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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김대진 연출, 정여랑 극본이다. ‘닥터 차정숙’은 차정숙이 20년 전 의대를 졸업했으나 아들딸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고 시어머니를 모시는 전업주부로 살면서 의사를 포기한 사람인데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여 1년 차 레지던트가 되어 찢어진 그녀의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라고 한다.
20년 차 전업주부 차정숙은 버스 안에서 한 남자가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의사 없느냐고 소리쳤다. 차정숙(엄정화 분)은 엉겁결에 저 의사예요. 손을 들고 나갔지만, 응급환자를 보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119, 119를 불러 줘요. 119가 왔다. 119 응급요원이 의사라면서요? 같이 갑시다. 그때 지나가던 한 남자가 119에 같이 올랐다.
닥터 차정숙. ⓒJTBC
119에 같이 올랐던 남자는 이제 막 미국에서 온 로이킴(민우혁 분)인데 간담췌외과 전문의였다. 그 후에도 차정숙은 룰루랄라 백화점에서 쇼핑하다가 쓰러졌다.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았는데 2~3일이면 퇴원할 거라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퇴원하지 못했다.
차정숙은 간 수치가 너무 높아서 간이식을 해야 할 판이고 주치의는 로이킴이었다. 차정숙은 로이킴에게 간이식 수술을 받고 20년이나 내팽개쳐 두었던 전공의 시험을 치고 남편 서인호(김병철 분)가 교수로 있는 구산대학병원에 레지던트로 취업했다.
차정숙은 비록 초보 레지던트지만 차정숙도 엄연한 닥터였기에 주치의로 담당하는 환자가 있었다. 차정숙은 구산대학병원에서 처음에는 가정의학과로 배당받았지만, 외과로 파견을 나갔다. 차정숙의 남편 서인호 교수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였다.
황선규를 치료하는 차정숙. ⓒJTBC
차정숙의 환자 중에 크론병으로 입원한 장루환자 황선규(김현목 분)가 있었다. 황선규는 장루 복원 수술을 했다. 서인호 교수가 담당이었는데 수술에 실패했다. 서인호는 오십견으로 오른팔이 불편했던 것이다.
황선규는 장루 복원 수술 실패에 절망했으나 차정숙은 황선규 수술 부위를 소독하면서 너무 심려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황선규는 직장생활도 염려스럽고 부부생활이나 자식도 걱정이라고 했다. 아내(서윤지 분)도 남편 황선규를 위로했으나 황선규에게는 별로 위로가 되지 못했다.
차정숙은 레지던트 3년 차 전소라(조아람 분) 선생에게 정신과 협진을 받게 하자고 요청했으나 전소라는 차정숙의 요청을 묵살했다. 그러던 차에 장인과 장모가 황선규를 찾아왔다.
황선규를 찾아온 장인·장모. ⓒJTBC
장인은 딸에게 심부름시켜서 내보냈다.
장인 :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할 수가 있냐, 내 딸 인생을 망쳐도 분수가 있지.”
장모 : “이 병은 유전도 된다고 하던데. 우리 딸과 당장 헤어지게.”
장인과 장모는 황선규에게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딸과 이혼해 달라고 했다.
필자가 이 장면을 보면서 크론병은 유전도 아닐뿐더러 몹쓸 병도 아닌데, 아무리 드라마를 위해서라지만, 수술에 실패해서 실의에 빠진 환자에게 장인·장모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딸이 매점에서 물건을 사 오니 엄마 아빠는 가고 없었다. 황선규는 아내에게 **에 있는 청국장을 좀 사오라고 심부름을 보낸 후 옥상으로 올라갔다. 차정숙이 황선규를 찾았으나 황선규는 없고 그의 침대 위에는 유서 같은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옥상 난간에 앉은 차정숙과 황선규. ⓒJTBC
차정숙은 놀라서 119에 전화를 하고 옥상으로 달렸다. 옥상 난간 위에 황선규가 있었다. 차정숙은 다시 한번 이겨 보자고 황선규를 설득했다. 황선규가 차정숙의 설득에 넘어가는 듯하더니, 일어선 황선규는 난간 아래로 몸을 던졌다. 차정숙이 놀라서 황선규를 잡으려다 같이 떨어졌다.
차정숙이 119에 전화해서 아래에는 에어 매트가 깔려 있었지만, 차정숙과 황선규는 병원 옥상에서 추락한 것이다. 황선규는 다시 병실로 올라갔고 차정숙은 멀쩡하게 일어났다.
차정숙과 황선규가 떨어진 에어매트. ⓒJTBC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옥상에서 떨어졌는데 멀쩡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리고 병원 옥상에 자살하기 좋도록 칸막이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니 정말 유감이다.
아무튼 장루와 크론병 그리고 자살소동에 관해서 글을 하나 쓰려고 ‘닥터 차정숙’ 시청자 게시판을 찾아보니 맙소사!
크론병에 대해서 몹쓸 병이니, 유전병이니 하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온통 드라마를 성토하는 글들뿐인데 전부 비밀 글이라 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 왜 굳이 비밀글로 했을까? 어떤 내용인지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 ⓒJTBC
시청자 게시판에는 크론병에 관해 잘못된 인식과 정보를 전달한 제작진을 비판하는 게시물뿐이었다. 그러자 제작진에서도 “환자 분들의 고통과 우울감을 가볍게 다루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제작진은 ‘닥터 차정숙’ 에피소드에서 크론병에 대해서 전문지식이 없는 등장인물이 환자를 몰아세울 의도로 발언한 대사가 특정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시청자 게시판 제작진 공식 입장. ⓒJTBC
‘닥터 차정숙’ 제작진이 사과문을 발표했음에도 크론병에 대한 항의는 계속되고 있었다. 크론병은 몹쓸 병도 유전병도 아닌데 환자가 절망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것은 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내용을 정정하거나 삭제하라고 했다.
크론병은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진 것도 아니고 어린아이들도 있는데 방송에서 너무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병과 싸우면서도 잘 살고 있는데 아이들이 볼까 봐 겁이 난다고도 했다.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크론병은 1932년 미국 의사인 크론(Burrill Bernard Crohn)이 처음으로 이 질환을 보고한 후 그의 이름을 따서 ‘크론병’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크론병(질병코드 K50)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20,231명에서 2021년 28,720명으로 약 41%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크론병은 산정 특례 대상이고 남자가 여자보다 많다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자료를 찾다 보니 오늘 즉 5월 19일이 ‘세계 염증성 장 질환의 날’이란다. 염증성 장 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은 전 세계 약 500만 명의 사람들(미국 140만, 유럽 220만)이 고통 받고 있는 만성 소화기 질환이란다.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World IBD Day)’은 2012년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협회 유럽연맹 주도로 제정됐다고 한다. 염증성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는 물론 28개 유럽 국가와 미국,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전국 등록장애인(2022). ⓒ통계청
그러나 크론병은 장애인등록 대상은 아니다. 크론병에서 장루가 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 (2022년) 전국 등록장애인은 2백6십5만 2천860명이다. 이 가운데 장루·요루 장애인은 총 16,779명인데 남자가 10,436명이고 여자가 6,343명이다.
드라마나 방송은 사실 여부를 떠나서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따라서 작가나 연출가 등 제작진에서도 어떤 병에 대해서 그 병을 실제로 앓고 있는 당사자의 입장을 헤아려서 다시는 이런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