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국대선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후보자들은 기존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부동층을 공략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은 이제 선거운동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선거기간 중 매일 업데이트 되는 부시 대통령의 조지부시닷컴과 도전자인 케리 후보의 존케리닷컴은 양 진영 모두 얼마만큼 인터넷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선거 막바지에 양 진영의 사이트는 스핀면에서는 다른 입장을 취하지만 새로운 정보와 컨텐트의 분량면에서는 이들 모두 인터넷을 선거 전략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는 11월 2일 투표일을 불과 일주일을 남겨 둔 시점에서 살펴본 부시 후보의 사이트는 케리 후보를 공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케리 후보의 사이트는 케리의 메시지 소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부시의 사이트에는 케리 후보와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내용과 함께 '존 케리의 숨겨진 진실'이라는 에세이와 케리 후보가 당선될 경우 휘발유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보여주기 위한 휘발유세 계산기가 첨부돼있다. 케리 후보의 사이트는 그의 연설 주제인 '미국의 새 출발'이라는 에세이를 필두로 좀 더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 후보인 케리의 사이트가 공화당 후보에 대한 공격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케리 후보의 사이트에는 '부시-체니 팀, 미국을 위한 잘못된 선택'이라는 기사도 실려 있다.
양 진영 사이트 책임자들은 자신들이 맡고 있는 사이트의 캠페인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전체 선거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부시-체니 후보진영의 e캠페인 담당자인 척 디포는 "웹사이트는 선거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운영되며 선거 전략팀이나 홍보팀과도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다“며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 웹사이트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진영의 인터넷 전략본부장인 존 로스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선거운동 초반부터 나를 포함한 선거캠프의 간부급 참모들은 인터넷 전략을 수립하고 풀뿌리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웹사이트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인터넷 선거전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이번 2004년 선거운동에는 어느 때보다 온라인 선거전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더 빠르고 치밀하게, 인터넷 선거전 선거운동기간 내내 양 진영 사이트는 새로운 컨텐트를 생성하고 상대진영의 공격에 대응하는 면에서 상당히 숙련된 수준을 보여 왔다. 또한 같은 주제의 내용을 같은 날 웹사이트에 싣는 등 상대 사이트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선거가 끝난 후의 사이트 운영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양 진영 모두 어떤 형태로든 사이트를 계속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부시후보 측은 자신들의 사이트는 20명의 팀이 운영하는데 반해 케리후보 진영은 30명의 팀이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 진영은 온라인 캠페인 메시지를 웹사이트를 통해 전달하는 데 아주 숙달된 사이트 운영팀을 두고 있다. 또한 집잽닷컴의 정치플래시 카툰과 같은 일반적인 정치 사이트처럼 상대후보를 풍자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도 한다.
양 진영의 사이트 내용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TV 후보토론에 맞춰 새로운 뉴스를 업데이트 하는 것이다. 과거 선거전에서는 TV 후보토론 각 후보의 진영이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과 반박내용을 팩스로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 2004년의 경우 토론내용에 대해 양 진영의 사이트가 일반 유권자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부시 측은 사전에 등록한 웹사이트와 블로그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했으며 케리 진영도 관계자에게 이메일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버지니아 공과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과 부교수인 존 테데스코는 후보토론 중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온라인 캠페인이 전통적인 정보제공원인 TV난 신문을 대체한다는 증거이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데스코는 "과거에는 후보자가 다른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웹사이트를 방문하도록 홍보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사이트에 접속하기 때문에 반대로 홍보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한 이런 사이트 방문자들의 연령이나 직업, 계층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테데스코는 앞으로는 후보자들도 유권자들이 각자 특성에 따라 편향적인 미디어보다는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웹사이트에서 직접 정보를 얻으면 선거캠페인에서 웹사이트의 비중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전에는 유권자들도 후보자들의 주장을 독자적으로 확인하는 보도 전문기자들에게 의존했지만 이제는 각 후보 진영이 제공하는 정보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있다. 이로써 후보들과 유권자간의 거리가 좁아지고 현실정치에서 인터넷의 위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고 테데스코는 말했다.
온라인 선거전의 발달 전 버몬트 주지사인 하워드 딘은 아이오와 주의 민주당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그의 선거 캠페인 이후 후보자들이 인터넷을 더 적극 활용하게 됐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사이트에 지지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장을 마련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 풀뿌리 유권자의 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있어 인터넷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양 후보 진영의 온라인 캠페인 책임자들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성과로 웹사이트를 통해 각 후보자들이 일반 유권자와 공개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됐다는 점을 들고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거전에서 후보의 웹사이트는 오프라인 선거운동을 통해 이미 공개된 정보를 모아두는 자료실의 역할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전에서는 웹사이트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포는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는 풀뿌리 지지자의 역할이 가장 컸다. 인터넷은 이들을 동원하고 힘을 실어주는 강력한 수단이다. 웹사이트를 통해 지지자를 동원하고 대통령과 부통령을 재선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디포는 집집마다 선거홍보물을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 자원봉사자를 모집에 부시후보의 웹사이트를 이용한 사례를 들었다. 디포는 이 캠페인 초기 2주 동안 수천 곳에서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고 말했다. 부시 후보의 웹사이트는 자신의 집에서 선거운동 모임을 가지려는 지지자들의 연락처를 제공하고 이들 지지자들이 인근 20명의 부동층 유권자에게 연락해 지지를 호소하도록 하기도 했다. 케리후보 진영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로스는 자원봉사자들이 웹사이트를 이용해 지역이나 전국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는 정보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는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자원봉사자를 캠페인에 참여하도록 만든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지지활동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참여하게 하도록 하는 면에서 인터넷은 꼭 필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부시 진영처럼 케리 후보의 사이트도 자원봉사자들이 회의를 갖고 다른 유권자를 모집하며 행사를 준비하는데 이용된다. 특히 양진영은 사이트를 통해 미등록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등록하도록 권유하는 내용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두 사이트는 매우 다르다. 부시와 케리 후보의 사이트는 모두 대선과 관련된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블로그가 있다. 그러나 케리의 사이트는 회원들이 블로그에 글이나 관련정보를 게시할 수 있지만 부시의 블로그는 선거본부에서 승인한 정보를 배포하는 채널로 주로 이용된다.
로스는 양진영의 블로그 사이트의 운영방침이 다른 것은 양 진영 후보의 다른 정치철학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스는 "케리 진영의 블로그는 단지 메시지를 보내는 것 보다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토론과 피드백을 촉진하며 자원봉사자들이 선거본부나 자신들끼리 의견교환을 하도록 하는 상호활동이 활발한 매개체다. 이런 접근방식은 상대 진영과의 커다란 차이"라고 말했다.
머니게임 선거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하워드 딘이 한 일은 풀뿌리 유권자를 동원한 것만은 전부는 아니다. 그는 자신의 사이트인 미트업닷컴을 통해 선거활동에 필요한 상당한 금액의 기부금을 성공적으로 모금했다.
딘이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지지자들로부터 소액 기부금을 모은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강점으로 작용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 예선전에서 버틸 수 있었다고 시라큐즈대학의 맥스웰 행정대학원 정치학과 부교수인 그랜트 리허가 말했다. 리허는 대선후보들의 경우 좀 더 효과적으로 온라인상 모금운동을 해야한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인터넷이 온라인 모금의 강력한 수단이 된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리허는 "각 후보 진영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이 일반 유권자들을 끌어 들일수 있는 도구라는 사고로 접근하고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 그 사실의 가장 잘 보여 준 것이 바로 인터넷을 통한 모금활동"이라며 "지금까지는 딘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케리도 선거운동의 고비마다 상당한 금액을 모금했다"고 말했다.
리허는 부시진영이 온라인 모금액수를 정확하게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디포는 유권자들이 부시진영의 모금 활동에 적극 호응했다고 전했다.
디포는 "부시진영은 예비 선거기간 중에만 온라인상에서 1400만 달러를 모금했고 현재 대선본부와 공화당 및 일반 선거의 법정비용으로 모금을 진행 중"이라며 "그러나 모금은 전체 활동의 일부분이며 중요한 것은 모금이라는 단순한 목표보다는 다차원적으로 e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다. 부시진영은 모금보다는 실제 선거운동에 더 비중을 둔다"고 말했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운동모금관련 웹사이트에 따르면 부시와 케리진영의 총 모금액은 5월 30일 현재 5억 3700만 달러다. 이 금액은 2000년 대선과 비교해 62% 증가했으며 200달러 미만의 소액기부자의 수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것도 눈에 띈다. 윌리엄 앤 매리대학의 정부학과 과장인 론 래포포트에 따르면 온라인 기부자의 대부분은 소액기부자다.
하워드 딘과 달리 케리 후보는 상대적으로 소액기부자를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래포포트는 부시의 소액기부자수가 케리보다 앞섰다고 전했다.
그는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보다 소액기부자를 많이 확보해 온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민주당 후보는 소액 기부면에서 공화당 후보에 비해 열세다. 대신 민주당 후보는 고액기부에서는 강세를 보인다. 이런 사실은 민주당의 활동이 미진한 것보다는 충분한 노력이 부족한데 원인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케리 온라인 캠페인 담당자인 로스는 기부금 액수에 상관없이 그동안 자신의 웹사이트는 기부금을 모으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온라인이라는 매체의 발달은 과거의 다른 선거 운동에 비교해 ‘심오한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온라인 기금 운동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3의 비판자 양진영의 온라인 캠페인 매니저들은 서로 상대 진영의 웹사이트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는 편이지만 외부의 비판자들은 훨씬 신랄하다. 매사추세츠 캠브리지의 포레스터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브루스 템킨은 양 후보의 사이트의 중대한 취약점들을 설명했다. 템킨은 양 사이트 디자인 문제와 장애인들을 배려 문제, 그리고 사용자들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배려가 충분치 못한점을 지적했다.
템킨은 양쪽의 웹페이지들이 전체적으로 돌아보거나 읽는 것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의 방법론에 의하면 부시나 케리 웹사이트들은 모두 이상적인 웹디자인 기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템킨은 부시-체니 사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내비게이션 요소들인 좌측 내비게이션 바와 페이지 상단의 탭에 사용되는 폰트의 크기가 겨우 7포인트라며 "홈페이지 중앙에 들어간 ‘최신 헤드라인’의 크기도 다른 것들보다 약간 더 큰 정도였다. 페이지 상단에 있는 링크와 관련된 텍스트들도 너무나 깨알 같았다. 각 페이지의 메인 탭 아래쪽에는 청색 백그라운드에 빨간색 텍스트로 최신 컨텐트를 연결해 놓았는데 이런 배색은 아무도 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부분에서는 케리의 사이트도 형편없는 점수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템킨은 "케리의 사이트도 역시 왼쪽 내비게이션 바에서 너무 작은 폰트(약7.5)를 사용하고 있으며 청색 대비 디자인은 콘트라스트를 무시한 것 처럼 보인다"며 "홈페이지 상단에 있는 옵션들도 별로 크지 않다. 나머지 부분들도 폰트가 너무 작거나 백색 바탕에 하늘색, 아니면 하늘색 바탕에 회색 등 컬러 대비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부금 모금 페이지 조차도 7.5포인트 크기의 폰트로 작성해 빡빡한 설명문 한 페이지를 읽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템킨은 양쪽 사이트가 모두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도 전혀 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체니 홈페이지에서는 탭이 너무 작아서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용자들이 정확하게 링크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케리의 사이트에서도 왼쪽 내비게이션 바를 사용하려면 너무나 작은 크기의 폰트에 마우스를 갖다대야 하기 때문에 장애가 있는 웹서퍼들을 불편하게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사생활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큰 불안요소다. 조지부시닷컴의 사생활 보호 정책은 실제적으로 숨겨져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템킨은 말했다. 각 페이지마다 사생활 보호 정책에 링크 돼있지만 사용자들이 놓치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는 부시 웹사이트에서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이메일 경고 신청을 했을 때 사생활 보호 정책으로 정확하게 링크시켜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케리 사이트는 부시에 비해 사생활 보호 정책에 대해 잘 명시해주고 있다고 템킨은 전했다. 케이의 사이트에는 페이지 하단에 사생활 보호 정책 링크를 제공하는 등 표준을 비교적 잘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메일 경고나 기부금에 관한 개인정보를 수집했을 때는 이 곳 역시 각각의 경우에 해당되는 사생활 정책에 관련된 링크를 좀 더 분명하게 보여주었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