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쥐 한 해 350만 마리
인간 위해 각종 연구에 몸바춰
왜 쥐인가?
번삭력 좋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
사람과 유전자 90% 이상 갖아
어디까지?
노화.희소병 등 원인.치료 규명
일본선 인간장기 가진 쥐 만들어
'쥐 없으면 항상제도 못 만들어'
'호랑이는 죽어소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남깁니다.
쥐는 죽어서 수많은 데이터와 논문을 남기죠'
권은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안) 노화제어전문연구단 단장은 '쥐는 수많은 인류를 살리고,
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주인공'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쥐의 해다.
많은 이가 쥐는 질병을 옮기는 해롭고 더러운 동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자에게 쥐는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 없는 실험이나 환자에게 선악을 투여하기 전에
동물실험(전임상 시험)은 필수적인데 대부분 쥐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체중 20g의 조그마한 몸집이지만 실험실에서 인간 생명 연장에 도움을 주는 큰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실험용 쥐는 한해 약 350만 마리다.
오늘도 국내의 연구진은 밤낮으로 쥐와 함께 씨름하면서 인간 노화의 비밀을 파헤치고, 난치병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화.비밀 풀 열쇠 밝혀
생명연 노화제어연구단에서는 '젊음'의 비결을 찾고 있다.
연구진은 3개월 된 쥐의 24개월 된 쥐의 혈액 속 단백질을 분석했다.
두 쥐의 혈액 속에는 서로 다른 단백질이 있었다.
연구진은 늙은 쥐의 피에서 특정 단백질을 더하거나 빼는 실현을 통해 결과 늙은 쥐의 혈액 구성이 같도록 했다.
실험 결과 늙은 쥐의 운동능력과 학력이 10~20% 향상된 것으로 확인했다.
권은수 단장은 '쥐를 통해 노화를 극복할 수 있는 연구의 기초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다.
구글의 생명공학 계열사인 킬라크는 미국 벅 노화연구소에서 지난 30여 년간 키운
'벌거숭이 두더지쥐' 3000여 마리의 사육 기록을 조사했다.
그 결과 벌거숭이 주더지쥐는 아닝가 들면서 생기는 암이나 왈츠하이머병에 거의 걸리지 않았다.
수명도 일반 쥐(2~3년)의 10배가 넘는 30년가량 됐다.
킬리코는 벌거숭이 두더지쥐 젊음의 비결을 밝혀내 인간 수명 연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번식 쉽고, 인간과 유전자도 유사
수많은 동물 가운데 왜 쥐가 실험용으로 사용될까.
우선 번식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쥐의 임신 기간은 3주로 짧다.
한번에 새끼 10마리를 낳는다.
수명도 2~3년 정도에서 한 세대를 연구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는다.
또 암이나 희소병 질환을 규명하기 위해 유전자가 변형된 비싼 쥐는 한마리에 50만원 이상도 하지만
개나 원숭이 같은 다른 동물에 비해서는 미용이 덜 든다.
무엇보다 쥐는 사람과 유전자가 90% 이상 같다는 점이다.
사람이 가진 장기와 조직 세포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인간 장기 가진 쥐 개발
인간의 유전자는 약 2만5000~3만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쥐도 거의 비슷한 수의 유전자를 가졌다.
연구가 거듭되면서 다양한 유전자 변형 쥐도 나오고 있다.
1094년 미국 록펠러 대학의 제프리 프리드먼 박사는 유전자를 조작해 비만과 당뇨를 앓는 쥐를 만들었다.
글로벌 제약사 암젠은 이 쥐에 대한 특허권을 2000만달러(당시 약 160억원)에 사들였다.
국제기구인 '국제마우스 표현형 분석 컨소시엄'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유전자 변형 쥐는 8500종이다.
비공식적인 유전자 변형 쥐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쥐들은 유전적 결함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인간 질병 원인과 치료법 규명에 도움을 주고 있다.
복진웅 연세대 의대 교수는 유전성 난청을 연구 중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청각 질환 관련 유전자는 1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인공 와우(달팽이관)를 적용하는 방법 외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연구진은 난청을 ㅇ닐으킨다고 알려진 유전자를 변형한 쥐로 실험을 진행한다.
복 교수는 '각각의 돌연변이가 생겼을 때 어떤 작용으로 난청이 생기는 지를 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연구진과 제약사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난치병 치료법과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간 장기(장기)를 가진 쥐를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정부는 이런 실험을 하겠다는 도쿄대 나카우치 히로미쓰 교수 연구진의 계획을 승인했다.
실험은 유전자를 조작해 췌장이 없는 쥐 배아에 인간의 줄기세포를 넣어 쥐에서 인간 췌장을 가진 배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쥐 자궁에 착상시켜 분만하면 사람의 췌장을 가진 쥐가 태어난다.
동물을 활용해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하는 맞춤형 연구가 쥐를 통해 첫발을 뗴는 셈이다.
이한웅 연세대 교수는 '모든 약 개발을 위해서는 동물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쥐가 없었다면
항생제조치 개발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쥐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고 소중한 동물'이라고 했다. 유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