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을 다녀와서,
단풍의 여운이 너무 강해서,
다시 산을 찾아왔습니다.
단풍도 좋지만,
가을이 어떤 모습으로 깊어가는지,
그것이 궁금했는데...
이른 새벽에,
서울을 출발했지만,
11시에 여기에 도착했고...
이번 산행은,
산행 전문가가 안내를 한다고 했는데...
내가 아는 입구는,
여기서 산을 오르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숲길을 버리고,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지 이해하기 힘들었고...
어쨌든,
둘이서 산을 오르고 있는데...
날이 너무 좋아서,
행복한 산행이 될 거라 확신했지만...
결론은,
구름과 함께한 산행이었고...
산이 건강해서,
다양한 생명체가 산다는 것을 좋은데...
하필,
뱀을 그려 놨는지...
그리고,
벌이 날아와 꼬는데,
주의하고 있으면 쏘지 않으려나??
원효사에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가 계속되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서,
많은 사람이 찾지는 않는 듯...
이날도,
10여 팀 정도가 전부였고...
흰색 안내판 옆에,
'자연식당'이라는 조그만 안내판이 있고,
두 분이 식사를 하고 있어서 식당인 줄 알았습니다.
호기심에,
이런 곳에 식당이 있고,
식사를 즐기는 사람이 있어서 사진까지 찍었는데...
이러는 내가 못마땅한지,
식사를 하다 말고 째려보네요.
(이유는 내려오면서 다시...)
완만한 오르막은,
산죽도 많이 자라고 있고...
하루 전 설악은,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있는데,,,
따듯한 남쪽 산은,
아직도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네요!!
제법 올랐는데,
이제야 나뭇잎의 색이 변하고 있고...
그나마,
단풍나무도 아니고,
일부 잡목 많이 단풍이 들고...
암튼,
뭔가 있기를 기대하며,
계속 올라보는데...
길가에는,
방앗잎이 꽃을 피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꽃향유라는 풀이라고 하네요!!
이름이야 뭔들,
가을 산행에 즐거움을 주면 됐지... ㅎㅎ
평지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일행을 기다려 보는데...
45명 중에서,
이 길로 오는 사람은 둘 뿐이고,
나머지는 임도를 따라 오르고 있다고...
그래서,
행여 늦을까 봐서,
쉬다 말고 보따리를 챙겨서 올랐고...
비교적 가파른 구간을,
부지런히 오르고 있는데...
등산로가,
지그재그로 올라감으로 인해,
아주 힘들다는 느낌은 덜했고...
그래도,
오르막인지라,
땀깨나 흘리며 올랐습니다.
바위틈에는,
이제야 도토리가 떨어지고...
관악산 도토리도,
떨어진 지 오래됐는데....
따뜻한 곳이라서,
지천으로 도토리가 널렸고...
드디어,
헐떡거리며,
목교에 도착을 했는데...
다른 일행은,
아직도 보이질 않고...
알고 보니,
다른 장소를 목교라 해서,
나만 헐레벌떡 올랐네요!!
전체 인원이 만나서,
서석대를 올라가려 하는데...
이 구간도,
오르막이 제법 길게 이어지고...
그리고,
조금 전 구간과는 달리,
등산객도 제법 많았습니다.
서석대 부근에서,
광주 도심을 바라보는데...
출발할 때는,
하늘이 맑았으나,
지금은 구름이 도심을 가득 채웠고...
아마도,
내가 무등산을 찾는다고 하니,
광주 도심이 날 쑥스러워 그러는지도... ㅎㅎ
서석대는,
단풍과 거리가 있어 보이네요.
온난화 문제인지,
강수량의 문제인지 몰라도,
나뭇잎은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가고...
그나마,
서석대의 주상절리는,
항상 그대로라서 반갑고... ㅎㅎ
서석대에 올라서,
인왕봉을 바라보는데...
정상보다는,
억새들이 활짝 피어서,
그 모습이 운치를 더해주고...
억새는,
영남 알프스에서 봐야 하는데,
조금은 아쉽기만...
억새 사이에,
용담이 지천으로 피었고...
한송이만 피기도 했고,
어떤 용담은 무더기로 피었고...
그래고,
색이 제일 좋은 것을 골랐고...
인왕봉으로 가는 길에,
다시 한번 광주 도심을 바라보는데...
역시나,
수줍은 색시처럼,
도심은 구름 속에 자리했고...
암튼,
이런 모습이,
제일 좋은 풍경이었고...
인왕봉 정상에는,
예전에 없던 철조망이 추가 됐고...
등산객 안전을 위해,
일부러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자꾸만,
흉물이 늘어난다는 느낌이었고...
인왕봉을 내려와,
서석대로 가는 중인데...
억새꽃은,
가을이 왔다면서,
넘실넘실 춤을 추는 듯...
암튼,
흐른 날씨지만,
그 자리를 억새가 채웠고...
바람이 불면,
모두 한결같이 같은 방향으로...
물론,
약한 억새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출렁이는 모습은,
희뿌연 도심을 대신해 주었고...
임석대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지만...
길이 좋고,
유명한 구간이다 보니,
사람들이 가득하네요!!
암튼,
잠시 쉬면서,
목을 축이려고 하는데...
이 음료는,
서울에서 챙겨간,
장수라는 녀석입니다.
날이 선선해서,
아직도 시원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플라스틱 잔에,
한 모금 따라서 마시려고 하는 찰나에...
음료수는,
가방 속으로 쏙 들어갔고...
대신에,
이런저런 과자 부스러기만,
간식용으로 자릴 차지했고...
어렵게 왔고,
힘들어서 목을 축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허용하지 않는 무등산이 야속했지만...
바로 옆자리에,
엄청 무서운 사람이 다가와서,
왜 산에서 막걸리를 먹냐고 합니다.
그러면서,
막걸리 먹었으니,
30만원짜리 벌금을 부과한다고...
깜짝 놀라서,
후다닥 감췄네요!!
막걸리는 고사하고,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다시 산을 내려가는데...
앞에 가는 사람처럼,
어깨가 축 처진 채로 걸었고...
왜냐하면,
그거 한 병 먹겠다고,
여기까지 짊어지고 왔는데,
다시 가방에 넣은 채로 내려가야 해서...
길가에 있는,
조그만 미역취가 하는 말이,
화내지 말고 내려가서 먹으라고...
배는 고프고,
목도 마르지만,
노란 미역취의 말을 따르기로... ㅎㅎ
암튼,
억새와 용담,
그리고 미역취를 만나고 집으로 갑니다.
입석대인데,
알콜이 없으니,
흥이 나질 안네요.
평소였으면,
여기저기 살펴보고,
숨은 잡초라도 찾아서 인사를 했을 텐데!!
암튼,
입석대도 여기서 작별을...
허기진 몸을 이끌고,
장불재까지 왔는데...
여기도,
무서운 사람이 보이고...
술은 고사하고,
물도 먹지 못한 채 집으로 갑니다.
장불재에서,
다시 목교까지 왔는데...
길가에는,
큼지막한 사마귀가 한마디 거들고...
친구들 불러서,
떡갈비에 소주라도 한잔 하라 하지만,
모두가 바쁜 관계로 그냥 서울로...
올라갈 때는,
너무 힘들어서 보지 못했는데...
등산로에 있는 계단을,
누군가 다 헤집어 놨네요!!
멧돼지의 소행이 분명한데,
잡아서 수육이라도... ㅋㅋ
시간은 이른데,
하늘이 어둑하니,
마치 해질녘 느낌이 들고...
이끼는 푸르고,
단풍도 아직이고...
뱃속에서는,
밥 달라고 난리가 났고... ㅠ.ㅠ
행여나,
길을 잘못 갈까 봐서,
이렇게 친절한 안내판이...
나처럼,
눈이 어두운 사람도,
길을 잃어버릴 위험은 없을 듯...
암튼,
힘든 몸을 이끌고서,
서울까지 가야 하는데...
이 장소는,
산을 오를 때 '자연식당'이라 생각하고,
여자 등산객이 있는데 사진을 찍었던 장소입니다.
노안이라기 보다는,
지나는 길에 얼핏 읽으면,
아무리 봐도 자연식당으로 읽히는데...
어쨌든,
나의 착각으로 인해,
식사 중인 산객에게 소소한 피해를 준 듯...
자연식당(자연쉼터) 덕분에,
혼자 피식 웃으면서 가방에서 이걸 꺼냈고...
혼자서,
병나발 불어가며,
진정한 산행을 만끽하는데...
역시,
장수가 최고여!!! ㅎㅎ
우여곡절을 겪으며,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출발할 때는,
하늘이 정말 맑았는데...
도착하니,
하늘을 대신하여,
느티나무 단풍이 반겨주었고...
산을 내려와,
냇가에서 정갈하게(홀딱 벗고) 목욕을 하고,
커다란 한정식 집에 들렀는데...
맛과 정성 모두가,
내 기준에는 모자라고...
다시 갈 일도 없지만,
비용을 지불하고 식사를 했다는 것이,
억울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광주 한정식이 부족해서,
파김치에 라면으로 보충을 했고...
어쩌면,
이 또한 산행이라 하고 싶지만,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한정식이었습니다.
암튼,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이번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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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보내는 것이,
때로는 고난일 수는 있지만...
주님도 만나지 못한 채,
비싼 떡갈비 먹고서,
후식으로 라면을 먹었다는 것이,
너무 억울한 하루였습니다.
이 또한 산행이라 생각하며,
이번 산행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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