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분사(分社)’라는 편법을 동원, 직원 감축에 나서자 서울지하철노동조합 등이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16일 행정안전부에 감사청구를 하고 서울중앙법원에 분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17일부터 19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투표결과에 따라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파업이 강행될 경우 시민불편이 예상된다.
서울메트로는 추석 연휴인 지난 15일 회사 업무 중 일부를 외주업체에 맡기는 ‘분사(分社)’를 처음으로 단행했다. 8개역의 역무 관리와 2개 유실물센터에 대해 외주 용역업체인 휴메트로에 위탁관리를 맡긴 것이다. 휴메트로는 지난 7월까지 서울메트로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이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로 직원 중 절반은 전직 서울메트로 직원들이다. 서울메트로는 이에 앞서 직원들을 상대로 명예퇴직을 독려, 78명으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서울메트로는 내년 1월까지 차량기지 내 전동차 운전과 전동차 정비, 궤도보수 등 철도장비 운영 업무 등도 분사할 방침이다. 예정대로 분사가 이뤄질 경우 780여명이 현업에서 다른 업무로 재배치된다. 서울메트로는 또 다음달부터 지하철역사 환기시설 운영과 청원경찰 업무 등 7개 분야에 대해서는 외주용역을 추진키로 했다. 외주용역에 따라 180여명도 다른 업무로 재배치된다. 서울메트로는 분사·외주용역과 함께 정원축소·정년퇴직·타 기관 전출 등을 통해 2010년까지 1만여명의 직원 중 20.3%(2088명)를 단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분사는 업무만 외부업체에 넘기는 외주용역과는 달리 외부업체가 서울메트로의 명퇴 직원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형태”라며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경영합리화 조치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6월 말 현재 누적적자가 5조45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은 노사합의 없는 대규모 인력감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서울메트로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서울시 조례나 지방공기업법에 분사 규정이 없기 때문에 분사는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또 분사 업체의 경우 정규직이 아니라 3년 계약직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분사계획을 수립했던 임원 중의 한 명이 설립한 회사가 협력업체로 결정된 것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특혜 시비는 서울시 의회에서도 제기됐다. 류관희 의원과 이수정 의원 등은 최근 열린 임시회에서 분사의 근거와 특혜 의혹 등을 따지며 서울메트로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김영후 노조 위원장은 “분사 등을 통한 외주화는 노조원들의 고용불안은 물론 지하철 안전운행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 대규모 감원사태를 저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