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경SBC 군산공장에 가보니
자외선 차단, OLED용 필수소재
3년 걸려 개발...실험실도 태울 뻔
200억 시설투자, 새해 본격 생산
지난해 12월 30일, 전북 군산 국가산업단자는 버려진 동네처럼 고요했다.
GM군산공장 폐쇄 여파로 텅 빈 공장이 곳곳에 있었다.
정적이 감돌던 산단 사이로 망치 소리가 울렸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태경SBC 제2공장이었다.
'그동안 깎았던 직원 월급을 이제야 좀 보전해 줄 수 있게 됐어요'
공장에서 만난 신태욱 태경SBC 상무(생산연구본부장)가 입을 열었다.
2010년 , 10년 가까이 이어진 워크아웃을 졸업힌 이 회사는 2014년 안산공단에서 군산으로 내려왔다.
신 상무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든들 정도로 회사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1969년 삼보아연으로 문을 연 SBC는 산업용 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아연 제품을 주로 생산한 SBC는 지난 2015년 소재 및 화학 중심의 중견기업인 태광그룹에 인수됐다.
태광SBC는 올해부터 BB크림 등 가능성 화장품 핵심 원료인 나노이산화티타늄 생산에 나선다.
국내 최초다.
연간 생산량은 240t이다.
200억원을 투자한 공장 내부엔 4000lL, 규모의 대형 탱크 8기가 가동을 기다리고 있다.
태경SBC가 나노이산화티타늄 양산에 돌입하면 '탈 일본' 소재는 하나 더 늘어난다.
그동안 일본 기업(타이카.이시하라)에 대부분 의존했던 화장품 핵심 원료를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크기가 15~20nm(1nm는 10억분의 1m)인 좁쌀 모양의 나노이산화티타늄을 화장품에 배합하면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
한해 매출 800억원에 불과한 작은 기압이 '탈 일본'에 성공하기까진 꼬박 3년이 걸렸다.
소재 개발에 본격 나선 건 2016년 무렵이다.
일본산 샘플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장동영 선인연구원은 '일본 기업에 소재 샘플을 직접 요구할 수 없어서 샘플을 구해 분석했다'고 말했다.
셈플은 일본 것을 구해 분석했지만 기술은 자체 개발한 독자 기술이다.
가장 큰 난관은 단가를 낮추는 일이었다.
이산화티타늄은 기능성 화장품에도 쓰이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작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첨단 전자 제품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널리 알려진 제조 공정이 있었지만 단가가 비쌌다.
이산화티타늄 1kg을 만들느데 30만원이나 들어간 일본 업체가 공급하는 단가(kg당 6만원)에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
새 공정을 짜야만 했다.
단가를 줄이는 제조 공정을 실험하다.
실험실을 홀라당 태울 뻔하기도 했다.
원료인 티타늄 정제 광물을 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중국 기업 6곳에 둘러 샘플을 샀으나 품질이 고르지 못했다.
조용재 선임 연구원은 '샘플의 티타늄 함량이 들쭉날쭉해 샘플을 바꿀 때마다 개발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했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로 공장 건설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신 상무는 현장에 맞지 않는 '발목잡기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공장만 해도 작업자가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작동하고 멈추지만, 소방 등 각종 규제는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며
'공장 내부에 칠해야 하는 페인트 종류까지 규제하고 있어 마무리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태경SBC는 올해 미국 식품의 약국(FDA)과 유럽 화장품원료협회(EPfCI) 인증에 도전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 등에 따르면 글로벌이 아닌 국제 자외선 차단기능 제품의 시장 규모만 따져도 4조원 수준이다.
군산=강기현 기자