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글 서체를 창조한 좌동의 서예가
한글조형체로 아름다움을 선사하다
언어가 다양하듯이 서체도 다양하다. 같은 언어라도 지역이나 시대, 사용 목적에 따라 여러 서체가 생긴다. 지금은 서체가 저작권으로 인정되어 창의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나의 서체를 만드는 데는 각고의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좌동에 사는 서예가 동운(東雲) 김근대 선생이 십수 년 간의 고민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글자체인 조형체를 만들어 올해 5월에 저작권으로 등록을 해 화제다. 한글 서체는 궁체를 제외하고는 통일이 잘되지 않고 있어서 한문 서체인 전서체에 대응할만한 한글 서체를 만들고 싶어 조형체(동운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지인이 발행한 <찾아가는 마음>이라는 책을 읽고 그 책에 있는 가정과 개인, 사회와 가정,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글을 자신만의 서체인 동운체로 옮겨 적어 책으로도 발행했다. 자신의 서체를 보급하고 싶어 전국의 여러 서예학원에 자신이 만든 책을 보내기도 했다.
김근대 선생은 부산교대를 졸업하고 교사로서 오랫동안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75년여 삶 속에서 선생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로 생각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장산노인복지관에서 한문 서예를 가르치고, 중1동 주민센터에서는 어르신들에게 한글 서예를 가르치고 있다.
2년 전 장산노인복지관에 들렀을 때 선생은 복지관 입구에서 ‘입춘대길’이라고 쓴 입춘방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래서 동운 선생의 서예 교실을 찾아가 해운대 주민들에게 입춘방을 써서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제안했는데 선뜻 제안을 받아들였다. 얼마 후 대천공원에서 <해운대라이프>에서 주최로 ‘입춘방’ 행사가 열렸다. 이날 선생은 직접 먹을 갈아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한 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입춘방과 가훈을 정성껏 써주었다. 입춘방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돌아가던 주민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일상화되어 굳이 내 글씨를 갖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시대에 서예는 어쩌면 시대에 동떨어진 취미일지도 모른다. 글자 하나하나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만큼 속도를 중시하는 요즘 시대와 영 안 맞다. 하지만 글귀의 의미를 한 자씩 되새기며 자신만의 서체를 완성해 가는 선생을 보다 보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랜 세월 동안 서예를 통해 자신을 수양하고 사회에 봉사하면서 자신만의 서체를 창작해 낸 동운 선생이야말로 멋있는 노후의 귀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 신병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