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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가치가 존중 되지 않고 문화가 퇴행해 가는 척박한 속도전의 한국
어떤 분야든 새롭고, 얇고, 가벼운 것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에게
생산되고 공유하고 확산되는 모든 것에 융화된 문화로 실천적 지식을 안겨주고 싶다.
그리고
문화유적에서의 사색으로 고양된 마음을 접목시켜 주고 싶었지만
그건 언제나 늙은 우리들의 몫.
임존성의 무너진 돌처럼 안타까울 뿐이다.
고색창연한 격언에서 정화된 삶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의좋은 형제 같은 발걸음들을
추사 고택으로, 임존성으로, 남연군 묘로 차분히 인도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같은 질량의 정서를 가진 모놀 사람들은
떨어져 쌓인 낙엽에도
운무로 몽환적인 저수지도
무너져 내린 돌덩어리에도
고요히 잠든 고택에서도
해박한 지식과 감성을 공유한다.
전염되는 그 감정이 너무 좋아 모두를 보듬고 사랑하나 보다.
이 번 여행에서 만난 세한도에 마음을 빼앗겼다.
아마도 나뿐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같았으리라.
추사 김정희
그를 새롭게 알고자 하루 종일 검색을 하다가
그의 편지 글을 발견했다.
세한도를 그린 후 그 마음을 이상적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이다.
.시시한 나의 후기보다
늦가을의 추연한 마음을 촉촉히 적셔줄 것 같아 여기에 적어본다.
오늘도 시간이 내 처소를
늙은 개 마냥 쩔뚝이며 느리게 지나간다네.
낮에는 구름이 걸린 소나무를 쳐다 보았다네.
문득 손끝에 잡히는 수염이 하도 길어
허름한 종이를 깔고
녹슨 가위를 숫돌에 갈아
끝이 갈라진 머리카락과 수염을 잘랐다네.
종이 위로 내 꿈이 솔잎처럼 쏟아져 내렸다네.
내 남루한 꿈으로 노송 한 그루 그렸다네.
상적 잘 지내시는가.
자네가 보내준 책 잘 읽고 있다네.
북경에서 어렵사리 구한 책을 보니
자네의 따뜻한 마음씨가
부드럽고 향긋한 먹내처럼
내 가슴에 파고 든다네.
오늘은 바다에 앉아 바다를 보았다네.
수많은 손과 발로 게처럼 부지런히 몰려드는 파도는
나에겐 형벌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네.
이제는 너무 들추어 낡아 버린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려 애써 본다네.
눈물 젖은 환한 한양의 밤을 떠올려 본다네.
자네도 제주 이곳에 와보면
와서 눈이 내리는 겨울 바다를 보면
바다와 권력이 닮아 있다는 걸 알게 될 걸세.
육지에 뿌리 내리기 위해
저렇듯 끊임없이 몰려들어 스스로를 부셔져 내리는 파도를 보면
조정 신하들이 쥐새끼 같은 낯으로 붉고 푸르게 차려 입고
왕궁으로 몰려들어 자손만세 영화를 꿈꾸는
그 권력의 허망함을 생각하게 된다네.
그래서 제주의 바람에는 꿈의 입자들이 묻어 있다네.
제주의 바람은 증폭되는 야망의 전조가 묻어 있다네.
아직도 내가 나를 놓아 주지 못하는 증거라네.
오늘은 제주의 젊은 유생들과
실학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였다네.
나라 안은 천주교 문제로 골치를 썩는다지만
아직 이곳은 조용하다네.
젊은이들과 학문을 논하고
나는 바닷가에 와 앉아 있다네.
이럴 때면 난 바다 속으로 난 사람의 길을 생각한다네.
내 유배의 꿈은 깊고 깊어
바다에도 길을 만들 것 같네.
내 꿈이 엄청나게 거대해져 천마가 되어
바다를 등에 업고
내 마음처럼 설레는 이 섬을
한양에 내려 놓고 싶다네.
바다에 눈발이 녹아 드는
이런 날 그대와 술 한 잔 기울이며
우리 바다가 되어봄은 어떤가.
오늘 저녁은 자네의 곧은 마음을 떠 올리며
파도 소리에 허리가 휜 노송이나 한 그루 그려 보려 한다네.
내 안에 아직은 혼탁한 피로 말일세.
옹이마다 바다의 상처가 엉겨 붙어 있다네.
유배의 아픈 꿈이 담겨 있다네.
내 처소에서 하룻밤을 지새보면
움직이지 못하는 것들의 발이
말하지 못하는 것들의 혀가 되고 싶어진다네.
절대 고독의 품 안에 안기면
눈과 귀가 꽃잎처럼 열려
짐승들과 바람과 바다의 언어를 알아듣게 된다네.
오늘처럼 내 마음에 태풍이 몰아치는 밤이면
바다가 내게 와서 나대신 울어주기도 한다네.
나는 소나무 안의 바다를 그리며
그 바다 안에 햇살처럼 번진
완벽한 조화의 힘을 찾아 순례자처럼 떠 돈다네.
한양의 젖은 꿈들이 내 속눈썹을 적시며 밀려오고 있으이.
내가 그린 늙은 소나무들이 칼처럼 단단한
내 젊음의 정신을 안고
그대에게 날카롭게 손톱을 세우며 떠나 간다네.
나도 한 조각 마음으로 그대에게 흘러가고 싶다네.
노송 하나 다시 정갈하게 그려본다네.
사람은 사람 곁을 떠나서야
온기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인가 보네.
이곳은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곳
나의 처소에는 섬사람 몇이
산 짐승처럼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방문 앞에 말린 생선 두어 마리와
삶은 감자 바구니 놓아두곤 사라진다네.
그것들을 달밤에 책장을 넘기며 먹다 보면
목에 온기가 가시처럼 걸려 눈물이 흐르곤 한다네.
따스한 사람의 온기에
내 몸은 아프게 달아올라 황금빛으로 빛나기도 한다네.
밤마다 나는 나의 꿈을 놓지 못하여
나는 내 마음에 가시를 키운다네.
내 정신이 아프다네.
아! 얼마나 구구절절한 질곡인가.
이 편지 글을 옮기면서 감탄의 탄식을 토해 냈다.
훌륭한 시인은 아픔과 고독과 인내 속에서 탄생 한다지만
아픈 현실에서 다 시인이 되는 건 아니다.
다음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글
오늘 집에서 보낸 서신과 선물을 받았소.
당신이 봄밤 내내 바느질했을 시원한 여름옷은
겨울에야 도착했고
나는 당신의 마음을 걸치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머리맡에 병풍처럼 둘러 놓았소.
당신이 먹지 않고 어렵게 구했을 귀한 반찬들은
곰팡이가 슬고 슬어
당신의 고운 이마를 떠올리게 하였소.
내 마음은 썩지 않는 당신 정성으로 가득 채워졌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워
집 앞 붉은 동백아래 거름되라고 묻어 주었소.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당신 눈자위처럼 많이 울어서 일 것이오.
내 마음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였소.
문을 열고 어둠 속을 바라보았소.
바다가 마당으로 물려 들어 나를 위로하려 하오.
섬에는 섬의 노래가 있으오.
내일은 잘 휘어진 노송 한 그루 만나러
가난한 산책을 오래도록 즐기려 하오.
바람이 차오.
건강 조심하오.
섬세하고 애절하고 눈물겨운 사랑의 편지가 예술이었다.
현대에도 결코 촌스럽지 않은 詩語들이 전율을 하게 했다.
비가 오려고 꾸물거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커피를 찾으러 주방으로 걸어간다.
더 이상의 말은 사족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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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낙수나문님 그간 평강하셨는지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네에 보라매 님 감사합니다~ 그간 안녕하셨어요? ㅎㅎㅎ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 글을 프린트해서 대정 귀양지에서 읽어보겠습니다.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당신 눈자위처럼 많이 울어서 일 것이오.
정말 찡하지요.ㅠ ㅠ
언니의 글도 추사의 편지처럼 자분자분 맘속으로 들어오는걸요...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
마음이 시립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오늘도 시간이 내 처소를
늙은 개 마냥 쩔뚝이며 느리게 지나간다네.
히야~~~ 정말 구절구절 . 언니야. 나도 이거 프린트 해서 가지고 다니며 지루한 전철안에서 읽어야 겠어요.
난 아낙언니의 늙지 않는 이런 정서가 너무 좋아~~~
아낙언니가 환갑 되어도 놀리지 않을께요. ㅎㅎㅎ
편지내용속에서 세한도가 그대로 그려지네요....
제주 유배생활의 외로움이 절절이 묻어 있어요..... ;-.-
제주 유배생활중에도 끝내 접지 못하는 추사의 꿈은 무엇이였을까?
썩을 줄 뻔히 알면서도 보내고 싶었던 아내의 마음...
걸치지도 못하고 머리위에 병풍처럼 둘러 놓은 그 마음....
구구절절히 가슴을 아리게 하는 편지....
아낙이 덕분에 메말라 있던 눈물샘이 오랜만에 촉촉해지네....
추사 김정희의 눈물이 아낙님의 눈물되고,,,아낙님의 눈물이 글읽는 우리들의 눈에 이슬 맺히게 하고.....대금의 소리에 애간장이 녹나니...이 밤 빈 방에 앉아 그 시대에 뿌려졌을 눈물 생각하외다. 고맙구려.
역쉬~~ 아낙언니는 대단해요~~ ㅎㅎ 동백이 여기서두 날리네요^**^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당신 눈자위처럼 많이 울어서 일 것이오.
지두~ 이대목 찡하네요 ...
동백언니~~~보고싶어라...ㅎㅎ
아낙언니 글속에서 동백이 뚝뚝 떨어지고......
세한도의 눈발이 예서도 내려쳐지는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참 훌륭하시네요
멋진 글귀들 참으로 그가 위대하다는 느낌보담 너무 인간적이고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달새 아우의 세한도 사진 갖다 걸어놨쑤~~~
아낙언니~~~
그냥 이리 부르고 싶었어요.
추사 김정희의 새로운 면을 보는것 같습니다..
언니를 조금 있으면 환갑이라 하기엔
언니의 감성이 절대로 용납 못하겠으니 워쩐댜 ~~
훌륭한 감성의 글에 감동..
아낙님~ 감사합니다. 제 마음도 그분의 절절한 아픔이 느껴지네요.
깊은 감동을 안겨주는 아낙님 후기십니다. 수고 많으셨고요. 항상 모놀과 함께 해주셔요. 건강하세요. *^^*
아이구~~뭐 이래~~아침부터~~이 아낙에 맴을 이리 해도 되는겨~~~
구슬퍼~~오늘 하늘도 내 맴도~~~
감사~~또 감사합니다,,,
참말로 댓글도 사족이려나요!!!!
내 말이! 그야말로 올 킬!
답사의 완성은 답사후기와 그 글에 달린 댓글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이 추운 날이 따뜻함으로 가득합니다..감사드려요..그리고 많이 건강해지신 것 같아 좋았습니다..
언뉘, 넘 조아요..............................
나도 누군가에게 이리 긴 편지를 쓸수 있었으면 ...그림한장에 내마음 담을 만한 내공이 생겼으면 ...무엇보다 가을이야 라는 한마디에 내마음 알아채릴 그 누군가가 있었으면 ..언니 음악이 너무 슬퍼요
저 세한도에 마음 뺏겨 지금 복사본 침대 옆에 걸어놓구 밤마다 그곳을 돌아 당긴답니다..
.나의 처소에는 섬사람 몇이 산 짐승처럼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방문 앞에 말린 생선 두어 마리와 삶은 감자 바구니 놓아두곤 사라진다네...
비가 오는날..아님 달빛이 고운 저녁 ..누군가가 막걸리 한잔 들고 놀러 와 주면...버선발 아니 맨발로 마중 나갈건데..
조만간 중앙박물관 에 가보려구요 ...
꼬리도 사족같어~...
후기를 읽고난 후의 느낌이 너무 길어...
뭐라할 수 없는.........
추사도 언냐도...........
그저..난..끄덕끄덕....가슴으로 읽고 있어...
아낙님의 섬세한 감성에 감탄하며 음악과 함께 추사 김정희님의 편지글을 음미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