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의 통상임금 소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6일 금호타이어의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쏠리는데요. 금호타이어가 이번 소송에서 일부 패소하면서 다른 제조업 분야의 유사 소송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광주고법 민사3부는 금호타이어의 전·현직 노동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소송의 시작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금호타이어 노동자 5명은 사측이 정기상여금을 빼고 통상임금을 산정해 수당을 지급해왔다는 이유에서 소를 제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1심의 결과는 2심에서 뒤집힙니다. 2심 재판부는 추가 청구액이 노사가 합의한 기존 임금을 훨씬 뛰어넘어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회사의 신의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여 사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소송은 대법원으로 이어지는데요. 결과는 금호타이어 사측의 패배였습니다. 대법원은 "금호타이어의 연 매출이 2조원이 넘고 당기순이익과 부채 추이를 고려할 때 통상임금 산정에 상여금을 추가한다고 해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업의 규모나 과거 위기 극복 경험 등에 비춰 볼 때 현재의 경영 상태 악화는 극복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인 어려움이라고 본 겁니다.
더욱이 재판부는 금호타이어가 근로자에게 지급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의 성질을 가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금호타이어의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소를 제기한 노동자 5명은 2012년 1월부터 2014년 5월분까지의 추가 법정수당 3859만원을 각각 청구했는데요. 법원은 이 중 70.2%인 2712만원과 지연 이자를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판결은 상당한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금호타이어만 해도 노조원 3000여 명이 동일한 임금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노조원들의 소송가액은 2014년 5월분까지만 정산하더라도 480억원에 이르는데요. 이후 기간까지 고려하면 최대 2000억원을 초과할 전망입니다.
◇통상임금이 뭐길래
통상임금은 근로자의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금액을 말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도급 금액 등이 있습니다.
앞선 금호타이어 소송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였는데요.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는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임금이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판결)
여기서 정기성은 말 그대로 정기적으로 지급된 임금이면 성립합니다. 월 단위든, 격월 단위든, 분기 단위든 기간 자체는 상관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일률성은 모든 근로자, 또는 일정 조건을 갖춘 근로자에게 지급됐다면 인정됩니다. 즉 회사의 일부 극소수에게만 지급된 것이 아니라면 일률성 조건이 충족됩니다. 마지막으로 고정성은 추가 조건 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라고 확정된 임금을 말합니다.
예컨대 한 회사가 명절 기간 휴직자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추가 조건이 붙는 셈으로 고정성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휴직자에게도 명절 특별수당이 지급됐다면 이는 추가 조건이 없는 것으로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상 소정 근로의 대가는 근로자가 정해진 근로시간에 일반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에 관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을 넘기면서 일을 하거나, 당초 근로계약에 명시된 근로 외의 업무를 특별히 행함으로써 사용자로부터 추가로 받는 돈 혹은 소정근로시간의 근로와는 관련 없이 소위 '보너스'라고 불리는 임금 등은 소정 근로의 대가라 할 수 없어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돈이 통상임금인지 아닌지가 왜 중요할까요? 특정 금원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해당 수당의 법적 성격 자체가 달라집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회사가 경영상황을 이유로 마음대로 상여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주고 싶다고 주고 주기 싫다고 안 줄 수 없다는 건데요.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상여금을 미지급했다가는 근로기준법상 임금 체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체불임금이 발생했다면 회사 측은 고용노동부의 감독을 받아야 합니다. 단 회사 사정이 정말 어려워져 추석 특별수당을 도저히 지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 노사가 먼저 합의를 하면 상여금을 주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삼기 어렵습니다. 이밖에도 통상임금은 △해고예고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육아휴직급여 △출산전후휴가급여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통상임금의 산정 방법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요. △시간급 금액으로 정한 임금은 그 금액 △일급 금액으로 임금을 정했다면 그 금액을 1일의 소정근로시간 수로 나눈 금액 △월급 금액으로 정한 임금은 그 금액을 월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로 나눈 금액이 통상임금이 됩니다. 통상임금을 일급 금액으로 산정할 때는 산정 방법에 따라 산정된 시간급 통상임금에 1일의 소정근로시간 수를 곱해야 합니다.
◇통상임금 추가 소송 예상
금호타이어가 소송에서 패소하며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기준 임금이 한결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교대 근무와 연장 근무가 많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평입니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부터 노조와 통상임금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의 차액을 청구했습니다.
2015년 1심에서는 상여금 800% 전액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노조 측이 승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이어진 2016년 2심에서는 상여금에 대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며 사측이 승소했습니다. 당시 2심에서는 사측의 영업손실 1조5401억원의 경영 악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다시 노조의 손을 들어주며 부산고법에서 통상임금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입니다. 현대중공업 사측이 통상임금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패소하게 되면 약 6000억원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난 8월 르노코리아 노조도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에 참여한 조합원은 1700여명 가량입니다. 직원 1명당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미 르노코리아는 2020년 영업손실 80억원, 2021년 81억원 적자를 내는 상황이라 소송에 패소하게 되면 회사 경영에 큰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속노조 포스코 지회 또한 포스코를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 절차를 진행 중인데요. 포스코 지회는 △상여금 400% △경영성과급 등 상여급 200%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사측과 지회의 통상임금 첫 재판은 올해 말 열릴 예정입니다.
현대제철 생산직 노동자 3000여명도 2013년 통상임금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후 1심에서 일부 직원들은 사측과 합의를 했는데요. 합의한 직원들을 제외한 704명이 재판을 이어갔고, 2심 재판부도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며 현재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영계는 일련의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재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전날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파기환송심 결과에 대해 "이번 판결로 노사 간 합의를 신뢰한 기업이 막대한 추가비용 부담을 지게 됐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고까지 말하기도 했습니다.
경총은 또 "법원은 근로자 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 간 합의를 위반하고 추가 비용 청구를 했는데도 근로자 측이 신의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신의칙 불인정의 근거로 경영지표나 경영상황 등 외부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경영적 요소를 중시할 경우, 법원 시각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어 혼란이 우려된다"고 전했습니다.
경총의 반응만 봐도 이번 소송 결과를 경영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