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total&no=12147355&page=9
[ 인조인간 아웃팅 전문기자 '최기자'가 또다시 대박 특종을 잡았습니다! 최고 인기가수 '스트레이트'씨가 사실 '인조인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스트레이트'의 팬들은 팬클럽을 탈퇴하는 한편, 스트레이트의 앨범을 불태우는 모습을 SNS에 인증하는 등- ]
역사책에 의하면 50여년 전. 인류는 자꾸만 줄어드는 인구수에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인류는 인조인간을 창조했다.
사회 속으로 녹아든 인조인간은 그야말로 감쪽같아, 그 누구도 차이점을 알아채지 못했다. 심지어 인조인간 본인조차도 본인이 인조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신체적으로도, 머리를 열어보기 전까진 절대 인조인간과 인간의 차이를 알아낼 수 없었다. 다만 한가지, 인조인간은 인간에 비해 정말로, 정말로 잘 죽지를 않았다.
평소에는 보통의 인간들과 같이 피를 흘리고 통증을 느끼지만, 죽음에 근접할 정도의 큰 사고를 겪었을 시에는 아픔을 느끼지 않았다. 가령 총에 맞더라도, 두뇌가 꿰뚫리는 즉사가 아니라면, 통증이 차단되며- 치료를 통해 쉽게 회생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그런 사고들에서 우연히 인조인간을 구별해 낼 수 있었고, 그렇게 '인조인간'이란 사실이 밝혀지는 일을 '아웃팅'이라 불리었다.
인조인간으로 밝혀진다고 해서 그가 죽는 건 아니었다. 어딘가로 끌려가 감금되거나, 살아오며 모아온 재산을 압수당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다만 한가지. 정말로 무서운 한가지는 바로, 인간들의 차별이었다.
그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쉽게 웃음거리와 가십거리가 되었으며- 어딜가나 비호감의 눈초리와 형편없는 대우를 받았다.
인조인간이란 이유로 아프더라도 일반 병원에 갈 수 없었으며, 일방적 이혼 사유로 인정되었으며, 투표권 또한 박탈당했다.
또 가령 성폭행범이, 피해자가 인조인간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어 감형을 받는 경우도 있었고, 또한 인조인간을 죽이는 범죄는 '살인'이라 불리우지도 않았다. '유사 인간형 살해'라 불리우며 형량을 달리했던 것이다.
현 세계의 인간들에게 있어, 본인이 인조인간이라고 밝혀지는 것 만큼 무서운 것은 없었던 것이다.
. . .
인조인간 아웃팅 전문기자라 불리우는 최기자. 최고 인기 가수 스트레이트를 아웃팅 시키는 대박 특종을 잡았음에도, 현재 그의 행색은 외로웠다.
한참 축하 파티를 하고 있어도 모자랄 그였지만, 지금 그는 불이 꺼진 넓은 거실 한가운데에 홀로 앉아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최기자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가수 스트레이트의 정체를 알게 된 그날을 회상했다.
. . .
바닥을 기고 있는 인기가수, 스트레이트는 눈물을 흘리며 최기자를 간절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 최기자님! 전 정말 몰랐어요! 내가 왜 인조인간인거야! 아, 시발 왜 내가! 최기자님 정말 저는 몰랐단 말이에요 최기자님! ]
울며 바닥을 기는 스트레이트의 상반신과 하반신은 거의 절단되어 있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의 얼굴 표정에서 아픔은 느껴지질 않았고, 괴로움만이 있을 뿐이었다.
최기자는 놀란 눈으로 스트레이트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 최기자님 제발...! 저는 정말 몰랐단 말이예요 최기자님! 내가 왜 인조인간이야! 아시발 내가 왜!! 최기자님! 최기자님 제발! 제발! ]
. . .
최기자는 그날 보았던 스트레이트의 얼굴을 떠올리니 입맛이 썼다. 벌컥벌컥 캔맥주를 원샷하며, 오늘 아침을 회상했다.
. . .
괴롭게 울고 있는 최기자의 아내는 비명 치듯 소리치고 있었다.
[ 약속했잖아!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잖아!! ]
[ 미안해... ]
[ 그러고도 당신이 사람이야?! 스트레이트씨가 어쩌다 그렇게 된 건데!! 우리 애를 구하려다 그렇게 된 건데!! 당신이 어떻게 그분을 아웃팅 시킬 수 있어?! ]
[ 어쩔 수 없었어...난...기자야 ]
[ 뭐가 어쩔 수 없어!! 뭐가 기자야-!! ]
[ 난 기자야...난 비밀을 가질 수 없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 욕해도 할 수 없어, 그게 나의 기자정신이야. ]
[ 기자정신? 웃기지 마!! 당신은 그냥 당신의 명성을 올리기에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고!! ]
[ 왜 그래?! 어차피 그는 사람이 아니야! 인조인간이라고! 당신이 인조인간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화를 내야만 하는 거야?! ]
아내는 눈물 흐르는 매서운 눈으로 최기자에게 읊조렸다.
[ 나에겐 당신이 더 인조인간이야. 그 사람이 당신 같은 사람보단 훨씬 더 사람답다고. ]
[ ... ]
아내는 그대로 짐가방을 끌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집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최기자를 돌아보며 아내는 차갑게 말했다.
[ 난 당신처럼 차가운 사람을 본 적 없어. 당신... 어쩌면 당신도 혹시 인조인간 아니야? ]
[ ... ]
. . .
최기자는 아내와 아이가 떠난 뒤, 하루 종일 거실에 앉아 본인을 돌아보았다. 내가 잘못된 걸까? 나는 정말로 나 하나의 명성만을 위해 그렇게 달려왔던 것인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유명 연예인들을 아웃팅 할 때마다 승승장구하는 본인의 명성에 희열을 느꼈었다. 대한민국 아웃팅 최고 기자라는 유명세를 즐겼었다.
최기자는 다시 한번 가수 스트레이트의 그 얼굴이 떠오르며 입맛이 써졌다.
그때, 최기자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 선배 축하해요! 이번에도 대박 특종 터트렸네요! ]
대학시절에 자주 붙어 다니던 후배, 꽁치였다. 최기자는 아무런 생각도 안 하고,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어? 선배 왜- "
" 만나자. 술이나 한잔하자. "
어두운 조명의 드럼통 고깃집, 최기자와 꽁치는 마주 앉아 소주를 기울이고 있었다. 싱글벙글한 꽁치가 소주를 한잔하고 입을 털었다.
" 크-! 이야~ 진짜 선배랑 이렇게 술 마시는 거 몇 년 만인지 모르겠네-! 대학시절엔 하루가 멀다 하고 마셔댔는데 흐흐, 그쵸? "
" 그래 그랬지. "
최기자는 꽁치와 마주하니 떠오르는 옛날 기억에, 그나마 우울함을 조금 떨쳐낼 수 있었다.
" 이야~ 진짜, 선배 그거 기억나요? 우리 그 왜, 불법 투견장 현장 잡겠다고 큭큭! 오물통에 하루 종일 숨어있다가 일주일 동안 냄새가 안 빠져서~ 우리 주변에 오는 애들이 없었는데 크크크큭 "
" 하하 맞아 그랬지. "
" 참 지금 생각하면 대학시절이 좋았어요~! 그땐 생각없이 살아서 그랬나? 참 다 재밌었는데~ "
" ... "
최기자는 그 시절의 본인을 생각했다. 그 시절엔 지금과 같지 않았다. 기자정신이라며 불의를 쫓아 발발거리며 뛰어다녔다. 참 언론인이 되기를 꿈꾸었었다. 지금처럼 하루 종일 연예인들 뒤꽁무니나 쫓아다니지 않았던 것이다. 씁쓸했다. 점점 아내가 던진 말들이 비수처럼 각인되어 갔다.
최기자가 보기에 꽁치는 달랐다. 꽁치는 아직도 그때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 그래, 꽁치야 넌 요즘 어떠냐? 요즘도 기자정신이랍시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냐? "
" 헤헤 뭐... 저야 그렇지요 뭐. 헤헷. 밥벌이도 못해먹고 삽니다요~! "
" 짜식... 넌 그대로구나. "
" 뭐, 선배는 달라졌나? 킥! "
" 그거 욕이냐? 흐흐. 내가 누구냐? 연예인들 아웃팅해서 먹고사는 속물기자 최기자잖냐~ 기자정신은 개뿔도 없는~크하하! "
" 흐흐흐... "
최기자와 꽁치는 옛날 추억을 안주 삼아 많은 술을 돌렸다. 잔뜩 취한 최기자는 꼬인 발음으로 울분을 토해냈다.
" 하~~ 진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진짜 기자정신으로 이 한 몸 던져보고 싶다-!! "
" 키킥... "
" 야 꽁치!! 요즘 뭐 하는 거 없냐-?! 그때 그 시절처럼 온몸을 던질만한 일 없냐고~?! "
" 선배 많이 취했어~! 흐하하 "
" 나 진짜라니까!! 진짜 나 그러고 싶다고~!! "
소리친 최기자는 팔을 괴고 고개 숙였다. 그 모습을 한참 동안 가만히 보고 있던 꽁치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
" 선배...선배 정말로 그러고 싶어요? "
" 아~이 짜식이 그러고 싶다니까~! "
" 선배가 정말로 그때처럼 그러고 싶으면...내가 요즘 작업하고 있는 게 하나 있거든요... "
최기자는 팔을 괸 채 눈만 빼꼼히 들어 꽁치를 보았다. 꽁치의 진지한 눈이 보였다. 흐리멍덩하던 최기자의 눈이 조금 진지해졌다.
" ...뭔데? "
꽁치는 주변을 한번 의식 한 뒤, 조금 가까이 숙여 입을 열었다.
" 선배 Area510 구역 알죠? 50년 동안 민간에 공개가 안되고 있는 비밀 군사기지 말이에요. "
" 알지. "
" 선배도 소문은 알고 있죠? 외계인을 가둬두고 있을 거라고... "
" 그거 음모론이잖아. "
" 선배는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인조인간 말에요. 인류의 기술력으로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인조인간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
" 니 말은, 그것이 외계인의 기술력이라고? "
" Area510 구역이 처음 알려진 게 50년 전이고. 인조인간이 처음 사회에 섞여들어 온 것도 50년 전이에요. 공교롭지 않아요? "
" ...그런데? "
" 사실 난... 그곳을 잠입 취재해보려고 해요. "
" 불가능해! 주변 접근조차 안되는 구역이야! "
" ...만약 선배가 저와 함께 할 마음이 있다면, 제가 소개해드릴 사람이 한명 있어요. "
" ... "
최기자는 꽁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허튼소리를 하는 것 같진 않았다. 분명 뭔가를 가지고 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최기자는 심장이 두근대는 걸 느꼈다. 열정적이었던 대학시절의 향수를 느꼈다. 오늘 아침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 기자정신? 웃기지 마!! 당신은 그냥 당신의 명성을 올리기에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고!! ]
최기자의 눈이 형형해졌다. 똑바른 자세로 꽁치에게 입을 열었다.
" 그래! 나도 하고 싶다. 나도 함께 하자. "
" ...진심이세요? "
" 진심이야. 정말로 진심이야. "
" 그러면... 일어나죠. 갈 때가 있어요. "
꽁치가 일어나 앞장섰다.
최기자는 맹물로 입을 헹구고 뒤따라 일어났다. 다시 굳은 눈으로 다짐했다. 정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번 뛰어보리라. 아내에게 달라진 내 모습을 보여주리라!
. . .
택시를 타고 내린 ㅇㅇ동. 앞장서는 꽁치는 골목 쪽으로 향했다.
뒤따르던 최기자의 눈에, 한 아이가 던진 돌에 맞고 있는 한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 야~! 인조인간~! 이쪽 길로 지나다니지 말랬잖아~! "
" ... "
돌팔매질을 당함에도 청년은 화 한번 내질 않았다. 그저 빙 돌아서 다른 골목 쪽으로 향할 뿐이다. 그 관경을 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도.
그 모습을 보던 최기자는 왜인지, 문득 가수 스트레이트의 얼굴이 떠올랐다. 간절히 올려다보며 애원하던 그 얼굴이.
" 선배? 이쪽이에요-! "
" 어? 어어- "
도착한 곳은, 다른 주택들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언덕의 낡은 집이었다. 꽁치는 익숙한 듯, 화분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 선배, 지하로 내려가야 돼요. "
" 어 그래. "
퀭한 거실 한쪽에는 지하로 향하는 문이 있었고, 그곳은 제법 긴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 두더지 형! 나 왔어! "
" 크흠! 꽁치냐-?! 응?? "
두더지라 불린 사내는 작지만 도톰한 덩치를 가진, 정말 두더지를 닮은 사내였다. 그는 꽁치를 뒤따라 온 최기자를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 크흠! 누구? "
" 아, 이쪽은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낸 선밴데... 우리랑 같이 area510에 잠입 할 꺼야. "
" 반갑습니다. 최무정 기자 입니다. "
" 크흠! 예 반갑습니다. 편하게 두더지라고 불러주십쇼. "
" 그럼 저는 최기자라 불러주십쇼. "
최기자는 이제 설명을 요구하는 얼굴로 꽁치를 쳐다보았다. 꽁치는 설명을 시작했다.
" 두더지 형은 발명가인데, "
" 천재. "
" 천재 발명가인데, 이 형이 조금 특이한 발명을 많이 하거든요? "
최기자가 보기에 확실히, 주변에 쌓여있는 용도를 모를 기괴한 물품들만 보아도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 area510에 어떻게 침입할 건지 물었잖아요? 우리는 땅굴을 파서 침입할 거예요. "
" 땅굴? "
두더지에 땅굴이라니. 너무나 전형적이었다.
" 두더지형이 개발한 무소음 무진동 땅굴기계가 있는데, 사실 우린 벌써 1년 전부터 파고 있었어요. 또 사실은 이미 거의다 팠지만... "
" 놀랍군... "
" 문제는 area510 내부 지도인데... 선배도 알다시피 area510은 위성사진도 검열되어 볼 수 없잖아요? 위성사진만 구할 수 있으면, 정확히 어디까지 파서 솟아오를지를 정할 수 있는데... 선배? "
" ? "
" 선배는 구할 수 있죠? area510 위성사진. "
" 글쎄. 어쩌면...? "
최기자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보았다. 가능할 것 같았다. 최기자는 정부에 연줄이 있었다. 유명인의 인조인간 아웃팅을 터트릴 시기를 조절하는 대가였다.
" 가능할 것 같은데? "
" 역시! 그럴 줄 알았어! "
" 오오! 위성 사진만 있으면 땅굴을 더 진행할 수 있어!! "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두더지를 보고, 최기자는 문득 궁금해졌다.
" 근데 두더지...씨? 당신은 왜 이 일을? "
그러자 두더지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 크흠! 외계인을 이 두 눈으로 직접 보고싶으니까! "
" ? "
" 어릴적부터 외계인은 분명 존재할 거라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area510 구역! 외계인을 볼 수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 "
" 선배, 두더지 형은 외계인 덕후에요 헤헤 "
" 아아...하하. "
얘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최기자가 위성사진을 구해오면, 두더지가 계산을 한 뒤 땅굴을 마저 파고, 결행일을 잡아 셋이서 area510구역으로 잠입하는 것이었다.
여유가 생기자 최기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외계인 덕후가 맞는지 외계인에 관련된 소품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최기자의 시선을 끄는 것은, 한쪽 벽에 걸린 눈 큰 외계인의 머리였는데, 반들반들한 그 머리에 괜히 손이 갔다. 그런데?
" 어어어!! "
갑자기 두더지가 당황을 했다! 무심코 머리를 눌러보던 최기자의 손이 '쑤욱!' 하고 예상보다 더 아래로 내려갔던 것이다.
' 끼기긱-! '
곧이어 펼쳐진 관경에 최기자는 어이가 없었다.
" ...... 무슨 공공칠이야? "
한쪽 벽이 돌아가며 각종 총기류가 진열 된 벽으로 바뀐 것이었다. 둘은 머쓱히 웃었다.
" 이 형이 또 총기류 덕후이기도 하거든요 헤헤.. "
" 크흠흠. "
그때 최기자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권총들 중 한 자루를 집어 들고 물었다.
" 이 총, 사용 가능합니까? "
" 크흠, 가능하긴 헌데. 왜? "
" 잠입했을 때 혹시 경비를 만나게 된다면... 사용해야 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
최기자의 말에 꽁치가 펄쩍 뛰었다!
" 무슨 소리예요! 무슨, 지금 그 총으로 경비를 쏘기라도 하잔 말이에요?! "
최기자는 잠깐 동안 말이 없다가 자신의 생각을 풀었다.
" 만약 area510에 경비가 있다면, 인조인간이 아닐까? 사람을 경비로 두지는 않았을 꺼야. 너도 알다시피 사람은, 절대 비밀을 못 지키니까. "
" 에이! 그건 모르는 거죠! 하여튼 총은 안돼요. "
" 그냥 꼭 쓰자는 게 아니고, 비상용으로 한 자루는 챙겨두자는 거야. 비상용으로.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잖아? "
" 그렇긴 한데, 그래도 총은 좀~ "
" 챙겨만 두자고~, 두더지씨 괜찮죠? "
" 크흠. 뭐 나야 상관은 없지만, 꽁치야? "
" 어휴~ "
최기자는 왠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이 총을 사용해야 될 일이 생길 것 같다는.
. . .
드디어 결행일이 왔다.
최기자, 꽁치, 두더지는 땅굴 속에서 지도를 펼쳐보고 있었다.
" 크흠! 위성사진 대로라면 이 위쪽이 바로 중앙 건물의 안이야. area510 구역에서 가장 외계인이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이지. "
최기자와 꽁치는 목에 건 카메라를 점검했다. 두더지는 양손에 든 무소음 무진동 드릴을 들어 보였다.
" 준비됐어? 언제라도 올라갈 수 있어. "
" 선배, 준비됐어요? "
" 어. 시작하자. "
셋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더지가 조심스럽게 천장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이 위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어 모두 긴장한 얼굴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흙 덜미를 떨구던 두더지가 얼마 안가 손을 멈추며 속삭였다.
" 다 팠어! "
셋은 눈짓을 나누고, 가져온 사다리를 구멍 밑에 세웠다. 가장 먼저 최기자가 구멍으로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 이런 씨! "
" 왜 그래요? "
구멍 밖은 건물 안이 아닌 야외였다!
" 밖이야! "
" 뭐예요?! 아~씨! 어떡해요? 더 파? 다음으로 미뤄? "
최기자는 주변을 살피며 생각했다. 다행히 주변에 인기척이 느껴지진 않았다.
" 안돼! 이 구멍을 어떻게 메울 거야? 해가 뜨고 이 구멍이 발각이라도 되면 끝이야! 그냥 강행하자. "
어쩔 수 없이 결정한 셋은, 조심스럽게 구멍 밖으로 빠져나왔다.
" 어느쪽으로 가죠 선배? "
" 일단 저 건물 벽으로! "
셋은 최대한 낮은 포복으로 가까운 건물 벽으로 가 붙어 섰다. 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 아~씨, 중앙 건물이 저쪽이야! "
" 크흠! 계산이 잘못됐나 보군. "
중앙 건물까지는 100미터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전혀 경비의 인기척이 느껴지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 어쩌죠 선배? 그냥 달릴까요?! "
" 아니야 아니야. 안전하게, 건물과 건물 사이 벽으로 붙어서 천천히 다가가자. 따라와! "
최기자가 낮은 자세로 재빠르게 건물을 옮겨갔고, 그 뒤를 둘이 따랐다.
조금씩 조금씩, 30미터 거리까지 도달했을 때....!!!
[ 누구? 뭐야? 거기 누구야?! ]
" !! "
순찰중인 무장 경비 두명의 눈에 들키고 말았다!
방독면 비슷한 마스크를 한 경비 둘이 재빠르게 셋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 멈춰! 너희들 누구야?! 일반인?! 뭐야?! ]
셋은 절망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서버렸다. 실제로 총구가 겨눠진다는 것은 다른 어떤 움직임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일이었다.
[ 손들어! ]
" 아~씹 옘병. "
" 시작도 못해보고... "
셋은 처분을 기다리는 포로마냥 순순히 손을 들고 그들에게로 돌아섰다. 경비들은 총구를 겨눈 채 천천히 다가왔다.
그때, 두더지가 복화술 하듯 속삭였다.
" 크흠. 주변에 다른 경비 없지? 나한테 전기충격기가 있어. 내가 저들에게 달려들어 시간을 끄는 사이에 둘은 그냥 중앙건물로 달려 "
그 말에 꽁치가 깜짝 놀라 속삭였다.
" 두더지 형 미쳤어?! 뒤지고 싶어?! 저 총이 안 보여?! "
그러자 두더지의 입술이 뭔가를 말하려는 듯 움찔움찔 달싹거렸다. 말을 꺼낼 듯 말 듯, 꺼낼 듯 말 듯... 그러다 조금 지나 드디어 꺼내는 말.
" 사실 난......인조인간이야. "
" ! "
" 무,뭐라고 형?! "
두더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 크흠. 나같은 천재 발명가가 변두리에 처박혀 살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거지...크흠 "
" ... "
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난 쉽게 죽지 않아...내가 달려들어 저들을 저지할 테니까 그 틈에 중앙 건물로 달려. 꼭! 외계인 사진 찍고! 무조건 제일 먼저 보여줘야 돼! "
둘은 끝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비 둘이 10미터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 두더지는 숫자를 세고선...!
" 하나...둘... 셋!! 으야-!! "
[ 뭐, 뭐야?! 멈춰! 발포한다! 발포하겠다!! ]
" 쏘지마 이 새끼야!! "
최기자와 꽁치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뒤도 안보고 무작정 중앙건물로 달려갔다!
그나마 등 뒤로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중앙 건물 문까지 도착했을 때 둘은 뒤를 돌아보았고, 2명의 경비와 뒤엉켜있는 두더지의 모습이 보였다!
" 두더지 형! "
" 빨리 들어가자!! 시간이 없어!! "
최기자가 먼저 문을 재껴열며 건물 안으로 진입했고, 꽁치가 뒤따랐다.
둘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무작정 복도를 달렸다. 하지만 코너를 돌아 서자마자, 아-!!
[ 뭐야?! 누구야?! 멈춰!! ]
총을 든 경비 한명에게 가로막혀 버리고 말았다-!
[ 니들 뭐야?! 일반인?! 어떻게 들어온거야?! ]
둘은 그 자리에 멈춰 서 굳어버렸다. 꽁치는 다시 포기했다. 여기까지였다.
하지만 최기자의 얼굴은 포기한 얼굴이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경비를 노려보던 최기자는 경비를 향해, 이렇게 물었다-!
" 이봐 당신! 인조인간인가?! "
" 선배?? 선배?? "
[ 뭔 소리야?! 손들어!! ]
" 이봐 당신! 인조인간 이냐고!! "
" 선배 왜 그래요!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마요!! 선배!! "
[ 무슨 개소리야?! ]
" 당신 인조인간이냐니까?! 대답해봐!! "
[ 개뿔, 내가 왜 인조인간이야?! ]
" 선배 안돼요! 선배! "
최기자는 이를 악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었다! 아내에게 보여줘야만 했다! 부끄럽지 않은 참된 기자의 내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최기자의 손이 천천히 주머니로 향했다!
" 선배!! 안돼요 선배!! 그러지마요 선배!! "
[ 이봐 너! 손들라니까!! ]
최기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리고-!!
' 탕-!! '
" 선배에-!! "
마스크 너머로 눈을 부릅뜬 경비가, 총을 놓치며 뒤로 넘어갔다-
" 선배 미쳤어요!! "
최기자는 곧바로 달려갔다!! 경비에게 달려가 경비의 마스크를 벗기며 소리쳤다!!
" 아파?! 아프냐고!! 대답해!! 아파?! 아프냐고!! "
경비의 손이 본인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경비의 얼굴-, 믿을 수 없어 부릅뜬 눈, 동공이 풀려버린 그 눈! 경비의 입이 덜덜덜 열렸다-
" 내가...내가 인조인간 이라니... 내가... 내가...인조인간이라니...내가... "
" 아-! "
최기자의 입에서 안도의 탄식이 흘렀다. 곧장 달려 온 꽁치가 최기자의 멱살을 붙잡아들었다!!
" 선배 진짜 미쳤어요?! 미쳤냐고요!! "
최기자는 팔을 뿌리치며, 경비의 총을 주워들었다!
" 시간이 없어!! 빨리!! "
최기자는 곧장 복도 너머로 달렸고, 꽁치는 넋이 나간 경비를 보며 입술을 깨물다, 최기자의 뒤를 쫓아 달렸다!
계속해서 달리고 달리는 둘-! 최기자가 앞서 복도 코너를 돌았고, 드디어 복도 끝에 경고문이 붙은 문을 발견했다!
" 저쪽이다!! 저기야!! 꽁치야 저쪽이야!! "
" 선배-! "
최기자는 꽁치를 기다릴 것도 없이 먼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순간-!
' 탕! 탕! 탕! 탕탕-!! '
" ?! "
" 서, 선배...! "
급히 뒤를 돌아본 최기자의 눈에, 코너에서 피를 뿌리며 넘어지는 꽁치의 모습이 보였다!
최기자의 정신이 새하얗게 새어갔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울컥, 피를 토하는 꽁치의 모습이 눈에 박혀들어왔다-!
" 꼬, 꼬, 꽁치야-!! "
최기자는 당장에 꽁치에게로 뛰었다!!
옆으로 가로 누어진 꽁치의 고개,
꽁치의 얼굴이 마구 일그러졌다. 이리저리 뒤엉켜졌다. 마구마구 구겨졌다. 꽁치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뚝뚝뚝뚝 눈물이 쏟아졌다!
일그러진 얼굴로! 눈물을 쏟아내는 얼굴로! 꽁치가 말했다-
" 선배....선배...나 왜 안 아파요? 흐어엉! 왜 안 아픈 거에요 선배? 으헝헝 선배 나 왜 안아파요? 선배! 나 왜 안 아픈 거에요?! 선배! 선배!! "
" 꼬...꽁치야...! "
" 흐어엉 선배!! 알려줘요!! 선배 나 왜 안 아픈 거에요?! 선배 말해줘요!! 선배!! 나 왜 안 아파요!! 으허어엉-!! 나 왜 안아프냐고요!!! "
" ...!! "
최기자는 뒷걸음질 쳤다... 믿을 수 없었다. 20년을 함께한 꽁치였다. 꽁치가 왜 꽁치가 왜...!
' 두다다닥닥! '
달려오는 군화발 소리에 최기자는 정신을 차렸다.
" 꽁치야...! "
" 선배-에!! 흐엉엉!! "
이를 악문 최기자는 냅다 뒤돌아 달렸다! 경고문이 붙어있는 문을 향해 달렸다!!
10미터 가까이 오기전에, 최기자는 문 손잡이를 향해 총을 난사하며 달렸다!!
' 탕-! 탕-! 탕탕탕-! 탕탕탕탕-!! '
최기자는 그대로 속도를 줄이질 않고 너덜거리는 문을 향해 몸뚱이를 던졌다!!
' 쿵-! '
최기자의 몸이 문을 통과했다-! 50년간 비밀로 지켜진 area510의 중추로 진입한 것이다!
바닥을 구르고 벌떡 일어난 최기자는 얼른 주변을 살폈다.
아- 있었다-! 철창이 있었다! 외계인을 가둬놓은 철창이 있었다-!
최기자는 얼른 철창을 향해 달렸다!! 온 힘을 다해 달렸다!!
한데! 한데...!
철창이 가까워질수록 최기자의 달리기가 느려졌다. 철창 안에는 외계인이 없었다. 철창 안에는 외계인이 없었다-
그저, 놀라 커진 눈으로 최기자를 보고 있는 십여명의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다.
강렬한 허무가 최기자를 감쌌다. 하지만 다음 순간-, 최기자는 벼락을 맞은 듯 몸을 떨며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최기자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부릅뜬 눈의 동공이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최기자는 철창에 걸려있는 팻말에 적힌 문구를 읽었다.
[ 멸종 위기 동물 -인간- ]
" ... "
.
.
.
.
.
.
많은 사람들이 모인 기자회견 장.
최기자가 단상 위로 오르고 있었다. 수많은 기자들이 최기자를 올려다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단상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최기자가 입을 열었다.
" 안녕하십니까. 아웃팅 전문기자 최기자입니다. "
좌중이 조용해지며 모든 카메라와 기자들이 최기자에게 집중했다.
최기자는 맑은 눈빛으로, 곧은 얼굴 표정으로, 마이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 저는 오늘, 전인류를 아웃팅하러 왔습니다. "
그날 인류는 너무나도 당연하였던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첫댓글 헐...흥미돋
와 전래 재밌다...
와 재밌다 장편으로 읽고싶다
Her,, 존잼
와우~ 존잼
와 쩐다 상상도 못했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목이 지구폭발1초전이야?
와..
와 소오름.............
쩌리에서보고 연어왔는데 재밌당..
헐랭.. 설마했더니.. 소름
헐 ㅋㅋ 최기자도 인조인간이었단건 예상했는데..
와 이거 영화로 만들면 존잼일듯
잼따..
쩌리보고 왔는데 뻔한 느낌은 있네ㅋㅋㅋ 그래도 흥미로웠어
이거였구만..
헐 핵존잼..난 예상도 못했어
쩌리 보고 왔어 ㅎㅎㅎ 흥미롭네
결국은 다 인조인간인 거네...
와 대박 존나 재밌다 흥미돋는다
결말이 넘 뻔한걸 ㅠㅍ
오윾체빼고 잘다듬어서 누가 영화로만들어주면좋겠다 ㅠㅠ
근데 살면서 한번도 고통을 느낄 상황이 없었을까.....??
문체도 그렇고 진짜 졸작이다. 주제랑 플롯만 그나마 괜찮고...글쓰기 배워본 적도 없고 노력한 적도 없나봄 으 이래서 남작가는 안댐
글을 너무 못써서 잘 안읽힘; 아이디어는 참신하다만...
쩌리에서 연어왔는데.. 이런 거 옛날 무슨 우주특급인가 뭔가 거기 나온거랑 비슷한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