. 실프는 창가에 앉아서 실내와 실외의 공기를 순환시켰고, 샐러
맨더는 방 중앙에서 온도를 조절했으며. 운디네는 습기를, 마지막으로
위습은 방을 밝혔다.
이것들은 전부 이드레아의 원할한 집무를 위해 크란이 제공하는 쾌적한
환경이다. 아무리 그래도 4원소의 정령들을 소환하다니. 인간계의
정령사들이 봤다면 거품을 물고 쓰러질게 분명하리라.
그러나 이런 일을 하고도 크란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
시작이라고나 할까.
크란이 창가쪽에 다가가 자신의 어깨를 쳐다봤다.
"자, 우리도 열심히 일해야겠죠?"
파라라라락!
순간 크란의 어깨에서 튀어나오는 수십, 수백의 박쥐들.
끽끽! 끽!
파다다다닥! 파다닥!
이내 모든 박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모두
마왕성 주변의 치안을 위해 크란이 자체적으로 풀어놓는 일종의
감시망이다. 수백마리의 박쥐떼가 마왕성 주변을 비행하면서 조금
이라도 이상한점을 발견하면 즉시 크란에게 보고를 하니, 이보다 더
한 감시망이 그 어디에 있으랴.
이내 모든 박쥐를 떠나보낸 크란이 자신의 어깨를 툭툭 털고는 이
드레아가 앉아있는 집무용 책상으로 다가갔다.
"자, 마스터. 마스터도 일하실 시간입니다."
그러면서 품속에 손을 집어넣는 크란. 잠시후 품에서 꺼낸 손에는
서류더미가 한가득 들려있었다. 그것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는 이
드레아. 그러나 크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류더미를 책상위에 탁
하고 내려놨다.
"얼마 안되니까 금방 끝날겁니다, 마스터."
이드레아가 검지와 엄지로 서류더미의 두께를 재고는 울상을 지었
다.
"히잉, 한뼘이나 되잖아."
"도장만 찍으시면 되잖습니까. 거기다가 어제보다 한뼘이나 적고
요."
사실 이드레아의 업무는 그리 힘들지 않다. 한번 거쳐온 서류들
을 크란이 재차 걷어내기 때문에 이드레아는 마왕의 직인만 찍으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드레아가 책상에 얼굴을 박았다.
"싫은건 싫단 말이야."
마왕의 업무란 자신의 구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처리하는것으
로, 마왕이 직접 돌아다닐수는 없기 때문에 각 구역에서 서류들이
보내져오는것을 처리하는것이다. 그러나 이런 업무는 대부분 마왕
의 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하에게 시켜놓고 탱자탱자 멋대로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이드레아가 특이한 경우라고나 할까.
"싫다고 안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자기일은 자기가 스스로 해야지
요."
말과 함께 다시 품속에 손을 넣는 크란. 잠시후 품에서 나오는 손
에는 고품스러운 찻잔과 주전자가 들려있었다. 그리고는 그것들
을 내려놓고 다시 품속으로 들어가는 손. 이번에는 여러종류의
다과가 들려나왔다.
"간식입니다, 마스터."
간식. 이드레아가 업무를 실행하는데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끄응."
신음을 흘리며 간식에 손을 가져가는 이드레아. 간식이 나온 이상
자신으로서는 업무를 안할수가 없다. 일을 안하면 간식을 주지
않을 테니까. 저 간식으로 말하자면 크란이 만든것으로, 맛, 모양, 향
기, 모든것이 완벽한 환상적인 먹거리다.
와작!
한입 베어물자 저절로 얼굴에 피어나는 행복감. 도무지 아무리 먹어
도 질리지가 않는다. 이드레아가 행복한 얼굴로 옆에 찻잔을 집어 들
었다.
후륵!
"하아....."
절로 나오는 탄성. 과자와 어우러지는 차맛은 그야말로 황홀하기
까지 하다. 이런건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지...... 그렇게 열중해서
과자를 먹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짓쳐드는 어둠의 손!
휙!
"에!"
그 어둠의 손은 순식간에 다과를 강탈해 갔다. 이드레아가 황급히
손의 주인을 올려다 봤다. 내 소중한 다과를 훔쳐가다니! 용서할수
없어! 이드레아가 결의를 다지며 다과강탈범을 맹렬히 쏘아보았으
나, 그것은 하등 소용이 없었다. 얻은것이라곤 '일하지 않는자, 먹
지도 말라.' 라는 눈빛이라고나 할까.
"히잉, 치사해."
결국 서류더미를 집어드는 이드레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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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새벽에 쓰게된거라 분량이 좀 적습니다. 양해를......
아 졸려, 쓰러지겠네...... 늦었지만, 안녕히 주무시길.
첫댓글 우와~우리 집사 대단한테요>< 모든 정령들을 불러내다니요!!!집사는 정말 모든걸 다 잘하나봐요>< 저도 크란과 같은 집사 하나만 있으면 정말 좋겠네요~청소는 정령들이 해주고 옆에서 비서처럼 이거해야된다 저거해야 된다 알려주고 맛있는 간식도 주고+_+ 마스터보다는 우리 크란이 더더더 많이 등장했음 좋겠어요>< 크란 팬의 작은 바램이랍니다♡수고하세요~재밌게 잘~읽고가요!!! 다음편도 또 기대할께요><
어이쿠, 언제나 극찬에 감사드려요.
ㅋㅋㅋㅋ 무지 재미있네요 집사의말투와, 주변환경과직위에어울리지않는 마스터의 행동과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ㅎㅎ 기대할께요
기대해주신다니 몸들바를....
캬 역시 재미잇군요 ㅋㅋㅋ 보고또보고는..ㅋㅋ 3편을후딱연재해주시길 ㅋㅋ
3편 오늘은좀 힘들것 같고요, 내일 올릴께요. 죄송;;
쉬염쉬염하셔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