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은 선사시대라는 특정 주제의 박물관이라는 점 때문에 짧은 개관의 역사에도 우리나라 대표 선사유적박물관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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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선사시대 특화시킨 유일한 박물관
박물관은 현지에 있어야 생생한 역사를 재현할 수 있고 지역민들에게 지역역사에 대한 이해와 확장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강원도 양양의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은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곳 박물관은 유물을 보관하고 설명하는 학술적 차원의 박물관이 아닌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보는 박물관으로 설계돼 있다.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신석기시대 사람들과 어로생활, 토기를 만드는 모습, 사냥한 멧돼지와 어패류로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등이 재현된 선사인들의 생활모습에 어린이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본다. 그만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보고 느끼는 박물관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다. 이곳에는 강원영동지역에서 발굴된 선시시대의 각종 어로기구와 돌칼, 돌화살, 청동기 제작법 등이 함께 전시돼 있어 선사시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이곳 박물관은 1977년 농지를 조성하기 위해 동해안의 쌍호를 매립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유물과 유적들을 소개하기 위해 2007년에 개관했다. 이곳 선사유적은 6차례의 발굴에서 3개의 신석기문화층과 1개의 청동기문화층이 확인됐고 방사성 탄소연대가 B.C. 6000∼5000년으로 측정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신석기시대 유적으로 추정됐다. 이에 양양군은 선사시대 유물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강원도의 문화유산을 보존할 목적으로 발굴 현지에 박물관을 설립했다.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은 선사시대라는 특정 주제의 박물관이라는 점 때문에 짧은 개관의 역사에도 우리나라 대표 선사유적박물관으로 우뚝 섰다. 박물관에서는 역사 학습공간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박물관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수학여행을 유도하고 야외체험장을 활용해 관람객들이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박물관 문화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강좌는 양양 동해신묘(東海神廟)의 역사적 고찰과 이해를 비롯해 8개 강좌가 매주 수요일 진행된다.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박물관 답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박물관 교실 등은 주민들에게 지역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곳 박물관은 2007년 7월 개관 이후 지금까지 45만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수학여행단을 비롯한 단체 관람객들의 예약이 이어지고 있다. 박물관 입장객 절반이상이 초중고 수학여행단이어서 학생들의 역사이해 장소로도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아이들이 생각하는 신석기시대 생활모습 그림 전시와 토기퍼즐 등의 체험코너는 어린이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선사시대를 이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울진 봉평 신라비 전시관
발견된 신라비 하나로 비석전시관으로 특화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2리의 논에 거꾸로 박혀 있던 비, 논주인은 농사를 짓는데 지장을 주던 돌을 굴착기로 파내 길가에 내버렸다. 몇 개월 뒤 마을 이장이 글자가 새겨진 사실을 우연히 보고 울진군에 신고했다. 그렇게 밝혀진 것이 울진봉평신라비이다. 울진봉평신라비는 울진 지역에서 신라에 대한 모종의 반란 사태가 발생하자 경주와 삼척의 대군으로 반란을 진압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자에게 장 60대와 100대를 치고 얼룩소를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 비석의 발견으로 고대사 연구가 활성화됐고 당시 신라 왕권의 한계와 관료제도, 지방통치조직과 촌락 구조, 의식행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됐다. 한마디로 비문은 6세기 신라 역사를 이해하는데 새로운 정보를 가득 제공했다. 울진군은 국보 제242호로 지정된 봉평리신라비를 관리 보존하기 위해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을 짓고 2001년에 개관했다. 전시관 앞에는 비석거리를 조성해 울진지역에 남아있던 송덕비 45기를 옮겨와 조성했다. 또 전시관 안에는 울진 봉평리신라비와 함께 신라, 고구려, 백제의 주요 비 10기를 실물 크기로 제작해 놓았다. 각각의 모형 앞에는 이들 비석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정리해 삼국의 비석 특징과 변천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시관 2층은 금석문과 한글에 대한 내용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선사시대 그림에서 문자로의 발달과정, 그리고 금석문과 금석학의 역사 등을 체계적으로 전시해 놓았다. 이외에도 훈민정음 창제와 보급, 한자에서 한글 그리고 국어로서의 한글에 대한 내용도 체계적으로 정리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광개토대왕비를 비롯해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급 석비 25기를 실물크기로 제작해 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석비를 품고 있는 야외전시장의 모습이 한반도의 모습을 닮았다는 점과 각각의 모형 비는 지역의 지도위에 위치시켜 놓았다. 울진군은 전시관 개관을 기념해 한국고대사학회 주관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 등 한국 고대 비석 문화의 우수성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도 마련했다. 울진군은 발견된 신라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유일의 비석전시관, 금석문박물관을 지어 국내 비석 및 금석학 연구와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
건물 자체가 작품이자 관광상품
빨래터 작품으로 유명한 박수근 화가는 서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던 서민화가이자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단순한 형태와 선묘를 이용해 대상의 본질을 부각시키고, 우리 민족적 정서를 거친 화강암과 같은 재질감으로 표현해 내 한국적인 미의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가의 고향인 강원도 양구군 박수근 선생 생가 터엔 200여 평 규모의 박수근미술관이 건립돼 있다. 박수근 미술관은 화가의 작품 속 질감처럼 화강암을 사용해 투박하게 지었고 주변의 농촌 마을과 거부감 없이 어울리게 설계돼 있다. 박수근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어서 건축기행의 코스로도 꼽힌다. 박수근미술관은 투박한 선과 원근법이 생략된 작가의 간결한 그림처럼 선이 강조된 건물이고 선을 통해 건물 공간이 구획된다. 선을 강조됐지만 건물은 결코 날카롭지 않으며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꾸미지 않은 서민의 모습을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작가의 작품을 건물은 담고 있는 것이다. 건물은 광목 한복을 입고 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그래서 건물은 경건하고 겸손하며 그래서 고결하게 느껴진다. 박수근미술관은 건축가 이종호씨의 작품이다. 이종호 건축가는 미술관 건물 자체가 박수근 화가와의 만남을 만들어내는 통로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미술관은 유물, 유품, 그의 그림 이전에 건축 그 자체로써 화가와의 매개 장치가 돼야 함을 밝힌다. 건물은 화강석 사이사이에 시멘트를 채우지 않았고 전시관은 긴 진입로를 휘감아 돌아 들어간다. 화가를 만나는 길이 쉽고 짧아서야 되겠는가?라며 멀리서 보았던 화강석 덩어리를 손끝으로 느끼며 전시관으로 향하게 한다. 그렇게 돌아서 들어간 전시관 끝은 뒷산과 하늘로만 연결된 마당이 나타난다. 그 사이를 냇물이 흘러간다. 어린 시절 밀레의 ‘만종’을 바라보며 화가의 꿈을 키웠던 박수근은 평생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았다. 그러나 어려웠던 작가의 삶은 고향집에 자리한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보상을 받았다.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이종호 건축가는 2002년 광주 비엔날레의 초대작가이자 박수근미술관으로 2002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초대작가가 됐다. 강원도는 문화산업 육성 일환으로 박수근 화가의 예술세계와 삶을 기념하기 위해 양구군 양구읍 정림리 생가 터에 박수근 미술관을 건립했다. 전시실에는 유족들이 기증한 유품과 사진 자료, 개인 소장가가 기증한 유화가 전시돼 있고 기획전시실에는 봄․가을 정기기획전 등을 통해 박수근의 작품이 전시된다. 박수근 미술관은 다른 지자체의 1회성 사업과 달리 꾸준한 내용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으며 전임 큐레이터가 상주한다. “나의 그림은 유화이긴 하지만 동양화다”라는 박수근의 말처럼, 유화이지만 그의 작품 속에서는 화강암처럼 거친 소박한 한국미가 있다. 미술관 건물도 마찬가지다. 박수근미술관은 공공건축물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 아래사진 설명
울진군은 우연히 발견된 신라비를 가지고 우리나라 유일의 비석전시관, 금석문박물관을 지어 비석 및 금석학 연구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수근 미술관은 화가의 작품 속 질감처럼 화강암을 사용해 투박하게 지었고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어서 건축기행의 코스로도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