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도 안 다니고 백화점 문화센터만 일주일에 2회 나가 이것저것 경험하던 손자가 올해 만4세반 유치원에 입학했어요.(지난 월요일)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첫날은 얼떨떨한 상태에서 다녀왔고 둘째날, 셋째날은 울고 또 울고 밥도 잘 안 먹었다는군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늘 잡았던 엄마 손을 거의 억지로 떼어놓고 잘 모르는 운전기사님이 번쩍 안아 자리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척척 해주고, 창밖에선 엄마가 안절부절 쳐다보고.
그리곤 부릉 달려가 커다란 유치원 건물로 들어가 낯선 선생님과 아이들과 난생 처음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밥도 같이 먹어야 한다니..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이며 긴장되는 시간이겠어요.
첫 사회로 들어간 손자를 응원하기 위해 하원시간에 맞춰 달려갔습니다.
애 엄마는 '오늘은 어땠을까, 혹시 또 울었을까, 밥은 잘 먹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유치원버스를 기다리고...
드디어 버스가 보이고.
버스에서 내리는 아기...
마치 이산가족 만난 것처럼 엄마랑 얼싸안고.
저를 보더니 대뜸 "할아버지는요?" 하네요.
함께 베이커리에 가서 좋아하는 빵 몇 가지 사갖고 집에 왔어요.
유치원에서 우는 아이가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할머니가 왔다고 했더니 엄청 심각하게 듣네요. 그러면서 오늘 자기는 안 울었다고 합니다.(사실 확인 필요함)
또 유치원에서 주는 밥은 엄마가 만들어주는 밥보다 맛이 없대요. 며느리가 엄청 잘해 먹이는 걸 알기에 할말이 없더라구요.ㅋ
할아버지한테 자기 사진 보내라면서 요렇게 재롱도 피우고...
아이쿠, 하얀 수염 아저씨가 어디서 나타났지? 했더니 신나서 또 하고 또 하고.
사교성도 있고 낯도 안 가려 유치원 가면 잘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네요.ㅠ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새학기 되면 어떤 아이들 만날까, 어떤 학부모들일까 하고 저도 엄청 긴장했던 것 같아요. 티를 안 냈을 뿐이지.
아무튼...
잘 적응하고 즐겁게 다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첫댓글 사회화 과정이긴 한데 떼어놓기엔 좀 어리네요ㅡ
엄마랑 떨어지는 것이 다른 아기들에 비해선 늦은 편이긴 해요. 너무 걱정되어 오늘 1시간 반 거린데 가보았답니다.ㅋ
우리 큰애가 얼마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는데요,
지난주에 출장 가느라 자기 동생에게 고양이 맡기면서도 안절부절하더라고요.
엄마. 우리 어떻게 키웠어요? 이러더라는. 나참.
고양이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지요.ㅋ
우는 아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할머니가 찾아왔다는 설정이 동화처럼 재밌네요.ㅎㅎ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는 손자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은 감동 그 자체가 아닐까 싶어요.
ㅋㅋㅋ 할머니 노릇하기 쉽지 않네요.
저희 딸은 놀이방에서 오전반하고 데려오려고 하면 집에 안 오려고 했어요. 엄마가 얼마나 재미없게 놀아줬으면 ㅋㅋ
세상에...놀이방이 정말 재밌었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