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펼쳐든 빛바랜 옛 앨범에서 묵혀두었던 추억 한장을 발견합니다.
어느덧 이민 26년차...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캐나다에서 머물고 있는(?) 시간이 역전이 되고있는 나이..
당찬포부와 기대를 가지고 내딛였던 캐나다이민이 가장 역동적이고 거칠것없고 두려울게 없어야할 나이에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방황하면서 움추려들고 주눅들고 혼란스러웠던 이민 3년차 2002년.
캐나다가 문제인건지 아님 캐나다에 있는 한국사람들이 문제인건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던 그때.
<청년>으로 와서 <중년>이되어버린 지금에 한장의 사진에서 몇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 생각 1. <젊음>
2002년 6월 22일 이네요.ㅎㅎ
YONGE/FINCH 언저리...
월드컵 스페인전의 승리의 기쁨...
<국뽕>이 용솟음치고 모든 에너지가 분출되었던 그때...
개인적으로는 이민3,4년차에 접어들면서 혼란스럽고 갈팡질팡하면서 무형의 대상에 대한 불만과 답답함의 폭발이라고 해야할까요? ㅎㅎ
SNS도 없었고 스마트폰이며 인터넷도 제대로 활용하기에 불편했던 BELL SYMPETICO 시절...ㅎㅎ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한시간을 달려 노스욕으로 태극기 들고 뛰쳐나갔던 젊음의 시간...
교통경찰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던... 웃으며 조심하라고만 했던... 그날의 감동.
기뻤고 한국이 자랑스러웠고 그만큼 그리웠고 밤을 새워 응원하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던 또래의 당연한 열정과 젊음을
잊지않고 있었던 시절이였습니다.
한편으론..
월드컵에 대한 관심과 애국심이 있었겠지만 늘 내맘을 짓누르고 있었던 누군가에 대한 무엇에 대한 불만과
갑갑함이 터져버렸던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이민의 연차가 무기가 되고 갑질이 되고 강요하려들고 가르치려 들고 했던 몇몇 이민 선배분들...
보자마자 반말로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질문의 에티켓을 무시하시는 무슨무슨 회장님들..
" 캐나다에 얼마 가져왔어?"
"대학 어디 나왔어?"
"전라도는 아니지?"
ㅠㅠ
소위 이민사회에 정착하고 쓰리가라지에 백인 밀집지역에 살고 있는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분들...
30초반에 만났던 몇몇 한인분들에 대한 내 기억의 단상이 저 사진을 보면서 같이 떠오르네요.
덕분에..
아마도 지금껏 지키려고 노력하는것중 하나가... 절대 나보다 연배 어리다고 함부로 반말하지 말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심을 하게된것도 아마 저당시즈음 아닌가 하네요.ㅎㅎ
그때는 조금 내 스스로가 비겁했고(?) 용기없었고 정착하지 못한 죄(?)로 내 생각하나 스스럼없이 말하지 못했던
그래서 요즘의 젊은분들의 당당하고 자기주장 확실하고 틀림보다는 다름의 인정을 깔끔하게 해주는 그런 용기와
논리,생각의 깊이를 직간접적으로 보면서 확실히 나의 그 시절보다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캐스모를 보면서...늘 느끼네요. ㅎ
# 생각 2. <장터밥집>
아주 가끔 캐스모에도 언급되어지는 식당..
<장터밥집>
입구를 열고 들어가면 특히 겨울에 뿌ㅡ연 열기로 인해 안경이 하얗게 시야를 가렸던 정감있던 식당.
오랜시간이 지나 그 맛과 정확한 시그니쳐 메뉴는 기억이 가물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투박하지만 인심넘치게 그득 담아주던 사각의 급식 계란찜 반찬...
그리고 지금이였으면 ㅋㅋ 기겁했을 엄지손가락 푸욱 담궈 서빙 해주었던 뜨끈한 국밥...
그때에 비해서 한국식당은 월등히 많이 생겨나고 다양해지고 전문적이 되었다지만,..
한끼를 골라먹는 여유보다는 한끼를 때우는게 중요했던 시절이였기에 식당 사장님이나
손님이나 모두가 구글 리뷰에 얽메이지 않아도 ㅎㅎ그닥 트러블이 없었을때 아닌가 합니다.
그립네요...
맛있어서 그립다기 보다는 야박하지않았고 의심하지 않았고,,,
# 생각 3. <복덕방 A씨>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너댓번은 지나가는 이곳입니다.
매번은 아니지만 자주 이곳을 지나가면서 떠오르는 ... 나도 어쩔수없는 한국인이라..ㅋ
내가 돈 못버는것보다 남이 돈 버는게 더 배아픈 어쩔수 없는 속물근성.
이민오고 얼마후 만났던 복덕방업자 A씨...
부동산,리얼터보다는 그때는 왠지 복덕방이란 용어가 더 자주 쓰였고 친근감이 있네요. ㅎㅎ
A씨는 친절했고 내게 적극적이였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셨습니다.
신규 이민자에 대한 당연한 접근(?)이였겠지만...
지금은 한인 부동산분들을 접촉할 일이 거의 없어 (가진게 없고 이뤄놓은게 별로 없습니다. ㅠ)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계신지는 모르겠네요.
A씨는 제게 이 부근을 지날때마다 두어곳 매물을 콕찍어서 구매를 권하셨었지요.
부동산에 대한 상식이나 캐나다 상황도 모르던 시절... 무턱대고 도전하기엔 두려었웠습니다.
잠실에 30평대 아파트 매매가격이면 노스욕 인근에 넓은 주택을 몰기지없이 사고도 남았을 시절..
그때 만약 그분이 찍어주셨던 그 매물들을 구입했더라면.... 아마도...ㅎㅎ
그런생각을 이곳을 지날때마다 몇번 아니 몇백번을 하고 있네요.ㅎㅎ
그때 A씨를 멀리했던 이유중이 하나는 그분에겐 아무말도 안했지만...
어느정도 서로가 친해졌다고 느끼셨는지 지나가는 말로 슬쩍 던진 한마디에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였습니다.
" 솔직히 말해서 좋은 매물은 신문에 안나와요.,.. 'ㅇ'교회를 나가시면 거기서 알짜들은 거래되요."
" 저 천주굔데요."
" 에이 그런게 뭐가 중요해요. 교회 나가세요."
사소한 농담일수 었었지만... ㅎㅎ 제가 A씨를 손절했던 이유였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 지금은 웃고 아무렇지 않지만 갓 이민온 새내기로썬 '이게 뭐지?'할수 밖에 없었던..
그렇지만 A씨...!
왜 좀더 푸쉬하고 적극적으로 권유해주지 않으셨는지 ㅎㅎ 아쉽네요.ㅎㅎ
건강하시길 바라면서...
p.s>
나이가 들어가니 새벽잠이 없어지고 말이 많아지네요.
우연히 펼쳐든 사진 한장에서 몇가지 쓸데없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거나 아님 그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틀린것도 아니라는 지극히 당연한
세월의 무상함과 그리움 젊음에 대한 부러움이 유난히 강열한...ㅎㅎ 끄적끄적이였습니다.
#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때....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2.06 22:3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2.07 02:36
첫댓글 공감합니다
참 멋진 분이네요 응원 할게요
감사합니다.
혼자만 간직하기엔 아까운 필력입니다.
오렌만에 정감가는 글 잘 보았습니다.글 자주 올려주세요.^^
훈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글 잘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옛날생각 나네요.
공감할수 있는 추억이 있어서 행복한 하루네요. ㅎ 👏🏻
진심,,저랑 똑같네요. 저두 98년도에 이민. 한국에서 산날보다 캐나다에서 산날이 지금은 더 많음. 장터국밥집맞은편인가?? 거기에 곧 망할집 이란 소주방이 있었죠. 영/핀치 사거리에 큰 호프집안에 포켓볼 당구대 있었고요. 빠텐더가 이란친구.. 영 이찌방인가? 에서 디시워셔도 2개월인가 했었죠... 진짜 옛날생각나네요
같은시기에 이민 오셨다니 반갑네요. ㅎㅎ
간만에 옛추억 느끼시길 바랍니다.
장터밥집...국밥에 계란찜..ㅠㅠ..
사장아저씨...들어가면 매번 맥주한병 드시고 계셨죠... 당시 핀치에서 믿을수있는 집밥스타일 한식점이였는데...
그립네요.
맞습니다. 국밥에 계란찜...
요즘의 어쩌면 작위적이고 기형적인(?) 폭탄 계란찜이 아닌... 투박한듯 칼로 두부자르듯 내어주시던 급식계란찜..
단골의 상징처럼 슬쩍 내밀어주셨던 김구이까지...ㅎㅎ
저역시 그립습니다.
@zoom6118 아...김구이..어디 한구석에있던 기억한편을 끄집어내 주셨네요...
아 아쉽습니다... 건강하셨다면 어디선가 그 사장님의 음식을 다시 먹을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저 멀리서 편히 쉬고 계시길 바랍니다.
많은 추억을 다시 상기시킬수있는 사진한장..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baro바로 별말씀을요...ㅎㅎ
편안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늘 알콜 기운에 벌~건 얼굴로 심드렁하게 웃으며 맞아주던 밥집 아저씨.... 결국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다가 하늘나라 가신지가 벌써 10여년이 지난 거 같네요. 백만에 한참 못미치던 그런 허름한 건물이 이젠 오백이 넘고...
세월은 그렇게 흘러만 갑니다....
이민생활에서 10년은 정말 순식간이네요.
정신없이 살아오고 버티다가 이젠 옛추억을 떠올리는 조금은 한숨쉴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 마음 한구석이 휑한건... 숨길수가 없습니다. ㅎ
향촌, 내고향, 바로군빵 맞은 편에 있던 이름은 기억 안나던 만화가게..
만화가게도 있었군요.ㅎㅎ
글 너무 재밌게 쓰시네요 ㅎㅎ 복덕방 A씨께
왜 그때 적극적으로 푸시 안하시고 권유해주시지 않으셨냐고! 에
빵 터졌네요 ㅋㅋ 진심 공감합니다 ^^
그러게나 말입니다. 괜히 배가 아프고...ㅎㅎ
살아가면서 지나간 선택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었네요.
속물근성(?)은 어쩔수없는가 봅니다. ㅎ좋은 하루 되세요.
Bloor St. 서쪽 끝자락에 있던 오리엔탈 팔레스, 기억 나시는분 계신가요? ㅎ
재미있는 추억이 있으신가 보죠? ㅎ
@zoom6118 2003년 매각된 한인소유 락콘서트장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Lee%27s_Palace
@12234 아... 그렇군요. 몰랐던 내용입니다.
2002년 스페인전 토론토시각 새벽에 중계해서, 6월22일 아침거리에 나와, 4강진출 축제.
정확하시네요.ㅎ
장터밥집에서 보쌈 먹은것 같은데.. 아물가물.. 생각이 잘 안나네요..
장터밥집 기억하시는분들이 많으시네요.ㅎ
노스욕은 장터밥집 크리스티는 엔젤스분식
역시 그당시 핫플레이스였네요. ㅎ
바랜사진의 뒷모습만으로도 괴롭고 즐거운 젊은시절의 이국에서의 애환이 느껴집니다. 젊음은 외국에서도 빨리 지나는군요..부동산은 외국에서도 치솟는군요..
감사합니다.
당시에 영+핀치 살면서 더 많은 동포와 기쁨을 나누고자 블로어+크리스티까지 갔던 추억 떠올라 미소가 지어지네요. 쓰신 글 크게 공감합니다.
비슷한 시대를 같이 보내셨기에 공감해주시는 부분이 큰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추억의 내고향 만두향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