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우고 스치는 바람소리 들어요” |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도 길은 있다’ 지현스님의 아름다운 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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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호] 2007년 09월 27일 |
시민신문
영주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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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미소는 청량산을 닮았다. 청량사 풍경소리에 비껴 들리는 바람소리, 쏟아질 것 같은 별빛, 사계절 마다 몸을 바꿔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산색이 스님을 만나면 아름다운 시어처럼 때로는 깨달음의 법문으로, 때로는 세상살이를 꼬집는 날선 언어로 새롭게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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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현스님@불교신문 사진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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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 청량사 주지 지현스님이 두 번째 에세이집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도 길은 있다>를 출간했다. 지난 7월25일 서울 인사동서 만난 스님은 “2년여 넘게 서울과 지방을 오가다 절에서 아예 정착해서 생활하니 사람사는 맛이 절로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에세이집에는 오랜 세월 청량사와 마주하며 느낀 청량산의 자연 풍경, 수행과 깨달음, 사회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겼다.
이른 새벽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향로에 향을 피우고, 차를 한 잔 끓여 앞에 두고, 밝아 오는 새날을 맞는 산사의 하루가 머릿 속에 그려진다.
“여백의 미는 산수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 안 쪽에 자리잡은 서두르지 않고 넘치지 않는 여유로움에도 있습니다. 돈이나 높은 자리에 올라 권세를 탐하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하다면 끝내 아무것도 찾을 수 없습니다. 마음 한 쪽을 비워 놓고 스쳐 가는 바람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한가롭고 그림같은 산사만은 아니다.
청량사는 깊은 산 속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북 봉화의 대표적 포교 도량이다. 포교에 대한 열정으로 길이 멀어 법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농촌 불자들을 위하여 직접 경운기를 몰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스님은 절에서만 법회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이러한 포교에 대한 열정이 열매를 맺어 법회가 활성화 되었고, 지금은 수많은 신도들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스님은 “이제 불교는 산에 은거하면서 오는 사람만 상대할 것이 아니라 산에서 내려와 사회 속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도 매주 일요일이면 어린이법회를 비롯한 각종 법회의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언제나 법문을 준비하며 포교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 있다.
세상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개인주의가 팽배해져 가는 현실 속에서 베푸는 삶과 나누는 실천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나쁜 일에 몸담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빨리 자각하여 손을 떼고 몸을 빼낼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병을 제대로 알고 약을 써야 효험을 볼 수 있듯이 말입니다. 좋은 스승과 좋은 벗은 현명한 의사요, 훌륭한 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아는 지혜가 중요하지요.” 이기심이 충만한 사회를 향해 스님은 조언한다. “윤회를 믿어야 합니다. 윤회를 믿고 인과의 법칙을 인식한다면 결코 손해 보지 않을 것입니다. 겨울날 살얼음을 밟고 가듯 남을 존중하고 예로써 대하면 상대방 또한 저절로 그러하게 마련입니다.”
또 수행승으로서 깨달음에의 구도의 길도 담담히 담아냈다. “결제가 어디 있고 해제가 어디 따로 있습니까. 늘 결제고 늘 해제입니다.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평상심으로 결제를 맞고 해제를 맞아야 합니다. 화해와 자비, 겸손과 보시의 정신으로 나아갈 때, 꽃이 피고 지고 해가 뜨고 지는 이치를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불교신문/임나정 기자 muse724@ibulgyo.com <이 기사는 불교신문 2349호 8월4일자 신문에 실린 것으로 불교신문의 양해를 얻어 전문을 게재한 것입니다.>
<저자 소개> 지현 스님은 1971년 범어사에서 법종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1984년 4월 청량사로 부임했다. 2001년 '좋은 벗 풍경소리' 총재를 맡았으며, 영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과 총무원 총무국장, 조계사 총무, 종회 포교분과위원장,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중앙종회의원,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 영주주민자치연대 상임대표, 청량산문화연구회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에세이집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등이 있다.
에세이집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도 길은 있다’는 <사람이 있는 풍경>, <끝없는 이야기>, <생의 한 순간> 등 3부로 구성된 58편의 글로 채워져 있으며 우리지역에서도 스쿨서점, 세종서적, 경북서점, 샘터서점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