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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려타곤(懶驢 坤) 35-5
하늘엔 뇌성벽력이 요란하고 땅위에는 쏟아져 내린 폭우로 빗물이 넘쳐흐르던 날이었다. 그날도 변함없이 소구는 극악봉을 검으로 만드는 일에 자정까지 매달린 상태였다.
둥근 금빛의 막이 소구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빗물이 퉁겨나는 광경을 보면서 신기서생 정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든 안 미쳤든 저런 모습을 보고, 백초당의 담장을 뛰어넘어 올 간 큰 인간은 아무도 없겠지?"
우산을 쓰고 소구의 모습을 구경하던 정옥은 자신의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이었고 그는 내일의 일을 하려면 일단 눈을 붙여야 했다.
취하와 취앵은 잔뜩 원망스러운 얼굴로, 꼼짝 안하고 몽둥이를 검으로 바꾼다며 하루종일 쓰다듬는 일을 하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우산이 비를 가려주고 있지만 발치로 흐르고 튀는 빗물까지 막아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취하의 말에 취앵이 입을 삐쭉이며 말했다.
"자러 가자고 하다간 또 두들겨 맞을지도 몰라."
한쪽 눈이 파랗게 멍든 상태로 말하고 있는 그녀는 꽤나 화가 난 상태였다.
"그만 화내라고. 그 때 잘못 됐으면 저 무식한 몽둥이에 깔려 죽을 뻔했잖아?"
"그렇다고 여자를 그렇게 무식하게 두들겨 패는 남자가 어디 있냐? 어렸을 때도 두들겨 패더니, 커서도---."
"경우가 틀려. 널 걱정했으니까 그런 거 아냐? 널 걱정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야."
취하의 말에 취앵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남편이 항상 들고 다니던 검은 쇠몽둥이가 무려 만근이나 나가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손을 댈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등뒤에서 마누라들이 수다를 떨고 있는 동안에도 극악봉을 검으로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소구였지만, 마누라들이 하는 이야기는 고스란히 소구의 귀로 들어오고 있었다.
'정신 사나워서-- 원, 집중을 할 수가 없네. 오늘은 그만하고 잠이나 자야겠다.'
갑자기 소구는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고, 우산 아래에서 남편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두 여자는 활짝 웃으면서 소구의 곁으로 다가갔다.
소구의 몸을 감싸고 있는 금빛의 호신강기는 그녀들이 옆으로 다가오자 범위가 넓어져 그녀들의 몸까지 감싸 돌기 시작하고 취하와 취앵은 우산을 접고 남편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끝난 거예요?"
취앵이 조심스럽게 물었고, 고개를 끄덕이던 소구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서쪽의 담장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거기 누구요?"
담을 넘어 두 사람이 소구의 옆으로 다가왔다.
"사부님! 사형!"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소구는 놀라 소리쳤다.
"그 동안 잘 지냈느냐?"
"네. 저야 뭐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부님과 사형이 어떻게 이곳에?"
"당분간 네 집에서 신세를 져야 할 것 같구나."
사부의 입에서 그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동안 소구는 무표정한 얼굴에 싸늘한 냉기가 감돌고 있는 사형 양평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었다.
양평의 손에 들린 칼에는 채 마르지 않은 핏물이 묻어 있었다. 이곳에 오기 바로 전에 누군가 사형 양평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게 된 소구는 얼굴이 구겨졌다.
"싸우고 온 거예요?"
"죽이지 않으면, 죽을 테니 죽일 수밖에."
소구의 질문에 양평은 도(刀)를 칼집에 집어넣으면서 한 마디를 내뱉었다.
"꼬리는 모두 자르고 온 거죠?"
"그래, 이곳에 우리가 있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미행하던 자를 죽였다. 너도 소문은 들어 알겠지?"
"청나라의 병사들이 대포로 소림사를 공격했다는 소문은 들었죠."
"소림사는 폐허로 변하고 그곳 출신의 승려들과 무인들에게 여진족의 황제가 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이곳에서 우리가 머물러도 되겠니? 너도 위험해 질 수 있다."
사형의 말에 소구는 옆으로 시선을 돌려 아내들을 바라보았다. 그 혼자뿐이라면 사부와 사형을 받아들이겠지만 이곳에는 그 혼자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취하와 취앵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로의 눈을 보고 그녀들은 의견이 통일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고개를 돌려 정각과 양평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말했다.
"어서 오세요. 이곳에는 빈방이 많으니 두 분이 머물 곳은 얼마든지 있어요."
"누추하지만 지내시기에 큰 불편은 없을 겁니다."
소구의 아내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정각과 양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드디어 쉴 장소를 찾은 것이다. 소림사가 무너지면서 청나라의 병사들과 관리들을 피해 계속 떠돌아다니던 생활이 이제 끝난 것이다.
잔뜩 굳어 있던 안색을 풀고 양평은 빗물이 흘러 질퍽거리는 땅에 주저앉아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투덜거렸다. 긴장이 풀리면서 서 있을 힘도 안 남은 양평이었다. 싸우고 도망치는 일에 진저리를 치면서 양평은 불평을 토해냈다.
"사부님, 내가 그랬잖아요?! 진작에 소구 녀석한테 찾아 와 조용히 지냈으면 편히 쉴 수 있을 거라고!"
정각 대사 역시 긴장이 풀리면서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양평처럼 땅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놈아, 우리가 위험해졌다고 소구까지 위험하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 청 나라의 병사들과 싸우는 일은 우리로 족해."
"젠장, 명(明)은 완전히 망했다구요! 여기까지 오면서 못 봤어요?! 그러니까 제발 스님답게 불경이나 외우시라구요! 명의 관리와 왕손이라는 작자들이 벌이는 한심한 추태에 계속 끼실 생각이라면 혼자하시라구요! 전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목숨을 취하는 일에 끼어 들고 싶은 생각이 없다구요!"
양평이 그렇게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소리치는 동안 정각 대사의 시선은 또 다른 제자인 소구에게로 향했다.
"사부님, 전 왕조의 흥망성쇠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전 따로 해야 하는 일이 있지요. 그리고 전 저 혼자가 아닙니다. 제게는 가족이 있고 형제들이 있습니다. 두 분이 이곳에서 숨어 지내는 것은 도와 드리겠지만--, 제가 군대와 싸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소구는 단호한 어조를 향해 사부를 향해 말했다.
"누가 너보고 싸우라고 하던? 소림사가 공격받은 뒤에 소림사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청나라의 병사들이 가만 두지 않더구나. 너에게는 아직 아무 일도 없는 듯 하다만---."
"이곳까지 오는 동안 소림과 관계 있는 사람들을 반역도로 몰아서 잡아죽이는 광경을 여러 번 보았다."
사부인 정각 대사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형이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소구를 바라보며 말했고, 소구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누가 감히 날 공격한단 말입니까? 관복을 입었다고 해서 날 건드리고 무사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것 같습니까?"
호신강기를 일으킬 정도로 무공이 높은 소구였다. 게다가 백초당이란 현판이 걸려 있는 집을 건드렸다 무슨 재수 없는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천하의 약초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백초당을 건드렸다간, 그 개인뿐만이 아니라 집안 전체가 쫄딱 망하는 수가 있었다.
재력과 무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소구를 건드려 굳이 적으로 만들려 하는 자가 생길 리 없었다. 더군다나 소구는 구파일방의 공동전인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으니, 소구를 적으로 삼는 다는 것은 천하 무림을 적으로 삼는 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였다.
소구는 질퍽거리는 땅에 주저앉아 있는 사부와 사형을 향해 말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옷도 갈아입고 식사도 해야죠?"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소구는 아내들을 바라보았다.
"어서 가서 식사 준비하고, 두 분이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그렇게 가을의 초입에 두 사람이 불산의 백초당으로 찾아와 같이 살게 된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다시 며칠 지나지 않아 왕질악과 방수련이 불산으로 찾아왔다. 두 사람 역시 쫓기고 있는 참이었지만, 청 나라의 병사들이 아니라 개방의 고수들에게 추격을 받고 있었다.
"휴우--, 여기라면 안심할 수 있겠지? 싫다는데 왜 자꾸 나보고 거지 왕초가 되라고 하는 거야?"
"에?"
한 밤중에 담장을 넘어 들어온 매형 왕질악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뜻밖의 말이었다.
"내가 개방의 방주가 되어서 군웅들을 이끌고 여진족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 일에 앞장서라고 하더군. 늙다리들은 모두 뒤로 물러나서 은거를 하고--. 미쳤냐? 난 둘째형 말처럼 잘먹고 잘살고 싶다고, 괜히 군대와 싸우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군졸에게 비명횡사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고. 그러니까 세상이 조용해질 때까지 네 집에서 신세 좀 져야겠다."
"소구야, 아버지가 내게 물려주신 재산도 네가 같이 관리해라. 보다시피 나와 네 매형은 숨어 지내야 하거든. 물귀신 같은 개방의 거지들이 얼마나 귀찮게 구는지---, 여기까지도 간신히 왔다."
왕질악의 옆에 거지 차림을 하고 찾아온 누나 방수련의 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불산으로 찾아오면서, 두 사람이 다시 늘어 불산의 백초당에서 머물러 살게 된 사람은 셋에서 일곱으로 불어났지만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 무렵, 무림의 명문세가로 알려진 사천의 당문에서 또 두 사람이 찾아왔다. 상거지꼴을 하고 찾아온 당문의 문주 당백호의 손에는 한 장의 혼인을 약조한 서찰이 쥐어져 있었고, 소구는 이제 열 다섯 살이 간신히 될까말까한 어린 여자아이를 아내로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사천은 장헌충이라는 자의 학살로 인해 살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지. 그 난리와 아비규환 속에서 간신히 증손녀만을 데리고 사천을 탈출할 수 있었다네. 어쩔 텐가? 이건 돌아가신 자네 아버지와 정한 혼사야. 우리 가문이 몰락했다고 하나 약속은 지키겠지?"
할아버지인 당백호의 손을 잡고 있는 지저분한 몰골의 어린 계집아이는 긴장한 눈으로 소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 할아버지와 그녀는 머물 곳이 없다는 것을 어린 나이이기는 해도 그녀 당정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눈과 비를 맞으면서 헐벗고 굶주리는 생활이 계속 될 것인가 끝날 것인가는 이 순간에 달려 있었다.
"저희 아버님이 어떻게 당문과---?"
대답을 보류하고 소구는 당 백호를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었고, 당백호는 소구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당문에서 사천에서 나오는 약초를 백초당에 공급하고 있었네. 무림의 세가라고 하나 우리 가문은 약초와 의술로 유지되고 있었으니 백초당과 거래가 많을 밖에--, 자연히 자네 아버님과는 자주 만나게 되었고, 이 혼사에 대한 것도 그 때 이루어 진 것이지."
소구는 옆에 서 있는 신기서생을 바라보았다.
"옥이 형, 이 혼사에 대한 것 알고 있었어?"
"상대가 틀려. 당문과 혼인약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여기 와 있는 저 아이는 아니야."
정옥의 말을 들으면서 당백호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우리 가문에 이제 살아 있는 것은 나와 정이 뿐이다. 너와 혼인이 약속되었던 영영이는 이미 숨이 끊어진지 오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이를 이리 대려 온 것이다."
소구는 속으로 한숨을 흘리면서 비참한 몰골로 이곳을 찾아온 당문의 문주에게서 시선을 떼고, 같은 방에 모여 있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모두가 동정의 눈길로 늙고 지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곳에 찾아온 당백호와 그의 손녀라는 당정이라는 여아를 보고 있었다.
"제게는 이미 두 명의 아내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 혼사가 이루어지길 원하십니까?"
"나도 이미 소문을 들었다네. 당시에 장헌충의 학살이 사천 일대에 계속 이루어질 때였고, 자네 아버님은 당문이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었을 것이네. 어쩔 텐가? 약속을 지키겠는가?"
소구는 난처한 얼굴로 아내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두 아내는 소구가 그녀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마자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해 버렸고, 소구는 다시 온 몸이 지저분한 몰골을 하고 있는 어린 계집아이를 바라보며 한 마디를 내 뱉었다.
"너무 어리군요."
당정은 이대로 가만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이곳에서 쫓겨난다면 할아버지는 길거리에서 병들어 죽을 것이고, 그녀의 삶도 비참해 질대로 비참해질 것이 분명했다.
"전 어리긴 하지만 아이도 낳을 수 있고 요리도 할 줄 알아요. 이대로 이곳에서 떠나라고 한다면 저와 할아버지는 길거리에서 얼어죽을 거예요."
더 더욱 난감해진 소구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조손(祖孫)의 시선을 피해 사부인 정각 대사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한쪽 옆에서 대화를 듣고만 있던 정각은 제자의 모습을 보고는 앞으로 나서면서 입을 열었다.
"받아들이도록 하거라. 네 아버님이 정한 일을 뿌리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
그렇게 해서 다시 두 사람이 늘어난 불산의 백초당이었다.
사람이 늘어나면서 불산의 백초당은 번잡해지기 시작하고, 소구의 조용한 나날은 사라졌다. 언제나 시끌벅적한 날들이 계속 되었다.
"대사 이 경우에는 침술보다는 뜸이 더 효과가 좋단 말입니다!"
"아니 아니 그렇지 않소! 뜸보다는 침이오!"
의술로 이름 높은 정각 대사와 당문의 당백호는 의술를 가지고 하루 종일 설전을 벌이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고, 사형인 양평과 매형인 왕질악은 날마다 비무를 벌이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받아라!"
"하앗! 내 연환퇴 맛이 어떠냐?"
꽈앙! 쿵! 쿵! 하는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고 집사 일을 맡고 있는 정옥의 고함이 백초당의 지붕을 들썩거렸다.
"또 부서졌잖아?! 그만 좀 싸우란 말입니다!"
거기서 소음은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띠--잉! 하는 금음 소리가 터지고 누나 방수련의 의 앙칼진 고함이 다시 소구의 귓가를 어지럽혔다.
"거기선 그렇게 줄을 타면 안돼! 소구가 깊이 잠들 때 깨어나게 하려면 그 정도 소리론 어림도 없어! 좀 더 소름끼치고 작년에 먹은 만두 조각이 입 밖으로 토해질 것 같은 그런 소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방수련은 소구의 세 마누라에게 금을 가르치고 있었다. 단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금이 아니라, 소구의 잠을 깨우기 위한 듣기 싫은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아가씨, 그이 요즘은 잠 별로 안 자는데요?"
"지금은 안 그럴지도 몰라도---, 두고봐. 저 놈은 지금 무언가 해야 되는 일이 있어서 잠을 안자고 있는 것이지만, 그 일이 끝나고 나면 한번 깊이 잠들면 사흘이고 열흘이고 내내 퍼질러 잘 녀석이야. 그러니 그 때가 되기 전에 너희들은 소구의 잠을 깨울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자 다시 해 보자!"
누나의 앙칼진 고함소리를 들어가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던 소구는 자신의 손에 들린 극악봉을 바라보았다.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맑은 마음을 유지하고 전 공력을 끌어올리고 있어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혼란스러워서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탕! 탕! 탕! 사람이 죽어가고 있소! 어서 문 좀 여시오!"
늘 조용하기만 하던 대문을 요란하게 두들기며 환자를 업고 오는 사람도 종종 생겨나고 있었다. 불산에 있는 소구의 집에는 의술의 대가가 두 명이나 있었고, 찾아온 환자들 대부분이 정각과 당백호의 손에 완치되었다. 그렇게 소문을 듣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병자를 데리고 소구의 집을 찾아오고 있었다.
'마음은 급한데 주위는 번잡하고---, 내가 시간 내에 이 놈을 검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한숨을 푹 푹 내쉬면서 소구는 자신의 손에 들린 극악봉을 내려다보았다.
많은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체험하면서 지금의 삶이 결코 싫지만은 않은 소구였다. 그러나 현재의 행복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극악봉을 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소구였기에 그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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