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쓰다가 전부 지워버렸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MCU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를 매조지한 가장 완벽한 마무리임과 동시에,
진정한 어른이자 히어로로 성장한 피터 파커의 시작이고,
20년간 스파이더맨을 보아온 팬들과 히어로 붐을 일으켰던 '스파이더맨'을 위한 환상적인 헌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MCU 스파이더맨을 관통하는 주제는 '성장'이었습니다.
다른 히어로들이 나름 성장한다고는 해도 어른에 어느 정도 입지가 굳어있는 상태로 극을 이끌었다면
스파이더맨은 시작부터 고등학생에 조금은 어설프고, 자신도 영웅으로 대접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그런 어리숙한 모습이었죠.
그런 모습이었기에 그는 '홈커밍'에서 히어로 아이언맨에게 히어로로서의 본분, 그리고 그의 위치에 대한 자각을 촉구받았으며,
결국 스파이더맨는 영웅으로서의 대의를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누군가를 포기해야 될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생각하는 영웅상은 누구도 잃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빌런마저도 죽이지 않고 법의 처벌을 받도록 했었죠.
하지만 그런 대의와 히어로의 이면에 있는 잔인한 현실은 그에게 전과 다르게 압박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충격으로 다가온건 그의 멘토였던 아이언맨의 죽음이었을테고, 그의 뒤를 이어야 된다는 부담감을 느낀 피터는 진정한 어른으로 생각한 미스테리오에게 그 부담감을 넘깁니다. 자신은 어른이 되길 미룬거였죠.
하지만 오히려 미스테리오야말로 그 위치를 받아서는 안되는 인물이었으며,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망가져감을 알게 된 피터는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그 일을 수습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빌런은 죽음을 맞이했고, 그로 인해 그가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비틀렸습니다.
피터는 더이상 자신의 멘토를 찾기 어려웠고, 누군가에게 그 책임감을 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노 웨이 홈'에서 그는 모든 것에 흔들립니다.
그는 자신이 영웅인 것을 숨기고 싶어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또한, 그가 생각해온 영웅상인 모든 사람을 구하겠다는 일념은 그린 고블린의 조소로 뭉개지고 비틀려집니다.
그의 마지막 버팀목은 사라지고 더이상 그의 고민을 나누고 영웅상에 대해 말할 자들이 사라집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시리즈에서야 말로 그는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에게 답을 받아야 됩니다.
스파이더맨에게 말이죠.
그는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고민을 스파이더맨과 나누고, 다시 스파이더맨으로의 태도를 살핍니다.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전부 할 수 있는지, 자신의 영웅상이 맞는지를 보며, 그들과의 대화에서, 즉 스스로와의 대화로 피터는 다시 자신을 일으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시리즈 마지막 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피터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건 그의 성장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어느정도 치기어린 면이 있었던 피터는 더이상 누구에게도 책임을 미루지 않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전념하죠.
피터 파커는 어른이 됩니다. 그동안 3부작에서 히어로라는 주제로 다루던 피터의 성장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웅으로서의 익명성을 보장받았으니, 혼자 활동하는 스파이더맨으로서는 진정한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여기까지는 작품으로서 제가 느꼈던 서사적인 면이고, 이 아래로는 제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일면입니다. 이 뒤는 아예 스파이더맨 시리즈 스포일러네요, 흠;
사실 제가 처음 스파이더맨을 본 건 진짜 어렸을 때 KBS에서 만화로 해주던 거였습니다. 유튜브에 오프닝이 올라왔던거 같은데 내용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재밌게 본거 같네요.
하지만 진짜 저한테 스파이더맨 하면 생각나는 건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1&2입니다. 3? 그건 토비 춤 추라고 만든거고(..)
처음 오프닝에서 나오는 긴장감 넘치는 음악에 처음으로 트레일러를 TV에서 봤을 때 실사같던 그린 고블린의 호버 무빙, 이중인격의 광기어림, 천장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핏방울, 마지막 'Who am I? I'm Spider man'까지 잊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케빈 파이기도 아마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한듯 합니다. 저는 이 영화 자체가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에 대한 헌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보면서 감동 받았습니다.
어스파 1&2는 사실 한번보고 말았지만 좀 두서없는 느낌이 없잖아 있는 반면,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의 주제는 일관됩니다.
피터 파커의 히어로로서의 각성이죠.
재밌게도 MCU 스파이더맨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는데, 스파이더맨 1은 능력을 얻어 행복했고 그걸로 자잘한 선행을 하면서 즐기던 피터 파커가 히어로의 비정함을 배워갔으며, 스파이더맨 2는 현실의 압박을 못견디고 자신의 능력을 포기했던 피터가 결국 히어로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내용입니다.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MCU 스파이더맨은 이전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번 마지막 영화에서는 자신들이 MCU를 만들도록 재촉한 것이 샘스파라는 것마냥 이에 대한 요소가 꽤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냥 숙어이긴 해도 스파이더맨2의 MJ가 마지막에 말했던 "Go get'em, Tiger."가 바로 고교 뉴스에서 나오는 것도 깨알같았고, 닥터 옥토푸스는 그가 원하던 '내 손 안의 태양'을 실제로 안전하게 만지게 됩니다. 그가 자신의 발명품 때문에 겪었던 비극을 생각하면 가슴 뭉클해지더군요.
더군다나 옥토푸스는 작중에서도 유일하게 빌런에서 정신을 차렸던 인물이었던게 반영돼서 여기서도 후반에 멀쩡하게 나오는게 인상깊었습니다.
또 인상깊었던 점은 그린 고블린이었습니다. 윌렘 데포 경의 연기는 그대로더군요. 물론 본래 자신만만한 사장이었던 오스본이 좀 소심하게 바뀐건 아쉬웠지만 그걸 포함해도 최고의 적이었습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전부 살펴봐도 카리스마 넘버원인데다 사악하다, 라는 것까지 포함하면 마지막 적으로 결코 손색이 없었죠.
재밌게도 2000년대부터 시작한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최초의 적은 그린 고블린이었고, 최후의 적도 그린 고블린이었습니다. 20년에 걸친 수미상관 빌드업에 정신이 아찔하더라고요.
네 그리고... 피터 파커가 나온 순간부터 광대뼈가 아래로 내려가질 않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꼭 2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더라고요. 예전과는 다른 헤어스타일이지만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찌질했으며, 여전히 쓸데없는 말을 하덥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서 스파이더맨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캐릭터가 그대로 그 일을 알게모르게 해왔다는 표현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부분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더이상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아 커피만 가지고 돌아서는 피터의 모습에서 예전 그토록 좋아하던 MJ가 고백했음에도 조용히 물러서서 떠나가던 피터가 겹쳐보이는게... 돌고돌아 다시 그린고블린으로 돌아간 영화처럼, MCU 스파이더맨도 돌고돌아 결국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처럼 성장한 것 같았습니다. 트릴로지의 끝이 트릴로지의 시작인 셈이죠.
막판은 그냥 저의 주관적인 감동 포인트였는데, 아무튼 정말 감동적으로 봤습니다. 스파이더맨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이전에 봐오던 사람들을 위한 측면에서도, 스파이더맨은 트릴로지를 마무리할 완벽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첫댓글 마지막에 성장한 피터의 모습에 눈물이 찡... 토비 앤드류 그리고 빌런들은 너무 반가웠구요 ㅠㅠ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앤드류의 떠벌이 스파이더맨, 토비의 너드한 스파이더맨 모두 슬픔을 딛고 계속 나아가는거 같아서 뭉킁했습니다 ㅜㅜ 트라잉 투 비 베러 ㅠㅠ
"Your friendly neighborhood, Spider Man"
이게 영웅이다 ㅠㅠ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의 개성이라는 부분에서 톰스파는 '가진 게 너무 많아서' 비판받는 지점이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 가진 걸 다 잃더군요. 흐뭇합니다(?!) 개인으로서야 안타까운 일이지만 스파이더맨스럽게 돌아왔다는 점에서...
스파이더맨 비긴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제야 원점에 도달했습니다...라기엔 너무 마이너스긴 하지만... 하지만 그만큼 영웅으로서의 성장이 되었기에 잘 버티리라 생각합니다.
영화가 좀 더 길게 이야기를 이끌어 줬으면하는 아쉬움은 남더라구요 mcu 스파이더맨이 주인공이라 그 이야기하기 바쁘긴했지만, 빌런들의 서사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그냥 이전 작을 봐야지 알 수 있게 정형화된 빌런을 대려와서 서사 없었다고 보입니다. 빌런끼리 서로 대화도 별로없고 고뇌도 없고 같이 싸우는것도 우연히 그런 구도가 나왔을 뿐이고요.그나마 그린고블린만 메인 빌런이라 좀 챙겨준 수준, 샌드맨과 리저드맨은 머릿수 맞추기 병풍수준이더라 아쉽더군요
그랬다면 좋았겠지만 러닝타임이...ㅠㅠ 지금도 긴데 말입니다.
@_Arondite_ 사실 그러다보니 이게 영화로 만들기 적합한 스토리과 스케일이었나? 란 생각이 드네요 6화 내외의 드라마급 스케일의 각본이었어야
사실 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는게, 빌런 자체를 아예 세계관이 꼬일만한 해리 오스본을 제외하고는 총동원했기에 줄 시간도 적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건 결국 피터의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에 따른 성장이었으니... 좀 아쉽긴 하지만 많은 얘기를 다루려다 너무 어수선해진 어스파2를 생각하며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샘스파1,2를 다시 정주행합시다(?)
감상문이 모두 공감되는...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 정말 ㅠㅠ
그저... 케빈 파이기와 MCU에 감사할 뿐입니다 ㅠㅠ
저는 모든것을 가진 스파이더맨을 원하기에...토니 스타크의 아내(어차피 토니는 죽었다!)와 숙모도 차지하는 스파이더맨을 읍읍읍!!!
저는 말이 많은 스파이더맨이 더 좋아서요.
스파이디가 말은 많아도 가벼운 캐릭터는 아닙니다.
@_Arondite_ 아! 내용을 수정하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네 취존합니다 어스파와 MCU의 스파이더맨도 분명 매력있죠. 어스파는 특히 작품이 좀 그래서 문제지 캐릭터는 좋고..
명성값... 의외로 모건 스타크와 피터파커를 엮진 않으시는군요
@Serikae 저는 아청법을 준수합니다(진지함)
키잡이면 몰라도 미성년자는 안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