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죽 /윤정식
여행길에 몸에 좋다는 잔데 차, 시원하게 마신 것이 탈이 났나?
AI에게 물어보니 신경 쓰고 빈속에 찬 음료가 들어가 거부 반응을 주었을 것이란다.
단양 맛집기행이라 점심은 떡갈비에 열 가지 반찬, 된장찌개로 푸짐하건만 입이 거부하니 뜨거운 물에 말아 김치에 조금 먹은 것이 다다. 그것마저 화장실 직행해 구토한다. 다른 친구들한테 심여 끼칠 까 앞장서 걷고 사진도 찍어주며 즐거움에 동참한다. 다행히 컨디션은 견딜만하다. 떡갈비 맛이 궁금해, 그것만은 비닐백에 넣어두었다. 식사 후 가이드께 소화제를 청해 먹고 커피숍에서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니 정상으로 돌아오는 듯했지만 다른 간식은 많음에도 입이 거부한다. 시인 대 줌수업에도 참석해야 되는데 싶어 마음이 앞서가니 그것도 부담을 주었나 싶다. 잠실에 내려 버스로 오는 길은 길고도 멀었다.
2부 줌수업에 가까스로 참석, 다행스럽다.
여행 끝 피로인가? 밥맛 잃고 기운 없으니, 생각나는 것이 그리움인가?
마음 한구석에 깊이 잠자던 것이, 아프거나 외로울 땐 생각나는 것은 무슨 연고인가?
즐겁고 감사할 때는 잊고 살다가, 힘들고 고달플 때 생각나는 이것이 사랑이가? 집착인가?
나 위해 살지 않고 오직 가족 위해 밭이랑 일구시던 어머니 모습, 애잔하게 떠오른다.
아버지는 논 일에 여념이 없으셨으니, 어머니는 밭일에 전념하셨으리라. 쌀밥에 지쳐 가던 어느 날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얻어먹은 꽁보리밥, 추억 속에 깊이 남아 있다. 쌀밥은 매일매일 먹으니 그저 그렇고, 배추김치 썰어 넣고 죽 쑤면 그것이 별미였다.
녹두죽이나 콩나물죽도 좋아했다. 별식이었으니까.
배추김치 송송 썰어 들기름에 달달 볶다 식은 밥 한 공기 넣고 다시마 멸치 육수 부어 뭉긋하게 끓인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김치죽에 입맛이 살아난다. 어머니 손길 따라 나의 손도 바쁘게 움직인다. 거기에 김가루 솔솔 뿌리고, 참깨가루 뿌리니, 신세대라 더 만나겠구나!
어머니께서 따듯한 웃음 주신다.
잃었던 힘이 불끈 솟고, 새로운 빛 들어와 생기 주니 창밖의 해 방긋 웃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