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의술]
베트남전과 ‘시설 완비 운반 가능 의료단위’
 
공기 주입식 병실이 있는
확장·가동형 병원 첫 등장
 
방사선실·검사실·치과 확장 가능… 베트남전 초기 반영구적으로 주둔
1968년부터 이동하며 임무 수행… 상처와 화상 치료 혁신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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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은 이전의 제2차 세계대전이나 6·25전쟁과 확연히 달랐다. 베트콩의 게릴라 작전으로 전쟁철학이 달라졌으며, ‘전선(battlefront)’의 개념도 확실하지 않았다. 지휘본부에서는 전선을 따라 이동하는 이동외과병원(MASH)이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게 됐다. 대신 반영구적이며 시설이 완비된 병원을 마련하게 됐다.
‘시설 완비 운반 가능 의료 단위(Medical Unit Self-Contained Transportable, MUST)’는 베트남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공기 주입식 병실이 있는 확장형·가동형 병원이었다. 방사선실·검사실·약국·치과·주방들을 확장할 수 있었다. 타이닌(Tay Ninh) 소재 MUST였던 45외과병원은 1966년 11월 박격포 포격을 받았고 병원장 우라텐 소령(Major Gary P. Wratten)이 사망했다. MUST는 이후 인근으로 옮겼다. 재차 박격포에 맞았으나 중상자 없이 수습되고 계속 임무를 수행했다.
베트남전 초기에 MUST는 반영구적으로 주둔했지만, 1968년부터는 이동하며 임무를 수행했다. 전통적으로 이동외과병원이 수행하던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베트남전에서는 소수의 이동외과병원이 활동했다. 그중 제2이동외과병원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1966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9개월간 이 60병상의 병원에서 1011차례의 수술이 이뤄졌다. 이전 10년간 외과적 처치법의 발전에 따라 고속 부상(high-velocity wounds), 혈관 손상, 창자 손상, 화상의 치료 방법이 6·25전쟁 때와 달라졌고 항공기를 이용한 후송의 발달로 부상자의 사망률이 줄었다.
완성된 ‘시설 완비 운반 가능 의료단위(MUST)’
시설 완비 운반 가능 의료단위’의 설치 과정 |
MUST와 이동외과병원의 군의관들은 전상자 처치 방법, 특히 상처 치료와 화상 치료의 혁신에 기여했다. 군의관들은 미사일로 인해 고속 부상을 입은 환자의 상처는 바로 봉합하지 않고 상처가 깨끗해지면 봉합하는 지연 일차 봉합(delayed primary closure)을 시행했다. 혈관 수술이 발달하고, 헬기후송(평균이송시간 두 시간)도 가능해져 사지 절단율이 8%로 낮아졌다. 둔탁한 물체에 복부를 맞거나 폭발 손상을 입었는데 복부 내 손상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시험개복술(exploratory laparotomy)을 자주 시행했다.
화상 처치도 발달했다. 군의관들이 설파밀론크림(Sulfamylon, mafenide acetate)을 화상에 사용해 환자의 통증을 줄였고 화상에서 수액요법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6·25 전쟁과 비교해 베트남전에서는 화상 환자의 사망률이 50%나 줄었다. 인산화상(phosphorous burns)에서 죽은조직절제술(debridement)을 광범위하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수술 후 수액소생법(fluid resuscitation)의 중요성을 인식해 혈액, 혈장, 저분자량 덱스트란(low molecular weight dextran), 결정질 용액(crystalloid)이 모두 사용됐다. 평형염액(balanced salt solutions)은 실혈성 쇼크 환자에서 세포외질(extracellular compartment)을 다시 만들기 때문에 전혈(whole blood)이나 마찬가지로 수액 소생술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 다낭(Da Nang)에 주둔한 해군지원연구소(Naval Support Activity)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혈액이나 결정질 용액을 운반하는 데는 유리병보다 플라스틱 백이 효과적이었다.
몇몇 부상병에게는 중심정맥도관(central venous catheter)을 빗장뼈 밑으로 삽입해 효과적으로 혈액이나 고농도의 수액을 투여했다. 표준화된 압력계로 중심정맥압(central venous pressure)을 계측했고, 동맥혈가스(arterial blood gas, ABGA)를 연속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동맥도관을 삽입했다.
베트남전을 치르면서 미군의 MUST와 이동외과병원에서 군의관 등 의료진의 노력으로 의술이 광범위하게 발전한 것이다.
<황건 인하대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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