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가족 21-53, 꽃 피는 봄이 오면 (축하글 부탁, 신년 계획 의논)
김민정 씨 아버지 댁 문 앞에 도착하니 문이 살짝 열려 있다. “아버님, 저희 밀양에 도착했습니다.” 하고 전화드리니 “어, 들어와.” 하신다. 김민정 씨가 문을 열고 들어가 아버지께 율무차를 선물로 건넨다. “이게 뭐야?” 하니 김민정 씨가 웃으며 건네고 창문을 바라본다. 그 모습을 현관에서 바라보고 조금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아버지께 안부를 물었다. 최근 밀양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 식당 문 닫은 곳이 많다고 한다. 아침 식사는 요양보호사가 와서 돕고 있고, 점심과 저녁은 직접 챙겨 드신다고 한다. 요즘은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지내고 계신다고 한다.
김민정 씨의 한 해를 돌아보기 위해 챙겨온 기록 파일을 보여드린다.
“제가 김민정 씨 일상을 도우면서 기록한 것을 모아놓은 파일입니다. 2021년 한 해를 담은 기록이 이곳에 모두 모여있어요. 제가 기록을 제출하면 소장님, 국장님, 팀장님께서 이렇게 손글씨로 피드백을 해 주세요. 김민정 씨가 한 해를 돌아보면서 아버지와 이 기록들을 함께 보고 나누면 좋겠다고 해서 챙겨왔습니다.”
“어.”
가족 과업과 당나귀농장 과업은 정합성 평가회 때 사용했던 발표 자료를 활용해 설명을 덧붙였다. 글보다는 사진을 보며 추억하는 것이 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 같은 마음에서다.
당나귀농장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아버지 옷 사서 드린 기록을 나누니 “옷 산 거 옷장 안에 있어.”하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다.
“올해 김민정 씨는 이렇게 지냈습니다.
내년에는 우리 딸이 이렇게 살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게 있으신가요?”
“뭐, 아프지 않고 건강히 살면 괘안치.”
“그럼 김민정 씨가 건강히 살 수 있도록 산책도 많이 하고,
건강 관리에 조금 더 시선을 두어 삶을 도우면 될까요?”
“그래.”
“날이 따뜻해지면 김민정 씨와 아버지 두 분 짧게라도 여행 다녀오는 것은 어떠세요? 날이 풀리고 봄이 오면 같이 꽃구경도 가시고, 또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맛있는 식당 찾아가서 식사도 하시고, 그렇게 두 분이 시간을 보내고 좋은 추억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갔다 올라카면 멀어서 안 된다.”
“그러면 저희가 밀양으로 아버지 모시러 올게요.”
아버지께서 웃으신다. 딸과의 여행이 반가운 것이리라 생각했다.
“어디 좋은 곳 숙소 잡아서 하루 지내다 오셔도 되고요.”
“그래, 그렇게 한밤 자고 오면 되지.”
“김민정 씨도 좋아할 것 같은데요.”
“예.”
“그러면 내년에는 오랜만에 딸이 사는 거창에 한번 오시겠어요?
제가 김민정 씨와 함께 차로 모시러 오겠습니다.”
“예.” 김민정 씨가 옆에서 대답한다.
“지난번에 제가 두 분 사이를 잘 돕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아버님께서도 김민정 씨가 어디서 살고,
누구와 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실까 싶어요.”
“내가 가볼라 해도 멀어서 못 갔지.”
“아, 아버지도 와 보고 싶으셨군요! 그럼 잘됐네요.”
“날이 좀 따뜻해져서 돌아다니기 좋은 3월쯤에
거창에 벚꽃이 활짝 피는 예쁜 길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 3월에 피지. 3월 9일 투표 끝나고 가면 되겠네.”
“네, 그럼 3월에 제 출근표가 나오고 나서,
김민정 씨가 당나귀농장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서
아버님도 시간 가능한 때, 날짜를 잡아볼까요?”
“응.”
“그러면 저희가 전화드릴 때 반갑게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어.”
“김민정 씨도 괜찮으세요?
내년에는 아버님과 김민정 씨의 1박 2일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 어때요?
아버님 거창 벚꽃 구경 시켜주시겠어요?”
“예, 예!”
감악산에서 노을 보며 저녁 식사했던 기록을 보여드리다가 여쭤봤다.
“아버님, 거창에 오셨을 때 감악산이라고
거창에서 무척 아름다운 산이 있거든요.
여기도 한번 가보시겠어요?”
“옛날에 저 가 봤지.”
“그렇군요. 노을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두 분이 노을 보러 가기 원하시면 제가 돕겠습니다.”
“어.”
“그때는 김민정 씨가 일해서 번 돈으로 아버지 대접해드리는 것 어떠세요?”
“예!”
“3월 여행에는 김민정 씨가 아버님 여행시켜드린다고 하니까
돈 걱정이나 아무런 염려 마시고 3월에 반갑게 봬요.”
“그래.”
이외에도 취미, 입주자자치회 소식지 팀장, 집안일 등의 기록을 보여드리고 설명을 덧붙이고 난 후에 김민정 씨가 전하고 싶어했던 축하 글에 대해 전한다.
“지난 한 해, 김민정 씨를 잘 돕고 싶어서 열심히 기록 남겼습니다.
이 1년 치의 기록을 가지고 저희가 책을 만들거든요.
아버님께도 책 받아보신 적 있을 것 같은데요.”
“어.”
“저희가 매년 이 기록을 모아 제본해서
발간하기 전에 책의 앞부분에 축하 글을 담습니다.
올해는 김민정 씨가 아버지께 축하 편지를 받고 싶다고 해서요.
김민정 씨에게 편지 한 통 써주실 수 있을까요?”
“뭐?”
“김민정 씨 ‘올 한 해 잘 지내왔고,
앞으로도 이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하는 편지,
또는 우리 민정이,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담아서 써주실 수 있을까요?”
“필요 없다, 그런 거.”
“만약에 글을 쓰는 게 부담이 되셔서 그런 거라면
전하고 싶은 마음을 말로 전해주시면
제가 대신 적어 축하 글에 담아보겠습니다.”
김민정 씨는 연신 옆에서 “예, 예.” 한다.
“뭐. 그게 뭔데. 몬 한다.”
“아버지께서 딸에게 하고 싶은 말. 없으신가요?”
“없어. 잘 지내면 되지 뭐.”
아버지께서 일어나 외투에 있는 지갑을 꺼내 10만원을 건넨다.
“이걸로 속옷 사 줘. 그래도 좋은 것 하나 살 수 있을 거야.”
축하 글을 쓰는 것은 부담이 되는 듯해 보였지만
대신 그 마음을 용돈에 담아 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제가 출근하는 날은 자주 통화 드리고,
문자로 사진 전하면서 연락하고 소식을 이어나가도 될까요?”
“어.”
“아무래도 아버님 혼자 사시니까
혹시 무슨 일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되거든요.
귀찮다 생각되시더라도 저희가 전화하면
반갑게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어.”
“그럼 내년에도 올해 지내 온 것처럼
잘 이어서 김민정 씨의 삶을 도와보겠습니다.”
“어.”
현관 앞에 다가서니 아버지께서 김민정 씨 신발을 신기 좋게 놓아두신다. 정리된 신발에 발을 편히 넣으며 김민정 씨가 “안녕, 안녕.” 하고 인사드린다.
2021년 12월 30일 목요일, 서지연
이제 입주자 분들이 부모님을 챙깁니다. 민정 씨도 아버지에게 매일 안부 전하는 이유가 있었네요. 혼자 지내는 아버지께 매일 연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지와 여행, 거창 방문 고맙습니다. 신아름
아버지 댁에 자주 가니 고맙습니다. 서지연 선생님 부모님 댁보다 더 자주 가는 듯. 아버지께서 잘 들어주시니 감사합니다. 1박 2일 딸과 여행하는 희망을 품으시니 감사합니다. 2022년에도 평안하게 소식, 왕래하며.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