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릎팍도사'에 김연아가 출연했습니다. 김연아는 손에 반지를 끼고 있었는데, 그녀가 입는 패션이나 악세사리 등이 모두 유행이 되는 것으로 볼 때 김연아의 반지도 유행이 될까요? 후후~ 그건 아니랍니다. 연아가 끼고 있는 반지는 천주교 신자들이 기도할 때 쓰는 '묵주반지'입니다. 일반사람들은 끼고 다니기 어렵고, 또 아무나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김연아는 평상시는 물론이고, 경기중에도 항상 반지를 끼고 있는데 왜 그럴까요? 김연아선수가 묵주반지를 끼고 경기에 임하는 이유는 심리적인 안정을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반지를 끼고 나가면 경기가 잘 풀리고 징크스가 없다는 김연아선수만의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지를 끼고 안끼고에 따라 경기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묵주반지를 끼는 것은 김연아만의 독특한 징크스일 수 있으며 이런 징크스를 없애기 위해 반지를 낀 것입니다.
밴쿠버 올림픽때 김연아는 경기 하루 전에야 묵주반지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연락해 경기 당일 아침에 묵주반지를 새로 하나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셔코치가 묵주반지의 색깔이 무슨 색이냐고 묻고는 반지색은 은색으로 하라고 했습니다. 올림픽에서 금색깔 악세사리를 몸에 지니고 경기하면 금메달과 인연이 없다는 징크스 때문입니다. 연아는 은색의 묵주반지를 끼고 나가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습니다.
여기서 징크스(Jinx)란 말은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에 사용한 새(jugx)의 이름에서 유래했는데, 불길한 힘이나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 등을 뜻합니다. 서양에서 13일의 금요일을 불길한 날로 여기거나 한국에서 숫자 4를 죽음과 통한다고 하여 전화번호나 차량번호 등에 잘 안쓰려 하고 있는 것도 다 징크스 때문입니다. 물론 징크스란 것은 심리적인 요소이며,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나 징크스를 느끼고 있습니다.
어제 김연아가 공개한 징크스를 보니 재미 있습니다. 올림픽 시상식에는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많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다행히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 때 프리 경기할 때 입은 옷이 파란색이고, 아사다 마오는 붉은색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연아는 금메달을 땄고, 마오는 은메달이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세계선수권대회는 붉은색을 입은 선수가 1위를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징크스대로 3월 토리노에선 붉은색의 마오가 금메달을, 그리고 김연아가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해도 선수들이 징크스를 느끼는 것은 그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라도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연아가 피겨대회에 참가할 때는 차가운 빙판 위에서 누구도 도와 주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합니다. 연아는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이제 갓 스물을 넘겼습니다. 그녀가 각종 대회에 출전할 때 받는 심리적인 부담과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빙판위에서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할 때 정신적으로 위로가 되는 것이 묵주반지입니다.
운동선수들은 특히 징크스가 많습니다. 시합전 검은고양이를 보면 경기에서 진다고 믿고, 경기하러 가는 도중 영구차를 보면 그 시합에서 이긴다고 믿습니다. 권투선수들은 경기전에 손톱을 자르지 않고, 수염이나 머리카락을 절대 손대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머리를 안감는다던지, 특정 색깔의 속옷을 입으면 경기가 잘 풀린다든지 선수들마다 독특한 징크스가 있습니다. 이런 징크스를 이겨내는 것은 정신력이며 김연아는 묵주반지를 낀 채 정신적으로 아사다 마오 등 다른 선수들보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결과 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봅니다.
김연아는 캐나다로 돌아가 다시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은퇴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피겨가 좋아서, 피겨가 그녀 인생의 전부이기 때문에 계속 피겨를 하겠다고 합니다. 김연아가 끼고 있는 묵주반지는 김연아에게 힘을 주는 정신적인 어머니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