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
정상하
계단이 끝나고 거기서 누군가가 사라진다
계단에도 구만리 먼 데가 있다
밥을 먹다가 거기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밥 속에 천 길 낭떠러지가 있어서
쩝쩝 후루룩 날마다 먹는 낭떠러지가 있어서
손가락 사이로 쭈르르 흘러내린 물같이
산맥을 넘어가는 바람같이
시크라멘 꽃대를 세다가 누군가 사라진다
꽃대만 남아 하염없이 흔들린다
아픈 몸뚱이와 얼룩덜룩 밤을 새다가
제 몸뚱이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
몸뚱이가 구천의 한가운데다
노란 마을버스가 낮은 모퉁이를 돌아올 때
잎 떨어진 나무 그림자가 산비탈을 쓸고 있을 때
옆 사람이 사라지고 그 옆 사람이었던 사람이 사라지고
***
... 중략 ...
이 시는 수채화처럼 잿빛 연필 크로키처럼 담담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도 은근히 공포스럽다. 왜냐하면 사라짐 이후의 사실을 경험한 사람이 없어서 규정하거나 추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라진다는, 소멸한다는 죽는다는 사실만 클로즈업되어 있다, 특히 이 시에서는 아무 준비 없이 졸지에 느닷없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일상성을 그려내고 있다, 내 옆에 있던 사람, 또 그 옆에 있던 사람이 사라지는 판타지 공포 영화 장면 같은 무서운 일이 아침밥 맛있게 먹고 무심하게 맞이한 하루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중략 ...
지난 주말, 젊은 꽃다운 청년들이 축제의 기쁨을 만끽하러 갔다가 졸지에 귀한 생명을 허망하게 잃는 사고를 듣고 우리 모두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순서를 달리 할 뿐 무작위의 죽음은 이럴 때 대단히 권위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죽음이 삶의 연장임을 알 때 삶 자체를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소멸이 소멸로 끝나지 않고 영혼의 지속이 있음을 믿는다. 사람에게 깃든, 내재된 신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인류를 존속시켜 온 사랑의 힘을 믿는다. 숱한 시련이 우리를 압박하더라도 우리들 서로를 사랑하는 사랑이 이긴다. 사랑이 가장 우세하다(love is prevail).
이태원 사고 현장 옆에 소리 없이 놓이는 꽃다발과 편지가 우리 마음을 적신다. 전할 수 없지만 이 글로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소중한 다음 세대들을 어느 때보다 더욱 관심하리라 다짐해 본다.<나금숙 시인>
***
공감 가는 두 편의 글로 마음을 대신해 봅니다 ...
첫댓글 죽지 않아도 되는데 죽습니다. 죽임을 당합니다. 살아도 살아서 미안하고 명복을 빌고 명복을 빌고 명복을 빌어야 합니다.
정말 미안하고 미안해 집니다 ... 어찌 이런 일이 ...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 !!
골목끝에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아무도 모릅니다ㅠ
그래서 두렵고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거겠지요 ...피할수도 없는데요 ...
<숱한 시련이 우리를 압박하더라도 우리들 서로를 사랑하는 사랑이 이긴다. 사랑이 가장 우세하다.>
어느때 어떤 골목을 만나게 될지 모를 현대인의 삶,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시련이 있을수록 사랑을 생각하기에 인간은 영원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 11월의 가을 시심 가득히 품으셔요 ^^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그림자 ..
아, 그렇군요
가장 가까이 있었기에 ..
그 무서운 코로나도 이겨냈는데 그렇게 가버린 어린 사람들이 마음 아프네요 ㅠ 고인분들의 명복을 빌어요
그러게요 ..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일인지요 부디 모두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