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음 날 동생과 함께 벌초하러 산소에 갔다.
미리 성묘객이 다녀간 산길은 오르기 좋을 만큼 반질거렸다.
아내는 발목이 아파도 엉덩이를 붙잡고 열심히 올랐다.
할아버지 산소는 잡초가 들쭉날쭉 덮였고
할머니 비석은 어쩐 일인지 앞으로 넘어져 있다.
동생과 예초기로 벌초를 시작하니 금방 마무리가 되었다.
주변을 정리하고 넘어진 비석을 제자리에 세웠다.
요리조리 비석을 살펴보니 이전에 보지 못한 글귀가 눈에 띈다.
할아버지 비명에 "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쓰여 있다.
재물과 영광과 생명보다 겸손과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우선임을 알려주신다.
겸손과 여호와 경외함에 대한 보응을 후대에 알려주기 위한 마지막 유언처럼 들렸다.
보응을 바라지도 않지만 그중 하나 생명만큼은 후대가 꼭 이어받았으면 좋겠다.
이어 청송읍교회 부활동산에 가서 부모님 산소를 둘러보고 돌아왔다.
아이들 다 키우고 형제끼리 추석을 보내는 나이가 되었다.
점심은 백숙으로 보신하고 집으로 돌아와 차 한잔을 나누며 사는 이야기로 한낮을 보냈다.
동생이 돌아간 후에 마당을 거닐며 허전함을 달래본다.
얼마만큼 겸손하고 하나님을 경외해야 후대에 보상이 될 재물과 영광과 생명을 물려줄까?
하나님이 행하실 일이지만 우리 대에는 아무래도 재물은 아닌 것 같다.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삶이라면
분명 최선을 다해 겸손하고 경외함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
할아버지가 후손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한 구절 유언이라면 곱씹어보아야 한다.
특별히 내게 주신 말씀이라면 겸손, 겸손 또 겸손하며 살아가라는 하나님의 명령 같다.
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상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잠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