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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4부 4
한편 라스콜니코프는 그길로 소냐가 살고 있는 운하가의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집은 녹색으로 칠한 낡은 3층집이었다. 그는 문지기를 찾아서 재봉사 카페르나우모가 어느 방에 살고 있는지 대충 위치를 알아보았다. 마당 한구석에서 좁고 어두운 층계로 통하는 출입문을 발견하고 간신히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안뜰에 면한 복도로 나왔다. 그가 어둠 속을 더듬으며 카페르나우모프가 살고 있는 방문을 찾으려고 머뭇거리고 있을 대, 문득 서너걸음 떨어진 데서 문 같은 것이 열렸다. 그는 기계적으로 그 문을 붙잡았다.
“거기 누구세요?” 불안스러운 여자의 음성이 물었다.
“나요,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라스콜니코프는 대답하고 조그만 문간으로 쑥 들어섰다. 거기에는 찌그러진 의자 위에 비틀린 구리 촛대가 놓여 있고 촛불이 켜져 있었다.
“어머나, 당신이군요!” 소냐는 가냘프게 외치고는 못 박힌 듯 그 자리에 서 버렸다.
“당신 방은 어딥니까? 이쪽이오?”
라스콜니코프는 소냐를 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황급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소냐도 촛불을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촛불을 내려놓고, 뜻하지 않은 방문에 놀란듯이 말할 수 없는 흥분에 사로잡혀 망연히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순간 창백한 얼굴에 홍조가 깃들고 눈에는 눈물이 스며 있었다. 소냐는 싫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또 감미로운 기분이기도 했다. ……..라스콜니코프는 황급히 외면을 하고 탁자 앞 의자에 앉았다. 흘긋 바라보는 거산으로 방 안의 모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방은 넓긴 하지만 천장이 몹시 낮았는데, 카페르나우모프가 세를 주고 있는 단칸방이었다. 왼편 벽에 주인네 방으로 통하는 문이 닫혀 있고, 반대편인 오른쪽 벽에는 언제나 굳게 닫혀 있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거기는 번호가 다른 이웃집 방이었다. 소냐의 방은 어쩐지 창고 같은 일그러진 네모꼴이었는데, 그것이 이 방에 그 어떤 불구자 같은 인상을 주었다. 운하 쪽으로 창문에 세 개 달린 벽은 방 안을 비스듬히 지르고 있어서 한쪽 구석은 심한 예각을 이루며 희미한 불빛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깊숙이 들어가 있는 데 반해, 다른 한쪽 구석은 보기 흉할 정도로 둔각을 이루고 있었다. 이 넓은 방에 가구다운 것이라곤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치대가 있는 쪽 벽에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이 있고, 바로 그 옆에 청색 커버를 씌운 싸구려 탁자가 있고, 그 앞에 등의자가 두 개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 벽을 따라 예각을 이룬 구석 근처에 그리 크지 않은 조잡한 옷장이 버려진 듯이 혼자 놓여 있었다. 그 정도가 이 방 안에 있는 전부였다. 닳고 낡아빠지 누런 도배지는 구석구석마다 거무스름하게 그을어 있었다. 겨울이면 눅눅해서 탄산가스라도 낄 것 같았다. 가난한 생활임을 첫눈에 알 수 있었다. 침대 옆에 커튼조차 없을 정도였다.
소냐는 말없이 방 안을 염치 없이 둘러보는 손님을 지켜보았으나, 나중에는 마치 재판관이나 자기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 앞에서 서 있는 듯이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이렇게 늦게 와서….벌써 11시는 됐겠죠?” 그는 여전히 소냐에게 눈을 주지 않으며 물었다.
“네.” 소냐는 중얼거렸다.
“네 맞아요!” 마치 그 말 한마디에 자기의 운명이 달려 있기라도 한 듯이 소냐는 황급히 대답했다.
“방금 주인네 방에서 시계 치는 소릴 들었어요…..11시예요.”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한테 들른 겁니다.” 라스콜니코프는 여기 온 것이 처음이면서도 침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는 어쩌면 당신과는 아주 만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어디…..여행이라도?”
“모릅니다……내일이면 모든 것이………”
“그럼 내일 우리 어머니한테도 오시지 못하겠군요?” 소냐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모르죠. 모든 것은 내일 아침에 봐야 압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나는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는 생각에 잠긴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자기는 앉아 있는데 소냐는 아직도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렇게 서 있습니까? 앉으세요.” 그는 갑자기 어조를 바꾸어 조용하고 상냥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냐는 의자에 앉았다. 그는 동정 어린 부드러운 눈으로 얼마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여위었습니까! 그 손은 말이 아니군요. 핏기가 하나도 없는 게 마치 죽은 사람 손가락 같군요.”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냐는 가냘프게 웃었다.
“나는 언제나 이런걸요”하고 그녀는 말했다.
“집에 있을 때도요?”
“네.”
“하긴 그럴 수밖에!” 그는 내뱉듯이 말했다. 그리고 그의 얼굴 표정도 음성도 다시금 갑자기 변해버렸다. 그는 다시 한 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 방은 카페르나우모프한테서 빌리고 있나요?”
“네……….”
“카페르나우모프네는 방문 저쪽이죠?”
“네….저쪽에도 이것과 똑같은 방이 하나 있어요.”
“모두 한방에 살고 있나요?”
“네, 한방에.”
“나는 이런 방에 있으면 밤에 꽤 무서울 것 같은데요”하고 그는 우울한 어조로 말했다.
“주인은 모두 좋은 사람들에요. 아주 친절하고요.” 소냐는 이렇게 대답했으나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듯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내가 쓰는 가구들도 모두 주인네 거예요. 참 좋은 분들이에요. 아이들도 자주 내 방에 놀러 오곤 해요…….”
“그 말더듬이 아이들 말이죠?”
“네….주인은 말더듬이에 절름발이에요…..안주인도 역시…..더듬는 정도는 아니지만, 언제나 말이 분명치 못한 것 같아요. 그러나 안주인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주인은 전에 자주 집에서 일하던 농부 출신인데 아이가 모두 일곱이나 있어요….제일 큰아이 하나만 말을 더듬고, 다른 아이들은 몸이 허약할 뿐이지 더듬지는 않아요….그런데 그런 말은 어디서 들으셨어요?” 소냐는 좀 놀란 듯이 이렇게 덧붙였다.
“그때 당신 아버님이 죄다 말해주셨지요…그리고 당신 얘기도 들려주셨습니다…..당신이 저녁 6시에 집을 나가서 8시에 돌아온 것도, 차체리나 이바노브나가 당신 침대 옆에 무릎 굻고 있던 일도.”
소냐는 당황했다.
“나는 오늘 그분을 본 것 같아요.” 소냐는 머뭇거리며 속삭였다.
“누구를?”
“아버지요. 이 근처 길모퉁이에서 9시 좀 지나서였을 거예요. 내가 길을 걸어가는데 앞을 걷고 있는 이가 꼭 아버지를 닮았어요. 어찌나 닮았는지 나는 곧 카체리나 이바노브나한테 달려가려고까지 생각했다니까요…….
“산책을 하고 있었나요?”
“네.” 소냐는 다시금 당황해서 눈을 내리깔며 나직한 소리로 대답했다.
“아버님과 같이 살땐 카체리나 이바노브나가 당신을 심하게 구박했다면서요?”
“어머, 천만에요. 무슨 말씀을 하세요. 그런 일 없어요!” 소냐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럼 당신은 그분을 사랑하십니까?”
“그분을? 네, 그야 물론이죠.”
소냐는 갑자기 괴로운 듯이 두 손을 모아 쥐면서 애처롭게 말끝을 끌었다.
“아아! 당신이 그녀를, 당신이 조금이라도 그녀를 아신다면!…..그녀는 어린애와 다름없어요….머리가 돌아버린 거예요….너무 고생을 해서. 그렇지만 예전엔 참으로 현명한 여자였어요…얼마나 마음이 넓고 상냥했는지 당신은 모르실 거예요!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세요….아아!”
소냐는 흥분하고 괴로워하며 손을 비비대면서 절망적인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여러 가지로 강한 충격을 받았으므로 그것을 표현하고 이야기하고 변호하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는 듯 싶었다. 그 어떤 싫증을 모르는 연민의 정이 - 만일 이런 표현이 허용된다면 - 갑자기 소냐의 얼굴 전체에 떠올랐다.
“그녀가 나를 구박했다니! 대체 당신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아니, 설사 그녀가 딸을 좀 때렸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떻단 말이에요! 네, 어떻단 말이에요!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세요! 그녀는 정말 불행한 분이에요. 아아, 얼마나 불행한지 몰라요! 게다가 앓기까지 하니…..그녀는 매사에 공평이란 것을 원하고 있어요….그녀는 결백해요. 무슨 일이든지 공평해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그것을 요구하고 있어요….아무리 고통스러운 경우를 당해도 정의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요. 세상 만사가 모두 올바르게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초조하게 애태우고 있는 거예요…..마치 순진한 어린애처럼 말이에요! 그녀는 올바른 사람이에요! 올바른 사람이에요!”
“그러나 당신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죠?”
소냐는 반문하는 듯한 눈으로 라스콜니코프를 보았다.
“가족들이 모두 당신에게 달렸으니 말이에요. 하긴 여태까지도 당신이 부양해왔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도 술값을 얻으려고 가끔 당신을 찾아다녔다는 얘기를 들었지요.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나도 모르겠어요.” 소냐는 슬픈 듯이 대답했다.
“모두 그 집에 그냥 있게 되나요?”
“글쎄, 모르겠어요, 그 집엔 빚이 있거든요. 오늘도 집주인이 나가달라고 했는데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는 오히려 이쪽에서 한시도 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더군요.”
“그분은 왜 그렇게 호통만 치시죠? 당신을 믿고 그러시는 건 아닙니까?”
“아아, 아니에요, 그렇게 말씀 하지 마세요!….우리는 다 함께 사는 한집안 식구예요.” 소냐는 갑자기 또 흥분하여 초조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카나리아 같은 작은 새가 화를 내면 그럴 거라고 생각될 만큼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어떡하면 좋겠어요?” 소냐는 흥분하고 열띤 어조로 물었다.
“오늘도 그녀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녀는 머리가 혼란되어 있어요. 당신은 그걸 눈치채지 못하셨나요? 완전히 혼란되어 있어요. 내일을 위해 격식대로 갖추어야 한다, 여러 가지 음식도 마련해야 한다….마치 어린애깥이 이렇게 조바심하는가 하면, 두 손을 비벼대기도 하고 피를 토하며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는 갑자기 자포자기한 듯이 머리를 벽에 들이받기도 하거든요. 그러다가 진정되면, 아직도 당신만을 믿고서 구해줄 것이라고 말하곤 해요. 그리고 또 이런 공상도 하죠. 어디서 돈을 좀 변통해서 나하고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좋은 가정의 아가씨들을 수용하는 기숙학교를 세우고, 나를 그 학교의 사감으로 앉힌대요. 그래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롭고 멋진 인생을 시작한다고 하면서, 나를 끌어안고 키스하고 위로해주는 거예요. 글쎄, 그런 꿈같은 공상을 완전히 믿고 있다니까요! 이러고 보니 어떻게 반대할 수나 있겠어요? 오늘도 온종일 빨래를 한다, 청소를 한다, 수선을 한다 하면서 그 약한 몸으로 큰 대야를 방 안에 끌어들이다가 숨이 차서 침대에 쓰러지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나하고 둘이서 폴레치카와 레냐의 구두를 사러 시장에 갔다 왔어요. 둘 다 망그러져 신을 수 없게 됐거든요. 그런데 예상했던 돈으론 모자랐어요. 조금만 모자란게 아니에요. 그녀는 굉장히 예쁘장한 구두를 골라잡았어요.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그녀는 눈이 높답니다. 그러자 상인들이 득실거리는 그 구둣방에서 돈이 모자란다고 울음을 터뜨리지 않겠어요….아, 정말 얼마나 애처로웠는지 볼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야 그렇겠죠. 당신들이……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이상……” 라스콜니코프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당신은 불쌍하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불쌍하지 않으세요?” 소냐는 다시 펄쩍 뛸 듯이 말했다.
“당신은 그때 아직 아무 것도 보시기 전에 갖고 있던 돈을 죄다 털어 주셨잖아요,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 만일 모든 걸 다 보셨더라면, 아아, 그때야 말로! 그런데도 나는 몇 번이나 그녀를 울렸는지 몰라요! 바로 요 전주만 해도 그랬어요! 아아, 내가 어쩌자고 그녀를!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이었어요. 나는 잔인한 짓을 했어요! 지금까지 그런 일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죠. 아아,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면 온 종일 가슴이 아파요!”
소냐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괴로운 기억을 참지 못해 두 손을 비비기 시작했다.
“당신이 잔인하단 말인가요?”
“그래요, 나는 잔인해요! 그때 내가 그 집으로 갔더니”하고 소냐는 울면서 말을 계속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소냐, 내게 책을 좀 읽어다오. 어쩐지 머리가 아파서 그런다. 뭐 좀 읽어주려무나….자, 여기 책이 있다’ 하시기에, 보니 어떤 책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그것은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안드레이 세묘느이치 레베쟈트니코프한테서 빌려 온 웃음거리 책이었어요. 그때 나는 ‘돌아갈 시간이 됐어요’하고 그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때 카체리나 이바노브나한테 옷깃을 좀 보아달래려고 틀렀었거든요. 헌옷 장사를 하는 리자베타가 깃과 커프스를 헐값에 주었는데, 아직 새깃이나 다름없는 아름다운 장식이 달린 것이었어요. 그런데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는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드는 듯 몸에 걸치고 거울을 들여다보더니만, 정말로 마음에 들었던지 ‘이거 내게 주렴, 소냐, 내 소원이니’하지 않겠어요. ‘소원이다’고 했으니 여간 마음에 든게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그러나 그녀가 그걸 가져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저 옛날의 행복했던 시절이 되살아날 뿐이죠! 그녀는 자기 모습을 거울이ㅔ 비춰 보고 좋아햇지만 옷이라곤 한 벌도 없었어요. 벌써 몇 해 전부터 자기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그녀는 남에게 물건을 조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자존심이 강해서 오히려 없는 가운데서도 도와주는 성격이었지요. 그런 사람이 달라고 조르는 걸 보니 정말이지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가봐요! ‘이런 것이 어머니에게 무슨 소용이 있어요?’하고 나는 말했어요. 그래요,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어요. 이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랬더니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군요. 내가 거절한 것이 퍽 섭섭했던 모양이에요. 정말 딱했어요. 어머니는 그것을 못 갖는 것보다도 나한테 거절당했다는 것이 섭섭했던 거예요. 난 그걸 알아요. 아아, 모든걸 돌이킬 수만 있다면, 그때의 그 말을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나는 그때의 그 일을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몰라요....하지만 내가 어쩌자고 이런 이야기를 할까요....당신하곤 아무 상관도 없는 얘기인데.........“
”당신은 헌옷 장수 리자베타를 알았나요?“
”네....당신도 그 여자를 아시나요?“ 좀 놀란 듯이 소냐는 되물었다.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는 폐병입니다. 그것도 악성이에요. 그녀는 머지않아 죽을 겁니다.“ 라스콜니코프는 잠시 말이 없다가 그녀의 물음에는 대답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오오, 아녜요, 아녜요, 그렇잖아요!“ 하며 소냐는 저도 모르기ㅔ 그의 두 손을 움켜잡았다. 마치 그런 불행히 없게 해달라고 애원이라도 하는 듯이.
”그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요, 죽는 편이?“
”아녜요, 낫지 않아요, 낫지 않아요, 절대로 낫지 않아요.“ 소냐는 질겁하며 정신없이 같은 말을 되뇌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만약 그렇게 되면 당신은 아이들을 어디로 보낼 작정이죠, 당신이 맡지 않는다면?“
”아아, 그건 나도 모르겠어요!“ 소냐는 거의 절망에 가까운 어조로 외치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수없이 그녀의 머리에 떠올랐는데, 그가 다만 그것을 입 밖에 내주었을 뿐인 것 같았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카체리나 이바노브나가 아직 살아 잇는 동안에 지금이라도 갑자기 병에 걸려서 병원에 가게 되면 그땐 어떻게 되죠?“ 그는 사정없이 물고 늘어졌다.
”아아, 당신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절대로 그럴 리는 없어요!“ 소냐의 얼굴은 무서운 놀라움으로 일그러졌다.
”어째서 그럴 리가 없다는 거죠?“ 라스콜니코프는 잔인한 웃음을 지으면서 계속했다. ”당신에게도 그런 보장은 없잖겠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온 식구가 구걸하러 거리로 나가겠죠. 그녀는 콜록콜록 기침하며 동냥을 하고....오늘처럼 어느 벽에 머리를 들이받기도 하겠죠. 아이들은 울어대고, 마침내 그녀는 거리에 쓰러져서 경찰에 의해 운반되어 병원으로 가서 죽어버리겠죠. 그러나 아이들은.......“
”아, 아녜요....그런 일은 하느님이 용서하지지 않을 거예요!“ 짓눌린 소냐의 가슴에서 겨우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마치 모든 것이 그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무언의 애원 가운디ㅔ 두 손을 모으고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기도하듯이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라스콜니코프는 일어나서 방 안을 거닐기 시작했다. 1분쯤 지났다. 소냐는 무서운 고민에 사로잡혀 두 팔과 고개를 축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저금은 할 수 없습니까,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하고 갑자기 그는 소냐 앞에서 걸음을 멈추면서 물었다.
”없어요“하고 소냐는 속삭였다.
”물론 할 수 없겠죠! 그러나 해보려고 애쓴 적은 있습니까?“ 그는 조롱하는 듯한 어조로 이렇게 덧붙였다.
”있었어요.“
”안 되더란 말이군요!“ 하긴 뻔한 일이지! 물어볼 것도 없이!
그는 다시금 방 안을 거닐기 시작했다. 또 1분쯤 흘러갔다.
”날마다 버는 건 아니겠죠?“
소냐는 아까보다 더욱 당황했다. 또다시 얼굴이 빨개졌다.
”아녜요.“ 그녀는 간신히 속삭이듯 대답했다.
”폴레치카도 필경 같은 운명이 되겠지“하고 그는 불쑥 뇌까렸다.
”아녜요! 아녜요!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소냐는 마치 누구한테 칼부림이라도 당한 듯이 정신없이 외쳐댔다.
”하느님이 그런 무서운 일은 용서하시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용서하고 있는 걸요.“
”아녜요, 아녜요! 그 애는 하느님이 돌봐주실 거예요. 하느님이!“ 그녀는 정신없이 되풀이했다.
”그러나 어쩌면 그 하느님도 전혀 없는지 모르지요.“ 라스콜니코프는 일종의 간악한 쾌감까지 느끼며 대답하고는, 웃으면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소냐의 얼굴에는 무서운 변화가 일어나고 경련이 그 얼굴을 스쳤다. 소냐는 형언할 수 없는 비난의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 눈치였으나 한마디도 말하지 못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비통하게 흐느껴 울기시작했다.
”당신은 카체리나 이바노브나의 머리가 이상하다고 했지만, 당신 자신도 머리가 좀 이상하군요.“ 잠시 잠자코 있다가 그는 이렇게 말햇다.
5분쯤 지났다. 그는 여전히 그녀한테는 외면을 한 채 말없이 방 안을 거닐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 그의 눈은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우는 얼굴을 정면으로 들여다보았다. 메마른 그의 눈은 불타는 듯 날카롭고 입술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별안간 그는 재빨리 온 몸을 굽혀 방바닥에 몸을 던지더니 그녀의 발에 키스했다. 소냐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미친 사람이라도 대하듯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사실 그는 미친 사람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나같은 여자 앞에서?“그녀는 새파랗게 질려서 중얼거렸다. 갑자기 그녀의 심장은 아프도록 죄어들었다.
그는 곧 일어났다.
”나는 당신한테 머리를 숙인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고통 앞에 머리를 숙인 거요.“ 그는 거칠게 뇌까리고 나서 창가로 물러갔다.
”내 말 들어요.“ 1분쯤 지나서 그녀에게 돌아오며 그는 말을 이었다. ”나는 아까 어느 무례한 녀석에게 이렇게 말해줬소, 너 같은 놈은 소냐의 새끼손가락만한 가치도 없다고....그리고 오늘 나는 내 누이를 소냐와 나란히 앉힘으로써 누이에게 영광을 주었다고도 말해줬다오.“
”어머나, 그런 말씀을 다 하시다니! 동생께서도 거기 계셨나요?“ 소냐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외쳤다. ”나하고 나란히 앉은 게 영광이라고요! 나 같은 더러운 죄인하고....아아, 그런 말씀을 다 하시다니!“
”나는 당신의 불명예나 죄악을 두고 그렇게 말한 게 아니오. 당신의 위대한 고통을 두고 한 말이지. 당신이 위대한 죄인이라는 건 사실이오.“ 그는 감격 어린 어조로 계속했다.
”당신이 죄인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아무 보람없이 자기 자신을 죽이면서 제 몸을 팔았기 때문이오. 이처럼 무서운 일이 어디 있겠소! 그토록 증오하는 이 시궁창에서 산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이런 짓을 해봐야 누구를 구하지도 못하며 어떤 불행에서 구해내지도 못하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이건 조금만 눈을 떠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 이게 어찌 무섭지 않단 말이요! 그건 그렇고, 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소.“ 그는 거의 광분에 사로잡혀 말했다. ”이렇게 수치스럽고 비열한 짓이 어떻게 당신의 내부에서 그와는 정반대인 신성한 감정과 나란히 공존할 수 있단 말이오? 차라리 거꾸로 물속에 뛰어들어 단숨에 결말을 내버리는 편이 천배나 옳고 사리에 맞는 영리한 방법이 아니겠소?“
”그럼 저 사람들은 어떻게 돼요?“ 소냐는 괴로운 듯이, 그러나 그의 이런 제의에는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그를 바라보며 가냘픈 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라스콜니코프는 기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는 소냐의 눈초리 하나에서 모든 것을 알아차릴 수 잇었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이 이미 그녀의 마음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녀는 몇 번이나 절망 끝에 어떻게 하면 단숨에 해치울 수 있을까 하고 심각하게 생각해는지도 모른다. 지금 그의 말을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해봤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상대의 말에서 잔인함조차 느끼지 못했다(그의 비난의 뜻도, 그녀의 수치스러운 행위에 대한 그의 특수한 견해도 물론 그녀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 점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더럽고 부끄러운 처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오래전부터 그녀를 얼마나 괴롭혀왔는지는 그도 충분히 알수 있었다. 오늘날까지 단숨에 죽어버리자는 결심을 지체시키고 있었던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렇게 그는 생각했다. 그러자 이때야 비로소 그는 의지할 데 없는 불쌍한 어린애들과 반미치광이가 되어 머리를 벽에 들이받는 비참한 폐병쟁이 계모 카체리나 이바노브나가 소냐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이만한 성격이고 부족한 대로 다소의 교육이나마 받은 소냐가 결코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나 계속해 나갈 수 없으리라는 것은 명백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음과 같은 점이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그녀는 이토록 오랫동안 이런 처지를 감수해올 수가 있었을까? 물속에 뛰어들 수가 없었다면, 어떻게 미쳐버리지도 않았을까? 물론 소냐의 처지가 불행히도 유일한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는 없어도 하여튼 사회의 우연한 현상이라는 것을 그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름 아닌 이 우연성, 그녀가 받은 약간의 교육, 그리고 여태까지 보내온 그녀의 모든 생활은 이 더러운 길에 들어서는 첫걸음에서 그녀를 죽여버릴 수도 있었으리라고 생각된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지체케 했을까? 설마 음탕한 마음은 아니겠지? 이런 수치스러운 행위는 다만 기계적으로 그녀를 건드린 것에 지나지 않으리라. 진짜 음탕은 한 방울도 그녀의 마음속에 스며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그의 눈 앞에 서 있지 않는가........
‘이 여자에게 세 가지 길이 있다’하고 그는 생각했다. ‘운하에 몸을 던지든지, 정신병원에 들어가든지, 그렇잖으면....그렇잖으면 마지막 방법으로 이성을 마비시키고 사람을 화석으로 만드는 음탕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마지막 생각은 무엇보다도 저주스러운 길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나치게 회의파였고, 나이가 젊고, 추상론을 좋아햇다. 따라서 그는 잔혹했으므로 마지막 출구, 즉 음탕이 가장 있을 수 잇는 길이라고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과연 그럴 수가 있을까?’ 하고 그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아직도 정신적인 순결을 보존하고 있는 그녀 같은 인간도 결국에 ㄴ저 더러운 악취가 풍기는 구렁텅이 속으로 멀쩡한 의식을 가지고 끌려 들어가게 마련인 것일까! 과연 그 유혹의 손은 이미 뻗쳐진 것일까? 그리고 소냐가 지금까지 그런 생활을 참을 수 있었던 것도 실은 그 추악한 행위가 별로 나쁘게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다., 그럴리는 없다!’ 그는 조금 전에 소냐가 외쳤듯이 마음속으로 외쳤다. ‘아니다, 지금까지 이 소냐에게 투신자살을 만류시켜온 것은 죄라는 관념이다. 그리고 그들, 그 사람들 때문이다. 만일 소냐가 여태까지 미치지 않았다면....하지만 그녀가 미치지 않았다고 누가 보증하는가? 과연 이 여자는 건전한 판단력을 갖고 잇을까? 건전한 사람이라면, 과연 아까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멸망의 심연 위에, 이미 자기를 끌어들이기 시작한 더러운 구렁텅이 위에 서서 위험의 경고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손을 내젓고 귀를 막고 있을 수가 있을까? 어쩌면 기적이라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음, 확실히 그렇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은 다 발광의 징후가 아니고 무엇이냐?’
그는 집요하게 이 상념에 골몰햇다. 이 결론은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그의 마음에 들었다. 그는 더욱더 뚫어질 듯이 소냐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신은 열심히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군요, 소냐?“하고 그는 물었다.
소냐는 잠자코 있었다. 그는 옆에서 대답을 기다렸다.
”하느님이 안 계신다면 어떻게 살아왔겠어요?“ 하고 소냐는 힘 있게 빠른 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갑자기 빛나는 눈으로 라스콜니코프를 흘끔 보면서 그의 손을 꼭 쥐었다.
‘아아, 역시 그랬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하느님은 기도의 보답으로 뭘 주시지?” 하고 그는 캐물었다.
소냐는 대답할 바를 모르는 듯이 한참 동안 잠자코 있었다. 그 연약한 가슴은 흥분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아무 말도 마세요, 묻지 말아주세요! 당신에겐 그럴 자격이 없어요!” 성난 눈으로 매섭게 그를 노려보면서 소냐는 갑자기 이렇게 외쳤다.
’그랬구나, 역시 그랬구나!‘ 그는 마음속으로 되풀이했다.
”하느님은 무엇이든지 다 해주십니다!“ 다시 눈을 내리깔면서 그녀는 빠른 소리로 속삭였다.
’이것이 해결이다! 이것이 해결의 설명이다!‘ 극도의 호기심에 사로집힌 채 유심히 그녀를 뜯어보면서 그는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새롭고도 불가사의한, 거의 병적인 감정을 품으면서 그는 그 파리하게 여윈, 윤곽이 고르지 못한 도드라진 조그마한 열굴과, 불길처럼 타오르는가 하면 준엄하고 강렬한 감정에 빛날 수도 있는 그 상냥한 푸른 눈과, 아직도 분노와 흥분에 떨고 있는 그 조그마한 체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모든 것이 그의 눈에는 더욱 이상하게 느껴져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광신자다! 광신자야!‘하고 그는 마음속으로 되풀이했다.
장롱 위에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그는 이리저리 거닐면서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책이 있는 것을 눈여겨보다가 마침내 손을 들고 보았다. 그것은 러시아 말로 번역된 신약성서였다. 손때가 묻은 가죽 표지의 헌책이었다.
”이건 어디서 얻었소?“ 그는 방 한쪽 구석에서 물었다. 그녀는 탁자에서 서너 걸음쯤 떨어진 곳에 여전히 서 있었다.
”누가 가져다준 거예요.“ 그녀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 듯 그를 바라보지도 않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누가요?“
”리자베타가 주었어요, 내가 부탁했더니.“
”리자베타라니! 이상한데!’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에게는 소냐에 대한 모든 것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이상하고 기이해졌다. 그는 책을 촛불 옆으로 가지고 가서 책장을 들추기 시작했다.
“나사로의 부활은 어디지?” 그는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소냐는 골똘히 마룻바닥만 응시하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탁자 쪽으로 비스듬히 서 있었다.
“나사로의 부활은 어디지? 소냐, 좀 찾아줘요.”
그녀는 곁눈으로 그를 보았다.
“거기가 아녜요....제4복음서예요!” 그녀는 옆으로 다가가려고도 하지 않고 준엄한 어조로 속삭였다.
“찾아서 읽어주시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의자에 앉자, 탁자에 팔꿈치를 세우고 한 손으로 머리를 괸 다음 들으려는 자세를 취하면서 침울한 얼굴로 공간의 한 점을 응시햇다.
‘3주일쯤 후엔 7킬로미터 되는 곳(정신병원)으로 와주시지! 나도 아무래도 그쪽으로 갈 것 같으니까....더 악화만 되지 않는다면’하고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소냐는 미심쩍은 듯이 라스콜니코프의 기묘한 청을 받고 머뭇머뭇 탁자로 다가갔다. 그러면서도 성경책을 집어들었다.
“아직까지 읽어보신 적이 없나요?” 그녀는 탁자 너머로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녀의 음성은 점점 엄숙한 빛을 띠어갔다.
“옛날....학교 시절에. 어서 읽어요!”
“교회에서도 듣지 못하셨어요?”
“난....가본 적이 없어. 당신은 자주 나가나?”
“아, 아뇨.” 소냐는 속삭이는듯이 대답했다 .
라스콜니코프는 히죽 웃었다.
“그럴 테지....그럼 내일 아버지 장례식에도 안 가겠군?”
“가요, 난 요 전주에도 갔다 왔어요....추도 미사에.”
“누구?”
“리자베타요, 그 여자는 도끼에 맞아 죽었어요.”
그의 신경은 점점 초조해졌다.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리자베타와 친하게 지냈나?”
“네, 리자베타는 마음이 정직한 여자였어요.....여기도 왔었어요, 이따금.....자주는 못 왔지만. 둘이서 함께 성경도 읽고....얘기도 하곤 했어요. 그녀는 하느님을 맞을 수 있을 거예요.”
무미건조한 이런 말들이 그의 귀에는 이상하게 울려퍼졌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리자베타와 남몰래 만나곤 했고, 둘 다 광신자라는 사실도 그에게는 역시 새로운 소식이었다.
‘이런 데 있다가는 나도 광신자가 될 것 같군! 감염될 것 같아!’하고 그는 생각했다. “어서 읽어요!” 그는 갑자기 강요하는 듯한 어조로 초조하게 외쳤다.
소냐는 여전히 망설이고만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쩐지 그에게 성경을 읽어주기가 꺼려졌던 것이다. 그는 ‘불행한 광녀’를 고통에 가까운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읽으라는 거죠? 당신은 믿음이 없잖아요?” 그녀는 나지막하면서도 숨 가쁜 음성으로 속삭였다.
“읽어줘! 듣고 싶어서 그래! 리자베타에겐 읽어줬겠지.”
소냐는 책장을 뒤져서 그 대목을 찾아냈다. 손이 떨리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두 번을 고쳐 읽었으나 두 번 다 그 첫 구절이 잘 발음되지 않았다.
“어떤 병자가 있으니 이는 마리아와 그 자매 마르다의 마을 베다니에 사는 나사로라......”
소냐는 가까스로 겨우 여기까지 읽었다. 그러나 셋째 구절부터 목소리가 갈려서 지나치게 죈 현악기의 줄처럼 툭 끊어지고 말았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라스콜니코프는 소냐가 왜 자기에게 읽어주기를 꺼리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알면 알수록 그는 더욱 초조해져서 더욱 낭독을 강요했던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자기가 간직하고 있는 전부를 털어놓는다는 것이 말할 수 없이 쓰라리라는 점을 라스콜니코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이 실제로 현재의 비밀을 형성해주었으리라는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이 비밀은 어쩌면 훨씬 전부터, 일찍이 어린 시절 불행한 아버지와 슬픔 때문에 미친 계모 옆에서 굶주린 아이들과 차마 들을 수 없는 아우성에 찬 가정에 있을 때부터 그녀의 가슴속에 싹트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지금 성서를 읽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번민에 사로잡혀 무언가를 몹시 두려워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번민과 공포에도 그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다름 아닌 그를 위해 -‘비록 나중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금 꼭 읽어서 들려주고 싶은 욕망으로 그녀 자신이 괴로워하고 있음을 그는 분명히 알아차렸다. 그는 그것을 그녀의 눈에서 읽었으며, 그녀의 감격어린 흥분에서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을 억제하고 1절 첫머리에서 낭독을 멈추게 했던 목의 경련을 진정시키면서 ‘요한복음’ 11장을 읽었다. 그렇게 해서 19절에 이르렀다.
“많은 유대인이 마르다와 마리아에게 그 오라비의 일로 위로하러 왔더니, 마르다는 예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곧 나가 맞이하되 마리아는 집에 앉았더라, 마르다가 예수께 여짜오되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라도 주계서 무엇이든지 하나님께 구하시는 것을 하나님이 주실 줄을 아나이다.”
여기서 그녀는 다시 낭독을 멈추었다. 또다시 목소리가 떨려서 더 읽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부끄러웠던 것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오라비가 다시 살아나리라, 마르다가 이르되 마지막 날 부활 때에는 다시 살아날 줄을 내가 아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이르되…..(소냐는 괴로운 듯이 숨을 몰아쉬고는 한 구절 한 구절 힘을 주어 읽었다. 마치 온 세계를 향해서 자기의 신앙을 고백이라도 하듯이.) 주여 그러하외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세상에 오시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줄 내가 믿나이다.”
그녀는 잠깐 낭독을 멈추고 재빨리 그의 얼굴에 눈을 주었으나, 곧 자기를 억제하고 다음을 읽기 시작했다. 라스콜니코프는 의자에 앉아서 돌아보려고도 하지 않으며 탁자에 팔꿈치를 세우고 허공을 응시한 채 꼼짝도 않고 귀 기울이고 있었다. 마침내 32절을 읽어 내려갔다.
“마리아가 예수 계신 곳에 가서 뵈옵고 그 발 앞에 엎드리어 이르되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 하더라. 예수께서 그가 우는 것과 또 함께 온 유대인들이 우는 것을 보시고 심령에 비통히 여기시고 불쌍히 여기사, 이르시되 그를 어디에 두었느냐 이르되 주여 와서 보옵소서 하니,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이에 유대인들이 말하되 보라 그를 얼마나 사랑하셨는가 하며, 그중 어떤 이는 말하되 맹인의 눈을 뜨게 한 이 사람이 그 사람은 죽지 않게 할 수 없었더냐 하더라.”
라스콜니코프는 그녀 쪽으로 몸을 돌리고 흥분 가운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역시 그랬구나! 그녀는 이미 진짜 열병에 걸리기라도 한 듯이 온 몸을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그는 바로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전대미문의 위대한 기적을 이야기하는 대목에 다가가고 있었다. 위대한 승리감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녀의 음성은 금속 같은 맑은 음향을 띠기 시작했다. 내부에 충만하여 넘쳐흐르는 승리와 환희의 감정이 그 음성에 힘을 주었다. 눈앞이 어두워져서 글줄과 글줄이 서로 섞갈렸으나, 그녀는 책이 없어도 암송할 수가 있었다. ‘맹인의 눈을 뜨게 한 이 사람이….죽지 않게 할 수 없었더냐’하는 마지막 구절에 이르자, 그녀는 음성을 낮추어 믿지 않는 맹인인 유대인의 의혹과 비난과 중상을 전하고 또 그들이 1분 후엔 벼락이라도 맞는 듯이 땅에 엎드려 통곡하면서 신앙으로 들어간 심정을 불타는 듯한 열정으로 전했다.
‘이 사람도, 이 사람도….역시 맹인으로서 믿음이 없는 이 사람도 이제 이 기적을 들으면 믿게 될 것이다. 그렇다, 그렇다! 이제 곧, 지금 당장!’하고 그녀는 공상했다. 그리고 그녀는 기쁜 기대감에 온 몸을 떨었다.
“이에 예수께서 다시 속으로 비통히 여기시며 무덤에 가시니 무덤이 굴이라 돌로 막았거늘, 예수께서 이르시되 돌을 옮겨놓으라 하시니 그 죽의 자의 누이 마르다가 이르되 주여, 죽은 지가 나흘이 되었으매 벌써 냄새가 나나이다.”
그녀는 특히 ‘나흘’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말이 내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하시니, 돌을 옮겨 놓으니 예수께서 눈을 들어 우러러보시고 이르시되 아버지여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 항상 내 말을 들으시는 줄을 내가 알았나이다. 그러나 이 말씀 하옵는 것은 둘러선 무리를 위함이니 곧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그들로 믿게 하려 함이니이다, 이 말씀을 하시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부르시니, 죽은 자가….(그녀는 마치 자기가 눈앞에 보기라도 한 듯이 오들오들 몸을 떨면서 벅찬 감격에 높은 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수족을 베로 동인 채로 나오는데 그 얼굴은 수건에 싸였더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풀어놓아 다니게 하라 하시니라.”
“(이때) 마리아에게 와서 예수께서 하신 일을 본 많은 유대인이 그를 믿었으나…..”
그녀는 그 다음을 읽지 않았다. 또 읽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책을 덮고 벌떡 의자에서 일어섰다.
“나사로의 부활은 이게 전부예요.” 그녀는 띄엄띄엄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고는 그를 보기가 부끄러운 듯 옆으로 몸을 돌린 채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그녀의 열병적인 전율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비뚤어진 촛대에 꽂힌 타나 남은 촛불은 이 초라한 방에서 영원한 책을 읽기 위해 기묘하게 만난 살인자와 매춘부를 희미하게 비추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꺼지려고 가물거리고 있었다. 5분, 아니면 그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할 말이 있어서 왔어.” 라스콜니코프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갑자기 큰 소리로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냐 옆으로 다가갔다.
소냐는 말없이 그에게 눈을 들었다. 그의 눈초리는 매우 준엄했고, 그 속에는 뭔가 거친 결의의 빛이 어려 있었다.
“오늘 나는 육친을 버렸어”하고 그는 말했다.
“어머니와 누이 동생을, 이제 그들에겐 가지 않을 생각이야. 거기서 완전히 인연을 끊고 왔으니까.”
“아니, 왜요?” 소냐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
조금 전에 그의 어머니와 누이 동생을 만났던 일은 그녀 자신도 분명히 알 수는 없었으나 그녀에게 어떤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지금 그가 자기의 육친과 인연을 끊었다고 하는 얘기를 그녀는 거의 공포에 가까운 기분으로 들었다.
“나한텐 이젠 당신 한 사람이 있을 뿐이야”하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 함께 가…..그래서 나는 일부러 온 거야. 우리는 다 같이 저주받은 인간이야. 그러니 함께 가자는 거야.”
그의 눈이 번쩍번쩍 빛났다.
‘반미치광이로군!’ 소냐는 또 소냐대로 이렇게 생각했다.
“어디로 가자는 거예요?” 공포 가운데 그녀는 이렇게 묻고,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아는 건, 우리가 같은 길을 간다는 것 뿐이야. 그 점만은 확실히 알고 있어. 다만 그것뿐이야. 우리의 목적은 하나야!”
소냐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 보았으나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만 그가 무섭도록 한없이 불행하다는 것을 알 뿐이었다.
“딴 놈들에게 이야기를 해봐야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을 거야”하고 그는 계속했다. “그러나 나는 알았어. 당신은 내게 필요해. 그래서 이렇게 찾아온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소냐는 속삭이는 소리로 말했다.
“차차 알게 되겠지. 당신도 나와 같은 짓을 했으니까, 당신 역시 한계를 뛰어넘었어….뛰어넘을 수 있었던 거야. 당신을 제 손으로 자기를 해치웠어. 당신은 하나의 생명을 멸망시켰단 말야…..자기 생명을!…..어차피 마찬가지야!……당신은 정신과 이성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지만, 결국은 센나야에서 마칠 운명이지. 하지만 당신은 그때까지 참아내지 못할 거야. 만일 혼자 남으면 나처럼 미칠 거야. 당신은 이미 머리가 돈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러니까 우리 둘은 함께 같은 길을 가야 해, 같이 가는 거야!”
“왜 자꾸 그런 말만 하세요!” 그의 말에 이상할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며 소냐는 이렇게 말했다.
“왜라니?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순 없기 때문이지. 그것이 이유야! 이젠 어린애처럼 울거나 하느님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울부짖고만 있을 게 아니라 진지하게, 솔직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안돼! 만일 내일이라도 당신이 병원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되지? 미치광이 같은 폐병 환자는 머지않아 죽겠지만, 남은 아이들은 어떻게 돼? 폴레치카가 파멸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당신은 이곳 거리 모퉁이에서 제 어미를 위해 구걸질을 하며 다니는 아이들을 보지 못했나? 그런 어머니들이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나도 잘 알고 있어. 거기선 아이들도 아이로 남아 있을 수 없어. 거기서는 일곱 살짜리 아이도 음탕하고 도둑질을 하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아이들은 그리스도의 화신, ‘천국은 그들의 것이다’고 하잖냐 말이야. 하느님은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하라고 명하셨어. 그들이야말로 미래의 인류지…..”
“그럼 어쩌면 좋아요, 어쩌면 좋아요?” 소냐는 히스테릭한 울음을 터뜨리고 두 손을 비비면서 되풀이했다.
“어쩌면 좋으냐고? 때려 부수는 거야. 그것으로 끝나는 거지. 그리고 고통을 한 몸에 떠맡는 거야! 뭐? 모르겠다고? 차차 알게 돼. 권력, 특히 권력이지! 전전긍긍하는 겁쟁이에 대해서, 개미 떼 같은 버러지에 대해서 권력을 휘두르는 거야! 이것이 우리의 목적이지! 이것을 알아둬! 이것이 당신에 대한 나의 이별 선물이야! 어쩌면 당신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게 마지막일지 몰라. 막약 내일 내가 다시 오지 않으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게 될 거야. 그때는 지금 내가 한 말을 상기해줘. 그리고 언젠가 몇 년 후에, 생활을 거듭하노라면 내 말의 의미를 알게 될지 모르지. 그러나 만약 내일 다시 오게 되면, 그땐 말해주지, 누가 리자베타를 죽였는가를. 그럼 안녕!”
소냐는 너무도 무서워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당신은 아시나요, 누가 죽였는지?” 그녀는 공포에 얼어붙은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알고 있으니까 말하겠다는 거지….당신에게, 당신에게만! 나는 당신을 선택했어. 당신에게 용서를 빌려고 오는 건 아니야, 다만 그것을 알려주려 오겠다는 거지. 나는 당신 아버지한테 처음 당신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 사실을 알릴 사람으로 당신을 선택 했던 거야. 그리고 리자베타가 살아 있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안녕, 손을 내밀 건 없어. 그럼 내일!”
그는 나갔다. 소냐는 미친 사람이라도 보듯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앗다. 하긴 그녀 자신도 역시 미친 사람 같았다. 그녀 자신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현기증을 느꼈다.
‘아아, 그는 어떻게 리자베타를 죽인 범인을 알고 있을까? 그 말은 무슨 뜻일까? 아아, 무서워라!’ 그러나 이 순간 설마 하는 생각은 그녀의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전혀, 전혀 그런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아아, 그는 굉장히 불행한 분일 거야!…..어머니와 누이 동생을 버렸다니. 무엇 때문일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는 무엇을 계획하고 있을까? 대체 그는 나한테 무슨 말을 했을까? 그는 내 발에 키스하고 그런 말을 했어…..그런 말을 했어. 그는 분명히 말했어, 나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아아, 하느님!’ 소냐는 그날 밤을 신열과 악몽 속에서 보냈다. 그녀는 이따금 벌떡 일어나서 울기도 하고 안타깝게 두 손을 비벼대기도 하다가는 다시 열병 환자처럼 정신없이 자기도 했다. 그녀는 폴레치카며, 카체리나며, 리자베타며, 복음서를 읽는 광경이며, 그리고 그의 꿈을 꾸었다. 그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그 눈은 불길같이 타오르고 잇었다. ….그는 그녀의 발에 키스하며 울고 있었다…..오오 하느님!
오른쪽 방문, 소냐의 방과 게르트루다 카를로브나 레슬리흐의 방을 가로막고 있는 저쪽에는, 여시 레슬리흐 부인의 주택에 속한 중간방이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그 방은 셋방으로 내놓아서, 조그만 종이쪽지에 쓴 광고가 문 앞과 운하 쪽을 향한 유리창에 붙어 있었다. 소냐는 그전부터 그 방에 사람이 살지 않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빈방의 방문 바로 옆에서 스비드리가일로프가 그동안 죽 서서 숨을 죽여가며 엿듣고 있었다 라스콜니코프가 나가버리자 그는 잠시 동안 그냥 서서 생각한 뒤에, 발끝으로 걸어서 빈방 옆에 붙은 자기 방으로 돌아가 의자 한 개를 들고 소냐의 방으로 통하는 문옆에다 슬그머니 갖다 놓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매우 흥미있고 의미심장해서 그에게도 무척 흡족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이를테면 내일이라도 오늘처럼 한 시간 동안이나 서서 엿듣는 고역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모든 점에서 충분히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되도록 편한 자리를 만들려고 일부러 의자까지 갖다 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