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헤어질 결심 · 1
김봉석
너와 함께 산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었어
단 하루, 단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았어
무방비로 노출된 신체 부위를
끊임없이 공략하는 집요함 때문에
기쁨의 시간을 즐길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밀려오는 통증과 공포
함께 산다는 건 고통이었어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어둠이 내리면 살며시 파고드는 야행성
무자비한 너의 공격에
온몸에 남겨진 너의 흔적을 보면
지난밤은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안도감에
기다리지 말아야 할 너를 보내기 위해
오늘도 고통 없는 밤을 맞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아직 보이지 않는 너를 향해.
월드컵대교를 건너며
한강을 헤엄쳐 건너는
자동차를 보았는가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내비게이션을 단 자동차가
월드컵대교를 건널 때
단순한 삼각형 하나가
한강 물 위를 가로지르는 것을 보았는가
지느러미도 없이 나아가는 물고기
먼 바다를 건너올 땐
남에게 의지했지만
스스로 나아갈 땐
스스로의 힘이 필요한 것
업그레이드 안 된 자동차는
가상의 세계로 건너간다,
현실과는 다르게.
김봉석 약력
충북 단양. 청주교육대학교, 건국대학교 대학원(교육학박사). 1991 『교자문원』 시 추천. 1992 『아동문학평론』 동시 신인문학상. 동시집 『저 별들 잠을 자는 새벽까지』 등 6권. 시집 『유배 이후』. 「창문문학상」, 「수곡문학상」, 「한인현 글짓기 지도상」, 「강서문학 대상」. 강서문인협회 회장 역임. 현 한국현대아동문학작가회 회장.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이사장. 한국현대시인협회·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동시문학회·서울교원문학회 이사. 새싹회 감사. 우촌초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