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생맥주와 뜨거운 통닭튀김(후배 딸 결혼식장에서)

토요일 오후 4시에 명동천주교회에서 고등 모임 후배 딸 결혼식이라 2시 50분 경 집을 나선다. 날씨는 푹푹찌고 햇살까지 내리 쪼이는데. 마침 집 앞에서 택시를 잡아 명동천주교회에 가자고 하였더니 명동은 토, 일요일은 차량통행금지라 입구에서 내려주겠다고. 롯데백화점 앞 지하도 입구에서 하차하여 천천히 걸어 올라가며 모처럼 명동구경을 해본다.   좁은 길 양 옆으로는 액세서리, CD, 먹거리 파는 노점이 즐비하고, 전에 그러니까  내가 대학생때인 60년대 후반에 자주 들렀던 철판에 기름두르고 노릇하게 구워내던 빈대떡이 구수한 막걸리 집 “송림”, 통기타의 라이브음악이 있던 "오비 캐빈", 그리고 뒷길로는 "빨간 피터의 고백과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오뚜기 등의 연극으로 유명한 소극장카페 데아뜨르", 삶은 잔새우와 오이채를 썰어 얹어 주던 간짜장이 맛있던 동해루는 없어지고,  금강, 엘칸토와 칠성 등 구둣방이 즐비하던 거리는 다른 가게들로 바뀌었고, 다행히 국립극장은 원상 복원이 되어있구나. 저 어딘가에 음악다방 “설파”가 있었지.    옛날 명동성모병원 자리에는 가톨릭 무슨 연구소가 차지하고 있고, 올라가는 차도에는 교회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다리는 차들로 가득. 나는 그냥 택시를 타고 오는 것이 마음이 편해. 주차하는데 고생, 끝나고 술 한잔도 같이 할 수 없지 등등 이유로. 교회 밖 앞마당에 후배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고, 신부의 부모가 서 있어 “축하합니다.”하고선 같이 이동하여 그래도 바람 넘어가는 시원한 사제관 언덕에서 서서 철 이르게 핀 쑥부쟁이와 져 가는 분꽃을 보며 기다리는 데. 이 친구들 예의를 갖추느라고 이 더운 때 넥타이를 매고 땀을 뻘뻘 흘린다. 나는 여름철 경조사를 내가 주제하지 않으면 무조건 노타이차림이다. 또 다른 서클 후배들도 여럿이 보이고 이들 중 누가  교회당 안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보고를 들으며 긴 의식을 내가 구태여 참여하지 않아도 신부님이 좋은 말씀 많이 하실 것이니. 슬슬 자리를 이동하여 피로연장에 들어가 맥주를 찾으니까 글쎄 “여기에서는 술이 없습니다.” 아니 교회도 아니고 다른 천주교 결혼식 피로연에서는 술이 있는데. 아마 본당이라 체면 차리는 모양이지. 할 수 없지요. 그러면 이 시간에 밥 먹을 이유도 없고 식권 반납 받고 6년 후배 경북중고등 53회들이 이차로 모이는 “카쓰광장”으로 직행한다.  찬 생맥주 안주에는 갓 튀긴 뜨거운 통닭이 어울린다. 나를 비롯한  다섯 명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생맥주 3천 씨씨 피쳐, 통닭 튀김을 먹고 있는데, 일차로 식사하고 오는 후배 애들, 어찌 그리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지. 같이 있던 후배가 “정 현발 야구 선수도 왔네.” 한다. 또 피쳐 하나와 안주 한 접시를 더 시켜서 기분좋게 마시다가 한잔 더 하자는 후배들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고 서울의대 신장내과 30주년 기념, 강연은 빼고 파티에만 참석하러 다시 택시를 탔다. 바빴던 토요일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