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 민들레가
어느 바람 좋은 날
품었던 씨앗 날려 보내고
우두커니 빈 대궁만 섰는데
창틈으로 비집고 든 바람에
건들 거리는 모양이
그게 왜 또 거시기하게 보였을까
아마, 꽃도 씨앗도 없이
빈 몸으로 흔들리는 게
보기 싫었던가 보다.
마침 들고 있던 가위로
싹둑 잘라서 버렸는데
맙소사, 사흘도 못 돼서
자른 자리에 새잎이 돋는다.
뭐 잎이거니 했지만
하룻밤 사이에 쑥 올라온 것이
누가 봐도 꽃대다.
햐~ 이게 이런 경우도 있네.
꽃대 잘린 건 어찌 알았으며
곧바로 반응하는 이 능력은
또 어디에서 나왔을까.
네 개의 꽃망울 중에
하나는 그저께 피었고
또 하나는 어제 피었고
또 하나는 필락 말락 하고
큰놈들 사이에 끼인 나머지 하나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고
꽃대 중간에 삐죽 나온 건
아직 정체를 모르겠다.
누구는
한 번 피는 것도 버거운데
두 번 피우자면 힘들겠다 싶으면서도
이 씨마저 털어 버리는 날
나는 한 번 더 잘라 볼까 싶다.
나올 때가 돼서 나온 건지
빈 대궁이를 잘라서 나온 건 지
궁금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못잖게
노란 꽃 한 번 더 볼 욕심도 크다.
무늬민들레...
어쩌다 알게 된 비밀 하나 품고
어정어정
습기 찬 베란다를 서성인다...^^
-2024.06.09 강바람-
첫댓글 사람이 정한 진화의 기준이 틀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식물이 사는것 보면 사람보다 훨신 진화한 고등생물입니다
글치요?
적어도 잔꾀는 안 부리니까요^^
기다림의 미학이네요~~^^
말로는
기다림조차 욕심이라면서
여전히 기다려지는 마음...^^
쥔님의
사랑하는 진심을
알기에
외면할수없어
힘썼나봅니다
저야 괜한 애까심이고
순전히 스스로 애쓴 결과니
다만 고맙게 봐주고
마음으로 토닥일 뿐이지요. ^^
씨앗 날린 뒤에 다시 잘랐습니다만 바짝 엎드린 잎이 급하게 마르더니 사흘만에 흐물흐물 녹아 버렸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잘라 줘서 2모작한 게 아니라 때에 맞춰 스스로 그러했음을 알았습니다.
흙을 살짝 긁어보니 뿌리가 보이지 않네요.
자신의 뿌리를 스스로 끊었을까요?
더 깊이 파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그대로 봄을 기다려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