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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려타곤(懶驢 坤) 36-1
제 36 장 탈몽(脫夢)
세월의 흐름 속에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었지만, 날마다 극악봉을 검으로 만들기 위한 소구의 생활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불산의 백초당에 사는 식구는 한 명이 늘어난 상태였고, 그 한 명은 늘 소구의 골치를 썩히는 존재였다.
"세옥아!"
"세옥아! 밥 먹어야지!"
"세옥아 어디 있니?!"
소구의 아내인 세 명의 여자는 연신 세옥이라는 이름을 외치면서 온 집안을 들쑤시고 있었다. 덩달아 다른 사람들도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사라진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찾았다!"
약초를 쌓아 놓은 창고의 한 상자에서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 하나를 찾아낸 양평이 다리를 잡고 거꾸로 들어올리면서 세 여자를 대신해서 소리쳤다.
백초당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우르르 그 소리를 듣고 창고로 몰려가고, 거꾸로 들어올려진 상태에서도 여전히 잠을 자고 있는 소구의 일곱 살 난 아들 방세옥을 볼 수 있었다.
"소구의 아들 아니랄까봐---."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방수련이 한 마디를 하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그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구의 아들 세옥도 소구처럼 지독한 잠꾸러기였던 것이다.
"소구는 여전히 그곳에서 검을 만든다고 궁상떨고 있지?"
양평이 창고의 문 앞에 서 있는 왕질악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그 지독한 놈은 바로 옆에 천둥벼락이 친다고 해도 그 지독하게 무겁고 단단한 쇠몽둥이를 검으로 만든다고 꼼짝 안 하잖아?"
왕질악은 양평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 양평은 자신의 손에 들린 아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놈은 제 자식인데 걱정도 안되나? 게다가 이제 일곱 살이니 뭐든 가르칠 생각이라도 해야지."
"끄응, 그놈은 세상이 무너진다해도 꼼짝 안하고 그 검은 쇠몽둥이만 껴안고 살 놈이야. 다른 것에는 아무 관심 없다는 것을 알지 않나? 설사 제 자식일지라도---."
양평과 왕질악의 대화를 들으면서 소구의 세 아내 역시 동감하는 표정이었다.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잠잘 때를 빼고는 그녀들은 남편과 같이 지낼 시간이 없었다. 불산 백초당의 주인인 소구는 집의 후원을 아예 그 혼자만의 공간으로 만들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 고약한 진법 때문에 그 녀석 근처로도 접근을 할 수가 없으니---."
"이 녀석의 교육은 우리가 맡아야 할 것 같은데---?"
두 사람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창고로 정각 대사와 당문의 당백호가 접근하고 있었다.
"양평아, 언제까지 세옥이를 거꾸로 들고 있을 참이냐?!"
정각 대사가 소리치고, 양평은 자신의 손에 들린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얼굴로 피가 몰려 새빨갛게 변한 상태였다.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소리치면서 황급히 아이를 바로 세우고 양평은 원망스러운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마터면 사제인 소구에게 평생 원망을 들을 수도 있는 일을 자신이 저지를 뻔한 것이다. 관심이 없다고 해도 자식임에는 분명하니 이 일을 안다면 가만있을 사제가 아니었다.
"글공부는 내가 가르치도록 하지."
외손자를 바라보며 당백호가 말하자, 질세라 정각 대사도 입을 열었다.
"그럼 의술은 내가 가르치도록 하지."
양평과 왕질악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내 아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세옥이는 내가 가르치지."
왕질악의 말에 양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왕질악과 방수련 사이에서 태어난 왕세균(王世均)이라는 열살 난 아이에게 양평은 소림사의 무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불산(佛山) 백초당의 후원에 있는 소구의 시선은 자신의 손에 들린 흑색(黑色)의 검(劒)을 감격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 잘 시간과 식사시가도 아껴가면서 이것을 검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만 매달린지도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어간 상태였다.
"극악봉을 극악검으로 만들기 위한 일에만 매달리느라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가 없구나--, 너무 늦은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후원 밖으로 걸음을 옮기던 소구는, 창고 앞에서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는 떠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그 쪽으로 가지 않았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어? 소구가 나왔네. 소구야?!"
양평이 그런 소구를 발견하고 소리치며 불렀지만, 소구는 흘낏 소리친 사형의 모습을 보다 그대로 몸을 허공으로 날렸다.
"어?"
"저럴 수가?!"
모두가 놀란 눈으로 방소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허공 높이 솟아오른 소구의 몸은 허공에 한줄기 백색의 길다란 선을 그으면서 북쪽으로 사라지고 엄청난 굉음이 한 순간 천지를 진동했다.
"파--아--앙!"
어떤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잘 때는 자는 소구의 아들 방세옥도, 굉음 소리에 놀라 눈을 뜨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모습을 제대로 보기도 어려운 아버지의 얼굴을 그 한순간 허공에서 볼 수 있게 된 일곱 살 난 소년은 잠이 확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버지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지만, 설마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해 본 소년이었다.
"엄마, 조금 전에 저기 있던 게 아빠 맞아?"
바로 옆에 서 있는 엄마인 당정을 바라보며 소년은 하늘을 가리키며 물었고, 당정은 아들의 질문에 대답도 안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세상일에는 관심 없다는 것은 알지만---, 집으로 돌아올까?"
소년은 대답을 안 해 주는 엄마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주위에 어른들이 모두 몰려와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고, 그 속에는 어느새 심술꾸러기 사촌 형 왕세균도 끼어 있었다.
"엄마, 아빠가 소구 숙부 이길 수 있지?"
방수련은 자신의 손을 붙잡고 물어보는 덩치 큰 아들을 내려다보다,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남편 왕질악을 향해 시선을 던지면서 말했다.
"아니, 네 아빠는 절대로 소구 못 이겨."
"그럼, 엄마는? 엄마는 이기지?"
"아니, 나도 못 이겨."
왕세균은 그런 엄마 방수련의 대답을 듣고는 불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촌 세옥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방금의 대화를 들었는지 세옥은 득의 만만한 얼굴로 세균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내 아빠가 더 세! 앞으로 까불지 말란 말이야!'
세옥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왕세균은 고개를 아래로 푹 떨구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게 그런 대화가 오고 가고 있을 때, 어른들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놈이 지금까지 꿈쩍도 안 하다가 어디로 간 거지?"
정각 대사는 길게 자란 하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소구의 아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뭐 들은 이야기는 없느냐?"
"몰라요. 저희들도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취하가 그렇게 대답한 뒤에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겁니다. 모두들 식당으로 가시지요. 식사가 식습니다."
그래서 저물어 가는 붉은 해를 뒤로하고 모두들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렇게 식사를 하러 가고 있을 때, 소구는 혼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을 들으면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이 일만 끝내면 나도 마음껏 자고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어서 자금성으로 가자!'
소구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금성이 있는 북경을 향해 계속 몸을 날렸다. 혼천경이라 불리는 마물을 깰 무기를 만들었으니, 이제 그것을 찾아 가루로 만들 차례였다. 이제 한 가지 일만 끝내면 마음껏 먹고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소구는 배고픔을 느낄 수가 없었다.
매산(煤山)이라고도 불리고 만세산(萬歲山)이라고도 불리는 자금성 뒤쪽에 있는 산에 소구가 도착한 것은 한 밤중이었다. 일년 내내 온화한 날씨인 광동에서는 보기 힘든 눈이 내려 하얗게 변한 산꼭대기에 선 소구는 발 아래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자금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비밀 통로는 그대로 있겠지?"
소구는 명(明)의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崇禎帝)가 자살한 장소로 알려진 만세산 중턱에 있는 낡고 부서진 건물을 바라보았다. 황제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세운 수황정(壽皇亭)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물 옆에서 자살한 황제가 있다는 것은 정말로 웃긴 일이었다.
명(明)이 망하고 청(淸)이 들어서면서 아무도 찾지 않은 그 건물은 낡고 폐허로 변해버린 상태였다. 소구는 조심스럽게 그 건물 옆으로 주위를 살피며 다가가는 한 외팔이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건물 옆의 소나무 앞에 간소한 제사상을 차린 후, 그녀는 향을 피우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면서 소구는 제사를 올리고 있는 외팔이 여자가 명(明)의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의 딸, 장평 공주라는 것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봐주는 건가? 자금성 근처에서 저렇게 제사를 올리고 있는데---, 청나라의 병사들은 모두 눈뜬장님이란 말인가? 그 어느 곳보다도 경계가 삼엄한 장소가 자금성일텐데---?'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소구는 곧 그 이유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외팔이 공주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그냥 눈감고 제사라도 지내게 모른 척 해 주는 것이겠지?'
소구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그녀가 떠날 순간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한 자금성으로 통하는 비밀통로는 저 수황정 안에 있었고, 소구는 자금성의 보물 창고로 몰래 잠입해야 했다. 자금성에 몰래 잠입하는 일은 반드시 아무도 몰라야 했다. 그에게는 아내도 있고 아들도 있고, 그와 연결된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들키면 모두가 위험해질 것이다.
자금성의 지하에 있는 한 밀실에 홀로 있는 소년의 손에는 한 자루 칼이 들려 있었고, 소년은 희미한 등잔불이 비추고 있는 하나의 그림을 원한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소년이 그린 엉성한 사람의 그림의 맨 위쪽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배(鰲拜)
"죽어!"
그리고 한 마디를 외치며 소년은 벽에 걸어 놓은 한 장의 그림을 향해 마구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소년이 휘둘러 대는 칼에 그 한 장의 그림은 난도질당했지만 소년의 분은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림은 완전히 찢어져 더 이상 벽에 붙어 있는 것이 없었고, 소년은 쥐고 있던 칼을 집어던지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제기랄----, 언제까지 내가 그 놈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지?"
소년는 한 마디를 흘리면서 허탈한 얼굴로 아무 것도 없이 깜깜하기만 한 밀실의 허공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생각에 잠겼다.
'그놈의 동생 목리마(穆里瑪)는 양황기 만주도통으로 군대를 장악하고 있고, 그의 편에 서 서 붕당을 결성한 것이 대학사 반포이선(班布爾善), 이부상서 아사합(阿思哈), 공부상서 마이새(馬邇賽), 일등시위 아남달(阿南達)---. 조정의 육부(六部) 중 삼부(三部)가 그의 손에 장악되어 있으니 신중하지 않으면 나의 이 이름뿐인 황제의 자리는 언제 날아갈지 모른다. 그놈이 아무리 나에게 무례하고 굴더라도 지금은 참아야 할 때다.'
피가 나도록 주먹을 움켜쥐며 소년 황제는 펄펄 끓어오르고 있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그런 소년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소구가 있었다.
'상황은 그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군. 저 아이가 오배라는 정적(政敵)을 제거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모습을 보니---. 후후, 그러나 그 때는 네가 내 누나의 아들이었으니까 도와준 것이고--, 지금은 난 너와는 아무 관계없다. 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안녕이라고---, 자금성이 어떻게 돌아가든 내 알 바 아니지. 흐흐흐--.'
귀찮은 일이 하나 줄어들었다는 생각에 속으로 음흉한 웃음을 흘리면서 소구는 곧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
감사 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