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사진들엔 그냥 장난처럼 멘트를 올려 보았네요.
사실 그 사진을 보면서 이 기차여행을 주선하신 윤시인님의 (뭐랄까, 평소와 다르게 좀 에~~벌어진 입 땜에)좀 많이 웃었습니다.
그래서 약간 어려운 입장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써보았습니다.
부전역에서는 태종대를 향합니다. 중앙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시 태종대까지 88번 버스를 타고 갑니다.
부산에서 버스를 얼마만에 타보는지 참으로 까마득하게 와닿았습니다.
잘생긴(듯한) 버스 기사님이 홍콩 배우처럼 선글라스를 끼었더군요. 태종대 가는 길은 굉장히 덜컹거렸습니다. 그곳이 그런 곳이겠지요.
중간엔 앞을 가로막는 트럭 기사님과 차선을 선점하기 위한 양보할 수 없는 기사님 자존심으로 그야말로 홍콩 느와르 좀 찍기도 했지요.
삽시간에 잘생겼다는 첫인상에 의심을 품었지만, 그럼에도 잠깐씩은 우리들 얘기하느라, 세계를 보는 시각은 잠시 나뉘어지기도 했습니다.
다행 죽지 않고 헤벌쭉 내렸습니다. 햇살에 나앉은 좌판과 선남선녀들이 모두 길거리에서 독립운동을 하려는 듯이 모여들었습니다.
우리 언니들이 그런 데에 가면 핫도그 하나쯤은 먹어줘야 한다는 듯이 핫도그 가게 앞으로 갑니다.
김밥 소화나 시키고 저러는지, 가서 한번 말려도 보려 했지만 줄줄이 별 생각없이 핫도그 하나씩 손에 들고 옵니다.
날렵한 언니들 사이에 핫도그는 유난히 비대하더군요. 그게 대체 뭐라고 사진 찍을 때마저도 치켜들고 자랑을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맑은 하늘 아래를 걸었습니다. 나폴나폴 가을의 발걸음인가 하였네요.
이번 문학기행 참여로 조금 더 밥상 가까이 다가서서 눈치 보지 않고 먹고싶은 것 골라 드시기를요. 김기순 언니~^^
'해를 품은 달'이 낳은 대사였던가요? -- "그 입 다물라"
커피숍에서 한가롭게 즐기는 너머로는 주전자 섬이 기웃거리고, 멀리로는 대마도도 뿌옇게 들어왔습니다.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촛농처럼 번들거리는 바위에 닿습니다. 자살바위에 와서 하필 미끄러워서 실족사 했겠다 하는 아찔함이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자살바위는 바람에도 닳고 햇살에도 닳았지만 무엇보다 그 애통한 우리들의 발길에 닳아 있었습니다.
태종대 이후엔 회장님의 사촌동생께서 직접 우리를 모시기 위해 봉고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깜짝파티에 자갈치까지 편하게 갔습니다. 중간에 영도대교가 올라가는 것도 보여주셨네요.
자갈치는 축제 기간이었습니다. 13명이 가서 광어와 우럭, 밀치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뭐 그리도 푸짐한지.
횟집에서 모두 즐거운 취기에 기쁨이 샘솟았습니다. 오랜만에 눈이 개개 풀리고 입을 실실 쪼개 웃었는지.
모두 헤어지지 말자고 기차처럼 손을 잡고 거닐었지요. 진짜 바보들의 행진 같았습니다.
국제시장에 다 가도록 취기는 가시지 않고 어지러웠습니다.
꽃분이네 도착해서 도촬하고 스카프를 하나씩 구입하고, 부전역으로 다시 갔습니다.
처음 계획보다 뭐가 많이 빠졌지만, 그게 뭐 대수냐며 흔쾌히 우우 몰려다녔습니다.
아직 부른 배를 움켜쥐고 마지막 부전시장에서 다시 호박죽을 먹고 선지국을 먹고 김밥을 먹었습니다.
무언가를 생략하고 나니 시간이 넉넉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드니 집이 보고파졌습니다. 아침에 나설 땐 분명 부산이 좋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집이 좋아집니다.
찾아가는 목적지따라 그곳 크기가 커다랗게 변합니다.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눈이 부셨던 시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모두 감사하고 이렇게 좋은 행복은 더 많이 나누어야 하는데 아쉬움도 살짝 들었습니다.
이번을 시작으로 작은 문학기행을 이렇게 한번씩 더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모두 가을처럼 여문 알곡 거두시길 바라며~~~ .
첫댓글 집에 돌아와보니 발이 아프더니
발이 잘렸군 그래~~~
발도 잘리고 허리도 잘리고....
헤어지지 말자고 기차처럼 손잡고 거닐다~
국장은 술 취했다카더마 기억할 건 다하네^^
정말 멋진 낮술이었습니다.
술을 마셨을 때 머리가 더 좋아지는 현상 땜에...ㅋ
인숙이가 꽃무늬 빠~ㄴ스 사준건 빼먹었네.
글고 기순은 참 참학 여학생 같어~
그 사진은 폰에 담겨 있어서 아직 정리 못했습니다~.
언니들이니 모두 착하겠지요. 5학년 1반 여학생들은 더 착하고....^^
@키스 ㅋㅋ 넌 웬그리 맘에도 없는 말을 찬란한 햇발처럼 쏟아 놓고 그러냐~~
@슬비 아니, 5학년쯤 되면 모두 착한 거 아닌가?
내가 넘 착해서 그런가?
하여간 찬란한 참말도 있다고 보심 되어요. ㅎㅎ
@키스 남자들도 늙는구나~~
얼굴에 그어놓은 일획들이 아름답다.
그리고 핫도그는 힘이야^^
나의 뒷모습을 보게 해준 인선이 고맙다.
뒷모습이 늘 궁금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