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말은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음주와 음주운전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음주 운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생겨나자 경찰이 전국적으로 연일 일제히 단속을 펼쳤다. 이미 예고된 단속임에도, 단속 2시간 동안 무려 500여명이 적발됐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판단력을 잃은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위험한 일이지만, 작년 발생한 교통사고 가운데 무려 10.52%가 음주관련사고이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도 실로 엄청나다. 검찰과 경찰은 음주운전피해액이 연간 1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해마다 600명에 이른다. 하루에 한 두 명은 음주 운전자에 의해 목숨을 잃는 셈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게 술을 마셔야 할 경우가 생긴다. 한 잔만 더하고 가라는 상사의 권유를 칼처럼 자르고 일어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참고로 이미 10년 전에 술을 딱 끊었기에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딱 한 잔만 마셔야 할 경우에도 운전은 절대 금물이다. 다시 한 번 거듭 말하지만 술 한 잔이라도 마신다면 차를 두고 오는 것이 최선이지만, 혹시나 딱 한 잔 마신 술이 단속에 걸리는 정도인지, 어느 정도 취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기기가 나왔다. 이를 살펴보는 것이 혹시나 음주운전을 조장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지는 말기 바란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백트랙(BACtrack)이란 스타트기업은 혈중알콜농도측정이 전공인 회사다. 이름부터 Blood Alcohol Content의 머릿글자를 따서 BAC라고 지었다. 그만큼 알콜농도측정에는 장점이 있는데, 바로 핵심인 센서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 열린 웨어러블 바이오센서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기술력으로 만든 여러 측정 제품 가운데 가장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BACtrack Vio breathalyzer(이하 백트랙 바이오)다.
사양
크기 / 무게 : 2.4 x 7.3 x 1.6cm / 57g
전원 : AAA배터리 1개
센서 : Advanced MicroCheck®
워밍업 시간 : 약 10초
측정위해 부는 시간 : 약 5초
측정 구간 : 0.000-0.400% BAC
호환기기 : iOS / 안드로이드 / 애플워치 등
값 : $41.99
판매처 : 아마존
보통 음주측정기를 개인이 직접 사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실제 가격검색을 해보면 무척 비싸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정밀한 측정을 위해 비싼 센서가 필요한 탓이다. 그런 점에서 혈중알콜농도측정 센서를 직접 만들어 값을 낮춘 것이 이 회사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대신 정밀도는 조금 떨어진다.
제품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작고 가볍다는 것이 눈에 늘어온다. 생김새는 조금 두꺼운 USB메모리를 보는 것 같다. 앞쪽 버튼을 누르면 전원이 켜지면서 블루투스 페어링이 된다. 참고로 제품에는 어떤 액정이나 표시장치도 없기에, 항상 스마트폰과 연동해야만 제대로 쓸 수 있다. 뒷면에는 배터리 하나가 들어가고, 직접 입에 닿은 부분은 접어서 숨겨져 있는 형태다.
이를 펴면 비로소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위생을 위해서 기본으로 마우스피스는 3개가 들어있고, 따로 10개들이 마우스피스를 살 수 있다.
일단 페어링이 되면 특이하게도 워밍업, 그러니까 기기가 몸 푸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알코올측정을 할 테니 미리 준비하라고 알려줘야 한다. 이 시간이 약 10초 정도로 좀 긴 편이다. 10초가 지나면 이제 스크린이 변하면서 숨을 들이마시라고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마우스피스에 입을 대고 약 5초 정도 힘차게 불어주면 끝이다. 결과는 약 1-2초면 바로 나온다. 더 더 더 더…
요즈음 최신제품답게 블루투스 LE(Low Energy)로 연결되어 전기소모량도 줄이고, 연결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지금까지 다뤄온 수많은 블루투스 제품 가운데서도, 제품 성격상 자주 끊어졌다 붙었다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쉽고 정확하게 스마트폰과 철썩 연결되는 제품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참고로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에서 쓸 수 있고, 특이하게도 애플워치도 지원해서 쉽게 알아 챌 수 있다.
앱은 상당히 쓰기 쉽다. 제품 특성상 워밍업, 숨 들이쉬기, 불기의 단계를 잘 설명해주어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혈중알콜농도를 그래프로 그려주고 측정된 장소를 GPS로 기록해주는 것이 전부다.
이 제품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술을 마셔야한다. 술을 마시지 않지만, 실제 얼마나 제대로 혈중알콜농도를 알아채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평소 술이 그리 강하지 않은 아내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다. 주종은 수제맥주를 골랐고, 안주도 푸짐하게 시켰다. 맥주는 330ml를 기준으로 모두 3잔씩을 마셨다. 술을 마신 이는 다 마시고 나서는 약간 취한 정도라고 했다.
일단 맥주를 마시기전에는 미리 불어보았다. 당연히 0.00%로 측정한다. 첫잔을 마시자마자가 가장 높게 나왔다. 이는 측정의 문제일수도 있고, 처음 사용해서의 문제일수도 있으며, 제품 자체의 측정수치가 부정확해서일 수도 있다. 이런 오차는 이는 제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센서가 경찰 등에서 쓰는 전문적인 제품이 아닌 까닭이다. 그런 제품은 이 회사의 고급형 라인업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값은 훨씬 비싸다.
백트랙 바이오의 경우 한 번 측정하면 약 15분 정도 인터벌을 두어야 정확한 측정이 된다. 맥주는 약 1시간 정도 비슷한 속도로 마셨고 몇 번 측정을 거듭했다. 상당히 세게 불어야 제대로 측정된다.
곧 혈중알콜농도는 꾸준히 올라갔다. 잘 아는 것처럼 혈중알콜농도는 술을 마시는 동안에 꾸준히 올라가지만, 술을 그만 마셔도 어느 정도 올라간다. 따라서 이 제품은 예측, 예상 수치를 알려주는 기능도 있는데, 아무래도 이는 실제와 차이날 수 있기에 참조하는 용도로만 쓰기를 바란다. 아무래도 제품 자체가 전문적인 용도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려고 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바로 우버를 부르는 기능도 있다. 아마 우리나라였다면 1577로 시작하는 대리운전으로 연결되었을지도 모른다.
당연한 것이지만, 이 제품은 판사도 검사도 의사도 경찰도 아니다. 그저 혈중알콜농도를 확인하는 참조도구이지, 백트랙 바이오의 수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거나 법률적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운전을 해도 좋다는 면죄부는 더더욱 아니다. 이 제품으로 운전을 해도 괜찮은지를 가리는 것보다는, 그저 즐거운 술자리에서 얼굴 빨개진 친구의 혈중알콜농도를 확인하는 정도나 누가 많이 취했나 가벼운 내기를 하는 정도로 쓰면 딱이다.
이 제품에서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혈중알콜농도측정을 통해 혹시나 음주운전을 돕거나 방조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 측정을 한 다음,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거나, 같이 마신 사람이 운전을 못하도록 하는 도구라고 보면 된다. 값도 그리 비싸지 않고 크기도 적당하니, 술집 등에 하나 정도 가지고 있다가 술 취한 손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용도로도 괜찮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음주운전은 금물이다. 단 한 모금이라도, 단 0.001%이라도 알코올이 검출되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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