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손에 손잡고
어쩜 가족이 제일 모른다.
하지만 아는게 뭐 그리 중요할까.
결국, 벽을 넘게 만드는 건 시시콜콜 아는 머리가 아니라
손에 손잡고 끝끝내 놓지 않을 가슴인데 말이다.
결국 가족이다.
영웅 아니라 영웅할배라도
마지막 순간 돌아갈 제자리는 결국 가족이다.
대문 밖 세상에서의 상처도, 저마다의 삶의 표현인 흉터도,
심지어 가족이 안겨준 설움조차도 보듬어줄 마지막 내편.
결국 가족이다.
2화, 당신이 나에 대해 착각하는 한 가지
어른은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어른으로서의 일에 바빴을 뿐이고
나이의 무게감을 강한 척으로 이겨냈을 뿐이다.
어른도 아프다.
그래도 가끔은 착각해도 좋다.
엄마를 행복한 요리왕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면
지지리 맛없는 도시락 정도는 투정없이 먹어줘도 그만이다.
행복한 착각에 굳이 성급한 진실을 끼얹을 필요는 없다.
가끔은 착각해야 행복하다.
어른스러운 아이는 그저 투정이 없을 뿐이다.
어른스레 보여야 할 환경에 적응했을 뿐이고
착각어린 시선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어른스러운 아이도 그저 아이일 뿐이다.
착각은 짧고 오해는 길다.
그리하여 착각은 자유지만 오해는 금물이다.
택이는 어릴 때부터 말이 없고 조용했다.
그래서 어쩜 이 유난스러운 골목 아이들이
꽤나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택이는 항상 우리와 함께였다.
악동짓을 꾸밀 때도, 한심한 짓을 벌일 때도 항상 곁에 있었다.
물론 늘 뚱한 무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늘 함께였다.
골목은 그저 시간만으로도 친구를 만든다.
말없는 아이와 시끄러운 넷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우린 다섯이 되었다.
4화, Can't help ~ing
오래된 내 것만큼 지겹고 초라한 것도 없다.
하지만 지겨움과 초라함의 다른 말은
익숙함과 편안함일 수도 있다.
오랜시간이 만들어준 익숙한 내 것과
편안한 내 사람들만이
진심으로 날 알아주고 안아주고 토닥여줄 수 있다.
지겹고 초라해 때로는 꼴도 보기 싫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는건 내 사람뿐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오랜 내 사람들,
그래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We cannot help loving them.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5화, 월동준비
가끔은 엄마가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
엄마에겐 왜 최소한의 체면도 자존심도 없는지
화가 날 때가 있었다.
그건 자기 자신보다 더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바로 나 때문이라는 걸.
그 땐 알지 못했다.
정작 사람이 강해지는 건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닌,
자존심마저 던져버렸을 때다.
그래서 엄마는 힘이 세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엄마의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엄마는 나의 수호신이며
여전히 엄마는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 메이는 이름이다.
엄마는 여전히 힘이 세다.
가까스로 엄마가 위로할 나이가 되었을 때
이미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엔
지나치게 철이 들어 버린 뒤다.
지금,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다면 그저
나 지금 엄마가 필요해요,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6화, 첫 눈이 온다구요
오늘 고백하신 모든 사랑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끝으로 혹시 아직 사랑하는 그 누군가로부터
고백받지 못하신 분이 있다면
아니면, 사랑의 상처로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이 혹시 계시다면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또 다른 누군가가 지금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불쑥 고백해올지도 몰라요.
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지난 오랜시간 동안
당신을 좋아했노라고.
7화, 그대에게
지구에서 종교가 종속될 수 있었던 건
어쩜 세상의 아들내미, 딸내미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구든 붙들고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 빌고픈
부모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모든 엄마, 아빠들과 그들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하나님과 부처님과 알라신,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는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이제 더 이상 산타를 믿지 않는 나이였고
마니또 게임에 설레지 않는 나이였다.
몰래 두고 가는 선물과 비밀스레 전해지는 은근함으론
성에 차지 않는 나이였다.
담아 두자면 목구멍까지 차올라 숨이 가빴던 그 두근거림.
털어놓자면 가슴 터질것 같던 그 쑥스러움.
못견디게 티내고 싶지만 들키기는 싫었던
쌍팔년도의 그 설렘.
우리는 열여덟이었다.
시간은 흐른다.
그래서 시간은 기어코 이별을 만들고
그리하여 시간은 반드시 후회를 남긴다.
사랑한다면 지금 말해야 한다.
숨가쁘게만 살아가는 이 순간들이
아쉬움으로 변하기 전에 말해야 한다.
어쩜 시간이 남기는 가장 큰 선물은
사랑했던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쑥스러움을 이겨내고 고백해야 한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8화, 따뜻한 말 한마디
말에는 가슴이 담긴다.
그리하여 말 한마디에도 체온이 있는 법이다.
이 냉랭한 악플의 세상이
그나마 살만하도록 삶의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건
잘난 명언도,
유식한 촌철살인도 아닌,
당신의 투박한 체온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다.
9화, 선을 넘는다는 것
선이라는 건 딱 거기까지라는 뜻이다.
선을 지킨다는 건
지금까지 머물던 익숙함의 영역,
딱 거기까지의 세상과 규칙과 관계들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그건 결국 선을 넘지 않는다면
결코 다른 세상과 규칙과 관계는 만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관계를 꿈꾼다면,
사랑을 꿈꾼다면 선을 넘어야만 한다.
선을 지키는 한,
그와 당신은 딱 거기까지일 수 밖에 없다.
12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냥 주고 싶은 넉넉함이 아니라
꼭 줄 수 밖에 없는 절실함인거야.
선우야, 넌 엄마 사랑하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거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단지 그 사람의 체온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체온을 닮아간다는 얘기야.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건
그 사람이 널 끝없이 괴롭게 만든대도
그래서 그 사람을 끝없이 미워하게 싶어진대도
결국 그 사람을 절대 미워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
사랑한다는 건 미워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코 미워할 수 없다는 뜻인거야.
13화, 슈퍼맨이 돌아왔다
어릴 적 우리집엔 슈퍼맨이 살았다.
그는 세상 고칠 수 없는 물건이란 없는 맥가이버였고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나타나
모든 걸 해결해주는 짱가였으며,
약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히어로 중에 히어로였다.
하지만 철부지를 벗어난 뒤에야 간신히 알게 되었다.
다만 들키지 않았을 뿐, 슈퍼맨도 사람이였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슬프고 무섭고 힘겨운 세상들이 아빠 앞을 스쳐가는지를.
그리고 이제 간신히 깨닫는다.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슬프고 무섭고 힘겨워도
꿋꿋이 버텨냈던 이유는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음을.
가족이 있었고, 내가 있었기 있었기 때문이었음을.
다른 누구도 아닌
아빠의 이름으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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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난 누가뭐래도 응팔이 인생드라마임 가족 에피 버릴거 하나도 없어
나에겐 신이없네
쭉빵이있자나!!
그 신을 대신할 사람이 게녀곁엔 항상 있을거야. 주눅들지마 게녀야 . 세상은 모두 게녀의 편이 될거야 응원할게
택이 아빠 에피소드 진짜 펑펑 울었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응팔 최근에만 두 번 정주행함 ㅠ ㅠ 최고야 ..
진짜 개쩔어 응팔은 ㅠㅠㅠㅠㅠ 재미도 있는데 감동도 존나 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