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결전, 하루전
"꽤액!"
꼭 돼지머리에 사람몸을 붙여놓은 것 같은 오크Orc놈의 마지막 비명소리
였다. 그 오크뿐만이 아니라 곳곳에는 오크들의 시체로 즐비했고, 간간
히 무장을 한 병사들의 시체도 껴있었다. 가면갈수록 숫자가 많은 병사
들의 우세가 확연하게 들어났고, 오크들은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 갈수록
오크들은 글레이브Glaive를 꼬나잡고 더욱 사납게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피가튀고 살이튀는 잔인한 접전이 펼쳐졌고, 병사들은 혼신을 다하는 오
크들에 의해 밀리는 것 같았지만, 곧 우세를 되찾았다.
"카아아악!"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오크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병사들은 안
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갈색머리에 약간의 무장을 한 테롤드는 롱소드를
long sword 옆에다 꽂아놓고 한귀퉁이에 기대 따사로운 햇빛을 쫴며 숨
을 돌리고 있었다. 세계력 3468년, 샤르헬 왕국 어느 넓은 초원에서의
일이었다.
"우욱..."
하드 레더Hard leather를 입고 롱long sword 소드를 힘없이 쥔 테롤드
는 앞서가는 병사들을 따라 힘없이 걸어가며 구토를 하고있었다. 방금 오
크와 격전이있다는 증거인 초록피가 체인메일과 롱소드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테롤드는 아직도 비명소리와 역겨운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 몸
서리치며 걸어갔다. 오크를 보기는 질리도록 많이봤다. 테롤드마을의 뒷
산에 오크들이 종종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크를 베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아니, 자기만한 생물을 죽여본것이라곤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기증을 느
끼며 걸어가던 테롤드는 결국엔 동료 병사의 도움을 받고 흐느적 거렸
다.
이제 목적지인 파르타평원까지는 하루만가면 넉넉히 도착할 것 같았다.
1개월의 장정 끝에 모두들 지쳐있었고, 테롤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모두가 힘차게 불렀던 군가도 지금은 몇몇사람만이 힘없이 부를 뿐이었
다.
"이제... 남은목숨도 하루가 한계구만..."
누군가가 조그마하게 중얼거렸다. 그럴지도 모른다. 이제 이틀만 지나
면 파르타평원에 도착할것이고, 그곳에서 초강대국인 가이나스제국과의
일방적인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그 때문인지 탈영병의수는 갈수록 늘어
나고있었다. 어차피 거의가 강제징병을 당한 병사들이니 ㅡ 물론 테롤드
도 마찬가지였다 ㅡ 자기목숨이 아까워 도망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듯
했다.
'도망이나 가면 좋겠네'
마음은 그렇게 먹어도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도망치다가 걸리기라도 하
면은 즉시 사형이었다. 병사가 되어 제일먼저 사귄친구인 가멜도 탈영을
하다가 테롤드가 보는앞에서 무참히 처형당했다. 형벌은 사지를 차근히
잘라죽이는 잔혹한 벌이어서 테롤드는 갈기갈기 찢어진 피터의 시체를 묻
어줘야만 했다. 이런 방법은 탈영을 못하게하는 효과를 주었지만, 너무
잔인하여서 군의 사기를 너무 떨어트렸다. 그래서인지 거의 모두가 힘이
없고 불안초조해 보였다.
그때, 앞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
두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이봐, 오늘 메뉴는 뭐지?"
칼날을 갈고있던 차일드가 물었고, 취사병인 디안이 말했다.
"야채수프. 아, 오늘은 별미가 하나 나오지. 오늘은 버섯수프와 오크고기다. 환상이지"
"제기랄 그딴건 안먹고말지. 그게 사람먹는 음식이냐. 차라리 고향에있
는 개나 주라지. 음식이라고 할만한 음식은 자기들이 다 쳐먹고 우린 찌
꺼기나 주는건가? 웃기지도 않는군.거기다 오크고기라니."
차일드의 말에는 틀린 것이라고는 없었다. 얼마가지고 오지도 않은 식량
은 보름만에 동이 났고, 야채수프라는 것도 길가에서 아무렇게나 피는 것
에 극소량의 조미료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음식이었다. 열흘전쯤에는 독
버섯을 넣어 군대전체가 식중독에 걸린적도 있었다. 먹을수 있을 것 같
은 채소들도 상관들이 먹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런것이라도 먹어야했다. 이 근처는 인적이 아주 드문곳이어서
(사람이 많이 살았었지만, 모두 피난을 가고 없었다.)제대로 된 음식이라
곤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위에서도 '먹을라면 먹고 먹지않을려면 죽어
라!' 라는 식으로 나와서 병사들은 살기위해서라도 먹어야만 했다. 테롤
드는 억지로 피곤한 몸을 일으키며 급식을 배당받으러 갔다.
"뭐 이따구가 다있어?"
멀리서 게르만이 끈적끈적한 초록피가 아직도 묻어있는 차가운 오크고 기를 보며 불평했다.
카리스는 학자집안의 자제답게 어깨를 들썩이며 유식한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아니, 오크고기를 먹으라니. 어느 요리책이나 여행책에도 오크고기
를 식용으로 쓴다는 말은 못들어봤어! 그런데 오크고기를 먹으라니! 으
으.... 이 역겨운 냄새좀 맡어보라지. 밀리언 정글에서 4년동안 견뎌온
모험가 아덴도 오크고기는 안먹었을거라고!"
테롤드도 약간은 공감이 가는듯 역겨운 냄새가 물씬 나는 오크고기는 쳐
다보지도 않은 채 괴상한냄새가 나는 야채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도많
이 녹슬어 꾸부정하게 된 숟가락으로 수프를 연신 떠먹고 있을 때, 오른
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크고기라도 먹어둬요 내일이면 목숨이 걸린 싸움이 시작될테니."
카페 게시글
자유 기고란
『시계』 제 1 장 우연의 연속?
z감자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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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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