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4.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주자들이 최근 격화했던 네거티브전을 접고 일제히 새정치연합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4일 서초구 반포동 세빛둥둥섬을 제물로 박 시장에 대한 공세에 화력을 집중했다.
세빛둥둥섬은 새누리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건설한 곳이나, 박 시장이 대표적인 '낭비행정'으로 지목하며 방치됐던 곳이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세빛둥둥섬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좋은 시설을 (박 시장이) '총체적 부실', '흉물'이라고 낙인 찍어 2년 반이나 방치한 것은 잘못"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서울시민 모두가 부담없이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장소로 앞으로 잘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자신이 용산개발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의식해 박 시장이 '분리개발'을 내세우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박 시장은 용산개발을 안한다고 강하게 말씀하시더니 또 분리를 말한다"면서 "전체적으로 말이 연결이 안된다"고 평가절하했다.
정 의원은 다만 "(용산개발을) 꼭 남의 일 말하듯 하셨는데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셨다면 다행"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날 '서울시정 브리핑'을 요구하는 두 번째 공개 서한을 박 시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정 의원은 공개 서한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공평하게 브리핑을 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개입을 금하고 있는 것이지 공평하게 브리핑하는 것까지 막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서울시정에 대한 브리핑을 요청하는 것은 서울시 공무원들을 귀찮게 하거나 박 시장을 공격할 자료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내실 있는 토론으로 시민들에게 후보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4.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역시 선거 구도를 '김황식 대 박원순'으로 설정하고 박 시장을 그 어느 때보다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후 동대문구청에서 열린 새누리당 동대문구갑 당원협의회 '6·4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해 박 시장을 "시민을 속이는 가짜 시장"이라고 비난했다.
김 전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6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반대 세력에서는 호시탐탐 (정권) 기반을 흔들고 흠집내려한다"면서 "그 중심에는 박 시장이 계신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리는 "국무총리 시절 박 시장을 겪어본 바로는 박 시장은 중앙정부와 뜻이 맞지 않으면 갈등·대립하는 시민운동 차원의 시정을 하고 있다"면서 "전임시장의 시정을 무조건 부정하며 전부 방치하더니 최근 새삼스럽게 경전철 사업,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세빛둥둥섬을 다시 꺼내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6·4 지방선거는 '시민을 속이는 가짜 시장'과 정말 시민을 내 몸과 같이 받들고 모시는 '진짜 시장'의 대결"이라면서 "대립·갈등을 조장하는 시민운동가형 시장, 포퓰리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정치가형 시장이 아닌 오로지 시정을 안방살림같이 챙길 전문행정가형 시장으로서 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동대문구갑 당협 행사에 참석,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무상보육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해 아이들이 거리에 나앉게 됐다는 내용의 광고로 대통령을 공격했다"면서 "그러나 예산을 들여다보면 박 시장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박 시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데모'를 한 것은 대통령을 공격해 대권주자 반열에 자신을 올려놓기 위해서였다"면서 "박 시장을 막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고 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경선주자들이 상호비방을 '휴전'하고 일제히 '박원순 때리기'에 주력한 데에는 최근 당 안팎에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네거티브전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경선 일자가 다가오면서 박 시장과 본선에서 맞붙을 후보는 자신이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전략적 변화로도 보인다.
다만 네거티브 휴전 와중에도 후보들은 물밑 신경전을 이어갔다.
세빛둥둥섬 방문 일정은 김 전 총리가 전날(3일) 먼저 공지했으나, 이후 정 의원은 김 전 총리의 방문 시각보다 앞서 방문하겠다고 공지했다. 김 전 총리가 '선점'한 일정을 정 의원이 낚아채 간 형국이다.
이에 김 전 총리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같은날 두번씩이나 세빛둥둥섬에 나와 현황보고를 하는 부담을 주지는 않겠다"면서 이날 일정은 일단 취소하고 조만간 세빛둥둥섬을 방문키로 했다.
양 측에 따르면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모두 현재 방치되고 있는 세빛둥둥섬을 문화·여가공간으로 되살려 제 역할을 부여하는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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