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윤석열대통령 탄핵소추사건 제 11차 변론 기일이 내일 오후 2시 국회 측과 대통령측의 최종 변론을 듣고 변론 절차를 종결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제10차 변론 기일까지 증인 심문과정에서 필자가 받은 인상은 대통령측은 시종일관 비상계엄의 자기 합리화에 주안점을 두고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의 지휘관급 장성들을 배려하고 감싸는 대통령의 따뜻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사람들을 이끌어 간다는 뜻은 공적인 행위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서 아랫사람의 신상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진다는 뜻이리고 생각합니다.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 아랫사람들은 책임감이 강한 리더 들을 좋아합니다. 흘러간 역사속에서 선인들이 아랫사람들을 감싸는 따뜻한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한나라 무제 때 장탕이라는 사법관 이야기입니다. 그는 무제에게서 자신이 올린 판결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질타를 받으면 바로 사죄하고 왕에 뜻에 따라 바로잡았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꾸지람을 받은 대목에 대해서는 저의 부하도 똑 같은 지적을 했는데, 제가 어리석게도 이를 묵살했습니다. 그러니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판결문이 잘됐다고 칭찬을 받으면 ‘이것은 제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 부하가 강력히 주장한 것을 제가 채용한 것일 뿐입니다.’라면서 부하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이 때문에 부하들이 모두 그를 따랐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 증인 심문에서 대통령측은 자기편에 유리한 증언을 이끌어 내는 데만 급급하여 12.3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지휘관급 장성들을 배려하고 감싸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윗사람이 아랫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우선 신뢰할 수 있는 인품을 구비하고 책임감이 강해야 합니다. 내일 최종 변론 기일에 윤석열 대통령의 최후 진술이 있을 예정입니다. 이때 비상계엄령을 발동한 대통령이 동원한 각급부대의 지휘관과 장병들에 대해서 대통령의 지휘 책임을 인정하고 사법당국에서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요청하는 말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윗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을 향해서도 비상계엄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혼란과 갈등상황 그리고 국가의 명예 실추와 경제활동 위축, 등 비상계엄의 후유증에 대해서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진솔한 반성과 사죄의 말이 꼭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지자들을 향한 애틋한 몸짓을 보이면서 윤석열 개인에대한 감정적 지지 세를 부풀리는 데는 일정부분 성공했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품격을 상징하는 공적인 권위인 대통령직의 도덕적 위엄 즉 카리스마를 상당부분 상실하여 이부분은 탄핵이 기각 되여 대통령의 권능을 되찾더라도 쉽게 회복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 손에는 칼을 들고 두눈을 두건으로 가리고 있습니다. 저울과 칼은 각각 형평과 집행을 나타내는 상징이며, 두 눈을 가린 이유는 부당한 압력이나 이해관계에 눈을 돌리지 않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제임스 허킨스 페크라는 미국 미주리 주의 판사는 1823년부터 14년동안 재직하면서 재판때 마다 반드시 헝겁으로 두 눈을 가리고 법정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페크 판사는 정의의 여신상 흉내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눈을 가림으로서 재판받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음으로서 어떤 선입견 없이 공평무사하게 사건을 대하겠다는 태도의 표현 이였습니다.
동양의 경우 서경 여형(呂刑)편에 주나라때 목왕(穆王)이 말한 공정한 법집행을 방해하는 다섯가지 요인을 아래와 같이 적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관(官)입니다. 관의 위세에 눌려 법집행에 눈을 감아 준다는 뜻입니다. 즉 윗 분의 생각이 이러하니 내가 어찌 거역하겠느냐 하면서 눈을 감아준다는 뜻입니다.
두번째는 반(反)입니다. 법집행을 핑계삼아 은혜와 원한을 갚는 것을 말합니다. 내게 잘해준 사람은 잘못을 덮어주고, 미운 놈은 없는 죄도 뒤집어 씨워 갚는다는 뜻입니다.
세번째는 내(內)입니다. 즉 아녀자의 청탁을 앞세워 마음이 흔들려 냉정을 잃고 만다는 뜻입니다.
네번째는 화(貨)입니다. 뇌물을 받아먹고 속임수를 써서 죄 없는 사람을 얽어 매고, 죄를 지은자를 풀어준다는 뜻입니다.
다섯번째는 래(來)입니다. 이리저리 갖는 인연을 걸어 찾아와 간청한다는 뜻입니다.
왕조시대에는 왕의 말이 곧 법이 였습니다. 근대 국가로 들어오면서 민주국가의 헌법은 권력 분립을 기초로 삼았기 때문에 독립된 사법부에 법률전문가로 구성되는 법관을 배치하게 되었습니다. 나라마다 제각각 제도는 다르지만 재판을 제대로 수행할 적임자를 법관으로 임명하겠다는 의지는 동일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재판을 받을 권리는 아무 재판이나 받을 권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님재판이나 중세의 마녀재판을 받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재판권에 전제하는 재판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말합니다. 공정한 재판은 법에 의한 재판과 자격있는 사람에 의한 재판을 말합니다.
배심원 제도는 현재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여러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 입니다. 배심원은 법률지식과 무관한 평범한 사람이 맡는 제도입니다. 배심제도가 탄생된 배경은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가는 우리 이웃의 보통 사람들이 경험에 의해서 더 잘 판단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배심원제도의 원형은 약 2500년 전 그리스 고대 도시국가에[서 탄생했습니다.
소크라테스도 500명 배심원단으로부터 유무죄를 가리는 1차투표에서 유죄 280, 무죄 220표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2차투표결과는 360대 140으로 사형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2차 투표에 앞서 한 변론에서 오만하고 뻔뻔하기 이를데 없는 발언으로 배심원들의 분노를 삼으로서 사형을 자초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시 그리스 도시국가의 모든 공직은 성년의 남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재판도 배심원이 전담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고발자들이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나라가 믿는 신들을 믿지 않고 다른 새로운 영적인 것들을 믿음으로서 죄를 범했다.
근대 국가의 민주주의 체재 하에서 채용한 배심제도는 고대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10명 전후의 배심원을 구성하더라도 재판을 진행하고 법률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 직업법관을 따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톨스토이 단편소설에 나오는 재치 있는 재판관 이야기입니다.
학자와 농부가 재판관 앞에 불려 나갔다. 그들은 아내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었다. 한 사람의 여성을 두고 서로 자기 아내라고 우겼다. 재판관은 두사람의 주장을 차례로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자를 여기에 두고 돌아 갔다가 내일 다시 출석 하시오’ 농부와 학자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수많은 사람들이 재판관의 판결 선고를 듣기 위해서 법정에 모여 들었다. 학자와 농부가 앞으로 나갔다.
재판관이 학자에게 말했다. ‘저 여자는 당신이 데리고 가시오’ 그리고 농부에게 즉각 선고 했다. ‘곤장 50대에 처한다’
학자는 아내를 데리고 돌아가고, 농부는 그 자리에서 50대의 매를 맞았다.
변장하여 잠행 중이던 바워가스왕이 재판관에게 어떻게 그 여자가 학자의 아내 인 것을 알았느냐고 물었다. 재판관이 대답했다. ‘오늘 아침에 그 여자를 불러서 잉크병에 잉크를 채워오라고 시켰소. 그랬더니 잉크스탠드를 들고 나가서 깨끗이 씻은 다음 익숙한 솜씨로 새 잉크를 붙는 것이였소. 그 여자는 그런 일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요. 만약 농부의 아내라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오.
-레프 톨스토이, 훌륭한 재판관중에서
내일 예정된 제11차 변론기일 진행 후 헌법재판소는 전원재판부의 최종평의를 가질 것입니다. 최종평의회에서 헌법재판관들은 투표로 결론을 냅니다. 탄핵소추의 경우 6인 이상의 재판관이 찬성한 경우에만 인용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국회측과 대통령측은 내일 예정된 최후변론에서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를 존중하고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